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잿빛 회상 속 너를 만나다.: Chapter 31 - Chapter 40

65 Chapters

EP 31. 파혼 후 첫 출근

충격적인 파혼.그리고 지독하리만큼 달콤하고 아찔했던 타락이 휘몰아쳤던 주말.이어진 월요일 출근길.회사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부터.유진은 두려운 긴장감과 미칠 듯한 설렘이 뒤엉켜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였다.차가운 형광등 조명이 쏟아지는 복도를 지나자, 유진의 손끝은 이미 잘게 떨리고 있었다.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얼른 자신의 책상에 고개를 푹 묻었다.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특히 저 멀리 파티션 너머.요스케가 앉아 있는 데스크 쪽으로는 고개조차 돌리기 힘들었다.그 묵직한 공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랫배가 지르르하게 떨려왔다.마치 엄청난 죄를 지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유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모니터 화면만 뚫어져라 응시했다.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아침부터 탕비실이며. 화장실이며. 구내식당이며.사내에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요스케의 파혼 얘기로 시끌거렸다.은밀하게 오가는 수군거림이 공기를 타고 찌릿하게 전해졌다.하지만 그 무성한 소문들과 달리.두 사람이 속한 제품 개발실 내부는 마치 장례식장처럼 쥐죽은듯 조용했다.얼음장 같은 침묵이 사방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팀원들은 다들 요스케의 눈치를 보느라 서류를 뒤적이고 서로 눈알만 바쁘게 굴려댔다.대신 모니터 뒤로 오가는 시선들이 팽팽한 실처럼 엉켰다.개발팀 엔지니어들의 비밀 단톡방은 이미 터지기 직전으로 폭발하고 있었다.쉴 새 없이 올라오는 카톡 알람 불빛이 유진의 창백한 뺨을 쉴새없이 비추었다.그 난리 통 속에서.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초조하게 제 손톱만 깨물고 있었다.씻을 수 없는 죄책감이 목을 옥죄었다.바로 그때.요스케가 책상 위의 사내전화 한 통을 무심한 표정으로 받았다.그리고 짧은 통화 끝에, 그가 개발실 밖으로 빠져나갔다.그의 거대한 실루엣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여기저기서 팽팽하게 굳어 있던 팀원들의 거친 한숨들이 도미노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와…… 오늘 분위기 진짜 똥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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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2. 첫 평일의 아찔함과 서운함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진짜로 멎어버리는 줄 알았다.차가운 허연 조명 아래.요스케의 블랙 수트가 유진의 시야를 압도적으로 가로막았다.요스케 역시 크게 놀랐인지, 검은 눈동자로 빤히 유진의 새하얀 얼굴을 응시했다.두 사람 사이에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그때 미처 도망칠 틈도 없이.요스케가 거구인 몸을 앞으로 슬며시 무너뜨리며, 유진의 가냘픈 어깨 위로 자신의 얼굴을 툭 기대어왔다.스으윽ㅡ.그의 비정상적으로 뜨겁고 묵직한 호흡이 귓가에 쏟아졌다.그리고 남자의 묵직한 체온과 거대한 존재감이 전신을 덮쳐오자.유진은 그대로 전신이 얼어붙어 단 한 조각의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주말에 나눈 외설적인 결합의 촉각이 뇌리를 마비시키며, 마치 호러 영화의 극단적인 공포감과 스릴이 온몸의 세포를 타고 해일처럼 몰려왔다.들키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공포.그럼에도 이 남자의 살결이 주는 아찔한 쾌감이 실타래처럼 뒤엉켰다.자신에게 기댄 그의 아슬아슬하지만 은밀한 의지.하지만 그는 금세 정신을 차린 듯, 유진의 어깨에서 얼굴을 거두고 똑바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그의 눈동자가 차갑게 정돈되었으나, 목소리만큼은 여전히 애절하게 가라앉아있었다.“미안. 오늘 하루만…… 예외로 해줘. 내일부터는 더 조심할게.”순간 마음속에 도사리던 무서운 공포는 눈 녹듯 사라졌다.그제야 혼자서 이 거대한 파국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그가 미치도록 걱정되기 시작했다.가슴이 먹먹하게 아려왔다.바로 그때.요스케가 유진의 하얗게 질린 손을 부드럽게 낚아채더니 가만히 무언가를 쥐어주었다.그의 차가운 살결이 스치는 찰나의 촉각에, 유진의 아랫배가 단단히 수축했다.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그는 길고 단단한 보폭으로 빠르게 남자 화장실 안쪽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홀로 남겨진 유진은 주먹 쥔 손을 가만히 펼쳐보았다.그리고 하얀 손바닥 위에는 조그마한 하얀색 두통약 한 알.순간, 유진의 심장이 쿵 소리를 냈다.뇌리를 강하게 때리는 지독한 전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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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3. 은밀한 사내연애

공대에서 여자가 살아남는 법은 단 하나뿐이었다.그들의 여왕벌이 되어 우뚝 군림하느냐, 아니면 아웃사이더로 비참하게 도태되느냐.두 갈래 길 외에 다른 선택지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유진은 단 1초의 주저함도 없이 전자를 선택했다.칙칙한 사내들로 가득 찬 세계에서 그들의 여왕벌이 되기로.대학 4년 내내, 유진은 수많은 사내를 부리고 통제하며 살았다.말로만 들으면, 수백 명의 남자를 거느리는 근사한 권력처럼 보일지 모르지만.실상은 매 순간 피가 터지는 잔혹한 전쟁터였다.남자 하나 적당히 꼬시는 불여우 짓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다.여성스러운 외모는 기본 중에 기본.그 비주얼과는 전혀 걸맞지 않은 반전의 서글서글하고 털털한 성격마저 탑재해야 했다.그러면서도 사내들에게는 당장이라도 보호해 주고 싶은 가녀린 여동생인 동시에.결코 쉽게 볼 수 없도록, 그들을 단숨에 휘어잡는 강렬한 카리스마까지 동시에 뿜어내야 했다.사내들과의 밤샘 전공 작업은 기본 호흡이었다.밤샘이 끝나면 피로에 찌든 그들에게 달콤한 믹스커피 한 잔을 건네며, 세상에서 가장 예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가끔은 춥다며 작게 징징대다가도, 아침이 밝아오면 메뉴를 단독으로 결정하며 사내들을 이끌었다.“따라와. 밥부터 먹고 하자.”초록색 소주병을 반주로 걸치고 소주를 궤짝으로 마셔도 절대 취하면 안 됐다.그렇게 사내들의 우두머리가 되어도, 단 한 번도 수석을 놓치지 않는 완벽함.그것이 유진의 생존 방식이었다.이곳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현지 공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귀를 찢는 기계음과 거친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플랜트 공장.그리고 보수적인 일본 대기업 본사.개발실을 통틀어 유일한 여자 엔지니어.그것도 이제 막 들어온 새파란 신입.유진은 어김없이 대학 시절 몸으로 체득한 본능을 깨워 제 자리를 잡아갔다.결과는 달콤했다.인사고과는 최상위였고 주변 동료들과의 유대 관계도 매끄러웠다.문제라면 하루가 멀다 하고 눈치 없이 사심을 품고 달려드는 공돌이들이 차고 넘친다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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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4. 익숙해진 스릴

사람은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피를 말리는 긴장감과 스릴 그리고 죄책감으로 하루하루 시달리던 회사 생활이.어느 순간 괜찮아졌다.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짜릿했다.매일 아침에 일어나기가 죽기만큼 싫었는데.어느 순간부터 짜릿한 카타르시스로 돌변해 있었다.매일 아침 거울을 보는 손길이 설렘으로 가득 찼고.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기분 좋은 행복감마저 묻어났다.사내에서 철저히 가면을 쓴 채 그를 몰래 훔쳐보는 것만으로도.온몸의 세포를 짜릿하게 자극해 하루치 성적 욕망이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었다.어쩌다 사내 복도에서 우연히 서로의 시선이 아주 찰나로 부딪치는 순간이면.유진은 저도 모르게 입술 사이로 간지러운 콧노래가 흘러나왔다.설렘 지수는 매일 최고치를 경신했다.심지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요스케를 향한 여직원들의 끈적한 시선.그리고 노골적이고 야한 농담마저 이제는 찌릿했다.[그래. 너희가 그렇게 환장하는 저 남자가 바로 내 남자야.]유진은 입술 끝에 호선을 그리며 승리감에 도취했다.복도 끝 투명하게 뚫린 회의실의 유리 파티션 너머로.슬쩍슬쩍 비치는 요스케의 길게 쭉 빠진 수트 실루엣.그 위압적이고 섹시한 몸짓을 훔쳐볼 때면.유진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아랫배가 찌릿하게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아…… 왜 저렇게 멋있는 거야. 사람 미치게……]당장이라도 그의 품에 안겨 살결을 부비고 싶어 몸이 잔뜩 달아올랐다.하지만 평일에는 그에게 닿을 수도 메시지 한 통 보낼 수도 없었다.*“주중에는 저에게 딱 회사 상사로만 있어주세요. 그리고 우리는 딱 주말에만 봐요. 연락도 주말에만 하고.”*자기 자신이 정한 사내연애의 규칙.유진은 아랫입술을 짓씹으며 자신의 오만을 후회했다.“유진 엔지니어!”순간 귓가를 사정없이 찌르는 선임 엔지니어의 낮고 신경질적인 외침.유진은 번개라도 맞은 듯 덜컥 정신이 들었다.아스라한 기억의 장막이 걷히고 차가운 현실로 돌아왔다.“아…… 네?”“회의실. 팀장님 호출!”“네?”유진은 순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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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5. 과열된 열기

금요일 오후 5시 정각.사방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터져 나오는 퇴근 인사 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진은 단 1분도 지체하지 않고 가방을 챙겨 들었다.그리고 말레이시아 세나이행 사내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그녀의 입술이 살포시 떨렸다.주중 5일간 짓눌려 왔던 지독했던 갈증.덜컹거리는 버스의 엔진 소리가 마치 그녀의 가슴 속 심장처럼 가파르게 뛰어대기 시작했다.오후 7시 30분.유진은 약속된 세나이 소피텔 호텔 923호의 묵직하고 차가운 문 앞에 서 있었다.주중 동안 입었던 무채색의 딱딱한 오피스 룩을 완벽하게 벗어던진 차림이었다.가녀린 어깨선과 매끄럽게 요동치는 굴곡진 골반 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아이보리 미니 드레스.한껏 화사하게 꾸민 유진이 긴장된 숨을 내쉬었다.그리고 도어벨을 향해 손가락을 뻗은 바로 그 찰나.달칵―!벨을 누르기도 전에, 923호의 두꺼운 문이 매섭게 열렸다.문틈 어둠 사이로 피어나는 은밀하고 뜨거운 열기.그 사이로 튀어나온 커다랗고 단단한 구릿빛 팔이 유진의 얇은 손목을 사정없이 낚아챘다.“앗……!”저항할 틈조차 없었다.유진의 가냘픈 신체가 방 안의 정적과 은은한 조명 속으로 거칠게 끌려 들어갔다.쿵―!미처 도어록이 채 잠기기도 전이었다.문 안쪽의 딱딱한 표면 위로 유진의 몸이 그대로 거칠게 밀쳐졌다.육중한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히기가 무섭게.요스케의 뜨거운 입술이 유진의 부드러운 입술 위를 사납게 덮쳤다.평일 내내.가슴 깊은 곳에서 통제당했던 집착 어린 야수가 단숨에 고삐를 풀고 튀어나왔다.“음… 읍……!”요스케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유진의 드레스 자락을 단숨에 밀어올렸다.그리고 그의 탄탄한 구릿빛 가슴이 거세게 들썩였다.그는 유진의 하얗고 말랑한 엉덩이를 두 손으로 으스러뜨릴 듯 움켜잡더니 그대로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문에 기댄 채 허공으로 붕 들려 올려진 유진.은은한 침실 불빛 아래 자신을 올려다보는 요스케의 눈동자를 마주했다.지독한 갈증으로 미쳐버릴 것 같은 새까만 동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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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6. 첫 질투심

정사의 뜨거운 열기가 가시고도 방 안은 여전히 끈적한 온기로 가득했다.땀에 젖어 이마에 헝클어진 그의 까만 머리카락.유진은 나른하게 눈을 깜빡이며 그 흐트러진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움켜잡듯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이어 사내의 단단하고 넓은 가슴팍에 고개를 묻고 곤히 매달렸다.요스케는 완전히 방전되어 지친 유진의 몸을 두 팔로 부드럽게 안아 들고, 하얀 시트가 덮인 넓은 침대 위로 조심스럽게 눕혔다.그러고는 그녀의 옆으로 나란히 누워 유진의 가녀린 몸을 등 뒤에서 단단하고 뜨겁게 꽉 끌어안았다.살갗이 맞닿는 부위마다 아릿한 열감이 피어올랐다.그의 뜨겁고 젖은 입술이 유진의 붉어진 뺨과 하얗게 드러난 어깨 위로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다.“왜 이렇게 늦게 왔어?”유진이 몸을 뒤로 돌아누우며 요스케의 칠흑 같은 검은 눈동자를 마주했다.배시시 피어나는 웃음기가 그녀의 입술에 걸렸다.“5일 만에 데이트인데, 늘 보던 모습으로 올 수는 없어서……”그제야 요스케의 짙은 시선이 유진이 입고 있던 세련된 아이보리 미니 드레스의 아슬아슬한 옷자락으로 천천히 내려앉았다.“아…… 오늘 예쁘네.”“치…… 옆구리 찔러서 절 받네요.”“어?”“이렇게.”유진의 얼굴에 아이 같은 장난기가 확 피어올랐다.그리고 그녀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요스케의 탄탄한 옆구리 살을 아주 세게 꼬집었다.“아악!”예상치 못한 공격에 요스케가 놀라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다.유진이 기분 좋게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봤죠? 바로 인사하잖아요.”“아…. 하하하.”요스케의 낮고 굵은 입술 사이로 어이가 없다는 듯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유진이 꼬집고 간 요스케의 구릿빛 피부 위로 붉은 손자국 낙인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 남자는 온전히 제 것이라는 짜릿한 징표.유진은 그 선명한 시각적 대비에 묘한 독점욕이 차올라 더 큰 장난을 쳤다.유진은 요스케의 두꺼운 손목을 끌어당겨 망설임 없이 앙 하고 야무지게 깨물어버렸다.“악!”하얗고 선명한 이빨 자국이 남았다.그는 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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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7. 첫 겨울휴가

제품 개발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투명한 유리 사무실.의자에 깊숙이 기댄 채.요스케는 단정한 드레스 셔츠 소매 아래로 느껴지는 찌릿하고 아린 감각을 커다란 손가락으로 가만히 어루만졌다.지난 주말.자신의 손목을 발칙하게 물어뜯고 간 유진의 이빨 자국이 여전히 간질간질하게 아려왔다.흉터 자국을 쓸어내리는 찰나.요스케의 아랫배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사정없이 쏠리기 시작했다.그리고 슬쩍 데스크 위쪽으로 시선을 두고 유진의 데스크를 확인했다.그 순간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유진이 고개를 돌렸고.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찰나로 얽혔다.눈빛이 마주하자마자.유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순식간에 고개를 푹 숙이고 모니터 뒤로 숨어 자신과 숨바꼭질을 했다.순간 그의 입술에서 풉 바람소리가 났다.[진짜 미치겠네. 왜 이렇게 귀여운 건데……]걷잡을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동시에 심장 가장 깊은 곳이 애달프게 아려왔다.주중 5일간의 봉인은 남자를 매 순간 말려 죽이고 있었다.[보고 싶어. 안고 싶어. 널 사랑하고 싶어.]그는 잠시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그녀가 주말에 남긴 흉터를 바라봤다.그리고 가만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빠르게 화면을 터치해 여행 앱을 실행하자, 이내 예약 완료 확인창이 화면에 떴다.*연말에 주어지는 지독하리만큼 긴 10일간의 겨울 휴가.사무실은 저마다 화려한 휴가 계획을 짜느라 들뜬 동료들의 웅성거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유진. 이번 휴가에 어디 가?”옆자리에 앉은 왓슨이 커피 잔을 들며 유진에게 넌지시 물었다.“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집에 안가? 한국?”“아, 그럴까요? 근데 부모님이 그때 여행가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유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왓슨은 유진의 하얗고 청순한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더니,미간을 좁히며 훅 치고 들어왔다.“유진. 진짜 남친 없어?”“네?”화들짝 놀란 유진의 헤이즐넛 빛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그건…… 왜?”“아니, 유진한테 대시하는 놈들 많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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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8. 유후인 료칸

공항 주차장 A동.유진이 조수석에 타자마자 요스케는 유진을 품 안 가득 끌어안았다.비행기 가장 반대편 맨 앞쪽 좌석에 앉아 있던 유진의 뒷머리만 꼬박 7시간 동안 지켜봐야 했다.그 지독한 시선의 감금도 모자라.2시간의 홍콩 스톱오버마저.하필 우연히 일본으로 귀국하던 옆 팀 일본인 임원에게 붙들려 실시간으로 피가 말랐던 참이었다.요스케는 유진의 목덜미와 연한 살결에 얼굴을 파묻고 그녀의 달콤한 체취를 흠뻑 들이마셨다.허파 가득 뜨거운 열기가 차오르자 그제서야 간신히 살 것 같았다.그리고 알았다.이미 자신은 그녀 없이는 안된다는 것을.그녀가 제 시야 안에, 자신의 품 안에 딱 달라붙어 있어야만 비로소 숨이 쉬어졌다.화이트 SUV의 한참 동안의 맹렬한 질주를 했다.그리고 유후인의 깊은 산속, 에노아 프라이빗 리조트에서 멈췄다.온천수가 무겁게 일렁이며 넘쳐나는 커다란 프라이빗 인피니티 풀.그 아래로 눈을 머금은 장엄한 설산으로 둘러싸인 유후인 시내의 화려한 불빛들이 보석처럼 번쩍거리고 있었다.포근했던 아이보리빛 겨울 패딩을 벗어던지자, 얇은 진핑크색 여름 코튼 선드레스 한 장만 걸친 유진의 가녀린 몸이 드러났다.유진은 곧바로 온천 풀 가에 걸터앉아 가느다란 맨살의 다리를 뜨거운 물속으로 스르륵 밀어 넣었다.새하얀 눈과 주홍빛 노을의 대비가 비현실적이었다.옷이 젖는 것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젖은 바닥에 철퍼덕 앉아 노을이 지는 아름다운 야경을 멍하니 바라봤다.요스케가 그녀의 등 뒤로 다가와 나직하게 물었다.“안 추워?”유진은 아무 말없이 고개만 가로저었다.그 순간 요스케가 입고 있던 블랙 옷가지들을 전부 탈의한 채 묵직하게 풀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단단하게 갈라진 구릿빛 근육. 드넓은 어깨와 등근육 그리고 바짝 올라간 탄탄한 둔부.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그때 그가 유진의 하얀 손목을 잡아 그대로 뜨거운 물속으로 사정없이 끌어당겼다.촥ㅡ!진핑크색 코튼 원피스를 입은 채로,유진의 신체가 요스케가 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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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9. 뜨거운 온천욕

칠흑 같은 유후인의 밤하늘 아래.뽀얗게 피어오르는 하얀 수증기가 온천 수면을 몽환적으로 덮고 있었다.요스케는 탄탄한 팔에 힘을 주어 유진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그리고 인피니티 풀의 경계를 이루는 서늘한 화강암 바위 위에 그녀를 조심스럽게 앉혔다.풀 너머는 까마득한 절벽이었다.발끝 아래로 아득하게 떨어진 절벽의 어둠.그리고 그 사방을 병풍처럼 둘러싼 설산의 순백.차디찬 달빛을 받은 눈꽃들이 서글프도록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그 압도적인 얼음과 눈의 세계 한가운데.유진의 눈부시게 하얀 나신이 우뚝 놓여 있었다.붉게 물든 뺨과 열기로 촉촉하게 젖은 백옥 같은 피부.시각적 극치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비현실적으로 위태롭고 아름다운 광경이었다.아찔하게 떨어지는 절벽을 배경으로 요스케가 바짝 다가섰다.차가운 공기에 단단하게 긴장한 그의 구릿빛 상체가 유진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사내의 커다란 두 손이 유진의 얇은 허리와 탄력 있는 둔부를 억세게 끌어안았다.피부가 맞닿는 곳마다 불길에 덴 듯 찌릿한 열기가 터져 나왔다.망설임은 없었다.요스케는 그 억센 악력으로 그녀를 고정한 채, 유진의 잔뜩 젖어 든 여린 속살 안쪽을 향해 자신의 얼굴을 사정없이 밀어 넣었다.“하악……! 읏!”순간적으로 치받아 올라오는 짜릿하고 무시무시한 촉각 자극에 유진은 간드러진 신음을 내뱉으며 온몸을 타오르듯 떨었다.고개를 젖힌 온천수에 젖은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흩어졌다.유진은 본능적으로 요스케의 단단한 구릿빛 어깨를 손톱이 부러져라 꽉 움켜잡았다.절벽을 타고 올라오는 차디찬 겨울바람과 대비되는 사내의 뜨겁고 습한 숨결.유진의 매끄러운 백옥 같은 허벅지가 파르르 떨려 왔다.그 감각의 과부하 속에서 투명한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려 사내의 입술을 적셨다.요스케는 사정없이 유진의 젖은 허벅지를 통째로 들어 올려 자신의 넓은 어깨 위에 걸쳤다.절벽 위라는 극단적인 공포와 아찔함.오직 남자의 단단한 악력과 어깨에만 온몸을 맡긴 채.매달려 있다는 두려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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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0. 유후인의 허기

두 사람은 아침부터 엉겨붙은 서로의 몸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또다시 전쟁처럼 격렬한 욕정의 분출을 서로의 몸에 분출했다.완전히 지쳐 쓰러진 유진.그는 쉬지않고 그녀의 몸에 키스와 다정한 애무를 퍼부었다.마치 유진이 다시 달아오르기를 바라듯이.하지만 그녀는 그의 체력을 따라가기에 역부족이었다.요스케는 잠시 아쉬운 듯 그녀를 바라봤다.그리고 이내 차가운 겨울바람 아래 뜨거운 온천수가 가득한 수영장에 그대로 뛰어들었다.그리고 한동안 수영을 즐겼다.잠시 후, 그의 머리카락에서 온천수가 뚝뚝 흘려 그의 탄탄한 몸 위로 떨어졌다.그는 그녀의 앞에서 완전한 나신으로 유카타만 가볍게 걸치고.침대 가에 걸터앉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유진은 멍하니 앉아 리조트에서 제공한 일본 전통과자를 오독오독 작게 깨물어 먹고 있었다.사내의 검은 눈동자에 호기심이 서렸다.“그거 맛있어?”유진은 영혼이 나간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보며 심통 난 얼굴을 했다.“왜?”“이건 말이 안돼요.”“뭐가?”“내가 토끼에요?”“응?”양 볼을 복스럽게 부풀린 채 전통 과자를 오독오독 씹어 대는 지금 유진의 모습은 누가 봐도 영락없는 하얀 토끼 그 자체였다.진짜 귀여워 미칠 것 같았다.“밤새 몸이 부서져라 괴롭혀 놓고, 아침부터 채식이 말이 되냐고요.”유진의 발칙한 투정에 요스케는 허를 찔린 듯 짐짓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아! 그거…… 나도 몰랐네. 여기 리조트가 채식 전문인걸. 그래도 명색이 미슐랭인데.”“난, Carnivore(육식주의자) 라고요. 이러면 나 오늘 밤은 개점 휴무 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 철분이 모자라서 빈혈 왔나봐요. 다크서클이 팬더 뺨을 후려치게 생겼다고요!”유진이 부풀어 오른 붉은 아랫입술을 짓씹으며 협박조로 쏘아붙였다.그녀의 불평마저 요스케의 소유욕을 자극했다.“근데 오늘 저녁까지는 여기서 먹어야 할 것 같은데. 폭설 때문에 언덕으로 차가 못 올라와서.”“와……! 진짜!”유진은 울상이 된 채로 가녀리고 매끄러운 자신의 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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