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7지점은 수도 서쪽 외벽에서 반나절 거리였다.
삼십칠 년 동안 사용되지 않은 건물은 절반쯤 흙에 묻혀 있었다.
입구의 석판에는 오래된 표식이 남아 있었다.
〈아스트라 보조 공명 제7지점.〉
엘로이즈는 안으로 들어가기 전 기술 사제에게 물었다.
“중앙 핵과 연결된 상태입니까?”
“신호선만 살아 있습니다. 실제 출력은 차단해 두었습니다.”
“확인 없이 건드리지 마세요.”
“네.”
세라피나가 먼저 봉인 상태를 확인했다.
카시안은 주변 지반과 천장 균열을 살폈다.
“오른쪽 벽은 붙지 않는 게 좋겠어.”
엘로이즈가 그쪽을 봤다.
석재 한 줄이 아래로 조금 내려앉아 있었다.
“무너질 가능성이 있습니
책임 심의가 끝난 다음 날,엘로이즈는 라비엔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수도에서 더 처리해야 할 일은 많지 않았다.아스트라 장기운영 규정은 시행 단계에 들어갔고,카시안의 중앙 비상조정관 임기도 시작됐다.세라피나의 교리 심의는 대신전 내부 절차로 넘어갔다.남은 것은 각자가 맡을 일이었다.엘로이즈에게도 있었다.에버하르트 공작이 보내온 문서였다.〈라비엔 공작위 승계 절차 개시 요청.〉엘로이즈는 마지막 장에 서명했다.이제 공식적인 후계 절차를 시작할 수 있었다.그날 오후,카시안이 찾아왔다.“바빠?”“지금은 아닙니다.”그는 맞은편에 앉았지만,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엘로이즈가 먼저 물었다.“무슨 일입니까?”“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그 말에 엘로이즈는 펜을 내려놓았다.“물어보세요.”카시안은 천천히 말했다.“언젠가 나랑 결혼하고 싶어?”엘로이즈는 대답하지 않았다.놀라서가 아니었다.언젠가는 나올 질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다만 그 질문을 들은 순간,전생의 결혼이 먼저 떠올랐다.황후가 되기 위한 교육.황실로 옮겨진 재산 관리권.공식 행사에서 먼저 불리던 남편의 이름.에버하르트보다 발렌티스가 앞섰던 모든 순간.카시안이 덧붙였다.“지금 하자는 뜻은 아니야.”엘로이즈가 그를 봤다.“알고 있
최종 책임 심의는 공개로 진행됐다.엘로이즈는 방청석에 앉았다.오늘은 조사자가 아니었다.이미 제출할 기록은 모두 제출했다.심의위원장이 첫 장을 읽었다.“베아트리체 발렌티스 황후.”회의장 안이 조용해졌다.베아트리체는 피고석이 아니라 증언석에 앉아 있었다.황후의 관도 쓰지 않았다.“영아 교체 승인.”다음 장.“카시안 발렌티스의 생모 기록 폐기 승인.”다음.“황자의 적법한 지위를 명료하게 하라는 포괄적 정치 지시.”그리고 마지막.“원문과 다른 신탁 공표본을 사전에 확인하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위원장이 말했다.“네 사실 모두 최종 확인됐습니다.”베아트리체가 고개를 들었다.“이의 없습니다.”변호인이 움직였지만,그녀가 손을 들어 막았다.위원장이 물었다.“최종 진술하시겠습니까?”“하겠습니다.”베아트리체는 방청석을 보지 않았다.“당시 제국에는 황자가 필요했습니다.”익숙한 말이었다.“황실의 피를 가진 아이가 있었고, 죽은 제 아이의 자리는 비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 둘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누군가 숨을 삼켰다.“신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가 문장을 쓰지는 않았습니다.”그녀가 말했다.“하지만 그 거짓이 내 선택을 지켜 준다는 것을 알았고, 막지 않았습니다
세라피나가 성녀직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한 날,대신전 앞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모였다.엘로이즈는 본전 안쪽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세라피나의 앞에는 두 장의 문서가 놓여 있었다.하나는 성녀 사임서.다른 하나는 새로 작성된 직무 선언서였다.대사제가 물었다.“결정했습니까?”“네.”세라피나는 사임서를 먼저 집어 들었다.한동안 바라보다가,옆으로 밀어 놓았다.“저는 성녀직에서 물러나지 않겠습니다.”회의실 여기저기에서 작은 움직임이 일었다.엘로이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라피나가 두 번째 문서를 펼쳤다.“하지만 이전과 같은 성녀로 남지도 않겠습니다.”대사제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뜻입니까?”“성녀가 아스트라의 최종 제물이 되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규정한 모든 해석을 거부하겠습니다.”그녀는 한 줄씩 읽었다.성녀의 신력은 대신전의 소유가 아니다.아스트라 참여 여부는 성녀 본인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안전 상한과 철수권은 다른 참여자와 동일하게 적용한다.성녀라는 이유로 거부권을 제한할 수 없다.그리고 마지막.〈성녀의 사명은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희생이 정당한지 묻는 데에도 있다.〉대사제가 낮게 말했다.“전통을 다시 정의하겠다는 겁니까?”세라피나는 고개를 저었다.“제가 혼자 정의할 권한은 없습니다.”그녀가 답했다.&ldq
그날 저녁,엘로이즈가 먼저 카시안을 불렀다.회의도 없었다.보고서도 없었다.그가 새로 맡게 된 자리에 대해 물을 것도 없었다.둘은 황궁 서쪽 정원을 걸었다.카시안이 말했다.“오늘은 무슨 일로 불렀어?”“일이 있어야 부를 수 있습니까?”“아니.”그가 바로 답했다.“그냥 궁금해서.”엘로이즈는 걸음을 늦췄다.낮에 내렸던 비 때문에 돌길 가장자리가 아직 젖어 있었다.“생각해 보니 이상한 게 하나 있습니다.”“뭔데?”“저는 전하께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카시안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응.”“함께 있고 싶다고도 했고요.”“응.”“용서도 했습니다.”이번 대답은 조금 늦었다.“그래.”엘로이즈가 멈춰 섰다.“그런데 우리가 무슨 관계인지는 한 번도 정하지 않았습니다.”카시안도 걸음을 멈췄다.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정하고 싶어?”“네.”“어떻게?”엘로이즈는 그 질문이 마음에 들었다.그가 먼저 답을 내놓지 않았으니까.황태자와 황태자비.황제와 황후.약혼자.부부.전생에는 관계의 이
결과는 정오에 공개됐다.엘로이즈는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공고문 앞에 섰다.〈중앙 비상조정관 선임 결과.〉그 아래 적힌 이름은 하나였다.카시안 발렌티스.그녀는 가장 먼저 심사 사유를 읽었다.변경 방위 경험.대규모 대피 지휘 경력.지역 거부권과 안전 상한에 대한 이해.비상 상황에서의 판단 능력.그리고 마지막 항목.〈본인의 결정 역시 중지·심사될 수 있다는 제도적 통제에 동의함.〉황실 혈통은 평가 사유에 없었다.전 황태자라는 경력도 없었다.신탁은 더더욱 없었다.심사위원장은 공표가 끝난 뒤 말했다.“최고점이었습니다.”카시안이 물었다.“반대표도 있었습니까?”“있었습니다.”회의실이 잠시 조용해졌다.심사위원장은 숨기지 않았다.“과거 황태자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됐던 전력이 있습니다. 같은 인물에게 다시 중앙 조정권을 주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우려였습니다.”카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타당한 우려입니다.”“그래서 조건이 붙었습니다.”임명서와 함께 별도의 감독 조항이 놓였다.첫 여섯 달은 임시 임기.모든 비상 결정 사후 공개.지역위원회 공동 이의가 제기되면 즉시 집행 중단 심사.안전 상한·철수권·재진입권에 대한 조정관의 변경 권한 없음.분기별 외부 감사.카시안은 마지막 장까지 읽었다.“받겠습니다.”심사위원장이
중앙 비상조정관 선임 심사는 공개로 진행됐다.지원자는 여섯 명이었다.카시안을 포함한 현역 방위 지휘관 둘.황실 재난행정관.서부 수해 때 대피를 지휘했던 지방관.아스트라 운영관 둘.엘로이즈는 심사위원 명단을 읽다가 손을 멈췄다.자신의 이름도 있었다.아스트라 개편 실무를 처음부터 맡았다는 이유였다.법무관이 말했다.“영애께서는 제도 설계에 가장 깊게 참여하셨습니다. 빠지실 이유가 없습니다.”“있습니다.”엘로이즈가 답했다.회의실의 시선이 모였다.“지원자 한 명과 사적인 관계가 있습니다.”누구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법무관이 잠시 망설였다.“그렇다고 심사 전체에서 빠지실 필요까지는—”“제가 전하에게 높은 점수를 주면 특혜라는 의심이 남습니다.”엘로이즈가 말했다.“낮은 점수를 줘도 공정하지 않습니다. 사적인 관계 때문에 일부러 불리하게 평가했다는 의심이 생길 테니까요.”그녀는 심사표를 내려놓았다.“제도 설명과 질문에는 참여하겠습니다. 채점과 최종 표결에서는 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