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심연의 군주는 로맨티스트: Chapter 151 - Chapter 160

183 Chapters

제151화

침실로 돌아온 칼데론은 말없이 타나의 곁에 누워, 작은 몸을 꼭 끌어안았다. 가슴팍에 느껴지는 따스한 숨결에 이제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목구멍을 꽉 막고있던 돌멩이가 스르륵 녹아 사라지는 것 같았다. 행복해 보이든 말든 곁에 뒀어야 했거늘, 아니. 처음부터 헤어지지 말았어야 했거늘.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다 타나를 망칠 뻔했다. 잃을 뻔했다. “이제는 내가 안 되는구나. 너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틸 수 없어.”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인간 마을에서의 삶이 훨씬 더 행복했다고, 아무리 가슴을 후벼파는 말로 소리를 빽빽 질러대도 다시는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잠시 후, 칼데론의 품에 안긴 타나의 몸이 작게 떨렸다. 그러더니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타나.”맞구나. 익숙한 온도, 향기, 감각. 나는 지금 군주님의 품에 안겨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내내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한 순간에 터져 나왔다.“흑, 군주, 군주님... 흐윽...”“아직도 아픈 것이냐?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해보거라.”타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픈 곳은 하나도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영문을 몰랐다.“영영 안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로 저를 버리신 줄 알았습니다.”“무슨 소리, 하루가 멀다 하고 마당 앞을 서성거렸는데.”눈물범벅인 얼굴이 가슴팍에서 떨어지더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예?”“그래. 매일 같이 만들던 커피도, 요란스러운 머리끈도. 다 알고 있단 말이다.”“근데 왜... 왜....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신 겁니까? 치사하게 마력을 쓰신 겁니까?”“행복해 보여서. 나랑 있을 때보다 더 많이 웃는 것 같아서.”그 순간, 타나의 흐느낌이 거세졌다. 당황한 칼데론이 타나의 등을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울음소리가 왜 리온이랑 비슷해지나 싶어서.“으아아앙...! 군주님은 바보입니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요, 얼마나 슬프고 무섭고 두렵고 힘들었는지 알기나 하십니까?”뭐라? 내 이름 한번 부르질 않더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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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대체 언제쯤 철이 드실 겁니까.”“그런 말은, 나이 어린 인간들이나 듣는 말이 아닌가.”“아닙니다. 어른이 되고도 한심한 짓을 하는 자들이 듣는 말입니다.”참지 못한 로일드가 펄쩍 뛰었다.“나는 흑사조다. 전장의 하늘을 지배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기저귀나 너십시오. 젖은 채로 두면 냄새납니다.”칼데론을 제외하고는 고개조차 숙여본 적 없던 로일드였지만, 그렇게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각성한 여자는 제국의 군주보다 더 무서운 존재라는걸.“할게. 할 건데, 나도 부탁이 있는데.”“토 달지 마셔요. 조건도 붙이지 마시고요.”어찌 일 년도 지나지 않아 성격이 이렇게 바뀌는 거지? 수명이 짧아서 그런지, 확실히 마족과는 다른 행보잖아.“중요한 이야기란 말이다.”“말씀하세요.”“다 이해하겠다. 다만, 침대에서만큼은 순한 벨리오로 돌아와 줬으면 좋...”말을 끝마치지 못한 건, 벨리오가 침실로 향해 쿵!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었다.***“잠깐만 다녀오겠다고요!”“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침실 안, 타나와 칼데론은 한참을 실랑이 중이었다.애틋한 재회는 아주 잠깐이었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가야 한다니까요? 하버트랑 마을 사람들한테 인사는 해야 할 거 아니에요!”“그 이름이 제일 싫다. 하버트 개자식.”왜 괜한 사람한테 승질을 부리고 난리야. 나랑 하버트 오빠가 대체 뭘 했는데?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하버트는 친구예요. 벨리오같이 소중한 친구라고요.”"희한하군, 앞에선 오빠라고 잘도 부르더니. 왜 내 앞에서는 지칭하는 단어가 달라지는 거지?”의처증 증세는 없었는데, 이런 스타일이었어? “몰라요! 아무리 말리셔도 저는 씻고 나갈 거예요!”당당하게 정화실로 들어간 타나가 꺄악! 소리를 질렀다. 순식간에 타나의 앞에 나타난 칼데론이 바짝 쫄았다. 어디가 또 아픈 건가 싶어서.“무슨 일이냐!”“표... 표... 표식이.....”아, 거울을 이제야 본 모양이군.내내 잠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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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하버트의 집으로 향한 타나는 마당에서 혼자 쪼그려 앉아있는 하일든을 향해 다가갔다.“하일든!”하일든이 타나를 보자마자 두 팔을 쫙 벌렸다.“누나아...!”자그마한 몸을 와락 끌어안은 모습에 칼데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무리 어려도 남자는 남자인데. 어찌 저리 쉬운 것인지. “형아는 어디 있어? 하버트는 괜찮아?”“우응. 근데 밥도 쪼금 먹꼬 하루 종일 누워만 이쩌.”하일든과 함께 낡은 나무 문을 벌컥 열었다. 이부자리에 누워 있던 하버트가 곧장 몸을 일으키더니, 타나의 몸을 아래위로 훑었다.마치,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하듯이.“너 괜찮아? 정말 괜찮은 거야?”타나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멍투성이인 얼굴, 죄다 터진 입술, 갈비뼈를 부여잡은 채 일그러진 표정까지. “오빠... 약은? 약은 먹었어?”“별거 아니야. 근데 그 자식들은 누구야? 누군데 그런 짓을 벌였던 건데.”그때, 긴 다리로 문지방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선 칼데론. 예상하지 못한 방문객에 하버트는 곧장 무릎부터 꿇고 고개를 바짝 숙였다.“군주님께 고개를 바칩니다.”“흠, 다행히 살아는 있군.”“덕.. 덕분입니다.”나는 뭐 딱히 한 게 없는데. 제 맷집이 강한 걸 왜 나한테 그러는 건지. 인사치레에 질려버린 칼데론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받거라.”“이게 무엇입니까?”“집 문서다. 타나를 위해 발버둥 친 보답이니라.”타나가 가자미눈으로 칼데론을 흘겨보았다. 말을 해도 참, 아무래도 앞으로 대대적인 참교육이 필요하겠어.“오빠, 하일든도 산골짜기보다는 시내랑 가까운 쪽이 더 나을 거야. 부담 갖지 말고, 이사부터 해. 응?”하버트는 안 그래도 숙여진 고개를 아예 마룻바닥에 붙여버렸다.“죄송합니다. 감히, 받을 수 없습니다.”“자격이 충분한데, 대체 뭐가 문제길래 이러는 것인가.”“저는 타나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대가를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기특한 말인데,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러운 건지. 그럼, 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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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눈치 없는 타나는 칼데론의 심기 따윈 살펴볼 생각조차 못한 채 하버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 순간, 지켜보던 칼데론이 다가와 서늘한 기운을 내뿜었다. 디행히 하버트는 눈치가 빨랐다. 어제보다 더 선명한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는 두 손을 다급히 휘적거렸다.이건 제 뜻이 아니라는,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는 뜻. “타, 타나...! 이러지 마...!”“잠깐만. 정말 잠깐만...”그때, 작은 발걸음으로 다가온 하일든이 타나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나두우..."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칼데론은 결국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등을 돌렸다. 하아, 이런 덜떨어진 인간들 같으니라고. 이렇게나 정이 빨리 드니까 늘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거 아니겠냐고.“누나앙.. 이제 안 와아아..?”“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누나 또 올게. 그러니까 형아 말 잘 듣고 있어.”“후응.. 정마알?”자세를 낮춰 하일든의 뺨을 꼬집은 타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응! 누나가 알려준 주문! 시작!”“비러머글 세상아아! 내가 바로 주인공이다앙!”세상 귀엽고 앙증맞은 외침에 칼데론이 빵 터져버렸다.그리고 그 웃음을 시작으로, 눈물바다가 코앞이었던 이별에 조금은 웃음기가 돌았다.추가적인 인사말은 없었다. 단지 표정으로, 손짓으로. 그들은 짧았던 만남과 이별을 덤덤하게 떠나보냈다. 물론, 타나는 아니었다.“으아아앙, 끅.. 흐아아아아아아앙. 끅.. 쁘아아아앙...!”침실 안, 타나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언제까지 울 셈이냐.”“흑.. 끄윽... 흐아아아앙....!”“가고 싶을 때마다 이야기하거라, 데려다주겠다. 마차도 제일 좋은 걸로 바꿔주겠단 말이다!”차라리 혈각들이 수백 개의 보고를 해대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느껴지는 답답한 상황. 뭐가 저렇게 슬픈데? 하버트는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 언제든지 보고 싶으면 보면 되는데.“흑.. 흐응.. 흐앙.... 뿌아아아아아앙...!”“자꾸만 울면, 기쁜 소식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끄윽... 응.. 끄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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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눈앞의 남자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아랫도리를 게걸스럽게 핥아댔다.어쩌면 전보다 더 깊고 위험한 숨결을 뿜어대며 말이다.“읏, 하, 으응, 이상해!”“이 맛이다.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아느냐.”타나가 가쁜 숨을 헐떡였다.자신 역시 이 짜릿하고 황홀한 감각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데. 다시는 군주님의 품에 안기지 못하는 줄 알았단 말이다.혀끝이 소음순 사이는 물론 음핵을 휘감으며 집요하게 맴돌았다. 타나는 벌어진 다리 사이로 바쁘게 움직이는 그의 머리를 바라보다, 해일처럼 몰려온 절정에 부르르 떨었다.“흐앗, 앙, 아아아앙...!”이제야 그의 성기가 구멍에 맞닿았다. 투명한 쿠퍼액을 뚝뚝 흘리며.“타나,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다.”허리를 움직이자,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가 구멍을 가르며 입장했다. 타나는 허리를 활처럼 휘며 단물을 왈칵 쏟아냈다. 한참을 빨린 탓에 예민해진 내벽이 뜨거운 기둥을 꽉 물어버렸다.“읏, 아앙, 미칠 것 같아아.. 하아...”“왜 이러지, 오랜만이라 그런가.”욕정은 폭발하는데, 너무도 조이는 탓에 서두를 수 없어 부드럽게 추삽질을 시작했다. 귀두 끝이 자궁구를 꾹꾹 누를 때마다 타나의 입에선 짐승 같은 교성이 터져 나왔다.“하앙, 하아앙, 앙, 아아앙! 좋아, 좋아앙, 아앙!”좋다고 자지러지는 모습을 만끽하던 칼데론이 상체를 밀착시켰다. 팔목을 붙잡아 머리 위에 짓누른 채 거침없이 뒤엉키는 두 개의 혀.골반과 골반이 맞닿고, 숨결마저 앗아갈 것 같은 키스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흐, 흐읍, 하으으!”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흥분이었다. 미쳐 날뛰기 시작한 칼데론의 허리에 힘이 잔뜩 실렸다. 한층 강해진 박동에 타나의 아랫도리에서는 쾌감의 물줄기가 거침없이 분출됐다.싸재끼는 모습이 너무도 보고 싶었던 그는, 가느다란 다리를 붙잡아 활짝 벌려냈다. 완벽한 M자로 벌어진 다리, 그 사이 적나라하게 애액을 뿜어내는 보지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하.”두꺼운 자지가 처박힐 때마다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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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그의 성기가 빠져나가고, 붉은 눈동자가 아랫도리를 응시했다. 퉁퉁 부어오른 구멍이 끈적한 정액을 토해내는 와중에도, 여전히 애널에 박혀 꿈틀거리는 검은 슬라임.이상하게 거두고 싶지 않단 말이지.“군주님.. 이제 못 해... 이제 그만..”“슬라임은 좋아 죽겠다는데.”“흐아, 제발요... 아...”“엎드리면 빼주겠다.”타나가 흐느적거리는 몸을 낑낑거리며 뒤집더니, 떨리는 팔로 침대를 지탱한 채 엎드렸다.“엉덩이를 들거라.”바짝 들어올려진 새하얀 엉덩이는 이미 정액과 애액으로 엉망이었다. 그의 손끝이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아아앙..!”그저 끈적한 정액을 보짓살에 비비기만 했을 뿐인데, 타나는 헥헥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군주님, 응, 으앙, 엉덩이, 으아아앙..!”그러니까. 이 요망한 슬라임이 엉덩이에 박힌 모습이 왜 이렇게 보기 좋냐는 말이다. 또다시 위협적으로 발기한 성기가 참지 못하고 박혀버렸다.“아악! 아아아아앙!”타나는 결국 한 번의 정액을 더 받아낸 뒤에야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궁 안에 가득 찬 그의 욕망이 하염 없이 흘러내렸다.팔 다리는 장식품이 된 것처럼 아무런 힘이 없고, 하. 이게 칼데론이지. 이래야 군주님 답지.***“벨리오!”“타나...!”성으로 돌아온 벨리오와 타나의 재회는 예상했던 대로 눈물바다였다. 못 본 사이 리온이는 왜 이렇게 큰 건지. 토실토실 살이 오른 모습이 꼭 곰돌이 인형 같았다. “리온아, 흐앙, 엄청 컸네. 볼 빵빵한 것 좀 봐! 으악! 더 귀여워졌잖아!”“몸은 괜찮아? 응? 어디 아픈데 없어?”“으응. 보고 싶었어 벨리오...”로일드와 칼데론은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울 필요까지는 없지 않은가? 제 발로 당당하게 나가놓고는. “누가 보면 삼천 년은 헤어졌다 만난 줄 알겠습니다.”“하루 종일 기절해 있더니, 갑자기 쌩쌩해져서는.”“예? 아가씨께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한 달 치 정사를 나누었다. 아무리 사정해도 성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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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번쩍!순간 모두가 눈을 감았다. 강렬한 빛에 눈이 멀 것만 같아 아주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땐, 이미 타나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타... 타나가... 타나가 사라졌어요....!”“군주님... 이게 대체....”칼데론의 몸이 휘청거렸다. 간신히 로일드의 어깨를 지탱하긴 했지만, 그의 하늘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꿈인가, 이건 반드시 꿈이어야만 한다.하지만 벨리오의 울음과 로일드의 단단한 어깻죽지가 명확한 현실이라 말해주고 있었다. 햇살을 선물해 주겠노라 약속했는데, 미루고 미루던 순간들이 떠올라 이마를 감쌌다. 다른 세상에서 왔다더니, 뭐가 서운해 이렇게 아무런 인사도 없이 돌아간 것인가. 공간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 건, 벨리오의 당황한 목소리였다.“로일드님...! 리, 리온이가...”리온이의 눈동자에 일렁이던 푸른빛이 서서히 검게 변하더니, 눈꺼풀이 스르륵 감겼다.그리고, 그 어떠한 숨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로일드의 목청이 높아졌다. “리온아!”벨리오는 사색이 된 얼굴로 마구 도리질을 치며 리온을 꼭 품에 안았다. “안 돼...! 리온아! 리온아! 안 돼, 절대 안 돼..!”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담긴 절규에 칼데론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멍한 눈으로 그들의 모습을 응시했다. 그저 평온하기만 한 날이었는데, 타나가 연기처럼 증발했다는 사실도 아직 믿어지지 않는데, 이건 또 무슨 비극인가. 대체 어떤 존재가 장난질을 쳐대는 건지, 사지를 찢어발겨놓고 싶었다.터벅터벅 다가가 작은 머리를 감싸고, 숨을 확인하듯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역시나 느껴지는 숨은 없었다.“젠장.”마치 할 일을 마쳤다는 듯 평온해 보이는 얼굴을 바라보던 중, 그의 눈에서 처음으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제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로일드의 귓가에 세쟈르의 마지막 말이 메아리처럼 울리고, 또 울려댔다.‘로일드, 당신을 증오해. 그리고 경멸해. 그러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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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현실도, 지난 시간도 아무 것도 믿고 싶지 않았다.언제는 소원을 이뤄주네 어쩌네 하며 완전한 버림을 택한 것처럼 굴던 그 신이라는 작자. 그자의 행패는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농간이고, 어떤 심오한 뜻을 품고 있길래 이런 변덕을 부리는 건지.추가 검사가 진행되고, 긴 시간 누워있던 몸은 재활을 필요로 했다.솔직히 무슨 정신으로 버텼는지 모를 정도로 고통스러운 나날의 반복이었다.비로소 퇴원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미주는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아무것도 모른 채 의식을 잃은 사이 아물어버린 수술 흉터를 안고서 말이다. 오래도록 방치된 집은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었고, 눈길이 닿는 모든 곳이 익숙하긴커녕 어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처음엔 멍했다. 그리고 그 멍함은 점차 슬픔이 되어 숨통을 틀어막았다.어느 날 갑자기 뒤바뀐 세계. 그 세계에 적응하는 내내 곁에 있던 존재, 칼데론.그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설마,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건가? 그동안 경험했던 모든 것이 꿈이었을까?아니다. 그러기엔 너무도 생생하고 모든 기억이 또렷하기만 한데.아르켈, 둠바스, 로일드, 벨리오, 리온. 그리고 매일같이 그의 품에 안겨 헐떡이던 순간들까지. 그것들이 전부 꿈이나 환상일 리는 없단 말이다. 눈가에서 눈물이 흐르든 말든, 미주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뛰쳐나가 달리고 또 달렸다.헐레벌떡 도착한 곳은 동네에 위치한 작은 성당이었다.맥없이 앉아 십자가를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눈을 감고 손을 두 손을 모았다.'네. 신이 존재한다는 건 알겠습니다. 제가 사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 인정할 테니까, 다시는 그 어떤 것도 원망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저는 설미주보다, 타나로 살아가는 날들이 더 행복했단 말이에요.'의미 없는 기도인 듯 성당 안은 고요하고 적막하기만 했다.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눈을 뜬 곳이 그곳이길 바라며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갔다.그날 이후, 미주는 집 안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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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을까.오늘도 어김없이 피곤한 몸을 뉘여 SNS를 살펴보던 중, 미주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이... 이게 뭐야...?"처음엔 헛것을 본 줄 알았지만 벌써부터 손가락은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고,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그건 바로 조회수가 60만이 넘어가는 게시물 때문이었다.단 한 장의 자신과 믿어지지 않는 글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 남자는 멀쩡하게 생겨 가지고 이상한 코스튬에 중독됐는지, 매일 같은 모습으로 일주일째 동상처럼 앉아만 있음. 오늘은 용기 내서 말을 걸어 봤는데, 타나를 아냐고 묻더라? 모른다니까 뭐라는 줄 암? “모르면 입을 다물라.”내가 진짜 기가 막혀서. 욕이라도 날려줄까 하다 정신이 아픈 사람 같아 오지랖이 발동했지 뭐야. 그래서 사람을 찾는 걸 도와주겠다. 팔로워가 좀 많다. 사진을 찍어 올려도 되겠냐니까 또 뭐라는 줄 암? “팔리오는 됐고, 나를 기망하면 죽일 것이다.”아무튼 진짜로 죽일 기세라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함. 광화문 광장, 혹시라도 이런 분을 목격하시면, 웬만하면 말 걸지 마세요. 기분만 더럽게 나빠집니다.댓글들의 반응은 ㅋ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 코스튬에 가발까지 정성은 갸륵하다, 대체 무슨 컨셉이냐 등.그중, 똑같은 남자를 봤다는 목격담도 존재했다.└ 저도 봄. 빨간 렌즈까지 꼈던데 코스튬은 레알 진심인 듯. 그래도 말 걸어볼 용기는 안 나던데, 안 걸길 잘했다.└ 오늘도 가만히 앉아서 눈동자만 이리저리 움직이던데, 컨셉 한번 희한하게 잡은 관종 삘.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검고 긴 머리칼, 유난이 큰 체격, 그리고 검은 셔츠와 팬츠는 물론 붉은 보석이 박힌 다리 갑옷까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군주님이다.'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박시한 티셔츠는 차마 갈아입지도 못하고, 대충 야상 잠바 하나만을 걸쳐 입고 무작정 집을 뛰쳐나왔다. 택시를 타고 광화문 광장으로 가는 내내, 누군지도 모를 이가 올린 글을 읽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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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잠깐만, 반가운데...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아 죽겠는데 여긴 대체 어떻게 온 거지? 칼데론이 대한민국에 있다? 지금 이게 말이 돼? 정신을 차리고자 세차게 도리질을 하곤,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여전히 또렷한 이목구비, 붉은 눈동자. 자신을 진득하게 바라보던 눈빛. 모든 게 칼데론 그 자체였다.“왜... 왜 여기 계세요? 네? 둠바스는 어쩌고요?”아무 말 없이 빤히 타나를 내려보던 칼데론이 한쪽 입꼬리를 스르륵 올렸다.그 역시도 타나를 만났다는 사실이 이제야 실감 난 듯했다.“거긴, 나보다 더 훌륭한 지도자가 존재하니까.”타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곳에 군주는 분명 칼데론 뿐이었는데, 대체 어떤 지도자를 말하는 거지?“예? 설마, 로일드 님이요?”칼데론의 눈이 가늘에 좁혀졌다. 만나자마자 무슨 헛소리를 내뱉는 건가 싶어서.“미쳤느냐? 그 자식은 둠바스에서 가장 한심하고 멍청한 존재다.”“그럼 누구요? 네?”“있다. 망할 노친네.”이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은 역시나 믿기 어려운 말들 투성이었다.***타나가 예고도 없이 증발하듯 사라지고, 리온이까지 세상을 떠나버리고. 남겨진 하나같이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모두가 슬픔에 잠겨 있던 중, 가장 위태로웠던 건 칼데론이었다.제국의 군주가 죽어버리라도 한 듯 뚝 멈춰버린 신 둠바스 제국. 혈각들조차 그의 그림자를 마주할 수 없어 애만 태우던 중, 보다 못한 베인이 찾아와 설득과 위로를 반복했다. 하지만 모든 걸 잃어버린 그는, 이제는 서 있는 것조차 힘에 겨웠다.“정신 차리십시오 칼데론 님. 이런다고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그 말이 어찌나 가시같던지, 안 그래도 핏기 없는 그의 얼굴이 더 창백하게 질리는 순간이었다.“그럼, 길고 긴 이 생을 버리면... 그때는 만날 수 있는 겁니까.”베인이 마른침을 삼켰다.그 타나라는 여자는, 최고 권력자 칼데론이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로 사랑했던 인간인가. 일만 년이 넘도록 봐온 칼데론의 모습 중 가장 처참하고 안쓰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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