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완전히 밝기도 전에 북벽 아래의 두 번째 방어선이 먼저 움직였다. 전날 소형 개체의 충돌로 금이 간 세 번째 보수구획은 밤새 임시 지지대를 세웠지만, 눈 아래 남아 있는 왕핵·신성 혼합 잔류를 완전히 걷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병력을 다시 올리지 않았다. 하겐은 성벽을 지키려면 모든 망루를 채워야 한다는 오래된 원칙 대신, 위험한 구획을 비운 채 양옆 사각을 넓혀 보완하는 쪽을 택했고, 그 결과 북문 바로 오른쪽에는 눈에 띄는 빈 구간이 생겼다. 평소라면 적이 가장 먼저 노릴 약점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무너지기 쉬운 바닥 위에 사람을 올려놓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공간이었다.밤새 숲 가장자리에 머물던 다섯 개체는 날이 밝자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갑각이 몸을 덮고 있었으나 흑갑 기사와 닮은 것은 색뿐이었고, 사람처럼 직립한 채 걷지도 않았다. 앞다리는 길고 뒷다리는 짧아 몸이 앞으로 기울었으며, 뿔 대신 머리뼈 양옆에서 짧은 검은 돌기가 뻗어 있었다. 목에는 전날 확인한 고리가 걸려 있었고 숫자 1, 4, 9, 11, 13이 각각 새겨져 있었는데, 흰 뿔의 왕이 멀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동안에도 이 다섯은 마치 서로 다른 길을 맡은 것처럼 넓게 흩어졌다.하겐은 망원경을 넘겨받아 한참 그 움직임을 살핀 뒤 테사에게 물었다. “저 번호가 갑주 번호와 같은 역할이라면, 놈들마다 가는 곳도 다를 수 있겠군.”테사는 전날 밤 확보한 지도에 다섯 개체의 위치를 표시했다.“현재로서는 그렇게 보입니다. 1번은 북문 정면보다 왼쪽 배수로 쪽을 보고 있고, 4번은 우리가 끊어놓은 첫 번째 심장 흡수선 근처를 맴돕니다.9번과 11번은 아직 움직임이 적고, 13번은 계속 세 번째 보수구획 쪽을 봅니다.”“먹이가 남아서인지, 번호가 원래 그 구역을 가리키는 건지는 모른다는 거지?”“예. 그래서 먼저 쏘면 안 됩니다. 우리가 자극해서 원래 이동선을 망가뜨릴 수 있으니까요.”하겐은 대답 대신 손을 들어 장궁대에 대기
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