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누굴 만났지.”“몰라. 죽어.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아니, 넌 알아. 고작 그따위 칼이 이 칼데론을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그럼 죗값을 물어. 어차피 난, 너랑 사는 하루하루가 지옥이니까.”그때, 침실 문 너머로 로일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군주님, 감히 군주님의 안부를 묻습니다.”타나는 그 목소리에도 흔들림은커녕, 칼데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여전히 반만 열린 눈꺼풀, 흐릿한 눈동자로 말이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로일드가 허리춤에 찬 장검을 뽑아들었다. “군, 군주님...!”칼데론이 한 손을 들어 올렸다.제 몸에 생채기가 난 걸 목격했으니, 로일드는 이렇게라도 멈추지 않으면 타나를 죽일 것이다. “다가오지 마라.”“군주님!”“단 한 발자국도.”아무리 생각해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단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타나를 수발드는 존재가 생겼다는 것.***모든 기억이 떠오른 타나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내렸다.황급히 그의 가슴에 두 손바닥을 겹쳐 짚고는 고개를 저었다. “군주님.. 흑, 군주님... 이거 정말.. 제가... 제가 이런 거예요?”“아니. 네가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니 울지 말고 고개를 들어라.”“흐아아앙, 어떡해요, 피가, 피가... 너무 많이 납니다...”가운은 물론 바닥까지 떨어져 내린 검은 액체가 피라는 사실을 깨달은 건, 몰틴이 죽었을 때 튀었던 피를 여전히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대체 뭐에 홀렸길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런 짓을 벌인 거냐고.“너에게 난 악마였을까.”“아닙니다..! 아닙니다 군주님...! 제가 했던 말은 진심이 아닙니다..!”안다. 타나가 했던 모든 행동은, 말은... 스스로의 뜻이 아니라는걸.근데 왜 이렇게 슬픈 걸까. 긴 세월을 살아오며 이렇게까지 가슴이 아팠던 적이 있었던 가. 아, 타나가 자신의 앞에서 등을 돌렸을 때, 음락전에서 열기에 잠겨 가는 숨만 몰아쉬었을 때. 그때도 이런
Last Updated : 2026-07-3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