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Chapter 221 - Chapter 230

263 Chapters

221. 프로포즈 준비

서울에서의 화려한 결혼식이 끝나고 남해 연실군으로 돌아온 강태풍은 이제 온통 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서 업무 중에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기 일쑤였다. 하지만 거친 파도 속에서 사람 구하는 훈련만 평생 해온 무뚝뚝하고 뻣뻣한 바다 사나이에게 로맨틱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일이란, 에베레스트산을 맨몸으로 오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였다. 결국 태풍은 결혼에 멋지게 성공한 가 된 소방관, 도훈에게 SOS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도훈은 전화를 받자마자 "강 팀장님! 프로포즈는 무조건 물량 공세와 은은한 분위기입니다! 바닥에 양초를 하트 모양으로 다다닥 켜고, 하트 풍선을 가득 불어서 방을 채운 뒤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으면 무조건 성공입니다!"라며 자신만만하게 비법을 전수했다. 도훈의 현실적인(?) 조언에 귀가 솔깃해진 태풍은 다가오는 비번 날, 서나래 몰래 연실군 해안가 근처의 아늑한 펜션 방 하나를 하루 통째로 예약했다.그리고 양손 가득 알록달록한 하트 모양 풍선 더미와 화려한 양초 상자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다이아몬드 반지가 예쁘게 담긴 작은 벨벳 상자를 들고 결연한 표정으로 펜션 문을 열고 들어섰다. 태풍은 해경 기동복을 입었을 때보다 더 긴장된 모습으로 "좋아, 강태풍. 이번 건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 작전이라 생각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해내는 거다"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인생사 늘 뜻대로 되지 않는 법, 프로포즈 준비 작전은 시작부터 험난한 두 대형견 남정네들의 수난 시대를 격렬하게 예고하고 있었다.강태풍의 어설픈 프로포즈 준비를 돕기 위해, 마침 비번을 맞춘 소방관 도훈이 한걸음에 강태풍에게로 달려왔다.190cm에 육박하는 두 거구의 덩치 큰 남정네들이 좁고 아기자기한 펜션 방 한가운데 웅크리고 앉아 핑크색 하트 풍선을 입으로 불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자 코미디였다. 강태풍이 터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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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실패작 프로포즈

갑작스러운 폭발 소리에 깜짝 놀란 천하의 강태풍이 엉덩방아를 쿵 찧자, 옆에서 양초를 배열하던 도훈이 배를 잡고 바닥을 구르며 강태풍을 사정없이 비웃기 시작했다. "아이고, 강 팀장님! 바다에서 거친 고래도 잡으시면서 이 작은 고무 풍선 하나 조절을 못 하십니까? 폐활량이 너무 무식하게 과하십니다, 과해! 소방 훈련할 때 쓰는 공기호흡기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도훈의 얄미운 놀림에 강태풍은 얼굴을 씩씩거리며 "차 반장,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양초나 똑바로 세우십시오! 줄이 비뚤어져서 하트가 아니라 꼭 찌그러진 호박 모양 같지 않습니까!"라며 맞받아쳤다.오기가 생긴 도훈이 "풍선은 이렇게 부드럽게 부는 겁니다"라며 시범을 보이다가 이번에는 도훈의 풍선이 더 크게 터지며 도훈의 뺨을 세차게 때리는 바람에, 두 대형견 남정네들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멱살을 잡을 듯 티격태격했다. 풍선 하나 터질 때마다 화재 경보가 울린 듯 깜짝깜짝 놀라는 두 거구의 엉뚱한 케미와 음모는, 로맨틱함과는 백만 광년쯤 떨어진 채 점차 엉망진창의 카오스 현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드디어 약속한 저녁 시간이 되어, 근무를 마친 나래가 태풍이 알려준 펜션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원래 강태풍과 도훈이 짜놓은 완벽한 계획은, 은은하게 타오르는 양초 불꽃 길을 따라 서나래가 걸어오면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태풍이 무릎을 꿇고 반지를 바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나래가 펜션 문을 여는 바로 그 순간, 겨울 남해 바닷가 특유의 거세고 매서운 외풍이 방 안으로 "휘이익-!" 하고 강하게 들이닥쳤다. 그 바람에 차도훈과 당태풍이 몇 시간 동안 정성껏 켜둔 수십 개의 양초 불꽃이 "슉-!" 소리와 함께 단 한 개도 남지 않고 모조리 까맣게 꺼져버렸다.순식간에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변하자 당황한 강태풍이 서나래를 맞이하려 급히 앞으로 발을 내딛다가, 바닥에 굴러다니던 덜 불어진 풍선 더미에 발이 꼬여 "어어? 차 반장! 잡아줍시오!" 하며 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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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그래서 더 완벽한

황당한 표정의 서나래가 벽면의 전등 스위치를 켜자, 환해진 방 안에는 터진 풍선 조각들과 어지럽게 쓰러진 양초들, 그리고 바닥에 대자로 처참하게 뻗어 있는 강태풍과 그를 붙잡으려다 같이 넘어진 도훈의 꼴불견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강태풍은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진 채 멋쩍은 표정으로 겨우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반지 상자를 주워 서나래의 손가락에 끼워주려 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강태풍의 커다란 손에 땀이 흥건해 반지가 서나래의 손가락 마디에 딱 걸려 들어가지도 빠지지도 않는 두 번째 대참사가 발생했다. "어…… 강 선생, 이게 그러니까 내 원래 계획은 이렇지 않았는데, 참 모양 빠지게 됐습니다……." 엉망진창이 된 실패작 프로포즈 현장에서 강태풍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반지가 손가락 마디에 꽉 걸려 쩔쩔매며 안절부절못하는 강태풍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평소 거친 남해 바다 위에서는 그 어떤 흉포하고 거대한 파도 앞에서도 당당하게 대원들을 지휘하던 천하의 강태풍 팀장이, 고작 작은 반지 하나 때문에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시무룩해져 있는 모습이 서나래의 눈에는 세상 그 어떤 멋진 프로포즈 연출보다 훨씬 더 사랑스럽고 귀엽게 다가왔다. 강서나래는 참지 못하고 "풋" 하고 맑고 청량한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태풍 씨, 진짜 못 말려요. 바다에서 사람 구하는 스페셜리스트가 어떻게 자기 여자한테 프로포즈하는 건 이렇게 엉망진창이에요? 도훈 씨는 옆에서 대체 뭘 도운 거예요?" 서나래의 유쾌한 웃음소리에 문 뒤에 숨어 있던 도훈이 슬그머니 밖으로 도망쳤고, 방 안에는 다시 두 사람만 남았다. 서나래는 눈앞에서 떨고 있는 강태풍의 커다란 손을 두 손으로 살포시 감싸 쥐며, 마디에 걸려 있던 다이아몬드 반지를 스스로 힘을 주어 자신의 손가락 안쪽으로 쏙 밀어 넣었다. 반지가 완벽하게 반짝이며 주인을 찾아가자, 서나래는 빨개진 얼굴로 서 있는 태풍의 목덜미를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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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거절과 반전

서울 00대학병원의 스타 의사이자 서나래의 선배인 장태석 박사가 연실군까지 내려와 제안을 건넨 진짜 타겟은 서나래가 아닌, 그녀의 연인이자 해경의 영웅인 강태풍 팀장이었다. 장 박사는 서울 강남에 새로 개원하는 대형 의료·보안 융합 센터의 총괄 경호 및 이송 팀장 자리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제시했다. "강 팀장님, 서나래는 결국 서울로 돌아와야 할 인재입니다. 여기 시골 구석에 서나래를 계속 붙잡아 두실 겁니까? 서울로 같이 올라오시죠. 연봉은 지금의 세 배고, 서나래의 커리어를 위해서도 그게 맞습니다." 장 박사는 거친 바다 사나이인 태풍이 이 엄청난 제안을 당연히 덥석 물고 서나래를 설득해 서울로 올라올 것이라 확신했다.하지만 강태풍은 장태석 박사가 내민 화려한 조건의 계약서를 거친 손으로 부드럽게 밀어내며 묵직하게 웃었다."장 박사님, 제안은 감사하지만 전 서울 안 갑니다. 제 고향이자 제가 지켜야 할 바다는 여기 연실군입니다." 태석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하며 펄쩍 뛰었다. "뭐라고요? 고작 이 시골 바다 지키겠다고 그 창창한 서울의 기회를 버리겠다는 겁니까? 서나래를 생각해서라도 올라오셔야죠!"강태풍은 창밖의 푸른 연실군 바다를 단단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강 선생은 서울에서도 빛나는 의사였지만, 이곳 연실군 주민들에게는 없어선 안 될 유일한 구원자입니다. 그런 강 선생이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다할 수 있도록, 가장 안전하게 등 뒤를 지켜주는 게 제 임무입니다. 제가 서울의 자본에 흔들려 이곳을 떠나면, 강 선생의 마음도 흔들리겠지요. 저는 여기 남아서 제 바다와 내 여자를 지키겠습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서울행을 단칼에 거절한 강태풍의 이 묵직한 반전 행보는, 외로이 지방 의료를 지키던 서나래는 물론 주변 모두에게 거대한 감동의 파문을 몰고 오기 시작했다.강태풍 팀장이 서울 강남의 거대 자본과 명예, 그리고 보장된 미래를 단칼에 거절하고 남해 연실군에 뼈를 묻기로 했다는 소식은 서울 의료계와 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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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연실 상륙 작전

강태풍이 던진 멋진 거절의 돌멩이와 서나래와 태풍의 숭고한 정신이 결국 거대한 기적을 만들어냈다. 서나래와 통화를 끝내고 며칠 동안 잠을 설치던 약사 지은이 결국 서울 대형 약국에 사표를 던지고 연실군으로 내려오겠다는 폭탄선언을 한 것이었다. "야, 서나래! 그런 멋진 남자가 네 등 뒤를 지켜주는데, 네 절친인 내가 빠지면 섭섭하지! 나 서울 생활 정리했다. 내가 네 바로 옆에 기가 막힌 약국 하나 차려서 시골 약사로 성공해 보련다. 우리 시골에서 함께 잘해보자!" 하지만 이런 지은의 결단은 시작에 불과했다. 서울 00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서나래와 함께 피 말리는 손발을 맞추던 소아 방사선과 전문의 김 선생님 역시 뜻을 보탰다. 김 선생은 선천적으로 천식이 있어 서울의 탁한 미세먼지 속에서 매일 기침을 달고 사는 어린 딸아이의 건강 때문에 늘 고민이 깊던 차에, 강태풍과 서나래의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강 과장, 나도 사표 냈네. 우리 딸아이에게 맑은 바다 공기도 마시게 해주고, 자네들과 함께 진짜 의사다운 사명감을 불태우며 살아보고 싶어.“ 여기에 묵묵히 환자들의 마취와 통증을 돌보던 베테랑 마취과 최 선생님까지 "강 선생의 그 무모하고 늠름한 결단에 내 마취 실력이 빠지면연실군 환자들이 아파서 안 되지"라며 동참을 선언했다. 서울의 내놓으라하는 엘리트 의료진들이 오직 강태풍이 보여준 사랑과 태풍과 서나래의 사명감, 그리고 시골의 매력에 이끌려 연실군으로 우르르 내려오기 시작하자, 한적했던 시골 마을 연실군은 일대 대소동과 함께 거대한 축제 분위기로 휩싸이기 시작했다. 몇 달 뒤, 연실군 군청 옆 오랫동안 비어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아담하지만 최신 의료 장비를 알차게 갖춘 과 이 마침내 동시에 문을 열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정예 의료진들의 화려한 등장에연실군 군수와 주민들은 동네 잔치를 벌이며 환호했다. 개업 첫날, 병원 앞은 허리와 무릎이 아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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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서울복귀, 환영회

연실군에서의 치열했던 합동 대출동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마침내 원래 근무지인 서울로 복귀하게 된 강남소방서 차도훈 반장과 서울 지구대 민수아 순경.이미 식까지 올린 정식 부부였지만,연실군이라는 오지에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돌아온 두 영웅을 기다리는 것은달콤한 신혼 생활이 아닌 밀린 업무와 각 조직의 엄청난 환영 인파였다.도훈이 소속된 강남소방서와 수아가 소속된 서울 지구대는두 사람의 무사 생환과 공로를 축하하기 위해 아예 대규모 합동 회식 자리를 마련했다.소방서 앞 오래된 삼겹살집은 양측 대원들로 가득 들어차삼겹살 굽는 냄새와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도훈은 연실군 격류에서 다친 어깨에 가벼운 보호대를 착용한 채,왼손으로 잔을 들며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로 분위기를 주도했다.그 맞은편에 앉은 수아는 노릇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을 상추쌈에 싸서 입 가득 집어넣고 있었다.결혼식까지 치른 정식 부부인데다, 이번 연실군 재난 현장(태풍 '나비')에서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완벽한 호흡과 서로를 향한 애정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덕분에,회식 자리의 놀림거리는 온통 두 사람 차지였다."야, 차 반장! 결혼까지 한 유부남이 연실군 마이크 잡고 마누라한테 심장 지분 어쩌고 하면서 유별을 떨었냐? 아주 신혼티를 전 국민한테 팍팍 내고 왔어!"소방서 팀장이 껄껄 웃으며 도훈의 성한 쪽 등을 툭 쳤다.도훈은 다친 어깨를 부여잡는 시늉을 하며 수아를 쓱 바라보았다."에이, 팀장님. 다친 사람 쳐서 덧나면 저희 제보자 겸 마누라님이 밤새 속상해하십니다. 안 그래요, 민 순경님?"도훈이 대놓고 뻔뻔하게 윙크를 날리자, 테이블 곳곳에서 야유와 환호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수아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상추쌈을 간신히 삼키며 얼굴을 붉혔다."아, 진짜 차 반장님! 공적인 회식 자리에서는 직함으로 부르고 사적인 농담은 자제해 주십시오!"수아가 무안함을 숨기려 딱딱하게 선을 그으려 하자, 이번엔 지구대장이 거들었다."에이, 민 순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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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골목길 눈치 싸움

삼겹살집 뒤편, 가로등 불빛이 어스름하게 비추는 좁고 한적한 골목길.도훈은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술기운이 살짝 올라왔는지 그의 단단한 뺨이 약간 붉어져 있었다.수아가 주변 눈치를 살피며 쭈뼛거리며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오자,도훈의 시선이 번개같이 그녀에게 꽂혔다."왜 부릅니까, 차 반장님? 대원들이나 지구대 식구들이 보면 어쩌려고 그래요."수아가 팔짱을 끼며 짐짓 엄격한 척 소리쳤지만,밤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남편의 훈훈한 비주얼을 마주하자 가슴이 제멋대로 뛰었다.도훈은 한 걸음 다가와 수아의 앞에 섰다.190cm에 육박하는 덩치 차이 때문에 순간적으로 수아의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안에서 보니까 민 순경 고기만 먹고 술은 또 왜 그렇게 급하게 마십니까? 속 다 버리게. 그리고 누가보긴 뭘 봅니까? 민 순경이랑 나, 식까지 올리고 정식으로 도장 찍은 부부인 거 강남소방서랑 지구대에 소문 다 나고 알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데..."도훈이 주머니에서 따뜻한 매실 음료 캔을 꺼내 수아의 차가운 뺨에 슥 갖다 대었다.밤바람 속에 닿은 따뜻한 온기에 수아는 움찔하며 캔을 받아 들었다."소문난 건 소문난 거고! 다 알아도!! 방금 안에서 팀장님이랑 대장님이 결혼식장 맹세 이야기하면서 놀리는 거 못 들었습니까? 아주 창피해서 소주가 코로 들어가는 줄 알았습니다."수아가 캔을 찰칵 소리 나게 따며 톡 쏘아붙이자,도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수아에게 한 걸음 더 밀착했다.이제 두 사람의 거리는 고작 한 뼘 남짓이었다.도훈의 단단한 체온과 달콤한 소주 향이 섞여 들자 수아는 숨을 흡 들이켰다."창피하긴 왜 창피합니까. 등 뒤 지켜주겠다고 맹세한 거 사실인데. 연실군 격류에서 민 순경 구하고 식장까지 들어간 내 공로는 다 어디 가고, 서울 오자마자 남편 취급도 안 해줍니까?"도훈이 고개를 숙여 수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이 담겼다.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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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시장통 유도3단의 업어치지

다음 날, 수아는 서울 지구대 주간 근무로 완벽히 복귀했다.연실군에서의 치열했던 영웅담은 잠시 가슴에 묻어두고돌아온 서울의 치안 최전선은 여전히 자잘한 사건 사고들로 들끓고 있었다.오후 3시 무렵,관내의 오래된 전통시장 입구에서 덩치 큰 취객이 상인들에게 행패를 부리며리어카와 과일 상자를 부수고 있다는 긴급 신고가 접수되었다.수아는 사수와 함께 즉시 순찰차를 몰고 현장으로 출동했다.현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100kg은 족히 나가 보이는 거구의 남성이 깨진 막걸리병을 손에 든 채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다 비켜! 내가 이 시장 우두머리야! 오냐오냐해주니까 아주 사람을 물로 보네! 내가 다 엎어버릴 테니까 따라와 봐!"수아는 신속하게 순찰차에서 내리며 확성기를 들었다."선생님, 진정하시고 들고 계신 위험물 내려놓으세요!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고 위협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입니다!"하지만 술에 취해 눈이 뒤집힌 남성은 수아를 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뭐야? 이 조그만 여자 경찰이 어디서 지적질이야!"남성은 들고 있던 막걸리 병을 수아를 향해 거칠게 집어던졌다.병은 수아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 뒤편 벽에 부딪혀 와장창 소리를 내며 깨졌다.수아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서늘하게 변했다.연실군 사선의 격류 속에서도 살아남은 유도 3단 민수아 순경이었다.취객이 커다란 주막만한 주먹을 휘두르며 수아에게 돌진해 왔다.수아는 가볍게 상체를 숙여 주먹을 피함과 동시에, 남성의 오른팔을 전격적으로 낚아챘다.그리고 파고들어 중심축을 무너뜨리며 제 특기인 전방 업어치기를 시원하게 꽂아버렸다."콰당-!!"거구의 취객이 시장 바닥으로 웅장한 소리를 내며 메쳐졌고,순식간에 구경하던 상인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수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성의 팔을 뒤로 꺾어 제압한 뒤 깔끔하게 수갑을 채웠다.상황을 정돈하고 숨을 고르는데, 시장 골목 저편에서 낯익은 소방 펌프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멈춰 섰다.취객이 난동을 부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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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달콤한 조우, 고립과 위기 상황

수아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헬멧을 고쳐 쓰며 도훈을 향해 쏘아붙였다."경찰로서 당연한 임무를 수행한 것뿐입니다. 차 반장님이야말로 가스 점검이나 확실히 하세요. 전통시장은 화재에 취약하니까요."공적으로 딱딱하게 대하는 수아의 태도에 도훈은 오기가 발동했다.도훈은 취객을 순찰차 뒷좌석에 태우는 수아의 뒤를 바짝 따라가,그녀의 귀가에 고개를 숙이고 낮게 속삭였다."민 순경, 아까 주먹 피할 때 뒤태 되게 멋있더군요? 근데 다음부터는 그런 위험한 놈 상대할 때 남편 좀 부르십시오. 나 소방관이라 무식한 멧돼지 잡는 게 전공이잖습니까."도훈의 갑작스러운 밀착과 간지러운 칭찬에수아는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수갑 열쇠를 떨어뜨릴 뻔했다."아, 진짜 일하는 중이니까 저리 가세요!"수아가 순찰차 문을 쾅 닫으며 도훈을 노려보았지만, 이미 그녀의 볼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애간장 태우는 밀당이 이어지던 중,두 사람이 제대로 엮일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사건이 서울 한복판에서 터졌다.주말 오후, 수아는 노후된 아파트 단지에서엘리베이터가 오작동으로 멈춰 승객들이 고립되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하필 현장에 도착한 119 구조대가 바로 도훈의 팀이었다.아파트 7층 복도, 굳게 닫힌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두 사람이 다시 마주쳤다.도훈은 대형 유압 개방기를 들고 있었고, 수아는 주민들을 통제하며 안전선을 구축했다."안에 몇 명이나 있습니까?" 도훈이 진지한 소방관의 눈빛으로 물었다."아이 한 명과 할머니 한 분이 계십니다. 내부 환기구가 막혀서 공기가 희박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빨리 서둘러야 해요, 차 반장님."수아의 다급한 설명에 도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도훈은 즉시 유압 개방기를 문틈에 끼워 넣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기계음과 함께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서서히 벌어졌다.연실군에서 다쳤던 어깨에 무리가 가는지 도훈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수아는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려왔다.평소엔 짓궂게 장난치다가도 현장만 오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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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철문 너머 고백

"차 반장님! 안에 있어요?! 문이 완전히 잠겼어요!"외부에서 전원 차단 장치를 점검하던 수아는 비명을 지르며 두꺼운 철문을 두들겼다."어이, 민 순경! 나 여기 갇혔습니다! 제어반 전원이 완전히 나가서 안에서 안 열려요!"도훈의 목소리가 철문 너머로 둔탁하게 들려왔다.관리실에서 마스터키를 가져오려면 최소 30분은 걸리는 상황이었다.결국 수아는 문 아래쪽 비상 통기구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사방이 고요해진 복도, 두터운 철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둘만의 격리된 공간이 완성되었다."차 반장님, 많이 답답해요? 어깨는 괜찮고요? 아까 아이 구하느라 무리하게 힘쓰던데……."수아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철문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은 도훈이 나직하게 숨을 뱉었다."민수아 순경! 나 멀쩡합니다. 근데 문 너머에서 민 순경 목소리 들리니까 되게 좋습니다. 꼭 지난번 연실군 격류 때 창고에 둘이 갇혀 있을 때 생각도 나고."도훈의 음성이 철문을 타고 부드럽게 스며들었다."민 순경, 내가 왜 이렇게 계속 능청스럽게 구는지 아십니까? 소방관이란 직업이 그렇잖아요. 오늘 살아서 퇴근해도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연실군에서 민 순경 손 놓칠 뻔했을 때 내 심장이 터져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잠시 숨을 고른 도훈이 진지하게 덧붙였다."그래서 난 정식으로 식 올리고 민 순경이랑 부부가 된 지금도, 단 1초도 내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더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내일 후회하기 싫어서. 그러니까 마누라님, 밖에서 너무 무뚝뚝하게 남편 밀어내지 좀 마십시오."도훈의 뼈 때리는 진심에 수아의 가슴이 뭉클해졌다.수아는 철문을 손바닥으로 가만히 짚었다."도훈 오빠…… 저 오빠 밀어낸 거 아니에요. 그냥 남들 앞이라 쑥스러워서 그랬죠. 내 등 뒤를 지켜주는 사람이 오빠라서 매일 얼마나 감사하고 살아가는데……."30분 후, 관리실 직원이 달려와 마스터키로 문을 열자마자 튀어나온 도훈은수아의 손목을 낚아채 비상구 계단 으슥한 곳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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