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 계승 청구 포기 등록이 끝난 다음 날,카시안에게서 쪽지가 왔다.〈오늘은 군무원 일이 없다.〉그 아래에는 한 줄이 더 있었다.〈그래도 봐도 되나?〉엘로이즈는 한동안 종이를 봤다.업무 때문이 아니라고 먼저 적어 보낸 것이,조금 우스웠다.그러나 싫지는 않았다.그녀는 답했다.〈저녁 이후 서쪽 회랑으로 오세요.〉해가 진 뒤,두 사람은 황궁 서쪽 정원을 따라 걸었다.수행원들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카시안은 평소보다 가벼운 옷차림이었다.황태자의 제복도.변경 지휘관의 군복도 아니었다.엘로이즈가 물었다.“기분이 어떻습니까?”“뭐가?”“왕위에서 완전히 내려온 다음 날이요.”카시안은 잠시 생각했다.“별로 달라진 건 없어.”“후련하지도 않고요?”“응.”“아쉽지도 않습니까?”“그것도 아직은.”그는 정원 끝의 분수를 봤다.“평생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자리가 없어졌는데.”잠시 뒤.“없어진 자리에 바로 다른 감정이 생기는 건 아닌가 봐.”엘로이즈는 그 말을 이해했다.자신도 그랬다.전생에서 황후라는 자리를 잃었을 때는 죽었다.이번 생에서 그 자리를 스스로 거절했을 때조차,곧바로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었다.오랫동안 삶을 채웠던 것이 사라지면,그 자리에는
Last Updated : 2026-09-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