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서울 외곽의 재개발 구역.가로등조차 다 깨져버린 퀴퀴한 골목길을, 누군가 미친 듯이 내달리고 있었다."헉, 헉……!"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강지훈이었다.그의 발에는 구두 대신 낡은 슬리퍼가 짝짝이로 신겨 있었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최고급 맞춤 수트를 걸쳤던 몸에는 흙먼지가 잔뜩 묻은 얇은 티셔츠 한 장만이 걸쳐져 있었다."저기 있다! 잡아, 이 새끼야!""강지훈! 거기 안 서?!"골목 뒤쪽에서 살벌한 고함 소리와 함께 건장한 사채업자 세 명이 손전등을 휘두르며 쫓아오고 있었다.스텔라에게 회사를 통째로 빼앗기고 판자촌으로 쫓겨난 지 불과 하루.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명동 사채 시장의 채권자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은신처까지 들이닥친 것이다."안 돼, 오지 마! 오지 말라고!"지훈이 발이 엉켜 질척한 흙바닥에 처박혔다.무릎이 까지고 피가 흘렀지만, 그는 짐승처럼 바닥을 기어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사채업자의 거친 구둣발이 그의 등을 자비 없이 짓밟았다."크아악!""어딜 도망가, 이 쥐새끼 같은 놈아! 내 돈 수십억 날려 먹고 이딴 시궁창에 숨어 있으면 못 찾을 줄 알았어?!"사채업자가 지훈의 머리채를 거칠게 틀어쥐고 위로 끌어당겼다.눈앞이 번쩍할 정도의 구타가 이어졌다.주먹과 발길질이 배와 얼굴을 무자비하게 강타하자, 지훈의 입에서 시뻘건 피가 왈칵 쏟아졌다."살, 살려주세요…… 돈 구해서, 어떻게든 구해서 갚을 테니까……!""지랄하네! 성진 어패럴 상장 폐지되고 지분 싹 다 털린 거 여의도 바닥에 쫙 깔렸어! 오늘 장기라도 빼서 팔아야겠다, 이 새끼야!"사채업자가 칼을 꺼내
Last Updated : 2026-08-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