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Chapter 261 - Chapter 270

286 Chapters

261. 의지로 멈추는 것과 능력의 상실

“의료 제한과 능력 상실을 구분하지 못하는군요.”“예.”“그럼 ‘사용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다’는 값을 새로 만들어야겠네요.”기술관이 고개를 들었다.그 문장은 단순했지만 오래된 왕핵 시스템에는 없는 개념이었다.할 수 있다.하지만 하지 않는다.거부할 수 있다.나중에 다시 선택할 수도 있다.능력이 없어서 멈추는 것과 의사로 멈추는 것을 다르게 기록한다.테사가 말했다. “4-B만 고친다고 끝날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첫 번째 심장도 같은 결함이 있었다.성녀의 거부를 오류로 봤다.하겐의 현재 거부보다 과거 임명장을 우선했다.황제의 사용 제한을 능력 약화로 읽었다.서로 다른 장치들이 같은 언어를 공유하고 있었다.“권한번호 0의 기본 판정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황실 기술관이 말했다.엘리시아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럼 4-B에 새 값을 억지로 끼워 넣으면 다른 장치가 다시 틀리게 읽을 수 있겠네요.”“가능합니다.”“오늘 원본은 건드리지 않습니다.”결정이 내려졌다.대신 복제 장치 안에서 새로운 값만 시험한다.‘권한 보유.’‘현재 사용 거부.’‘거부는 능력 상실이 아님.’‘거부는 이후 당사자가 변경 가능.’장치가 네 줄을 읽지 못하면 기존 절차는 멈춘다.첫 번째 시험.오류.두 번째.판정 불가.세 번째.처음으로 다른 문장이 나왔다.‘현 상태를 기존 네 단계에 분류할 수 없음.’하겐이 화면을 보다가 입가를 비틀었다. “저놈 입에서 처음으로 모른다는 말이 나왔군.”테사가 다시 확인했다. “좋은 결과일 수 있습니다.”엘리시아가 물었다. “왜 ‘좋다’가 아니라 가능성입니까?”“분류하지 못하면 안전정지하는 장치도 있지만, 대체 권한을 찾는 장치도 있으니까요.”“그럼 다음.”네 번째 시험에서 안전정지 조건을 추가했다.‘현재 직접 의사가 기존 분류와 충돌할 경우 자동 대체 금지.’모형이 잠시 멈췄다.그리고 처음으로 4-B의 오래된 순서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수동 심사 필요.’왕핵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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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스스로 밝혀온 십이 초의 무게

엘리시아의 눈길이 화면에 머물렀다.그는 자신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대신, 자신도 혼자 열 수 없게 만들겠다고 했다.하겐은 더 이상 빈정거리지 않았다. “그러면 왕핵관리국 쪽은 제가 재촉하지 않겠습니다.”“로스테가 재촉할 필요는 없습니다.”칼릭스가 말했다.“황실 절차로 요청하겠습니다.”엘리시아가 바로 확인했다. “폐하 개인 요청이 아니라요?”“예. 법무청 사건번호로.”“그렇게 하세요.”칼릭스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잠시 말을 멈췄다.엘리시아가 기다렸다.“한 가지 더 있습니다.”“말씀하세요.”“오늘 저녁 의료검사에서 심장 박동이 한 번 불규칙했습니다.”엘리시아의 손끝이 움직였다.그가 숨기지 않고 먼저 말했다.“지속시간은?”“십이 초.”“통증은요?”“없었습니다.”“의사는?”“오늘 저녁 일정 취소와 추가 관찰을 권했습니다.”“그래서요?”“취소했습니다.”엘리시아는 ‘잘하셨다’고 하지 않았다.“현재 회의도요?”“이 통신까지만 하고 끝냅니다.”“몇 분 남았습니까?”칼릭스가 시간을 확인했다. “오 분.”“그럼 사건 설명을 더 하시지 말고, 의료기록은 법무청과 기존 경로로 보내주세요.”“이미 보냈습니다.”“확인하겠습니다.”그녀는 그가 아프다는 이유로 사건 논의를 전부 빼앗지 않았고, 반대로 황제라는 이유로 끝까지 앉아 있으라고 하지도 않았다.오 분 뒤 칼릭스의 화면은 실제로 꺼졌다.하겐이 화면이 사라진 자리와 엘리시아를 번갈아 보다가 말했다. “예전 같으면 누가 먼저 끊었겠습니까?”엘리시아는 서류를 정리하며 대답했다. “예전 이야기를 퀴즈로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답은 뻔한데.”“그러니까 더 안 합니다.”하지만 그녀의 손은 사건철 위에서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칼릭스가 먼저 알려온 십이 초.그 숫자가 자꾸 눈에 걸렸다.엘리시아는 왼손목을 누르지 않았다. 대신 이미 받은 의료기록이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도착했다는 사실만 체크한 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불안하다고 그의 방으로 사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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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성녀 인장을 쓰지 않고 서명한 대여서

북부 목초지에 있었다는 ‘왕핵 잔류 사육장’이라는 이름부터 다시 확인해야 했다.아침 첫 보고를 받은 엘리시아는 지도에 표시된 좌표를 그대로 현장 명칭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팔십 년 전 왕실 토지대장에는 분명 그렇게 적혀 있었지만, 당시의 ‘사육’이 살아 있는 마물을 가둬 기르는 일을 뜻했는지, 왕핵 잔류를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는 기술용 표현이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흰 뿔의 왕과 관련된 실험 흔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해서 북쪽 어딘가에 거대한 짐승 우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먼저 상상하는 순간, 조사 전체가 그 결론에 맞춰질 수 있었다.“현장 명칭은 북부 폐목초지 시설로 하죠.”오스카가 새 사건철 표지를 바꾸며 물었다. “왕실 기록 원문에는 사육장이라고 남겨도 됩니까?”“인용할 때만요. 우리가 붙이는 이름까지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책상 맞은편의 테사는 밤새 정리한 좌표표를 펼쳤다. 첫 번째 심장이 외부 왕핵 명령원을 찾으면서 응답을 받은 위치는 로스테에서 북쪽으로 하루를 조금 넘게 걸어야 하는 곳이었다. 현재는 목초지조차 거의 쓰이지 않아 겨울이면 사냥꾼도 잘 가지 않는 지역이었지만,팔십 년 전에는 왕실 북부 원정대가 말과 수송짐승을 쉬게 하던 중간 기착지였다.문제는 십일 년 전 작성된 별도 기록이었다. 공식적으로 폐쇄된 지 오래인 그 시설에 누군가 다시 출입했고, 왕핵 정제분과 신성 잔류를 보관했으며, 마지막에는 ‘먹이는 아직 남아 있다’는 문장을 덧붙였다.하겐은 북벽에서 원격으로 참여하고 있었다.첫 번째 심장의 흡수선 조정 때문에 이틀째 북부 방벽을 비우지 않은 그는, 현장 지도를 한참 들여다본 뒤 “지금 사람부터 보내면 지난 며칠 동안 한 얘기를 전부 잊은 셈이겠군요”라고 말했다.엘리시아가 그를 보았다. “제가 말하려던 걸 먼저 말하셨네요.”“성녀님하고 오래 있으면 사람 성격이 나빠집니다.”“원래 좋으셨습니까?”하겐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통신판 밖의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베른하르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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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숫자가 같다는 사실만 기록하라

현장 인원은 여섯 명으로 제한됐다. 테사, 기술자 둘, 지형을 아는 사냥꾼 한 명, 법무관 보조 한 명과 경비병 한 명이었다. 하겐은 가지 않았고 엘리시아 역시 로스테에 남았다.오후가 되자 첫 측정 결과가 들어왔다.폐목초지 시설의 지하에서 왕핵 잔류가 잡혔다. 농도는 예상보다 낮았지만 범위가 넓었고, 하나의 중심점에서 퍼지는 형태가 아니라 긴 직사각형 구획 열두 개가 서로 떨어져 있었다.엘리시아가 화면을 보며 물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가 있습니까?”테사가 구조를 확대했다. “지상에는 없습니다. 지하 칸막이가 열두 개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공간 크기도 큰 동물을 넣기에는 작아요.”“그럼 사육장은 적어도 흰 뿔의 왕을 가뒀던 곳은 아니겠네요.”“현재 구조만 보면 그렇습니다.”하겐이 끼어들었다. “작은 개체를 키웠을 수도 있잖습니까.”엘리시아가 그를 바라보자 그가 먼저 손을 들었다. “가능성이라고 했습니다.”“많이 나아지셨네요.”“별로 기쁘지 않습니다.”두 사람의 말 사이에서 테사는 이미 두 번째 측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하 열두 구획 가운데 왕핵 잔류가 남은 곳은 아홉 곳이었고, 신성 잔류는 다섯 곳에서만 확인됐다. 황제계 닻 반응은 세 곳에서 나왔다.세 흔적이 모두 겹치는 구획은 하나뿐이었다.7번.갑주 번호와 같았다.회의실의 시선이 잠깐 멈췄지만 엘리시아는 곧바로 말했다. “숫자가 같다는 것만 기록하세요. 흑갑 7번과 연결됐다고 쓰지 말고요.”우연일 수도 있고, 같은 분류체계를 사용한 것일 수도 있으며, 실제 갑주 7번과 연동된 방일 수도 있었다. 아직은 어느 쪽도 확인되지 않았다.테사가 7번 구획의 반응층을 더 세밀하게 읽었다. 바닥 아래에는 왕핵 정제분 4호가 아주 얇게 퍼져 있었고, 벽면에는 신성 잔류를 붙잡기 위한 오래된 성유 수지 성분이 남아 있었다. 문제는 구획 중앙이었다.금속이 아니었다.흙도 아니었다.커다란 세라믹 통 여러 개가 땅속에 묻혀 있었다.“내용물을 볼 수 있습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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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이런 식이면 됩니다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법무청 기록을 사용한다.엘리시아에게 다시 결속 거부 진술을 받아 장치에 넣지 않는다.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는 일도 하나의 부담이었다.시장 지하에서 작업이 시작되자 4-B 금속판은 예상대로 저항했다. 오래된 판정층은 ‘현재 사용 거부’라는 새로운 상태를 읽지 못했고 처음 세 번은 오류를 냈지만, 네 번째 시도에서 모형과 같은 문장이 나타났다.‘기존 분류 불가.’그 뒤 새로운 절차가 적용됐다.‘현재 권한 보유.’‘현재 사용 거부.’‘능력 소실로 간주하지 않음.’‘자동 대체 금지.’마지막 결과가 나오는 데 반 시각이 걸렸다.‘수동 심사 대기.’왕핵강림 예비 절차는 닫혔다.황제 생존 조회도 사라졌다.칼릭스는 황도 법무청에서 결과를 받았지만, 곧바로 폐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4-B가 십일 년 전 실제로 어떤 실험과 연결됐는지 조사해야 했기 때문이다.엘리시아가 물었다. “그럼 원본은 유지합니까?”“작동은 정지하고 증거로 보존합니다.”“재가동은요?”“현재 방식으로는 세 기관 가운데 둘이 동의해야 합니다.”그 말 뒤에 칼릭스는 잠깐 멈췄다가 덧붙였다. “그것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엘리시아의 눈빛이 움직였다. “왜요?”“성녀 거부를 위험 조건으로 넣는 계획을 다시 여는 데 황실과 대신전이 동의하면, 당사자인 성녀는 여전히 밖에 있습니다.”그녀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칼릭스가 먼저 그 구조를 지적했다.과거에는 황제와 대신전이 성녀의 위험을 논의하고, 성녀는 결정된 뒤 통보받았다. 세 기관 중 둘이라는 방식은 황제 단독보다는 나아졌지만, 엘리시아의 몸과 권리를 대상으로 하는 계획을 그녀 없이 다시 가동할 수 있다는 문제는 그대로였다.“그럼 어떤 방식이 맞다고 생각하십니까?”엘리시아가 물었다.칼릭스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완성된 답을 내놓는 순간 다시 그가 제도를 설계하고 엘리시아가 승인하는 모양이 될 수 있었다.“현재는 재가동을 금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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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신호를 길들이던 장소

칼릭스의 눈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그녀는 그 말이 관계 전체에 대한 허락으로 들리지 않도록 바로 덧붙였다. “지원 방식을 정할 때요.”“알겠습니다.”그는 그 선을 넘어오지 않았다.북부 폐목초지 시설의 두 통을 열지 않고 확인할 방법은 밤이 되기 전에 나왔다.황실 측 기술관이 보내온 방법은 단순했다. 통 표면을 미세하게 가열하는 대신 주변 기온이 내려갈 때 내용물의 열이 얼마나 늦게 빠지는지 측정하면 액체의 점도와 고형물 성분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었다. 별도의 왕핵 반응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다.테사와 현장팀은 해가 진 뒤까지 능선에 남지 않았다.측정기를 자동으로 설치하고 철수했다.밤 동안 장비만 기록한다.사람은 다음 날 해가 뜬 뒤 자료를 회수한다.그 결정 때문에 결과는 새벽까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도 엘리시아를 깨우지 않았다.아침 첫 보고에는 두 통의 성질이 적혀 있었다.액체 통.물이나 혈액보다 점도가 높고 저온에서 굳지 않음.오래된 성유 수지와 동물성 지방 혼합 가능성.고형물 통.금속분과 소금, 회색 점토 계열.왕핵 정제분 4호와 구조 유사.엘리시아는 마지막 문장에서 눈썹을 찌푸렸다.“액체 쪽에 신성 잔류는요?”“있습니다.”테사가 말했다.“그런데 한 사람의 파장이 아닙니다.”“혼합입니까?”“예.”아델라이드 계열 잔류가 가장 많았고, 다른 후보 계열 파장이 적어도 두 종류 더 섞여 있었다.엘리시아의 것은 외부 측정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제17호 혈액 두 병이 이곳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하겐이 말했다. “그럼 ‘먹이’라는 게 저 두 통을 섞어서 갑옷이나 돌에 바르는 재료였다는 쪽이 더 그럴듯하군요.”테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살아 있는 짐승에게 먹인 게 아니라?”“그건 아직 알 수 없습니다.”‘섭취’라는 단어가 남아 있었다.누가 무엇을 섭취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했다.엘리시아는 현장 제한 진입을 승인했다.목표는 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었다.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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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위험이 있다는 것과 전쟁은 다르다

법무관 보조가 출입구 방향을 확인했다. 잠금장치는 오래돼 있었지만 한 번 강제로 열었다가 다시 맞춘 흔적이 있었다.누군가 폐쇄 시설을 최근에 이용했다.통을 새로 채운 것인지, 남은 양을 확인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테사는 더 깊이 들어가지 않고 출입 흔적부터 촬영했다.장화 크기.발뒤꿈치의 금속못 배열.오른발 바깥쪽이 유난히 닳은 형태.엘리시아가 화면을 보다가 물었다. “특정 직군 장화입니까?”하겐이 경비대 장비목록과 대조했다.“로스테 경비병 건 아닙니다.”대신전 성기사 장화와도 달랐다.황실 현역 기사 장비도 아니었다.레나르트의 장화와 비교할지는 별도 동의를 받아야 했다.엘리시아는 이번에도 먼저 비교하지 않았다.“그 사람한테 관련성이 생기면 요청하죠.”테사가 마지막 방으로 향하지 않고 관측봉만 밀어 넣었다.구획 12.반응은 거의 없었다.그러나 벽면에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종이는 최근 것이었다.몇 달 안쪽.오래된 실험 기록을 베낀 것이 아니라 현재 사용하는 일반 용지였다.법무관 보조가 멀리서 문장을 읽었다.‘1차 급여 실패.’잠시 뒤 다음 줄이 화면에 들어왔다.‘첫 번째 심장 반응 불충분.’그리고 그 아래.‘성녀 입경 후 재시도.’현장에 있던 누구도 즉시 말을 꺼내지 못했다.엘리시아가 로스테에 들어온 뒤 누군가 다시 이 시설을 사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날짜는 없었다.작성자도 없었다.그러나 종이는 오래되지 않았다.“더 들어가지 않습니다.”엘리시아가 말했다.테사가 질문 없이 즉시 철수 절차를 시작했다.“종이는 가져오지 않습니까?”법무관 보조가 물었다.“현재 위치에서 촬영만 하세요. 최근 출입자가 아직 주변에 있을 가능성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사람들이 한 명씩 지상으로 올라왔다.마지막 기술자가 나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다.시설 출입문을 다시 잠그지도 않았다. 원래 잠금상태가 이미 훼손된 이상 새 잠금으로 바꾸면 증거가 달라질 수 있었다.대신 외부 봉인과 관측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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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성녀 입경 확인

‘대상에게 직접 급여하지 말 것.’엘리시아가 문장을 다시 읽었다.그 아래 더 작은 글씨가 있었다.‘길에 둔다.’먹인다는 표현이 계속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의미가 조금 달랐다.대상에게 먹이를 먹이는 것이 아니었다.길에 먹이를 둔다.왕핵과 성녀와 황제의 흔적을 섞은 금속을 길에 배치한다.그것을 따라 대상 개체가 움직인다.하겐이 지도를 보고 말했다.“우리가 미끼길을 보고 있었던 겁니까?”테사가 대답했다.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럼 지금 북쪽 신호도 그 길 어딘가에서 난 거고?”“그럴 수 있습니다.”엘리시아는 최근 출입기록과 오늘 반응을 한 장에 겹쳤다.누군가는 성녀 입경 후 재시도라고 적었다.폐목초지 시설의 혼합통은 아직 남아 있었다.첫 번째 심장은 힘이 약해지자 그 시설을 공급원으로 찾았다.그리고 더 북쪽에서는 생체 반응이 섞인 신호 하나가 되돌아왔다.오스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군가 지금 흰 뿔의 왕을 로스테로 끌어들이고 있는 겁니까?”엘리시아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렇게 단정하기에는 아직 하나가 부족합니다.”“뭡니까?”“최근에 실제 먹이표가 길에 놓였다는 증거요.”오스카가 지도를 내려다봤다.“그걸 찾으려면 결국 현장에 가야 하지 않습니까?”“사람보다 먼저 볼 수 있는 걸 다 봅니다.”황실 대여 장비의 관측범위를 북쪽으로 돌렸다.직접 왕핵을 발산하지 않는 장비라 흔적을 만들 위험은 적었다.한 시각 뒤 지도 위에 작은 반응점들이 나타났다.하나.그보다 북쪽에 또 하나.그리고 조금 떨어진 세 번째.세 점은 로스테 방향으로 일직선이 아니었다.지형을 따라 지그재그로 놓여 있었다.하겐이 옛 수송로를 겹쳤다.“길이군.”세 번째 지점 뒤로는 더 이상 반응이 잡히지 않았다.관측범위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흔적 자체가 끊겼다.테사가 마지막 반응점의 연대를 계산했다.“가장 최근 건 몇 달 안쪽입니다.”“성녀님 입경 전입니까, 후입니까?”“그 정도까지는 못 좁힙니다.”엘리시아는 잠시 생각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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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체류 여부와 위험 대응을 분리한다

‘2차 급여 조건.’그리고 그 조건을 읽는 순간 그녀의 눈빛이 천천히 굳었다.‘성녀가 로스테를 자신의 거처로 선택할 것.’‘황제가 로스테의 독립 지휘를 인정할 것.’두 조건은 이미 충족돼 있었다.마지막 줄에는 짧은 확인 표시가 새로 들어와 있었다.오늘 날짜였다.‘조건 충족.’오스카가 숨을 낮추었다. “그럼 2차는 언제입니까?”엘리시아는 쪽지 끝에 남은 빈칸을 바라봤다.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던 칸에, 조금 전부터 회색 잉크가 천천히 번지고 있었다.이번에는 첫 번째 심장에서 온 신호가 아니었다.북쪽 세 번째 먹이점에서 올라오는 반응이었다.글자가 완성됐다.‘성녀가 떠나지 않는다면, 다음 먹이를 놓는다.’엘리시아는 그 문장을 한참 바라보다가 손목을 누르지 않았다.대신 빈 사건지 한 장을 끌어왔다.누군가는 그녀가 로스테에 남는 선택을 위협의 조건으로 바꾸려 했다.떠나면 안전해질지 모른다.남으면 다음 먹이가 놓일 수 있다.그렇다면 또다시 두 개의 선택만 내밀고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 셈이었다.엘리시아는 펜을 들어 첫 줄을 적었다.‘로스테 체류 여부와 북부 위험 대응을 분리한다.’그리고 두 번째 줄을 길게 이어 썼다.누군가 만들어놓은 선택지 때문에 떠나지도, 남지도 않는다. 자신이 어디에서 일하고 살아갈지는 그것대로 결정하고, 먹이길을 놓은 사람은 별도의 사건으로 찾는다.그녀가 마지막 마침표를 찍었을 때 북쪽 관측판에서 새로운 신호는 더 올라오지 않았다.그러나 로스테와 북부 사이에는 이미 세 개의 먹이가 놓여 있었다.아직 왕은 오지 않았다.그렇다고 길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누군가는 그 길을 조금씩 열면서, 엘리시아가 겁을 먹고 먼저 로스테를 떠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엘리시아는 ‘성녀가 떠나지 않는다면 다음 먹이를 놓는다’는 문장을 읽고도 로스테 체류 계약서를 다시 꺼내지 않았다. 떠날지 남을지를 위협문과 같은 탁자 위에서 결정하는 순간, 이미 상대가 만든 선택지 안으로 들어가는 셈이었다. 그녀는 북부 먹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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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지난 결정을 실패라 부르지 마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하겐은 사람을 더 붙이자고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후방 철수로 두 곳과 통신 두절 시 돌아와야 할 시각을 정했고, 예정 시각보다 늦어지면 구조대를 즉시 밀어넣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확인 지점까지 경비선을 앞으로 당긴 뒤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엘리시아는 그 조건에 동의하면서도 자신이 현장 철수 결정권자가 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상황을 보는 테사가 현장에서 철수 여부를 판단하고, 로스테는 그 판단을 나중에 ‘증거를 놓쳤다’는 이유로 책임 추궁하지 않는다. 그 조항까지 기록된 뒤에야 네 사람이 북쪽으로 출발했다.세 번째 먹이점은 눈으로 찾기 어려웠다.오래된 수송로는 겨울마다 절반씩 무너졌다가 다시 얼어붙는 곳이라 돌과 흙이 뒤섞여 있었고, 옛 왕실 표식 대부분도 풍화돼 흔적만 남아 있었다. 테사는 황실에서 빌린 비접촉 측정기의 출력을 가장 낮게 유지한 채 능선 아래를 훑었고, 시설 기술자는 신호가 잡힐 때마다 눈 위에 깃발을 꽂는 대신 지도판에 좌표만 표시했다.무엇인가를 찾았다는 사실 자체가 멀리서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첫 번째 반응은 검은 돌 밑에서 나왔다. 돌을 들어내지 않고 주변 지형을 측정하자, 왕핵 정제분 4호와 비슷한 잔류가 돌 아래 좁은 공간에만 모여 있었다. 그러나 이전 폐목초지 시설에서 확인한 것과 달리 성녀 계열의 신성 잔류는 거의 잡히지 않았고, 황제계 닻 반응도 검출 한계 아래였다.법무관 보조가 원격 통신으로 물었다. “그럼 이게 먹이점이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까?”테사는 신호 범위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대답했다. “아니면 아직 완성하지 않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어제 쪽지에 ‘길을 세 개만 연다’고 했으니, 세 지점이 모두 같은 배합일 필요는 없어요.”사냥꾼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손을 들어 사람들을 멈췄다. 그는 눈 아래를 가리키지 않고 오래된 물길 쪽을 먼저 살폈다. “여기만 눈이 이상합니다. 발자국은 없는데 물이 한 번 흘렀다가 얼었어요. 위쪽에 비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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