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가 그때 그 소년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내가 내민 계약서에 사인했을 때."과거 지하실에서 이어진 인연의 정체를 아직 알아보지 못한 채, 연우가 복수를 위해 쇼윈도 부부가 되기로 결심했던 그 차가운 계약의 시작."나는 그 종이 쪼가리가 우리의 끝이 아닐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태경이 연우의 두 손을 꽉 쥐었다.언제나 차갑고 이성적이던 포식자의 눈에, 평생을 바칠 여자를 향한 맹목적인 순애보가 일렁이고 있었다."당신이 내 곁에서 복수의 칼날을 다듬는 내내, 단 1초도 당신을 파트너로 생각한 적 없습니다. 내게 당신은 처음부터, 숨통을 쥐고 흔드는 유일한 구원이자 여자였으니까."연우는 숨을 죽인 채 그의 절절한 고백을 마음에 새겼다."복수를 위한 방패, 태성그룹의 계약 아내. 그딴 얄팍한 핑계는 이제 영원히 집어치울 때가 됐어."이것은 며칠 전, 그녀가 열병에 시달리며 쓰러졌을 때 던졌던 충동적인 속삭임이 아니었다.그녀를 얽매던 모든 과거의 장애물을 치우고,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준비된 진정한 의미의 청혼이었다."내 진짜 아내가 되어주십시오."거역할 수 없는,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맹목적인 포식자의 선고."서연우라는 여자를, 내 남은 평생 동안 내 세상의 유일한 지배자로 모시고 싶습니다."연우의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쳤다.평생 누구에게도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할 거라 생각하며 피를 토하듯 얼어붙은 지옥을 걷던 자신.그런 자신을 가장 따뜻하고 눈부신 빛의 세계로 이끌어준 유일한 남자였다.연우의 차가웠던 눈동자가 투명하게 젖어 들며,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미소가 입가에 피어올랐다.그녀가 천천히 까치발을 들어, 태경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갔다.
Last Updated : 2026-08-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