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심연의 군주는 로맨티스트: Chapter 81 - Chapter 90

183 Chapters

제81화

도착한 곳은 둠바스 성 근처에 작은 민가였다. 솔직히 좀 놀랐다. 타나라는 이름 하나에 멀쩡한 민가 하나를 떡하니 내어 준다고?허름하긴 했지만 움막보다야 훨씬 더 집다웠고, 혼자 지내기엔 충분한 공간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지낼 곳이 생겼다는 감사함보다 타나의 행방이 궁금해 미쳐버릴 지경이었다.그래서 마지막으로 물었다.“이곳에서 기다리면, 타나를 만날 수 있는 건가요?”“글쎄, 운이 좋아 살아남으신다면.”“네? 살아남다뇨?”“타나 아가씨는 지금, 구렁이 독이 온몸에 퍼져 사경을 헤매고 계신다.”말, 말도 안 돼.. 타나가? 정말 타나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안 되는데, 이제 막 왔는데. 아직 얼굴도 못 봤는데. 벨리오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였다.“부탁드립니다. 부디 간호라도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제 친구입니다. 어릴 때부터 한시도 떨어진 적 없던... 가족과도 다름없는 존재입니다.”“군주님의 침실은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설마 칼데론의 침실에 있다는 뜻이야..?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알 수가 없어 가슴이 조여왔다. 다만 타나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사실이 오르테아스의 예상을 증명하고 있었다. 칼데론은... 타나를 죽이지 않았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깨어나면 꼭, 꼭 전해주십시오. 친구 벨리오가 왔다고요.”기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야에서 사라졌고, 혼자 남은 벨리오는 방 안으로 향해 문을 꼭 닫고는, 손톱 밑에 걸리는 실을 잡아당겼다.순간 꽉 막혀 있던 혈관 하나가 뚫리듯 온몸에 뜨거운 피가 돌며 이내 숨이 거칠어졌다.구석에 놓인 촛대를 향해 손끝을 올렸다.불을 만들어야 한다. 그 마음으로 집중한 순간 심지가 번쩍하며 불이 붙었다. “됐어. 신력은 여전해.”오르테아스에게 받은 신력은 버텨내기 힘들 만큼 가혹했지만 결국은 이겨냈고, 미약하지만 다룰 수 있게 되었고, 마력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제 목숨을 지켜줄 것이다.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종이를 구하는 일이었다.종이에 글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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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철컹, 잠겨 있던 철창 문이 열리고 로일드는 찬 바닥에 널브러진 세쟈르를 일으켜 세웠다.“오늘이 그 날이군요. 당신 손에 죽는 날이요..”“잔말 말고 따라와.”맥없이 끌려간 곳은 아르켈로 향하는 게이트 입구였다. 비틀거리던 세쟈르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거대한 석조로 기둥 안, 빛으로 가득한 벽면에 새겨진 커다란 균열까지. 시녀들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위대한 군주님께서 오르테라스의 봉인을 부수고 삼백 년만에 귀환했고. 아르켈은 천계라는 이름만 뒤집어쓴 악랄하고 치사한 족속들의 집합체라고. 보아하니 이곳이 그 아르켈로 향하는 게이트인 것 같은데, 대체 여긴 왜 데리고 온 거지?이유를 묻기도 전, 로일드의 손짓에 맞춰 둘의 몸 주변에 투명한 막이 씌워졌다. “로, 로일드 님..”“가볼까, 네가 살던 곳으로.”“네...?”그의 손에 이끌려 게이트 안으로 들어선 순간, 형형색색의 화려한 풍경들이 빠르게 스쳐지났다. 이곳이 내가 살던 곳이라고? 아무런 기억이 나질 않는데..?둠바스랑은 확연히 다른 곳이었다. 눈길이 닿는 모든 것이 아름다워 눈물이 날만큼 말이다.아르켈 궁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제대로 걷기 시작한 발걸음은 여유로웠다.당당하게 입구로 걸어 들어가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누구도 침입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 사실이 로일드에게는 꽤나 자부심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하여간, 병신들이 따로 없다니까.”팔뚝만 붙잡혀 질질 끌려가는데,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다리가 휘청거려 그의 팔을 붙잡았다. “도대체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 네?”묵묵부답.한참을 걷다 도착한 곳은 화려한 핑크색 깃털이 달린 문 앞이었다. 방문을 스르륵 밀치자 캐노피가 달린 화려한 침대와 거울, 고급스러운 커튼으로 장식된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딱 봐도 귀한 분이 지내는 공간 같았다. 로일드는 세쟈르를 방 안으로 밀어넣고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잘 지내.”“네? 로일드 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여기가 어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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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바르르 떨리는 손바닥에 힘이 들어가고, 하얀빛이 일렁이며 이마 주변을 감싸던 그때. “하지 마세요.”채 눈도 뜨지 못한 세쟈르가 오르테아스의 손을 밀쳐냈다. “세, 세쟈르! 괜찮은 것이냐? 정신이 드는 것이냐?”세쟈르는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 아버지의 눈을 마주했다. 그 차가운 눈빛엔 어떠한 존경심도 담겨있지 않았다. 당연했다.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은 건 그러려니 했다. 인정하긴 싫었지만 애초부터 칼데론의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어머니의 피로 심연수옥의 문을 연 끔찍한 결말을 알았으니, 지하 감옥보다 더 비참한 현실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제 기억에 손댈 자격, 없으시잖아요.”“그런 게 아니다. 그 자식이 무슨 말로 이간질을 했든, 다 사실이 아니란 말이다.”이 와중에도 변명만을 쏟아내는 입이 어찌나 밉던지, 정체성이 산산조각 날것 같아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각인의 구슬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칼데론에게 그따위 조작은 일도 아니란 걸 아직도 모르는게냐?”처음엔 이해하려고 했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버지 역시도 그런 선택을 하실 일도 없었을 거라고. 하지만 지금은 왜, 그 이해하려던 마음을 품었던 스스로를 경멸했다.“헤릴드는요...”오르테아스의 표정이 단숨에 굳었다. 예상대로였다. 살아서 돌아온다면 그 이름부터 입에 올릴 줄 알았지. 죽이길 잘했지. 큰일날 뻔했잖아.“아버지.”“잊거라.”“설마... 아니죠? 네?”딱딱하게 굳은 표정이 대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세쟈르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아버지를 향해 살의가 느껴지는 게 정상인 건가?쉴새 없이 차오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도리질을 쳤다.“당장 나가세요! 나가시라고요..!”“둠바스에서의 기억은 지우는 게 좋을 것이다. 너를 위해서.”쨍그랑!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화려한 자기가 산산조각 났다.그대로 방을 떠나는 오르테아스의 발걸음은 흔들림 하나 없이 단단했다. 딸이 그 추악한 꼴을 당했다는 걸 알면서도, 돌아왔다는 사실에 안도했을 뿐.그 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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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목을 감싸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리자, 벨리오는 즉시 무릎부터 꿇었다.거짓을 고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저 타나의 안부가 궁금할 뿐, 오르테아스를 누구보다 증오하고 있을 뿐.“폐하께서 저를 첩자로 쓰시겠다며.. 신력을 주입하셨습니다. 타나와 친했다는 게 이유입니다.”역시, 병사가 없긴 진짜 없구나. 한낱 인간 따위를 첩자로 쓸 만큼 그렇게 엉망인 거야? 그림자 하나 비추질 않더니, 딸의 생사가 궁금하긴 했나 보네? 이 망할 오르테아스. “그래서, 첩자질을 하러 목숨을 걸고 게이트를 넘었다?”“아닙니다. 정말로 타나를 만나러 왔습니다. 게이트 근처 움막에서 지옥 같은 날들을 견디며 다짐했어요. 만약 살아남는다면 오직 둠바스를 위해 충성하겠다고요.”바닥을 짚은 손을 바들바들 떨며 내뱉는 말은 아무래도 거짓 같진 않았다. 닭똥 같은 눈물은 왜 이리도 흘리는 건지.하지만 그 눈물을 덜컥 믿다가는 어떤 재앙을 몰고 올지 누구도 모르는 일.벨리오의 말이 이어졌다.“이곳에 온 뒤로, 어떠한 보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그럼, 그 신력부터 내어놓거라.”벨리오의 대답은 망설임이라곤 존재하지 않았다.“예,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 주세요. 저 또한 원하지 않습니다. 방법을 몰라 제 몸 하나 지킬 요량으로 생각했을 뿐입니다.” 로일드의 고개가 갸웃거렸다.뭐지? 뭐가 이렇게 쉬워? 다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대체 왜?“원하지 않는다?”“예, 저는 평생을 시녀로 살아왔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힘을 갖고 살아간다면 결코 행복하지 못할 겁니다.”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한심한 사상이었다.신력을 가진 인간이라면, 적어도 인간 마을에서는 왕 노릇을 하며 지낼 수 있을 텐데.“타나 아가씨는 왜 찾는 거지.”“말라토 기둥으로 벼락이 꽂히던 날,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너무 미안했어요. 어릴 때부터 하루도 헤어진 적 없었는데... 혹 둠바스로 끌려와 고문이라도 당하는 건 아닌지, 벼락보다 더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 건 아닌지.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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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보네타? 아, 이름이야 익히 들었지. 콧대가 아주 하늘을 찌른다고. 싸가지 없기가 혈각의 자식들 중 단연 최고라고. 근데, 이제는 그럴 상황이 아니지 않나? 중개업자는 그 소문을 아직도 못 들었나? “벨톤은 홀바인 산맥에서 죽었다던데.”남자의 말에 중개업자가 눈을 크게 떴다. “예..? 그게 정말입니까?”“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중개업자가 눈을 감은 보네타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거, 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 하필이면 에일코 시장을 왔어. 노리고 있는 자들로 득실거리는 곳을.”“계약금을 두 배로 지급하죠, 대신 이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당분간 퍼뜨리지 말아주시죠.”“네? 두 배요?”“예,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보네타를 품에 안은 남자의 이름은 '포셉'이다. 다른 마을에서 도박으로 한탕 크게 해먹고, 주점을 개업하기 위해 이곳으로 온 건데.술장사에는 여자가 빠질 수 없고, 보네타 정도의 외모와 유명세면 돈이 된다 싶었다. “그, 그럼 바로 계약은 하시는 거죠?”“네. 한 시간 후에 찾아뵙겠습니다.”눈동자가 번들거리는 포셉의 모습은 꼭 음흉한 마귀같았다. 황급히 마차에 실어 이동하는 내내 보네타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자신이 지금 어디로 가는지, 누구의 손에 이끌려 가는지. ***오늘도 박쥐 뇌를 끓인 보양식을 입안으로 흘려 넣던 중, 타나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따뜻하고 비릿한 향,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목구멍으로 넘겨지는 이상한 국물은 뭐지...?아직 살아있는 건가?아닌데, 분명 홀바인 산맥에서 엄청 큰 뱀한테 물렸었는데. 설마... 현실로 돌아온 건 아니겠지..? 아니 됐고, 뭔데 이렇게 비리냐고! 미치겠네 정말...! “아, 잠깐만...”칼데론의 얼굴이 타나를 향해 가까워졌다.얼마만에 들어보는 목소리인지, 드디어 일어난 것인가. 역시 바위 박쥐의 뇌가 효과가 있었나.“타나, 눈 좀 떠 보거라.”스르륵 열리는 눈꺼풀, 그 안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연갈색 눈동자. 그의 간호가 비로소 빛을 발한 순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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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타나는 양껏 오바이트를 해댄 덕에 안 그래도 몽롱했던 머릿속이 더 몽롱해졌다. 근데,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지? 군주님은 심장이 찔려 긴 잠에 빠져있었는데. 설마, 이번에도 날 구해준 거야? “그.. 홀바인 산맥에서는...”“구렁이도, 흑룡도, 혈각도. 죽여버렸다.”“예...?”“아, 전부 다는 아니고.”그러니까 지금, 대통령이 여자에 미쳐서 국회의원을 죽였다는 소리야? 어머, 미쳤나 봐. 나 어떡해. 아니아니, 군주님 어떡해.타나는 마른 침을 꼴깍 삼키고 입술을 달싹였다. “혈, 혈각들을 죽이시면 어떡해요..!”“뒤질 짓을 했으면 뒤져야지.”앞으로도 둠바스에서 살아갈 하루하루가 순탄치는 않겠구나. 타나는 그 생각이 들어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그나저나 며칠이나 이러고 있던 걸까. 머리가 좀 아프긴 한데, 몸은 이상하리만큼 개운했다.정말로 그 바위 박쥐의 뇌라는 보양식의 효과가... 아.. 아씨..“우욱...”“큰일이구나. 체력 회복에 힘써야겠어.”칼데론의 품에 안겨 정화실로 향했다.약초 향이 풍기는 욕조 안, 그는 정성스레 씻겨만 줬을 뿐 예민한 부위는 건들지도 않았다. 타나는 오히려 그게 더 적응이 안 돼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제가 씻어도 되는데...”“하루하루 내가 직접 씻겨주었다.”“뭐, 뭐라고요?”“놀라지 마라. 손가락도, 성기도. 아무것도 안 넣었다.”아.... 이걸 고마워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그냥 물수건으로 닦아만 주지, 발가벗기고 직접 씻겨줄 필요까지 있었나? 그래도 손길은 꽤 부드럽고 자상하잖아... 아파야 잘 해주는 스타일인가? 매일 아파야 되는 건가... 진수성찬이 차려진 테이블에 앉아 식사도 했다.식사 내내 자신만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붉은 눈동자는 도저히 먹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대신, 한쪽에 떡하니 자리 잡은 바위 박쥐 뇌를 끓인 탕 만큼은 슬리슬쩍 구석으로 밀어버렸다.“흠.”“보, 보양식은 됐습니다...”“아, 혹 벨리오라는 인간을 아는가?”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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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둠바스 성 접견실. 떨리는 마음으로 벨리오를 기다리던 타나는 접견실 안을 서성거리며 한시도 가만있질 못했다. 벨리오는 자신이 진짜 타나인 줄 굳게 믿고 여기까지 목숨 걸고 왔을 텐데.이건 뭐, 지금은 네가 알던 타나가 아니라는 걸 말해줘야 하나? 그럼 너무 슬퍼하지 않을까?“타나, 정신이 사나워서 그런가. 네 옷을 모조리 벗겨버리고 싶은데.”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 논리가 기가 막혀, 걸음을 멈추고 칼데론을 노려보았다. “쓰읍, 눈깔.”아주 느린 속도로 순해지는 눈동자였다.“벨리오는 도대체 언제 오는 거예요?”“곧.”일단은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안아주자. 신력을 빼앗기는 고통도 참아야 할 텐데. 굳이 실망감까지 안겨줄 순 없잖아. 그리고, 그때의 그 눈물은 진심이었어. 정말로 날 안타까워하는 눈물이었단 말이야.잠시 후, 접견실 문이 열리고 벨리오의 눈동자가 타나를 향했다. 타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렁그렁 한 눈망울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달려가 와락, 서로를 끌어안았다.“타나...!”“벨리오...!”눈물겨운 상봉에 칼데론과 로일드는 두 인간의 재회를 멍하니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쟤네 혹시 수상쩍은 사이 아니야? 여자끼리 뭐, 그런... 음.. “몸은 좀 괜찮아? 깨어나질 못한다고 해서 얼마나 걱정했는데..”“너는? 도대체 여기까진 어떻게 온 거야...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힝...”“살아있어서 다행이야. 너무너무 다행이야, 타나..”칼데론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몸을 거칠게 떼어냈다. 이 정도면 많이 봐줬다는 듯.이제야 정신을 차린 벨리오는 즉각 고개를 숙이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군, 군주님께 고개를 바칩니다..”당연히 타나는 아니었다. 버럭! 앙칼진 목소리가 곧바로 튀어나왔다.“군주님!”벨리오가 타나의 손목을 붙잡아 제 뒤로 숨겼다. 혹시라도 대들다 사달이라도 날까 싶어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반응이었다. “벨리오...”“타나, 나 괜찮으니까 제발 그만해.”쌍으로 째깐한 것들이 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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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스스로를 너그럽다 여기던 마음은 이내 밴댕이 소갈딱지가 되어버렸다. 몇 시간째 벨리오를 간호한다며 제게는 얼굴 하나 비추지 않는 기지배가 미웠다.며칠째 간호를 해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는커녕, 깨어나던 순간부터 목이 타들어가는 갈증이 요동치거늘. 시간이 갈수록 군주의 심기가 언짢아지자, 가장 똥줄이 타는 건 로일드였다.저러다 또 분을 이기지 못하고 미쳐 날뛰시면 어쩌지? 이럴 땐 기분이 좋아질 법한 보고가 최고다.“세쟈르는 제 아비에게 등을 돌린 채 울기만 합니다.”“어.”그러든지 말든지, 타나 이 기지배는 언제 오는 거냐고. “그리고, 시장 바닥에 버려둔 보네타는 며칠째 빈 점포 안에 몸을 숨기다 쓰러져, 포셉이라는 인간이 데려갔다고 합니다.”오호라, 인간으로 변한 보네타가 또 다른 인간의 눈에 띈 건가.“포셉?”“예, 도박 자금으로 꽤 많은 돈을 벌어들여, 인간 마을에서 가장 큰 저택을 소유한 자입니다. 에일코 시장에 주점을 개업할 점포를 알아보다 보네타를 만난 모양입니다.”“꽤 어울리는 조합이네.”보통 그런 인간들이 여자를 대하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보네타는 그토록 무시하던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얼마나 무릎을 꿇을까. 아마, 차라리 죽여달라고 울부짖는 순간마다 나를 증오하겠지. 근데 보네타, 그들은 자업자득이라는 말을 무지하게 좋아하더군.나도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느꼈어. 타나가 아플 때,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말이야. “개입하지 말고 지켜만 봐.”“예.”스르륵, 침실 문이 열리고 타나가 들어오자 로일드는 이제야 안도하며 침실을 떠났다.“군주님!”타나는 스리슬쩍 칼데론의 눈치를 보며 걸음을 늦췄다.뭐지? 왜 또 대답이 없지?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벨리오는 괜찮아요. 깨어나서 밥도 먹고, 저랑 한참을 떠들다 다시 잠들었어요.”“안 궁금한데.”“치이... 식사까지 챙겨주셔놓고는.”훅.코앞까지 다가온 칼데론이 매서운 눈동자로 타나를 내려다봤다.서늘함을 느낀 타나의 어깨가 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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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변태 같은 말에 아랫배가 더 단단히 조여들었다.그러면서도 작고 하얀 손가락은 허벅지 아래로 내려가 도톰한 음순을 옆으로 벌렸다. 물기를 머금은 핑크색 속살, 그곳을 향해 크게 벌어진 입이 들이닥쳤다.“아아앙...!”바쁘게 움직이는 혀가 골짜기는 물론, 골짜기를 벌리고 있는 자신의 손가락에도 간간이 닿는 느낌. 그보다 더 미치겠는 건, 게걸스럽게 아랫도리를 빨아대는 그의 입술에서 나는 천박한 소리였다. ‘어떡해, 나 벌써 싸버릴 것 같아.’낯 뜨거운 광경이었다.허벅지 사이를 왔다 갔다 거리는 그의 머리칼도, 자꾸만 꿈틀거리며 제 자리를 벗어나려는 엉덩이도. 음핵을 굴리다 구멍 안으로 지체 없이 파고드는 두꺼운 혀도. 모든 것이 통제력을 무너뜨려 절정을 선사했다. “잠, 잠깐, 하아아앙...!”결국 부웅 떠오른 엉덩이와, 참을 새도 없이 분출된 뜨거운 사정액. 칼데론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더 크게 벌렸다.오늘따라 유난히 세찬 줄기를 단 한 방울도 놓치기 싫어 숨까지 헐떡거리며 모조리 삼켰다. 타나는 도무지 끝나지 않는 극한의 절정에 하반신을 파르르 떨었다. 단물을 꿀꺽꿀꺽 삼키면서도 코끝으로 음핵을 비비는 덕분에 싸고, 또 싸버린 지금.파닥거리며 흥분의 액체를 뱉어내는 스스로가 언제부터 이렇게 야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하, 하앙, 하고, 싶, 아아..”칼데론은 타나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혓바닥으로 보지 전체를 핥아주고는, 몸에 걸친 가운을 거칠게 벗어던졌다. 타나의 시선이 그의 성기를 응시했다.그 역시도 적지 않게 흥분한 듯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쿠퍼액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바짝 아랫배는 바짝 수축했고, 작은 구멍이 벌름거리며 또 한 번 투명한 애액이 흘러나왔다. 검붉은 핏줄이 가득한 성기를 쥔 칼데론은 평소처럼 곧바로 삽입하지 않았다.발목을 붙잡아 완전히 눕히고는, 귀두로 골짜기를 느릿하게 문지르며 눈을 맞췄다.“옷부터 벗지.”“흣, 하, 네, 네에..”허리까지 말려올라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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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목숨이 여러 개인가 봐? 이거 당장 안 풀어?”“벨톤가 마족들은 이제 짐승 취급도 못 받는다던데.”“....”지옥 같은 현실이, 그것도 인간의 말로 뇌리를 강타할 줄은 차마 몰랐다.불길한 생각이 든 보네타는 가슴을 더 필사적으로 가리고 무릎을 딱 붙였다. “마력도 잃었나 봐? 그까짓 쇠고랑 하나도 못 푸는 걸 보니.”“가까이 오지 마. 죽여버릴 테니까.”지금까지 다가가지 않았던 건, 혹시라도 마력에 숨통이 끊어질까 싶어 때를 기다렸을 뿐. 하지만 이제는 확신이 들어버렸다.저 여자는 이제, 마족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포셉은 보네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보네타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태어나 이런 취급은 처음이었다. 군주와 혼담까지 오고 갔던 나를 이렇게 함부로 대했던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단 말이다. “아, 아파..!”“지금부터 네 주인은 나야.”“주인? 웃기지 마! 어디 감히 인간 따위가...”“어디 감히 쫄딱 망한 더러운 마족 따위가.”그 순간 직감해 버렸다.자신이 처한 진짜 현실을, 하필이면 재수 없게도 이런 몰상식하고 음흉한 인간한테 걸려 비참한 꼴을 맞이할 거란 사실을. 그래서 처음으로 인간을 향해 말을 높였다. “살, 살려주세요..”“착하지, 근데 호칭을 똑바로 해줬으면 좋겠는데?”“주.. 주인님.. 살.. 살려주세요...”대답이 퍽 만족스러웠던 포셉은 머리칼을 휘어잡은 손을 풀고는, 아주 다정스럽게 쓰다듬었다. 오렌지빛의 머리칼과 눈동자. 그 겁을 먹은 눈동자가 너무도 아리따워 꼭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아니, 어쩌면 비싼 술 한동이를 마시고 기분 좋게 취한 기분까지 들었다. “걱정 마,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그나저나 대체 며칠이나 안 씻은 거야? 더러운 냄새가 나서 참을 수가 없잖아.” 치욕스러운 말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포셉은 그 눈물마저 아름답다 느끼며 작은 문을 향해 턱짓했다.“씻어. 깨끗하게 씻고 새 팬티만 걸치고 나와.”“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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