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AGAPE : 우리는 그랬다: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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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노래 선생님.

⁠⁠그래도 대충 장단을 맞춰주자, 이번에는 말도 안 된다며 머리를 쥐어짰다.⁠‘심지어 이렇게 어려운 노래를! 그 빡센 춤을 추면서! 라이브로!?’‘힘을 좀 빼서 불러 봐.’‘뭐?’‘아! 말고 아- 아~ 이런 느낌으로.’⁠시범을 보이자, 양아치는 제법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목에 힘이 너무 들어갔더라. 복식호흡으로 부르는 건 연습하지 않으면 많이 힘드니까… 처음에는 힘을 빼고 가볍게 부르는 것부터 시작해 봐.’⁠그 말에 양아치는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자신이 들고 있는 악보와 자신이 끼고 있던 한쪽의 이어폰을 내 귀에 꽂아 넣었다. 그러고는 시범을 보여 달라고 했다. 의아하기는 했지만, 곤란한 것은 아니기에 대충 형광펜으로 칠한 부분을 부르자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너… 어디 연습생이야?’‘아니?’‘그런데 이렇게 잘한다고!?’⁠큰 눈이 쏟아져 내릴 듯이 커졌다.⁠‘자, 잘했어?’‘완전. 대박.’⁠꾸밈없는 칭찬에 조금 기뻐서 웃음이 나왔다.⁠‘이 노래는 내가 아니라, 네가 불러야 할 것 같은데.’⁠그런데 이건 무슨 노래지?요즘 유행하는 노래인가?들어본 적 없는 노랜데.양아치의 음역대에 비해 조금 높지 않나 싶었지만, 노래 자체는 괜찮았다.⁠‘너, 점심시간이랑 방과 후에 여기 틀어박혀 있지.’‘어?’‘그럼 나 노래 조금만 봐줘라.’⁠순식간에 거리감을 좁혀 오는 것에 숨을 들이켰다. 가까워진 거리만큼 훅 들어온 향수 냄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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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홍시혁>⁠“… 형, 너 요즘 자주 나간다?”“기분 전환하러.”“사고 안 친다고 약속한 거 안 잊었지.”“벌써 몇 번째 말하지? 지겹지도 않냐?”“지겨운 건 네가 사고 치는 거지.”⁠동생인 홍지혁은 뭐 움직이기만 하면 사고 치지 말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괜히 진절머리가 나 창문을 괜히 쓱 열고는 찬바람에 머리를 식히고는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너 요즘 자주 멍하다?”“너 요즘 건방지다? 또 처맞아야지 정신 차리지?”⁠짜증을 잔뜩 담아 말하자, 처맞기는 싫은지 커피를 홀짝이며 고개를 홱 돌렸다.⁠“야, 홍지혁.”“왜. 뭐.”“나….”“뭐.”“…… 율이… 은율이 만났어.”“쿠헥! 뭐!?”⁠나의 말에 놀란 건지, 사레가 걸려 커피를 소파와 테이블에 다 쏟아내 버리는 못난 동생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혀를 차며 걸레를 얼굴에 던져버리자, 받을 생각도 못 하고 여전히 콜록거리기 여념 없었다.⁠“지, 진짜!?”“그럼, 가짜냐?”“… 누, 누나 잘 지내고 있어? 아니, 애초에 아는 척을 해!?”⁠걸레로 대충 테이블을 닦으며 묻는 말에 ‘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모습이 잘 지내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아는 척도 내가 먼저 했다.그 당황한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다.⁠“와… 인사는 해줘? 뭐라고 안 해?”“어.”“와… 대박.”⁠놀랍다는 듯이 이마를 ‘탁’ 치는 소리는 경쾌하기 그지없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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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나, 나의, 나만의… 우리의 아빠.

⁠⁠ 이 추운 날,바다에 다녀온 뒤, 환절기를 무시한 탓일까?감기로 고생하고 이제 겨우 돌아다닐 수 있을 때쯤, 반강제로 영웅이의 손에 이끌려 아빠가 있는 요양원에 도착했다.좋은 자연환경과 달리 이질적인 고급 건물, 그 안으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손가락을 가만두지 못했다. 한참을 말썽이라 죄인이 된 것처럼 숨을 꾹 참고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영웅이의 뒤를 따라 고급스러운 방으로 들어서자, 아빠는 굉장히 기쁜 얼굴을 하고서는 이름을 부르며 양팔을 벌렸다.⁠“은율아!”⁠그리고 그 옆에는 이미 와있던 도진이가 앉아 있었다.⁠“이야, 우리 딸! 이게 얼마 만이야!? 자주 좀 와!”⁠영웅이가 팔꿈치로 나를 툭툭 쳤다. 몸이 중심을 잃고 허우적거리는 나의 손을 잡은 주름진 손은 ‘잡았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것에 눈가가 찌릿찌릿했다.⁠“아, 아빠!”⁠참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아빠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그토록 그리웠던 온기와 손길이 나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으며 꼭 끌어안아 주는 것이, 나의 온갖 불안한 마음을 아빠의 냄새가 진정시켰다.⁠“아버지, 약은 제대로 드시고 있죠?”“거참, 잔소리는…. 먹고 있어. 그보다 영웅이는 갈수록 인물이 훤~해지네? 엄마는 잘 계셔?”“당연하죠! 안 그래도, 상태 잘 확인하고 오라는 명을 받들었다고요!”⁠진정된 몸은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했는지, 점점 뜨거워지는 나의 몸에 아빠가 슬쩍 이마에 손을 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감기 기운이 있네. 약은 먹었어? 너희, 누나 관리 똑바로 안 해?”“아니… 그게 어쩔 수 없었달까… 약은 먹었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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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가짜 가족.

⁠⁠처음 아빠를 본 감상은 ‘늙었다’였다.엄마는 미혼모로 학생 때 나를 가지고 집에서 쫓겨났다. 미성년자 혼자 나이를 속이며 아르바이트하며 애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을 때였다. 하지만 엄마는 악착같이 해냈고, 그런 엄마를 알아본 아빠는 엄마와 사랑에 빠졌다.⁠엄마와 아빠는 7살 차이가 났다. 실질적으로 결혼을 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함께 살았다. 어린 마음에 갑자기 생긴 아빠는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엄마는 어째서 이런 아저씨와 함께 살기로 한 건지 어린 마음에 궁금하기도 했다.하지만 첫 만남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그 어렸던 나도 이유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아빠는 다정했고 멋졌다. 어쩌면 새아빠가 아닌 엄마가 숨겨둔 나의 진짜 아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를 딸처럼 아꼈다. 그리고 한 번도 아빠의 애정을 받아본 적 없던 나는 그것이 기뻤다.다른 애들이 하던 목마도 비행기도 어부바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딸처럼 대해준다고 한들, 나는 진짜 딸이 아니었다. 내가 그런 것을 부탁해도 괜찮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아빠가 보란 듯이 나를 목에 태우며 산산조각 냈다. 처음 느껴보는 공기, 높이, 감정.너무 기뻐서 눈물을 뚝뚝 흘리자, 아빠는 내가 무서워서 우는 줄 알고는 꼭 끌어안아 달랬다.⁠‘율아, 울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 줘.’‘도진이가… 산타는 없다고 했어요.’‘하… 그놈의 자식. 좋아. 오늘은 아빠랑 노는 날이니까, 산타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선물을 사주지!’‘정말?!’‘당연하지. 귀한 공주님이 데이트를 신청해 줬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그냥, 너무너무 좋았다. 아빠가 생겨서 너무 기뻤다.⁠‘엄마, 엄마! 엄마는 아빠가 왜 좋아~?’‘아빠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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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약속.

⁠⁠고요한 카페 2층 구석 자리.주문했던 따뜻한 라테가 식을 때까지 꼼짝 않고, 노트북과 패드를 번갈아 만지며 깊은 고뇌에 빠져 있던 것은, 조금 멀리서부터 탁탁, 탁탁, 우당탕 소리와 함께 맞은편 자리에 착석한 홍시혁에 의해 와장창 깨졌다.이어폰을 빼고 찬찬히 훑은 홍시혁은, 머리가 바람에 의해 엉망이었고 목도리도 옷도 난리였다. 무엇보다 찬바람에 얼굴이 새빨개진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라 라테를 건넸지만, 이미 식은 라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그리고 뛰어온 것인지 한참 숨을 고르다,⁠“진심?”⁠뱉은 첫마디가 저거다.⁠“그럼 널 왜 불렀겠어?”⁠퉁명스럽게 대꾸하자, 가는 눈을 뜨며 의심하면서도 내가 건넨 이어폰은 착실하게 새빨갛게 얼어 있는 귓구멍으로 향했다. 그리고 라테가 식는 줄도 모르고 집중한 결과물을 들려주자,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말도 없이 음악에 집중하는 건지, 아니면 별생각이 없는 건지 그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조금 부담스러워 괜히 패드로 시선을 옮겨 애꿎게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딴짓했다.⁠“그… 어때?”⁠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끈질기게 연락이 오는 통에 일단, 이 미쳐 날뛰는 홍시를 진정시키는 목적으로 미완성된 싸비를 들려주자, 당사자는 역시 별말 없이 여전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짙은 아이홀에 잘 자리 잡은 쌍꺼풀과 긴 속눈썹, 여전한 눈동자와 콧대.하여간에 예나 지금이나 얼굴 하나는 잘났다니까.⁠“네 목소리랑… 어울릴 거 같아서.”“이거 뭐야?”⁠뭐냐니?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그렇게 괴롭히지 않았나?순간 기억상실이라고 걸린 건가 싶어서 한껏 노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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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우리는 뭐야?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면서, 모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생체리듬은 깨지고, 지금 얼마나 지났는지 날은 얼마나 갔는지 시간을 인지할 수 없게 된다. 나 역시 겨우 얕은 물에 한 발짝 담근 수준이었지만, 일종의 예술을 하는 것이니 그런 생활을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나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절대 그럴 수 없었다.⁠“별로야?”⁠우리 집에는 그 누구보다 바른생활 남자가 있었다.오늘은 스튜를 내놓고 나의 반응을 살피는 도진이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집안에 바른 생활인이 있으면 여러모로 좋고 괴롭다. 밤을 새워 몰입했지만 밤을 새웠다고 말하게 된다면, 지금 저 곱게 잘 빚어진 얼굴이 구겨질 것이 분명했기에 최대한 티 내지 않았다.하지만 별개로 입맛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 힘없이 숟가락을 휘젓는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자기 요리가 문제라고 생각한 건지, 가는 눈을 뜨며 스튜를 맛보는 얼굴은 솔직히 볼만했다.⁠“너… 요즘 한가해?”⁠결국 참지 못하고, 며칠 동안 괴롭히던 궁금증을 내뱉었다.⁠“왜, 내가 집에 있는 게 불편해?”⁠가시가 돋친 말.⁠“아니… 요즘 바쁜 거 아니었어?”⁠괜히 주눅이 들어 말끝을 흐리자, 그럴 생각은 아니었던지 자신도 입을 꾹 닫고 건강한 맛이 나는 스튜를 먹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 넓은 집에, 이 침묵…. 익숙하지만 견디기 힘들다. 겨우 넘긴 스튜는 따뜻하기만 했지, 무슨 맛인지 알 수 없었다.⁠“누구랑 작업해?”“켁!”⁠이 침묵을 깨는 질문에, 차라리 침묵이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아무리 속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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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괴롭히지 마.

⁠⁠녹음실에 갇힌 지 5시간.처음으로 담배를 태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아직도 고집을 꺾지 않고 주절주절 말하며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물론 저 주둥이에서 나오는 말의 80% 이상은 그냥 억지였다.⁠“저 자식… 굉장히 까탈스럽게 굴죠?”“아… 괜찮아요. 익숙해요.”⁠홍시혁은 학생 때부터 그랬다. 물론 익숙하다고 해서,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사회적 체면이 있기에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까탈스러운 만큼… 성과는 잘 내요. 스타성이 짙거든요. 봐요, 6년 만에 아무 소식 없이 노래만 덜렁 냈는데, 바로 화제성 1위 먹는 거… 다른 녀석들은 하고 싶어도 쉽게 못하는 거거든요.”⁠작곡가의 말에 쓰게 웃었다. 그리고 금방 어색해진 이 공간을 참기 어려웠는지, 작곡가가 전화기를 붙들고 나가는 동시에 한참 생떼를 쓰던 홍시혁이 돌아와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아 테이블에 엎드려 나를 올려봤다.⁠지금 뭘 잘했다고 저렇게 보는 거지?두 눈을 손가락으로 찌르고만 싶었다.⁠“이제 외출하는 거는, 터치 안 하나 봐?”⁠주어가 빠졌지만, 제대로 알아들었다.이 녀석은 항상 이런 식이다.항상 괜한 곳에 화풀이한다.종이를 쥐고 음을 흥얼거리면서도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 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내가 나오는 데 허락받을 필요가 뭐 있는데.”⁠아무렇지 않게 한 말에, 홍시혁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들고 있던 종이를 놓치며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면서 뿌듯하기도 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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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아프지 마.

⁠⁠<서은율>⁠“아씨…!!!”⁠한숨도 자지 못했다.이것은 작업 때문이 아닌 분노로 인한 것이었다. 그렇게 싫은 티를 내도 부족하다며 꼽 줄 거면, 왜 곡을 달라고 한 건지… 정말로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다.하긴, 홍시혁은 보통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오랜만에 활활 타올라 잡생각이 사라졌다. 전체적으로 수정을 마치고 겨우 한숨 돌릴까 싶었지만, 섭취한 카페인이 가득한 커피 때문인지, 옆 방에 콕 박혀 있는 카페인 덩어리 때문인지 쉽사리 잠이 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떠오른 것은 도진이의 울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아….”⁠며칠 동안 감지 못해 떡진 머리를 벅벅 긁으며 침대에 몸을 던져 발을 동동 굴렀다. 여러모로 심신이 지친 상태라 오늘 미팅에는 참석하지 못할 것 같아 홍시혁에게 연락을 남기자, 기다렸다는 듯이 도진이의 욕을 하는 것에 휴대폰을 베개 밑으로 쑤셔 넣고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게 이도진인지 홍시혁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다시 눈을 뜨자,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며 조심스레 방에서 나와 묵은 때를 씻고,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대충 닦으며 나오는 동시에 그제야 그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도진이는?스케줄은 없다.그렇다면 아침은 그렇다 쳐도 점심은 무조건 먹이려고 할 텐데, 오늘은 아무런 소식도 없다.⁠어지간히 화가 난 것인가?이런 모습을 본 것은 고등학생 때가 처음이었다. 그맘때쯤 나는 홍시혁과 윤시준과 한참 친해졌을 무렵이었다.⁠당시 내가 다니던 고교는 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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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불안해 미칠 것 같아.

⁠⁠ 아빠가 그랬다.엄마가 우리의 곁을 떠나고, 조금 시간이 흐른 이후, 아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평소와 같이 웃으며 계속 계속 괜찮다고 그 웃음으로 나와 도진이를 달랬다.살이 조금 빠져도 괜찮다고 팔에 힘을 주며 웃었고, 조금 힘들어진 일에도 원래 그런 것이라며 언제나, 언제나 웃으며 그저 괜찮다고만 했다. 걱정 많은 딸과 무뚝뚝한 아들의 일에 지장이 가지 않게 웃고 또 웃었다.그러다 고교에 들어가기 직전, 입학 선물을 사기 위해 쇼핑을 하고 돌아온 그날 저녁, 몸이 좋지 않다며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다고 의연하게 약 먹고 푹 자면 괜찮아질 것이라 말한 아빠는, 그날 새벽에 응급실로 향했다.⁠다행히 걱정에 잠 못 들고 새벽 일찍 아빠의 몸 상태를 확인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조금 더 늦었으면 정말로 큰일 날 뻔했다는 의사의 말에 심장이 바닥까지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몸살감기인 줄 알았던 병은 이미 여기저기 번져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무수하게 쇠약하게 만들었고,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무엇보다 병실에 올 때마다 수군대는 목소리도 견딜 수 없었다.⁠겉표면적으로 ‘이도진’의 가족이 아닌, 그 아버지를 닮지도 않은 내가 ‘이도진’의 아버지가 있는 병실에 드나드는 것이 여러 사람의 시선에는 퍽 수상해 보였는지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결국 소속사의 대표님이 부탁해 병원에 갈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한참 촬영으로 바빴던 도진이가 대표님과 함께 상황을 정리를 해야 했다. 나는 아무도 없는 차가운 집 안에서 홀로 속앓이하며 애만 태웠다.⁠그렇게 아빠가 입원하고 3주 후, 언론이 시들시들해질 때쯤… 개인 병실로 옮긴 이후에나, 몰래 병실에 드나들 수 있었던 나의 입장이 참 우스웠다.하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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