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심연의 군주는 로맨티스트: Chapter 131 - Chapter 140

183 Chapters

제131화

치잇, 물론 그럴 일은 없긴 하지만 대답이 왜 이렇게 단호해? 적어도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잖아.“상관없다. 내 결심은 이미 끝났으니까.”“무슨 결심이요?”“향후 백 년간, 오직 네 보지만 핥고 만지고 탐할 것이다.”어처구니가 없던 타나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나름 나만 바라본다는 뜻을 전하는 것 같은데, 단어 선택이 왜 또 이따위냐고.이 남자는 멀고도 멀었다. “그럼 백 년 뒤에는요?”“모르지, 어차피 그때가 되면 너라는 존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현실적인 말이긴 한데, 막상 생각해 보니 수명이 문제가 아니었다. 노화는 어떡해? 불과 십 년 만 지나도 지금이랑은 확연히 달라질 텐데. “제가 막 늙고, 살이 찌면 어떡하실 거예요?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 하면요?”“나름대로 귀엽지 않겠느냐.”“거짓말. 군주님은 몰라요! 나이가 든다는 게 어떤 건지요!”아는데? 머리칼이 하얗게 쇠고, 허리가 꼬부랑한 인간들은 에일코 시장에만 가도 널려있는데. 그리고, 당분간 다른 여자는 쳐다도 보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거늘, 왜 이렇게 화를 낸단 말인가.칼데론은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타나의 등허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다 엉덩이를 움켜쥔 순간, 읏! 하고 흘러나오는 소리에 정욕으로 가득한 눈동자가 번들거렸다.“빨고 싶은데. 지금 당장.”“뭐, 뭐를요...!”“단물이 나오는 네 보지 말이다.”이 노골적인 군주님의 체력과 집착은 정말인지 놀라울 지경이다.커다란 체구를 가득 채우고 있는 건 남성호르몬 덩어리냐고. 하지만, 제국의 군주가 오직 자신만 바라보며 집착한다는 사실은 현실에선 불가능한 짜릿함임이 분명했음을.“오늘은 평범하게 하실 건가요?”도발적인 질문에, 칼데론은 타나의 엉덩이를 조몰락거리며 미소 지었다. “어디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말해보거라.”타나가 밀착된 몸 사이로 손을 뻗더니, 칼데론의 바지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벌써부터 뜨겁고 단단한 기둥을 감싸자, 저도 모르게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아무도 없지만 색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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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코끝에 풍기는 향이 독특했다. 아로마보다 백배는 짙은 것 같은데 역하지 않은 특이한 향.심지어 기분마저 편안해지는 게, 긴장까지 풀리는 건 대체 왜지.그는 두 손을 뻗어, 타나의 몸을 적신 기름을 정성스레 펴 발랐다. 새하얀 나신은 눈부시게 반짝였고, 안 그래도 부드러운 살결이 더욱더 부드럽게 느껴져 만족감에 씰룩거리는 입꼬리.따스한 손길이 닿는 곳마다 근육이 수축했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로 창피한 꼴을 보일지도 모른단 말이다.“간지럽습니다.. 하아... 움직일 수 있게 해달라고요!”“싫다.”한 손은 말랑거리는 가슴을, 또 다른 손은 기름에 흠뻑 젖은 음모를 느릿하게 쓰다듬었다. 여기가 무슨 마사지 샵도 아니고, 대체 왜 이러는데! 저는 군주님이랑 섹스가 하고 싶단 말이에요! 섹스요!“읏, 하, 군주님... 이건 너무.. 여긴 너무....”손가락이 젖꼭지를 사정없이 간지럽혔다. 동시에 스르륵 골짜기로 내려와 정확하게 음핵을 굴리는 또 다른 손끝. 기름이 더해져서 그런지, 쾌감이 덮쳐오는 속도가 유난히 빨랐다. 그만큼 질척거리는 소리 역시 음란하기 그지없었다.“읏, 아앙, 아..!”“가홍초 기름을 먹으면, 정력이 배가 된다던데.”?여기서 정력이 더 강해진다고? 아니 잠깐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잖아! 그리고 왜 먹기는커녕 내 몸에 뿌려댄 건데..!이유는 금세 깨달았다. 그의 얼굴이 축 늘어진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으니까.“그럼 한번 먹어볼까.”허공에 떠오른 타나는 거부할 새도 없이 그의 입술에 먹혀버렸다. “아흥, 안, 안돼, 아아아앙..!”가랑이 사이에 고개를 묻고, 세상 열심히 혀를 놀리며 쫍쫍거리는 감각에 투명한 애액이 터져 나왔다. 두 손은 가슴 위로 향해 젖꼭지를 굴렸다. 이건, 사정을 유도하는 자극이 틀림없었다.단물을 쏟아내며 허리를 튕겨댔지만, 칼데론은 그 음란한 모습조차 흥분의 촉매제라는 듯 더욱더 바쁘게 혀를 놀렸다. 피가 몰려 통통해진 음핵은, 이제 혀끝만 닿아도 짜릿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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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칼데론은 제 목에 매달려 엄살을 부리는 타나의 모습에 더더욱 흥분했다.쇄골에 새겨진 표식 너머로 전해지는 감정은 그저 쾌락에 지배당한 암캐일 뿐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성욕을 채우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인데, 온몸에 가홍초 기름으로 범벅을 하곤 울먹거리며 애원하는 몸은 작아도 너무 작았다.“황홀하다. 미쳐버릴 정도로 황홀하단 말이다.”“으앙, 배, 배가 터져, 읏, 아앙, 아파, 아니, 읏 좋아아앙...!”힘줄이 터질 듯이 솟아오를 정도로 박아대던 칼데론이 자세를 낮췄다. 이성을 잃고 헉헉거리는 타나를 갈대밭 위에 내려놓고는, 두 다리를 모아 품 안에 감싸안았다.“읏, 읏, 으으응..!”한층 더 좁아진 구멍, 펴졌다 쪼그라들었다를 반복하던 질벽이 미친 듯이 달라붙었다. 이미 불긋해진 엉덩이를 때려대는 치골, 길게 내뺀 혀가 발가락 사이사이를 부드럽게 핥았다.“하, 하앙, 아아아앙, 나 어떡해요.. 읏..!”가느다란 허리가 미친 듯이 떠올랐다.흐느낌과 비명이 섞인 신음은 마치 매질을 당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과 흡사했다.그때, 칼데론의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 타나는 뒷구멍을 만져줄 때 더 크게 자지러졌었지? 두 발목을 어깨 위에 올려두고, 그의 손이 엉덩이 골 사이를 더듬거렸다. 노골적인 자극에 굳게 닫힌 애널이 꿈틀거렸다.가홍초 기름에 애액까지 더해진 탓에, 살짝 찔러본 손가락이 조금씩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거긴, 안, 안 돼요, 싫어어엉...!”“하아, 돌아버리겠네.”이 와중에도 꽉 들어찬 앞 구멍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경련하는데, 설마 손가락을 더 넣을 생각은 아닌 거겠지?그건 너무 치욕스러운데. 지금도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야. 타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쓰러진 갈대 줄기를 움켜쥐었다.그러다, 참지 못한 손가락이 조금 더 들이닥쳤다. “아흑! 엉덩이가... 하아아앙...!” 이 요망한 기지배가 이제는 뒷구멍마저 내주었구나, 그 생각이 들자 그의 허리에 더욱더 힘이 실렸다. 잡아먹을 기세로 박아대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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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제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성기가 빠져나가자, 벨리오가 몸을 돌려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다시는 그런 질문 하지 마세요.”“응?”“떠날 생각도, 이유도 없습니다.”로일드 역시 벨리오의 허리를 감싸안고 온몸을 밀착시켰다.“씻겨주고 싶은데.”“안 됩니다, 리온이는 혼자 두기엔 어리지 않습니까.”“잘 자고 있는데. 잠깐은 괜찮은데.”“안 됩니다!”가운으로 몸을 가린 채 정화실로 향하는 뒷모습마저 아름다웠다.아, 그나저나 오늘은 정말 정성스레 씻겨주고 싶었는데. 리온이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릿속이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는 침대로 향해 작은 가슴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리온, 나중에 크면 말이다. 부디 나 같은 한심한 선택은 하지 말거라.”꼭 감긴 눈, 그 위로 드리워진 진회색의 속눈썹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천족과 마족의 피를 반반 나눠 가진 이 녀석이 사는 곳은 어차피 둠바스로 정해졌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면 어차피 아르켈 제국은 무너질 것이니. 너는 그저 마족으로 살아가면 된다.내가, 이 애비가.. 반드시 그리해줄 것이다.***“꺄아앙! 너무 귀여워!”리온을 품에 안은 타나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방긋 웃었다. 소파 위에 널브러진 벨리오는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모습이었다. 육아와 정사에 완전히 떡실신이 되어버린 것.“타나, 리온이 좀 잠깐 봐줄래? 나 기력이 딸려서 좀 자야겠어.”“응! 걱정하지 말고 푹 자. 이모랑 가자 리온아!”“고마워.”이제는 전처럼 불안하지 않았다. 칼데론이 리온을 꽤 아낀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 가끔씩 들러 잠이 든 리온을 확인하듯 바라보는 눈길은 부드러웠고, 최고급 담요를 툭 던지듯이 놓고 가는 모습도 나름 익숙해졌다. 그때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타나는 리온과 함께 조심스레 방을 나서, 침실로 향했다.문이 열리자마자 마주한 붉은 눈동자. 멈칫하긴 했지만, 쫄 필요는 없었다.“벨리오 좀 쉬라고요. 하하하 친구 좋다는 게 뭐예요.”대답은 없었다. 대신, 타나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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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다른 계집들과 달리, 보네타와의 하룻밤은 두 배 이상의 금액를 지불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들은 줄을 섰다. 지독하게 괴롭힐 생각이었으니까.즉, 다른 종류의 복수가 시작된 것이다.포박은 기본이고, 민망한 모양의 기구와 약물 사용은 늘 세트였다.그리고 한번 보네타를 가졌던 이들은 마치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주막을 찾았다.오늘도 깨끗한 몸으로 침대 위에 걸터앉아 손님을 기다리던 보네타는, 방 한켠에 놓인 기구들을 바라보며 실소를 흘렸다. 인간이 되어버린 몸, 체력은 하루가 다르게 바닥을 치지만 주점 일을 하면서부터 화려한 옷과 장신구를 살 돈은 충분했으니. 이 정도면 살아갈 이유로는 충분하잖아.벌컥!방문이 거칠게 열리며 낯선 사내들이 들어섰다. 문을 연 당사자인 포셉은 보네타를 향해 너무도 당연한 어조로 내뱉었다.“언제까지 한 명만 받을 거야? 오늘은 둘.”젠장, 한 명을 상대하기도 버거운데 둘이라니?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는 보네타와 달리, 사내들의 눈빛은 짐승처럼 번들거렸다.문이 닫히고, 사내 하나가 거친 손짓으로 보네타의 가운을 벗겨버렸다. 넘실거리는 젖가슴과 커다란 핑크빛 젖꼭지. 그들의 입에서는 서늘한 탄식이 흘러나왔다.“이야, 태어나 네깟 년의 젖꼭지를 보는 날이 올 줄이야.”“둘이랑 하는 건 처음인가 봐? 천하의 보네타가 긴장을 다 하고.”날뛰던 망아지에서 순한 양이 되어버린 모습과, 상상 이상으로 아름다운 나신에 사내들의 아랫도리가 묵직해졌다.반면, 보네타는 소름이 돋아 눈을 질끈 감았다. 침대에 눕혀지고, 사내 하나가 보네타의 가랑이를 넓게 벌렸다.오렌지빛 머리칼과 똑같은 음모. 그 안에 숨겨진 은밀한 계곡과 진주알까지.“푸하하, 대체 몇 명의 사내랑 붙어먹은 거야? 쳐다만 봐도 걸레처럼 벌름거리긴.”다른 사내는 젖꼭지를 비틀며 히죽 웃었다.“얼마나 대단한 구멍이길래 그렇게 비싼지 궁금해 죽겠잖아.”“흣...”양쪽 가슴을 번갈아가며 핥아대는 진득한 혀, 동시에 계곡을 쓸어내리는 투박한 손가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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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발가락이 곱아들고, 미칠듯한 요의감이 몰려왔다. 아무리 참아보려 애를 써도 가능할리 없는 쾌감의 물. “쌀, 쌀 것, 아아아앙...!”투명한 물줄기가 사내의 아랫배를 적셔버렸다. “세상에, 이런 꼴을 보이다니. 더 싸도 된다. 더 싸란 말이야!”잔뜩 흥분한 사내가 보네타의 허리를 끌어안아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는 보네타가 위였다.자세가 바뀌는 순간, 다른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 엉덩이를 내려다봤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지, 안 그래?”체액으로 미끈거리는 엉덩이 골 사이, 손가락 하나가 미끄러지듯 파고들었다.노골적으로 뒷구멍을 꾹꾹 누르며 문지르는 모습은 꽤나 급박해 보였다.“읏, 하, 거, 거긴...!”진작에 포셉에게 내어준 곳. 하지만 덜컥 겁이 났다. 한 번에 두 남자의 물건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다.“입 다물고 허리나 굴려.”입술을 깨물며, 사내의 가슴 위에 손을 포갰다. 다른 사내의 손가락이 뒷구멍을 희롱하든 말든, 보테타는 유려하게 허리를 움직이며 앞 구멍을 바짝 쪼였다.“뭐야? 벌써 뚫린 구멍 같은데?”“읏, 하, 근데, 동시에는 처, 처음, 아아앙, 무, 무서워요..!”얼마나 비싼 금액을 지불했는데, 사내들은 통할 리 없는 엄살에 짐승처럼 움직였다. “빨리 박아, 이 자식아. 그래야 보지 구멍이 더 좁아질 거 아니야!”“힘 빼고 허리 숙여, 찢어지기 싫으면.”명령대로 상체를 숙인 보테나였다.말랑한 가슴과 사내의 가슴이 맞닿자, 탐스러운 엉덩이가 쫙 벌어지며 사내를 유혹했다. 가차 없이 뒷구멍을 향해 돌진하는 또 다른 성기. 귀두가 조금씩 여린 살을 벌리며 전진하자, 보네타의 입이 떡 벌어졌다.“허억..!”아래에 깔린 사내는 보네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 엉덩이를 쳐올렸다. 뒷구멍을 노린 사내는 음흉한 웃음을 지은 채 뿌리 끝까지 박아버렸다. “꺄아악! 아, 아파아아..!”빈틈없이 채워진 두 개의 구멍.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숨이 턱 막힐 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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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타나는 벽을 더듬거리며 출구를 찾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불길한 생각. 어느 날, 전쟁에 대해 두려움을 내비쳤을 때 칼데론은 분명 이렇게 말했었다. “전쟁이 나면... 제가 다칠 수도 있잖아요!”“그럴 리 없다. 그동안 네 주변엔 누구도 뚫을 수 없는 결계가 에워싸고 있을 테니까.” 설마, 자신과 벨리오. 그리고 리온을 가둬두고 아르켈로 간 거야?이상하리만큼 평온했던 일상 속, 뒤에서는 몰래 그런 끔찍한 짓을 준비하고 있던 거냐고..!“벨리오, 로일드 님은? 별다른 말 없으셨어?”“응... 어제 따라 유난히 챙겨주시긴 했는데... 이게 다 무슨 일이야..?”확신이 들어버렸다.“아무래도... 아르켈과 전쟁이 터진 것 같아.”벨리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긴 시간 휴전 중이었는데 갑자기 왜? 물론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긴 했지만, 로일드 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단 말이다.아, 요즘따라 훈련장에 계시는 시간이 많긴 했었다. “전... 전쟁이라고?”“모르겠어. 나도 지금 너무 혼란스러운데, 그냥 느낌이 안 좋아.”이 순간, 작고 연약한 생명인 리온이는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데. 밖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아르켈 대륙.심연의 기사들은 망설임 없이 궁 안으로 침입했다.연기처럼 나타난 그들은 시커먼 마력구를 소환하며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었다. 동시에 새파란 하늘 위로는 커다란 흑사조가 위엄을 뽐내며 날아다녔다.날갯짓을 할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독가스가 아르켈 궁에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흑.. 흑사조다...!""둠바스가 쳐들어왔다! 으아악!"잔뜩 겁을 먹은 이들의 목소리가 귀를 찢듯 울려퍼졌다.그 위에 올라타 아래를 내려다보던 칼데론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타나를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른 살기마저 담겨 있었다. “로일드, 궁 안에는 단 하나의 생명도 남기지 말거라.”“예. 이날만을 기다렸습니다.”모습을 감추듯 사라진 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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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칼데론은 잠시 고민했다. 세쟈르의 아들, 리온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말해줘야 하나.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하나도 반갑지 않을 존재. 어차피 끊어버리려던 숨통이지 않은가.손바닥 위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불꽃이 보란 듯이 일렁였다. 오르테아스는 두 눈을 감고 작게 중얼거렸다.“만나야 할 자들이 많겠어...”배신당한 형, 제 손으로 목을 그은 아내, 자신을 증오하던 딸 세쟈르가 다가 아니었다.그동안 하찮게 여겼던 수많은 인간들의 목숨은 물론 곁을 지키며 충성하던 장군 헤릴드까지. 죽음 뒤에 또 다른 지옥이 펼쳐질까 하는 두려움도 잠시, 온몸이 타는듯한 열기가 느껴져 두 손을 말아 쥐었다.“오르테아스. 만약 다음 생이 존재한다면, 그때도 우린 악연일 거야.”저주와 같은 말과 동시에 심장에 불이 붙었다.긴 세월, 한 제국을 군림하던 왕의 최후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허망한 죽음이었다. 침실을 빠져나온 칼데론은 유유히 걷고, 또 걸었다. 하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은 그가 지날 때마다 맥없이 쓰러졌다. 귓가에 서서히 가까워지는 날갯짓 소리. 로일드가 칼데론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이곳은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습니다.”“우리 쪽 피해는.”“천이백의 기사단 중 단 열뿐입니다.”“재미가 없어, 재미가.”로일드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아르켈이 둠바스의 상대가 되지 않을 거란 건 진작에 알았지만, 이토록 맥없이 무너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마을로 향할까요?”“됐다.”“예...?”“공표하거라. 앞으로 아르켈의 군주는 나, 칼데론임을.”고개를 끄덕인 로일드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칼데론은 가만히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체도 없이 사라진 목숨들의 최후가 어찌 이리 심심한 건지.그중,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녀들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충성의 상대가 나약하고 한심한 오르테아스였으니, 당연한 희생일 뿐이라고 그리 여겼다.“칼데론 님.”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커다란 나무 지팡이를 든 남자가 서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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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그 입, 다물 거라.”“싫습니다! 제게 햇빛을 선물해 준다고 하셨었죠? 그때도 말했지만, 남에게서 빼앗은 선물은 필요 없습니다. 군주님이 밉습니다!”참지 못한 칼데론이 타나의 목을 움켜쥐었다. 큭, 숨이 틀어막힌 작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벨리오가 덥석 무릎을 꿇었다. “군주님, 부디 타나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한 번만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어가 주시면...”“처음부터 너희 같은 존재를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하찮고, 영악하고, 이기적인 종족.”그의 입에서 믿지 못할 말이 튀어나오고 말아버렸다. 고작 스무 해 남짓을 살아온 인간들이 알 리 없었다. 일만 년 동안 쌓아온 치욕을, 분노를, 슬픔을. 매번 그까짓 감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표출하더니, 정작 제 감정은 이해하지 못하고 화만 내는 타나가 처음으로 미웠다. 얼마나 아꼈는데, 얼마나 지키기 위해 애를 썼는데. “윽, 군, 군주님...”“싫으면 떠나거라. 아, 그토록 원하던 곳으로 가면 되겠군. 인간들이 사는 마을.” 목을 움켜쥔 손이 풀리며, 타나의 몸이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별을 고하는 칼데론의 표정과 말투는 하나같이 진심 같았다.“예, 그리하겠습니다.”그 말이 끝나는 순간, 칼데론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벨리오가 울먹거리며 소리쳤다.“타나...! 그러지 마, 응? 얼른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이곳이랑 어울리지 않았어.”벨리오의 슬픈 눈망울이 품에 안긴 리온을 향해 내려앉았다.벌써 정이 들어도 잔뜩 들었는데, 잠시만 떨어져도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데. 하지만, 타나가 정말로 떠난다면 자신 역시 이곳에 남을 수는 없었다.군주의 심기를 건드려도 단단히 건드렸으니, 함께 떠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였다.하지만 타나의 생각은 달랐다. 눈물을 닦아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벨리오, 넌 로일드 님 저택으로 가. 로일드 님의 마음은 분명 군주님과 다르실 거야. 그리고, 리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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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이제 와 억지로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래서 각자의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만, 딱 그때까지만 내버려두기로 마음먹었다. 타나도 금세 깨달을 것이다. 군주의 곁에 있을 때가 가장 안락하고 행복했다는 사실을.“그럼 따라오시죠. 지내실 곳은 있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자존심은 상하는데,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했다.마물들이 들끓는 이곳에서 야외 취침을 하는 것만큼 무서운 건 없었으니까. 로일드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은, 작은 마당이 있는 나무집이었다.혼자 지내기엔 충분했고, 산과 들에 둘러싸여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여긴 어디예요?"“순찰을 나온 기사들이 가끔 묵는 곳입니다.”“기.. 기사들이요?”“걱정 마십시오, 이곳은 절대 발걸음하지 말라 당부하겠습니다.” 로일드는 예의 바르게 대답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론 한심하단 생각을 하고 말았다. 이렇게 겁이 많아가지곤 며칠이나 버틸 수 있겠어? 오골계라도 튀어나오면 어떡할 건데. “감사합니다.”“그럼 쉬세요.”집 안으로 들어선 타나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 칼데론에 대한 서러움이 몰려왔지만, 끅끅거리며 울음을 참았다. ‘어차피 이곳에 오기 전에도 늘 혼자였잖아. 괜찮아. 할 수 있어.’그 시각, 칼데론은 둠바스가 아닌 아르켈에 있었다.높은 절벽 위, 따스한 햇살을 내리쬐는 곳. 그곳에 홀로 서 턱을 굳게 다물었다.말이 너무 심했나, 아무리 화가 나도 그런 말은 내뱉지 말았어야 했는데.하지만 그건, 타나도 마찬가지다.떠나라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가버리다니.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면 그토록 분노하진 않았을 텐데. 아, 타나가 잘못한 게 뭐가 있던가. 생각해 보니, 전쟁은 끔찍하게 싫다고 몇 번이나 전해왔었다. 그저 제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서러워 혼자서 미쳐 날뛰었던 것이다.‘이 따스한 햇살을 함께 마주할 줄 알았는데.’***거대한 게이트가 사라진 세상은 확실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르켈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그토록 증오했던 칼데론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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