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Chapter 211 - Chapter 220

263 Chapters

211. 소방서 장악사건

서울 강남소방서 특수구조대 소속 차도훈 반장의 근무일.소방서 대기실은 비번을 앞두고 느긋하게 잡담을 나누는 대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차 반장, 요즘 연실군에 있는 해경 여경이랑 장거리 연애한다더니 얼굴이 아주 반쪽이 됐네? 거리가 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인데, 조만간 팽당하는 거 아냐?"선배 대원의 짓궂은 농담에 도훈은"우리 민 순경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저만 바라보는 순정파란 말입니다!"라며 씩씩거렸지만,내심 장거리 연애의 불안감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한 표정이었다.바로 그 순간, 소방서 행정실 문이 열리며작고 아담한 키지만 황금비율덕에 작아보이지 않는,단정하고도 묵직한 아우라를 풍기는 한 여성이 걸어 들어왔다.연실군 해안경찰서 지구대 소속, 민수아 순경이었다.비번을 맞아 예고도 없이 서울로 올라와 도훈의 직장으로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가죽 재킷에 검은 슬랙스를 매치해 모델 같은 비율을 자랑하는 민수아의 등장에,조금 전까지 농담을 던지던 소방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고정되며대기실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차도훈은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린 채"수, 수아씨? 아니 민 순경이 여기에... 어떻게 된 일이야?"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수아는 특유의 당당하고 여유로운 걸크러시 미소를 지으며도훈의 곁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리고는 대기실에 모여 있는 소방대원들을 향해 군기 잡힌 목소리로 시원하게 인사를 건넸다."반갑습니다! 남해 연실군 해경 지구대 민수아 순경입니다. 우리 도훈 씨가 평소에 서과장님과 팀장님들 자랑을 어찌나 많이 하던지 꼭 한 번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수아는 미리 준비해 온 고급 피자 세트와 음료수 상자들을대기실 테이블 위에 터프하게 내려놓았다.대원들이 "와, 차 반장 여친 진짜 멋있다!"라며 환호성을 지르자,수아는 자연스럽게 도훈의 단단한 팔짱바퀴를 꽉 끼며대원들을 향해 쐐기를 박듯 싱긋 웃어 보였다."우리 도훈 씨가 덩치만 컸지 은근히 허당이라 손이 많이 가거든요. 그래도 제 남자인 만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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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더블 데이트

마침내 약속된 주말 저녁, 강태풍과 서나래, 그리고 차도훈과 민수아 네 사람이서울 마포구의 한 유쾌하고 시끌벅적한 삼겹살집에 모두 모였다.남해 바다에서 늘 거친 파도를 함께 넘던 강태풍과 서나래,그리고 서울과 남해를 오가며 뜨겁게 연애 중인 도훈과 수아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이번이 처음이었다.두툼한 삼겹살이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동안,테이블 위에는 벌써 초록색 소주병들이 줄을 지어 서기 시작했다."아이고, 강 팀장님! 서울까지 올라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이 차도훈이 풀코스로 대접하겠습니다!"라며차도훈이 우렁차게 소주잔을 채웠고,"차 반장, 자네가 서울 소방서의 간판이라더니 제법 대접이 후하군"이라며강태풍은 호탕하게 웃었다.처음에는 약간의 어색함이 감돌던 서나래와 수아 역시,'지방 격오지 근무의 애환'이라는 공통분모를 발견하자마자 급속도로 친해졌다."수아 씨, 연실군 해경 근무 진짜 힘들죠? 거긴 밤마다 취객들이 바다에 뛰어들어서 난리잖아요"라며서나래가 한숨을 쉬자, 수아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말도 마세요, 과장님! 지난주에도 술 취해서 낚시하겠다고 갯바위 들어간 아저씨 업고 나오느라 허리가 부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우리 도훈 씨가 서울에서 매일 영상통화로 응원해 줘서 버팁니다."두 여성이 안주도 없이 소주를 연거푸 들이켜며 화끈하게 잔을 부딪치는 동안,강태풍과 차도훈 두 '대형견' 댕댕이 남자들은 부지런히 고기를 구워 대령하기 바빴다."강 선생, 천천히 마시십시오. 내일 당직 아닙니까"라며강태풍은 서나래의 잔을 슬쩍 뺏으려 했지만,이미 발동이 걸린 강서나래는"강 팀장님, 지금 의사인 나를 과보호하시는 거예요? 오늘 서울 공기가 좋아서 술이 아주 달아요!" 라며 태풍의 손을 찰싹 때렸다.네 사람의 유쾌한 티키타카와 거침없는 대화 속에 삼겹살집의 밤은 깊어갔고,서울과 남해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진 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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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술버릇도 강-강

소주가 너댓 병을 넘어갈 무렵,삼겹살집 테이블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강-강 커플'의 자존심 대결 장으로 변해버렸다.평소에는 냉철하고 지적인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인 서나래와,거친 바다를 호령하는 베테랑 해경 구조 팀장 강태풍의 술버릇이 제대로 터진 것이었다.두 사람은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르자,뜬금없이 '누가 더 현장에서 사람을 잘 구하는가'에 대한 해묵은 논쟁을 다시 시작했다.서나래는 소주잔을 탁 내려놓으며 겅태풍을 매섭게 노려봤다."강 태풍 팀장님, 착각하지 마세요. 당신들이 바다에서 백날 사람 건져 올려봤자, 우리 응급실에서 내 손으로 심폐소생술 안 하고 약물 안 쓰면 그 사람들 다 죽은 목숨이에요! 현장의 최종 종착지는 결국 나, 서나래라 이 말입니다!"그러자 강태풍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셔츠 깃을 타이트하게 풀며 넓은 가슴을 내밀었다."강 선생,그 말이 참 가당치 않습니다! 우리 해경 특수구조대가 거친 파도 속으로 목숨 걸고 뛰어들어서 익수자를 물 밖으로 끄집어내지 않으면, 강 선생은 응급실에서 환자를 구경조차 할 수 없습니다! 시작이 있어야 끝이 있는 법인데, 어떻게 해경의 구조 능력을 의사의 처치와 비교합니까?"두 사람의 불꽃 튀는 설전에 옆 자리에 앉은 도훈과 수아는 고기를 씹다 말고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도훈이"아니, 두 분 다 대한민국을 구하는 영웅이신데 왜 여기서 싸우십니까……"라며 말리려 했지만,"차 반장은 가만히 계세요! 이건 구조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라며서나래가 도훈을 단숨에 깽깽이로 만들었다.취해서도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하게 맞서며"내가 더 잘 구한다"고 으르렁거리는 강태풍과 서나래의 모습은,그야말로 '강대강' 그 자체였고,그 무시무시하면서도 귀여운 술버릇에 차도훈과 민수아는 혀를 내둘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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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내가 구했죠!","내가 살렸다니까?!"

논쟁은 결국 과거 두 사람의 강렬했던 첫 만남과 조난 사건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강태풍은 취기가 가득한 눈으로 서나래를 가리키며 웅변하듯 말했다."강 선생, 잊었습니까? 그 폭풍우 치던 날,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던 강 선생을 내 넓은 품에 안고 파도를 뚫고 나온 사람이 바로 나, 강태풍입니다! 내가 널 구한 게 역사적 팩트란 말입니다!"강태풍의 기세등등한 외침에 서나래는 코방귀를 뀌며 테이블을 두 손으로 쾅 내리쳤다."하! 참나, 기가 막혀서! 강 팀장님, 그때 저 구하고 나서 저체온증에 심정지 와서 응급실 실려 와놓고 기억 상실증 걸리셨어요? 그때 멈춘 당신 심장에 제 가운이 찢어지도록 압박 가하고 제세동기 쳐서 다시 뛰게 만든 사람이 누구예요? 바로 나예요! 내가 당신 심장을 살렸다고요!""그건 강 선생이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였고, 내 구조는 순수한 희생정신이었습니다!"강태풍이 지지 않고 맞받아치자, 서나래는"희생정신 좋아하시네! 내 심장 살려내라고 멱살 잡을 땐 언제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두 사람의 유치찬란한 취중 진담 티키타카를 직관하던 도훈은"수아 씨, 저 두사람, 평소에도 저러고 넙니까? 나 무서워서 소주가 코로 들어갈 것 같다"고수아의 귓가에 속삭였고,수아는 "오빠, 연실군에서는 저게 일상이예요. 신경 쓰지 말고 우리는 삼겹살이나 더 먹어요"라며능청스럽게 상추쌈을 입에 넣었다.서로 자기가 상대방의 구원자라며 우기는 태풍과 서나래였지만,역설적이게도 그 외침 속에는 '당신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다'는깊은 애정과 신뢰가 가득 깔려 있어,보는 이들로 하여금 황당하면서도 솔로 염장을 지르는 묘한 로맨스를 풍기고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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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안전 귀가, 새 예보

삼겹살집을 나설 때쯤,서나래는 결국 완전히 필름이 끊겨 강태풍의 품에 흐느적거리며 쓰러졌다."내가…… 강태풍 심장 살렸다……"라며 웅얼거리는 서나래를 보며,강태풍은 조금 전까지 소리 높여 싸우던 모습은 어디 가고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다정한 표정으로 변했다.강태풍은 도훈과 수아에게"두 사람도 오랜만의 서울 데이트인데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우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라고인사를 건넨 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나래의 오금과 등을 받쳐 들고가볍게 '공주님 안기'로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안았다.서나래의 몸무게쯤은 매일 하는 해경 기초 체력 훈련의 가벼운 모래주머니보다 가벼운 듯했다.강태풍은 품에 안긴 서나래가 추울세라자신의 두툼한 가죽 재킷으로 그녀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서나래는 강태풍의 넓고 단단한 가슴팍에 얼굴을 비벼대며"으음…… 따뜻해……"라고 잠꼬대를 했고,강태풍은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길거리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서나래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서울의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강태풍은 걸음 하나하나가 서나래에게 충격이 가지 않도록지극히 조심스럽고 일정한 보폭으로 걸어갔다.품 안에서 규칙적으로 숨을 쉬는 서나래의 체온을 느끼며,강태풍은 거친 바다 위에서 느꼈던 그 어떤 긴장감보다 더 기분 좋은 책임감과 행복감을 느꼈다.마침내 나래의 집 침대에 그녀를 안전하게 눕히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준 뒤에야강태풍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취해서 밤새 으르렁거리던 두 영웅의 서울 밤은,이토록 안전하고 달콤한 귀가길과 함께 로맨틱하게 마무리되었다.서울에서의 달콤하고 치열했던 더블데이트가 끝나고,네 사람은 각자의 치열한 삶의 터전으로 다시 복귀했다.강태풍은 다시 남해 연실군 해안경찰서 특수구조대로,서나래 역시 종합병원 응급실로 돌아와 하얀 가운을 입었다.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던 어느 날 오후,해경 상황실의 대형 모니터와 전국의 모든 뉴스 채널에기상청의 긴급 특보가 자막으로 흐르기 시작했다.필리핀 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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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이제는 두렵지 않다

상황실에서 이 예보를 지켜보던 해경 대원들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소규모 태풍이라고는 하지만, 중심기압이 낮고 풍속이 빨라남해안 일대에 막대한 폭우와 높은 너울성 파도를 몰고 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대원들은 "강 팀장님, 하필이면 이번 태풍 이름이 '나비'랍니다.소규모 주제에 성질이 아주 머리 아프게 생겼습니다"라며 걱정스레 강태풍을 바라보았다.강태풍은 묵묵히 모니터의 태풍 이동 경로를 응시했다.과거의 강태풍이었다면 거친 파도와 폭풍우라는 단어 자체에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압박감과 거부감이 밀려왔겠지만,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마음이 차분했다.태풍 '나비'의 상륙 예보는 연실군 전체를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기상 특보가 발령되자마자 연실군 해경 특수구조대는 즉시 비상 대기 체제로 돌입했다.대원들은 구조 장비를 재점검하고 고속 단정을 정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거센 밤바람이 벌써부터 소방서와 해경 창문을 덜컥거리게 만들며다가올 폭풍우의 전조를 알리고 있었다.훈련실 창밖으로 거뭇하게 밀려드는 먹구름과 요동치는 남해 바다를 바라보던 강태풍은,문득 자신의 왼쪽손목을 만지작거렸다.과거 겨울 바다에서 동료를 구하지 못했던 잔인한 기억은항상 이런 폭풍우가 치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를 찾아와호흡을 가쁘게 만들고 심장을 옥죄어 오곤 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강태풍의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고여 있었다.휴대폰 화면을 켜자, 조금 전 서나래가 보낸 문자가 반짝이고 있었다.[강 팀장님, 태풍 '나비' 온다고 병원도 난리예요. 하지만 이번엔 걱정 안 해요. 대한민국 최고의 해경 강태풍이 연실 앞바다를 지키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당신도 절대 다치지 말고 무사히 내 응급실로 퇴근해요. 기다릴게요.]강서나래의 든든하고 따뜻한 메시지를 읽는 순간,강태풍의 가슴을 짓누르던 오랜 공포와 무력감은 눈 녹듯 사라지고그 자리에 거대한 용기와 의연함이 들어찼다.'그래,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내가 무너지면 내 뒤에서 나를 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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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극복 , 하늘에 고하는 인사

태풍 가 다행히 큰 피해 없이 남해안을 비껴가고 다시 푸른 하늘이 찾아온 주말,강태풍은 평소의 가죽 재킷 대신 단정한 셔츠를 입고서나래의 손을 꼭 잡은 채 연실군 외곽에 위치한 해경 추모공원을 찾았다.강서나래의 손에는 하얀 국화 한 다발이 들려 있었다.이곳은 몇 년 전, 매서운 겨울 바다 한복판에서 몰아치는 파도를 뚫고 구조 활동을 벌이던 중,강태풍이 끝내 손을 놓쳐 구하지 못했던 그의 옛 동료이자 가장 친했던 후배가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그날의 사건은 태풍에게 평생 '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죄책감과 무력감을 안기며 거친 바다 앞에서 그를 주저앉게 만들었던잔인한 트라우마의 시발점이었다.비석 앞에 선 강태풍의 손이 미세하게 떨려왔다.과거의 슬픔과 공포가 다시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강태풍의 호흡을 거칠게 만들려는 찰나,곁에 서 있던 서나래가 강태풍의 거칠고 커다란 손을 두 손으로 따뜻하게 감싸 쥐었다.서나래의 부드럽고 단단한 온기가 손등을 타고 전해지자,강태풍의 마음속에 소용돌이치던 공포의 유령들이 비로소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서나래는 비석을 향해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저는 강태풍 팀장님의 여친 서나래입니다. 그동안 우리 태풍 씨가 혼자서 너무 많이 미안해하고 아파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제가 이 사람 옆에 딱 붙어서, 절대 혼자 아파하게 두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하늘에서도 안심하고 지켜봐 주세요."서나래의 당차고 따뜻한 고백을 들으며강태풍은 마침내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사슬이 쨍그랑하며 완벽하게 깨져나가는 것을 느꼈다.서나래를 향한 위대한 사랑의 힘이,오랜 세월 그를 괴롭히던 트라우마의 벽을 마침내 완벽하게 무너뜨린 순간이었다.강태풍은 서나래가 건넨 하얀 국화꽃을 후배의 비석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그리고 거칠고 단단한 손으로 차가운 비석 표면을 천천히 쓸어내렸다.늘 이곳에 올 때면 고개를 숙인 채 죄인처럼눈물을 흘리거나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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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치유, 구원자

종합병원 응급실의 불빛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차갑게 빛났다.서나래 과장은 환자들의 생사가 오가는 최전선에서 늘 강인한 여전사처럼 버텨왔지만,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는 의사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오랜 죄책감의 멍이 들어 있었다.수많은 환자를 살려냈음에도 불구하고,끝내 골든타임을 놓쳐 제 손으로 스러져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몇몇 환자들의 마지막 눈빛은밤마다 나래의 영혼을 갉아먹는 소리 없는 비명이었다."내가 그때 1분만 더 빨리 판단했더라면, 내가 그 처치를 주저하지 않았더라면……."비번 날, 아무도 없는 적막한 자취방 침대에 홀로 앉아무릎을 안고 어깨를 떨고 있는 서나래의 곁으로 강태풍이 조용히 다가왔다.강태풍은 말없이 서나래를 자신의 넓고 단단한 품으로 따스하게 끌어안았다.거칠고 커다란 강태풍의 손이 서나래의 가녀린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자,참아왔던 서나래의 눈물이 강태풍의 셔츠를 적시며 터져 나왔다.강태풍은 서나래의 머리칼에 입을 맞추며 묵직하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강 선생, 당신은 신이 아닙니다. 이미 수많은 생명을 지옥 문턱에서 빼낸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의사입니다. 당신이 구하지 못해 슬퍼하는 그 영혼들도, 환자를 위해 피눈물을 흘려준 강 선생의 진심을 하늘에서 고마워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제발 혼자서 그 무거운 죄책감을 짊어지지 마십시오. 이제는 내가 그 짐을 나누어 지겠습니다."해경 추모공원에서 자신의 오랜 트라우마를 서나래 덕분에 이겨냈던 강태풍이었기에,이번에는 자신이 서나래의 구원자가 되어 그녀의 깊은 슬픔과 죄책감을 온전히 씻어내 주고 있었다.강태풍의 품 안에서 서나래는 오랜 시간 가슴을 짓누르던 얼음 같은 응어리가서서히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며 그에게 온몸을 기대었다.거친 폭풍우와 파도가 몰아치던 날,바다 한복판에서의 강렬했던 첫 만남부터 시작해연실군이라는 낯선 타지에서 서로의 가장 부끄럽고 아픈 상처까지모두 공유하게 된 강태풍과 서나래.두 사람은 이제 단순한 연인의 감정을 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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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도훈과 수아의 웨딩?!

강-강 커플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깊고 진중한 어른의 사랑을 다져가는 사이,서울 소방관 차도훈과 연실 해경 민수아 커플은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초고속 전개를 보여주고 있었다.어느 날 주말 저녁,연실군의 작은 횟집으로 강태풍과 서나래를 급히 소집한 두 사람은자리에 앉자마자 대형 폭탄을 터뜨렸다.도훈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더니 수아의 손을 덥석 잡고 외쳤다."강 팀장님, 서 과장님! 저희 결혼합니다! 날짜 잡았습니다!"갑작스러운 선언에 맥주를 마시던 서나래가 쿨럭거리며 사레가 들렸고,강태풍 역시 두 눈을 크게 떴다."아니, 차 반장. 연애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결혼이라니요? 혹시…… 우리가 모르는 속도위반 같은 대형 사고라도 친 겁니까?"강태풍의 예리한 질문에 도훈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고,옆에 있던 걸크러시 수아가 터프하게 소주를 한 잔 들이켜며 상황을 정리했다."아유, 팀장님! 무슨 상상을 하시는 겁니까? 속도위반 아닙니다! 그냥 제가 이 인간을 하루라도 빨리 제 합법적인 소유로 묶어두고 싶어서 제가 먼저 프로포즈하고 밀어붙였습니다. 서울 소방서에 눈독 들이는 여우들이 너무 많아서 안 되겠습니다!"수아의 거침없는 직진 행보에 서나래는"와, 수아 씨 진짜 멋있다! 차 반장님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고,도훈은 수아의 카리스마에 감동해 "수아 씨, 평생 모시고 살게요"라며 덩치에 맞지 않게 애교를 부렸다.도훈, 수아커플의 엄청난 속도전과 화끈한 결혼 발표 덕분에횟집 안은 순식간에 유쾌한 웃음바다로 변해버렸다.마침내 다가온 차도훈과 민수아의 결혼식 날,서울의 한 웨딩홀은 일반적인 결혼식과는 전혀 다른 웅장하고도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되었다.신랑 차도훈은 늠름하고 각 잡힌 정복 소방관 제복을 차려입고 어깨를 쫙 편 채 서 있었고,신부 민수아 역시 순백의 드레스 대신 화려하고 절도 있는 해안경찰 정복을 입고면사포를 쓴 채 예식장 입구에 당당하게 서 있었다.대한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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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부케는 누구에게?

결혼식의 하이라이트인 사진 촬영과 부케 던지기 시간이 찾아왔다.수아는 예식장 중앙에 서서 부케를 받을 주인공을 찾기 위해 하객석을 두리번거렸고,그녀의 시선은 정확히 서나래에게 고정되었다.수아는 마이크를 잡고 우렁차게 외쳤다."서나래 과장님! 뒤로 빼지 마시고 얼른 앞으로 나오십시오! 이 부케는 무조건 과장님 몫입니다!"서나래는 갑작스러운 지목에 얼굴이 빨개져 손사래를 쳤지만,주변 해경 대원들과 소방대원들이"서 과장! 서 과장!"을 연호하며 서나래를 앞으로 등을 떠밀었다.결국 서나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수아의 뒤편 매트 위에 자리를 잡고 섰다.수아가 "하나, 둘, 셋!"을 외치며 뒤를 돌아보지 않고 부케를 공중으로 높이 던졌다.그런데 수아가 힘을 너무 많이 준 탓인지,부케가 엉뚱한 방향으로 휘어지며 하객석 조명 쪽으로 날아갔다.수많은 사람이 "어어?" 하며 당황하는 순간,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단련된 서나래의 엄청난 반사신경과 동체시력이 빛을 발했다.서나래는 의사 가운을 입고 위급 환자를 낚아채듯 신속하게 몸을 날려,공중에서 떨어지는 핑크빛 부케를 두 손으로 정확하게 '나이스 캐치' 해냈다.마치 야구 선수의 홈런 타구 캐치만큼이나 완벽한 포획이었다.예식장 안은 순식간에 환호성과 박수갈채로 가득 찼고,부케를 품에 꼭 안은 서나래는 얼떨떨하면서도 묘한 설렘에 얼굴을 붉혔다.성공적으로 부케를 받아 들고 연회장으로 내려온 서나래의 곁으로,강태풍이 은근슬쩍 다가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강태풍은 서나래의 손에 들린 핑크빛 부케를 힐끔거리며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강 선생, 방금 부케를 낚아채는 솜씨가 거의 우리 해경 특수구조대의 인명 구조 수준이었습니다. 아주 훌륭한 반사신경이었습니다."서나래가 소주를 한 모금 마시며"아유, 말도 마세요. 떨어지는 거 그냥 잡았는데 왜 이렇게 부끄러운지 모르겠네"라며웃어넘기려 하자, 강태풍이 본격적으로 은근한 결혼 압박을 넣기 시작했다."그런데 강 선생, 속설에 따르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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