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심연의 군주는 로맨티스트: Chapter 161 - Chapter 170

183 Chapters

제161화

고작 오십일이 지났을 때, 그는 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질적인 감각을 느끼고 말아버렸다. ‘설마.... 전설이 거짓이 아니었던 건가.’베인은 그런 칼데론의 모습을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보며 확신했다. 마력이 소진되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가 뜻을 품었다.그건, 제국의 군주가 목숨보다 귀한 감정을 깨달았다는 것과 다름 없었다.정확하게 백일째 되던 날, 베인의 입가에는 뜻을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살거라. 대신, 더는 높은 곳이 아닐지어다.’세란피오 나무에서는 그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칼데론의 말처럼, 애초부터 나무 따위가 들어주는 소원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백일 내내 나약해진 칼데론의 몸에서는 마지막 남은 힘이 스르륵 빠져나가듯 상체가 힘없이 기울어졌다. ‘타나. 반드시 네가 있는 세상에서 태어나겠어.’이내 눈이 감기며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던 찰나, 공간이 일그러지며 세계가 뒤바뀌었다. 처음 느낀 감정은 당황이었다. 다음으로 깨달은 건, 죽은 게 아니라는 것. 눈앞에서는 수많은 인간들이 요상한 옷을 걸쳐 입은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생이 이어지고 있다는 걸 증명하듯 이.게다가 빽빽하게 들어찬 건물들은 어찌나 높고 웅장한지, 그는 처음 보는 마물인 줄 알고 손부터 뻗었다.?손 끝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 흔한 마력구 하나 소환하지 못한 채 바르르 떨리기만 할 뿐이었다.온전히 사라진 마력을 느끼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던 그때, 전동 킥보드가 그의 옆을 빠르게 스쳐지났다.세상에 이렇게 작고도 빠른 마차가 있던가?아니, 그보다 나 칼데론의 옷깃을 스치는 겁대가리 없는 인간이 대체 어디 있던가.“감히, 감히..!”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둠바스는 아니었다.누구도 머리를 조아리긴커녕 버르장머리 없는 눈을 흘겨대기 바빴으니까. 당혹스러운 눈동자를 굴리며 제 어깨에도 못 미치는 인간들 사이를 가로질렀다.그러다 도로를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도 마주했을 때,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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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미주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택시를 호출했고, 장신의 거구는 째깐한 손에 이끌려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그동안 뭘 먹고 버티신 거예요?”그게 가장 최악이었다. 마족일 땐 배고픔 따위는 모르는 육신이었다. 그저 향이 좋고 맛이 좋은 것만 즐기듯이 먹는 게 음식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오고 난 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느껴졌을 때. 그때는 자결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었다. 그래도 견딜 수 있었던 건, 간혹 정이 많은 인간들이 달라붙었기 때문. “주던데. 숙자라고 불리는 인간이.”“숙자요? 그새 여자를 만나신 겁니까?”“여자는 아니었다. 성이 노 씨라고 했던 것 같다.”아, 아아... 어떡해. 우리 군주님, 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부터 먹여야겠잖아.호출한 택시가 멈춰 서고, 미주가 뒷문을 열었다.“타세요.”칼데론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마차랑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빠르고, 거대하고, 이상한 물체.특히나 속도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이곳에 오고난 뒤 자동차라는 존재는 솔직히 무서웠는데, 그 사실을 털어놓기는 또 자존심이 상해 죽겠고.“싫다.”“타시라고요!”“꼭 그래야 하는 건가.”엉덩이를 꾸역꾸역 밀어 넣고 나서야 드디어 출발할 수 있었다. “타나.”미주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반가웠던 이름이지만, 바꿀껀 바꿔야지.“이곳에서 제 이름은 설미주입니다. 앞으로는 미주라고 부르셔야 합니다.”“퍽 거지 같은 이름이군.”“군주님!”정상적이지 않은 대화에 기사님의 눈길이 룸미러를 흘깃거렸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의 남자는 옷차림도 말투도 전부 다 이상했다.새벽 시간 운행이 다 이렇지 뭐, 괜스레 한숨이 새어 나왔다.그 눈길과 한숨을 고스란히 마주한 미주가 칼데론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씀 하지 마세요.”“이곳의 법도는 하나같이 기분이 나쁘단 말이다.”“쉿. 입 좀 닫으세요. 제발요.”요망하고 버르장머리 없는 기지배. 이런 꼴이나 보자고 백일 동안 죽음을 불사한 것인가.***도착한 오피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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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기가 막힌 미주는 라면이고 뭐고, 인간이 된 그에 대한 걱정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군주님! 입 천장 다 데입니다!”“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난생 처음이다.”세 봉지 중 두 봉지 반을 작살낸 칼데론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아주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였다. “오길 잘한 것 같군. 탁월한 선택이었어.”“저 때문이 아니라 라면 때문에요?”“라면이라, 이름도 썩 듣기 좋구나.”우와, 내 이름은 듣자마자 거지 같다더니. 나는 그동안 이런 남자 때문에 울고불고 난리 법석을 피워댄 거야? 어처구니는 없었지만, 미주의 눈에 인간이 된 칼데론은 꽤나 귀여워 보였다. 다만, 머리가 조금 지끈거렸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려주고 가르쳐 줘야 하나 싶어서. “군주님, 당장 이름부터 바꾸셔야겠어요.”“뭐라? 감히 군주의 존함을...!”뭐래, 이제 군주도 아니면서. 이곳에서 군주님의 모습은 그냥 덜떨어진, 어딘가 조금 모자란 코스프레 남 그 자체입니다.“음... 최대한 본래 이름과 비슷해야 덜 헷갈리실 테니까...”“...”“칼데론.. 칼데론... 아! 갈대홍...! 대홍이 어때요?”최악이었다. 라면으로 좋아진 기분이 급 다운되는 순간이었다.잠시 후,“대홍 씨, 씻고 이걸로 갈아입으세요.”미주의 손에 들린 옷을 홱 낚아채는 손길이 기분이 영 별로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칼데론과 갈대홍은 달라도 너무 다른데. 이곳에서 그의 마음에 쏙 드는 이름은 아직까지는 라면이 유일했다.미주는 그런 칼데론의 마음을 알면서도 고집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방법이 없지 않나? 이곳에서 칼데론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건 더더욱 별로라고.“대홍 오빠, 삐치지 마요.”“하지 마라. 정화실은 더럽게 좁아터져가지고.”참자, 설미주. 최대한 달래야 한다. 지금 가장 머리가 복잡하고 심난한 건 군주님이시니까.“죄송해요. 그래도 따뜻한 물은 잘 나오니까 천천히 씻고 나오세요.”쾅!문이 닫히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샤워기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아무래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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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으응...? 아?”처음엔 야한 꿈을 꾸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티셔츠 안, 브래지어 속으로 파고든 그의 커다란 손이 한쪽 가슴을 조몰락거리며, 엄지 끝으로 젖꼭지를 간지럽히듯 긁어대고 있었다. 너무도 익숙한 감각에 미주는 순간 이곳이 둠바스인줄 착각할 뻔했다.“아, 군주님..!”“좋다. 오랜만에 만져도 금방 딱딱해지는구나. 근데, 왜 가림막을 찬 것이냐?”가림막이 아니라 브래지어거든요.에휴. 따지고 보면 비슷하지 뭐.햇살이 쏟아지는 오피스텔 안은 밝아도 너무 밝은데, 미주는 그의 온기를 느낀 순간 참고 있던 욕정이 폭발하듯 갈증을 느끼고 말아버렸다. 하자, 하고 나가자. 지금 당장 이 남자랑 섹스를 해야겠다고.“침대가 좁긴 해도, 무너지진 않을 겁니다.”“무너지면 사거라. 사정없이 박아줄 테니까.”미주의 다리 사이에 비집고 들어앉은 칼데론. 그의 손이 티셔츠를 훌러덩 벗기던 순간, 모든 행동이 단박에 멈춰버렸다.생전 처음 보는 카키 색 브래지어에 놀란 게 아니었다. 그 아래에 길게 이어진 수술 흉터를 마주했기 때문이었다.“누가 이런 것이냐. 죽여 버려야겠다. 당장 앞장 서란 말이다.”이제야 그의 눈길을 확인한 미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타나로 살아가는 동안 일이 좀 있었어요. 고통조차 느끼지 못했다고요.”상처가 이렇게나 큰데, 고통조차 느끼지 못했다고? 거부감은 없었다. 다만, 정말 정사를 나눠도 괜찮은 것인가 덜컥 겁이 났다.미주가 그런 그를 유혹하듯 브래지어를 벗어냈다. 튕겨지듯 튀어나온 새하얀 젖가슴이 탄력 있게 흔들렸다. “대홍 오빠. 얼른 해요.”“그딴 멍청한 이름은 둘이 있을 때는 금지다.”서늘한 경고와 함께 육중한 몸에 깔린 미주는 가슴부터 빨리기 시작했다.진득하고 따뜻한 혀가 가슴 양쪽을 옮겨 다니며 정신없이 움직였다. 꼿꼿하게 솟아오른 젖꼭지가 그의 입안으로 들어갈 때면, 어김없이 허리가 들썩거렸다.“아흣, 하... 미치겠어..”한쪽 손을 아래로 내려 팬티 안을 더듬었다. 골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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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삐거덕거리는 침대 소리가 신경 쓰였던 칼데론이 성기를 뽑아내더니, 미주를 일으켜 세웠다. 한껏 달아오른 몸을 책상에 기대게 하고는 뒤에서 끌어 안자, 이번엔 뒤에서 박아대는 힘이 한층 더 거칠어졌다.이미 그가 주는 황홀함에 취해버린 미주의 허벅지에선 맑고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렸다.허리와 가슴을 동시에 끌어안고 박아대는 칼데론.부르르 떨리는 팔로 힘겹게 책상을 지탱하고는, 엉덩이를 최대한 뒤로 내뺀 미주. 다리가 후들거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았지만 최대한 버티며 쾌락을 만끽했다.그러다 뜨거운 액체가 자궁안에 쏟아져 들어올 때, 헉! 소리를 내며 허리를 비틀었다.“으악, 안, 안돼, 군주님! 얼른 빼십시오!”“왜지.”“이제 인간이시잖아요! 이러다 임신이라도 하면 큰일 납니다!”그말에 여전히 뜨거운 성기가 쿡! 오히려 더 깊게 박혀 버렸다. 오직 이 순간을 위해 모든 걸 걸고 넘어왔는데, 그게 그렇게 큰일 날 일인가? 감히 내게 서운함이란 감정을 들게 하다니. “이미 늦었다.”“읏, 하아... 안... 안되는데..”“이미 너와 나 사이에 불가능이란 존재하지 않거늘.”***아침 댓바람부터 정액을 잔뜩 받은 미주는 샤워를 마친 뒤에도 영 찝찝해, 팬티 라이너를 착용하고 집을 나섰다. 날짜를 따져보니 다행히 안전한 날이었고, 앞으로도 임신 계획은 없었기에 앞으로 피임약을 꼬박 챙겨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개를 돌려, 제 옆에 서서 두리번거리며 걷는 칼데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이 정해졌다.“옷부터 사야겠습니다.”그렇게 시작된 쇼핑. 허우대가 멀쩡해서 그런지, 솔직히 뭘 입혀도 옷 태가 나긴 했지만 창피함은 미주의 몫이었다. 머리부터 잘랐어야 했나? 긴 머리는 역시나 시선을 한 눈에 받기에 충분했다.다음으로 도착한 미용실 앞, 칼데론이 떡하니 버티고 서서는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머리를 자른다니, 이건 그에게 있어 자존심이 와장창 박살 나는 일과 다음 없었다.“절대 안 된다.”고집불통, 신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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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한참 뒤, 미주의 눈에 하트가 뿅뿅 그려지고 말았다. 댄디한 컷에 자연스러운 볼륨감, 이마 사이사이가 비치는 불규칙한 S컬까지. 그동안 왜 그딴 스타일로 살아왔는지, 시간이 원망스러울 만큼 감탄이 터져 나왔다.“대.... 박.”하지만 칼데론은 아니었다. 마력이 사라진 것도 승질이 나 죽겠는데 정말로 하찮은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허전하고, 춥고, 어딘가에 자꾸만 숨고 싶다.”“지금 완전... 와... 우와....”미용실을 나서고 나서는 아까와는 달리, 그의 옆에 착 달라붙어 길거리를 활보했다. 말도 안 되는 비주얼의 군주님이 내 남자친구라니...!여자들의 흘깃거리는 시선을 마주할 때마다 고개가 저절로 들리는 지경이었다.어머, 제 남자친구거든요? 그만 들 좀 쳐다볼래요?“라면은 언제 먹는 거지.”“오늘은 라면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해드릴 겁니다.”새 핸드폰은 물론, 일회용 컬러 렌즈도 한 달 치를 구매했다. 붉은 눈동자는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으니까.마지막으로 마트에 들러 장도 한가득 봤다. 수많은 짐에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칼데론은 처음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느끼고 말아버렸다.“왜 내 손만 여유가 없는 것이냐.”“아아, 죄송합니다. 주세요!”훽!가장 가벼운 쇼핑백만 채가는 모습은 이미 고단수였다.집에 도착하고 나서는 온 힘을 소진한 듯 거의 침대 위에 널브러졌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미주가 혀를 차며 잔소리를 시전했다.“씻고 누우세요.”참고 참아왔던 그의 분노가 스리슬쩍 터져 나왔다.“해야 하는 것이 왜 이렇게 많냐는 말이다!”“이게 정상입니다. 그동안 너무 편하게 사셨던 거죠.”끄응... 마력 하나 없어진 게 이토록 힘들고 고된 일의 연속이라니. 이제는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기지배는 눈 하나 껌뻑하질 않고. 거대한 제국을 다스렸던 나인데, 세상에 무서울 게 하나 없던 나인데. 터벅터벅 욕실로 향한 그는, 뜨거운 물에 몸을 맡기며 신세를 한탄했다.‘대체 어디까지 내려놓아야 하는 것인가.’짜증을 표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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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쾅, 쾅, 쾅!아침부터 무언가를 내리치는 소리에 잠에서 깬 미주. 입에서는 버럭! 귀가 찢어질 듯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군주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내 말은 통 들어먹질 않는다.”새벽녘. 환한 빛이 불편했던 미주는 TV를 꺼버렸고,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난 칼데론은 리모컨 작동법을 알지 못했다. 답답함을 참지 못하곤 표출해낸 방법이 테이블 위에 리모컨을 부술 듯이 내리치는 것.“그만...! 그만하라고요 좀!”다행히 부서지기 직전, 미주가 그의 행동을 멈춰 세웠다. 이제야 마주한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서 다크서클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잠도 안 자고 뭐 하시는 건데요.”“어제 강미라는 인간이 준혁이를 향해 이별을 고했단 말이다. 다음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 죽겠단 말이다.”미치겠네, 꼭 사춘기 남자아이를 키우는 기분에 사로잡혀 자꾸만 한숨이 터져 나왔다. 문명이 발전된 세상에서 정반대인 곳으로 흘러갔던 미주와 달리, 처음 보는 신기한 것들 투성이인 세상으로 건너온 그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게다가 인간에서 인간이 아닌, 마족에서 인간이 되어버렸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은 거냐고.방법은 하나였다. 아무리 속이 터질 듯이 답답해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려주는 것.“여기, 빨간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켜져요.”“오.”“가운데에 동그란 원은 방향키 같은 거예요. 위, 아래, 좌, 우.”“오.”***시간이 흐를수록 칼데론은 현실에 수긍하기 시작했다. 외출할 땐 반드시 렌즈를 착용하고, 옷 또한 미주가 코디해 주는 대로 인간답게 멀쩡하게 입고 말이다. 핸드폰 사용법은 아직 전화를 받는 게 다였지만 그게 어디인가.집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던 미주가 물었다.“힘드시죠?”“네가 있으니 견딜만하다.”“벨리오랑 로일드 님은 어쩌고 지내실까요? 여전히.. 힘드시겠죠?”리온이의 죽음은 이별의 열쇠였었다.그리고, 그날 이후 로일드와 벨리오의 얼굴엔 자신만큼이나 어두운 그늘이 드리웠었다. 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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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미주는 그의 솔직한 모습을 담고 싶었다. 대본 같은 거 없이 자연스러운, 그 모습이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이니까.“다시 할게요. 이번엔 조금 더 길게요.”화면을 빤히 바라보던 칼데론이 피식 웃었다.한쪽만 여유롭게 올라간 입꼬리에 미주의 시선이 또렷하게 박혔다.“홍주로그. 우리는 사랑이란 걸 하고 있으니. 이름은 그렇게 결정되었다.”“푸하, 갈대홍 씨는 말투가 왜 그러세요?”“차차 노력 중인데.”“그럼, 첫 시청자를 위해 손 한 번 흔들어주세요.”커다란 손을 흔드는 모습이 어색했지만, 얼굴이 다 하는 중. 그 문장이 그냥 찰떡이었다.그날, 아무런 보정 없이 자막만을 단 아주 짧은 영상이 처음으로 게시되었다.***“아앙, 아아앙, 미쳐, 미쳐어엉..!”벌거벗은 칼데론와 미주가 욕정을 폭발시키던 중, 난데없는 목소리가 벽 너머로 울려 퍼졌다.“씨발...! 하루 종일 떡만 치나. 조용히 좀 합시다! 조용히 좀!”헉!그와 정사를 나눌 때면 너무도 흥분해, 미처 방음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던 것이다. 깜짝 놀란 미주는 입을 틀어막았고, 칼데론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어디 감히, 군주의 정사에 인간 따위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인지.“죽여버려야겠다.”“군주님! 아니, 아니에요. 이건 우리가 잘못한 거예요.”“그러니까 왜 벌집 같은 곳에 살아서는.”그때부터 미주는 입을 틀어막고 헐떡거리긴 했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얼른 돈을 벌어서 이 좁아터진 오피스텔부터 벗어나야겠다고.“읏, 아아.. 아....”칼데론 역시 신음을 삼키는 미주를 내려다보며 답답함을 느꼈다.빌어먹을 세상 같으니라고. 박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아찔한 신음까지 조심해야 한다니. 대한민국이라는 곳은 참으로 둠바스와는 다르구나. 이래서 찍소리도 못하게 만드는 군주가 군림하고 있어야 하거늘.“손 치우거라.”“안, 으읏, 안 됩니다...”작은 손을 입가에서 떼어낸 그는 자신의 손바닥으로 미주의 입을 틀어막았다.그러고는 아주 신랄하게 박아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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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결국 오늘도 끌려 나온 칼데론은 미주와 함께 카페로 향했다. 처음으로 휘핑크림이 가득 올라간 라떼를 머금은 순간, 표정에 눈에 띄게 바뀌며 미소가 감돌았다.“맛있죠?”“장난 아니군.”그런 모습들은 전부 영상으로 기록됐고, 미주는 그의 옆에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자신의 얼굴을 처음으로 담았다.“보이세요? 앉아 있는데도 키 차이가 엄청나요.”미주가 가장 좋아하는 건, 그의 우람하고 커다란 체격이다. 정작 그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닐 때마다 머리통 하나가 삐죽 튀어나왔고, 머리를 이곳저곳 박고 다니느라 영 불편한데 말이다.“오빠, 키 커서 불편한 게 뭐가 있어요?”“낮은 문, 작은 침대, 짧은 샤워기. 그리고, 정사 시...”“아니요! 거기까지! 그럼, 만약 지금보다 작아질 수 있다면 작아질 거예요?”“헛소리.”키득거리는 웃음소리는 물론, 미주가 칼데론의 뺨에 볼을 부비는 장면까지 모두 담겼다.모든 게 행복했다. 칼데론과 시내를 걸어다니며 평범한 데이트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그토록 원망했던 신을 누구보다 존경하는 지금, 미주의 얼굴은 환하게 핀 봄꽃 같았다.그래서 그 역시도 행복했다. 둠바스에서보다 훨씬 더 자주 웃어서.타나라는 이름보다 거지 같은 설미주라는 이름이 점점 좋아지는 것도 아마 그것 때문일까.“미주.”“헉. 이제 저를 미주라고 부르시는 겁니까?”“그래. 미주. 멍청한 이름.”솔직히 칼데론, 강대홍 보다는 훨씬 더 낫습니다만.“미주야~ 이렇게 다정하게 부르시는 겁니다.”“징그럽다.”“얼른 해보세요! 미주야!”“미주야. 시끄럽구나.”저녁까지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엘리베이터에서 옆집 남자를 마주친 미주가 숨을 깊게 들이켰다. 어찌나 민망하던지, 괜스레 칼데론의 뒤에 숨어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미주를 알아본 남자는 참지 않았다. “1202호, 맞으시죠.”“아, 네...”“밤에는 제발 잠 좀 잡시다.”“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칼데론의 눈이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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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시간이 지날수록 귓가에 들리는 소리가 점점 이상해졌다.누가 들어도 농밀한 신음 소리, 게다가 TV속으로 빨려들어갈 듯 기울어진 거대한 몸까지. 설마 하는 생각에 화면을 보자, 19금 영화가 보란 듯이 재생되고 있었다.이제는 리모콘 사용에 도가 튼 그였다.“군주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이곳은 남의 정사를 막 훔쳐보고 그런 곳이냐.”“그건 진짜가 아니라 그냥 영화라고요. 보라고 만든 거!”아, 둠바스의 귀족들이 주점에 모여 즐겨보던 것과 비슷한 것이군. 그때, 타나 저 기지배는 수십명이 제 몸을 보고 있어도 앙앙거리며 까무러쳤는데. “근데 말이다. 저 계집의 허리짓이 참으로 요란하구나.”때마침 여성 상위 자세가 재생되는 화면 속, 정말로 여자 주인공의 허리 돌림은 요염함 그 자체였다.그래서 어쩌라고? 지금 나보다 저 여자가 더 예쁘다는 뜻이야?“제가 더 잘 하거든요?”“그런가.”“군주님?”“저 계집은 영 싸질 않는 군. 별로다.”별로라면서 그의 시선은 화면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미주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도 딱히 말릴 생각은 없었다.인간이라면 뭐, 자연스러운 거니까. 저렇게라도 집중하고 있어야 일을 하는 게 가능하니까.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신음소리에 점점 익숙해지던 중, “큰일이군.”뭐야 또. 한참 집중하던 중이었는데. 시선을 돌리자마자 모든 행동이 뚝하고 멈춰버렸다. 침대에 걸터 앉은 칼데론은 다리를 쫙 벌리고 있었고, 그 사이에 일자로 솟은 물건이 거대한 텐트를 치고 있었기 때문. 아씨, 왜 천 너머의 광경이 보이는 것 같지? 돌겠네 이거.“아...”“오지 않으면 내가 갈 것이다.”솔직히 움직이지 않고는 도무지 못베길 유혹이었다.이미 그의 자지맛에 제대로 중독됐는데, 이대로 넘기기엔 아깝고 말고. 다리 사이로 다가가 무릎부터 꿇은 미주는, 야무지게 그의 바지를 내리며 눈웃음을 지었다.“고작 저런 영화나 보다가 혼자 꼴리신 겁니까?”“아니다.”“맞잖아요. 그것도 다른 여자를 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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