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밤하늘에 수놓아진 것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거대한 '여왕의 왕관'이었다.그 황금빛 왕관이 한강 수면 위로 찬란하게 반짝이자, 발아래의 도로를 달리던 수많은 자동차들이 비상등을 켜고 멈춰 서기 시작했다.길을 걷던 시민들조차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꺼내 밤하늘을 촬영하는 모습이, 테라스에서도 선명하게 내려다보였다."당신은 정말, 스케일 한 번 무식하게 크네요."연우가 기가 막힌다는 듯 맑은 실소를 흘렸지만, 그녀의 투명한 눈동자에는 이미 벅찬 감동이 일렁이고 있었다.촤르륵-!드론들이 다시 한번 부드럽게 흩어지더니, 이번에는 어두운 밤하늘을 도화지 삼아 아주 거대하고 선명한 글자들을 하나씩 새겨 넣기 시작했다.서울의 어느 곳에서든, 아니, 전 세계로 송출되는 뉴스 속보 화면을 통해서라도 완벽하게 읽을 수 있는 거대한 빛의 고백이었다.[ 내 유일한 구원자, 서연우 사랑해 ]"……."밤하늘을 가득 채운 그 압도적이고도 맹목적인 활자를 마주한 순간.연우의 호흡이 일순간 멎어버렸다.구원자.그것은 태경이 연우에게 바칠 수 있는 가장 무겁고, 가장 숭고한 단어였다.피비린내 나는 폭력과 어둠 속에서 짐승처럼 살아오던 자신을 꺼내어, 완벽한 제국의 통치자로 만들어준 유일한 빛.차태경이라는 남자의 우주는 오직 서연우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뉘어 있었고, 그는 그 사실을 전 세계의 밤하늘에 대고 아주 당당하고 폭력적으로 선언하고 있었다."태경 씨……."연우의 붉은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아무리 거대한 자본 앞에서도, 그 어떤 끔찍한 위협 앞에서도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던 얼음 여왕의 견고한 성벽이, 고작 저 빛의 활자 몇 글자에 완벽하게 허물어져 내리
Last Updated : 2026-10-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