쿠르릉ㅡ.싱가포르 국경을 통과한 그의 차량이.사방을 집어삼킬 듯 빽빽하게 우거진 어두운 정글 숲 사이.끝이 보이지 않게 길게 이어진 도로 위로 미친 듯이 진입했다.라이트 불빛만이 짙은 녹색의 이파리들을 날카롭게 갈라치고 있었다.스으윽. 끼익ㅡ.요스케는 인적이 드문 한적한 외곽 도로에 차를 거칠게 세워버렸다.엔진이 꺼지고 대시보드의 불빛마저 사그라든 차 안.짙은 칠흑색의 어둠이 가라앉은 스산한 공간 위로.오직 두 남녀의 가파르고 불안한 숨소리만이 거칠게 가득 찼다.그 아슬아슬한 적막 속에서 요스케의 몸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그리고 남자의 입술 사이로 지난 세월 묵혀왔던 피 맺힌 음성이 지독하게 쏟아져 나왔다.“왜……. 또 다시…. 나타난 거야? 또…… 이렇게 나타날 거였음…. 그때 날 버리지 말았어야지……. 왜 또…… 이렇게 나타나서…… 나 보고 어쩌라고……”유진은 주먹을 굳게 쥔 채 허공을 응시했다.6년이라는 세월에도, 그의 문장은 단 한 치의 변함도 없었다.그의 결혼식 바로 전날.지워졌던 풀문 파티의 기억 그리고 뒤늦은 그의 이메일에.고장난 채로 그의 앞에 서 있던 유진.그리고 엉망인 채로 그녀를 찾아와.뚝뚝 떨어지는 미련과 억울함에 토하듯 뱉었던 그의 피맺힌 절규.“왜 다시 나타난 거야? 이렇게 나타날 거였음…… 그때 내 앞에 나타났어야지. 왜 지금 나타나서…… 나 보고 어쩌라고……”6년 전, 그때는 그의 지독한 고백에 유진은 그대로 흔들려 버리고 말았다.그래서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그렇게 2년을 함께 했다.하지만 똑같은 이유로 두 사람은 결국 처참하게 헤어졌다.그리고 지금 다시 흔들려 그와 함께 한다고 한들.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결말은 언제나 똑같은 파국일 뿐이었다.그는 여전히 그녀의 남자였으니까.10년 전 산다칸에서는, 자살 소동으로 자신에게 향하는 그를 막았고.4년 전 싱가포르에서는, 그의 동의조차 구하지 않은 아이를 내세워 자신이 그를 포기하게 만들었다.아마 이번도 비슷할 것이다.
Last Updated : 2026-07-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