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야 할 북문 앞에는 금군 오백이 서 있었다.비가 갠 아침, 젖은 갑주들이 성문 안쪽을 가득 메웠다. 허 도위는 붉은 말을 타고 중앙에 섰다. 성벽 위에는 쇠뇌까지 올랐다. 죄수 하나의 유배를 막기에는 전쟁 같은 수였다.진묵의 일행은 수레 여섯뿐이었다. 소월백이 탄 죄수 수레, 온보요의 가마, 의원과 시비 수레, 나머지는 짐과 제수였다. 북강 군졸은 한 사람도 부르지 않았다. 황제가 금한 것도 있었으나, 불러들이면 태후가 기다리던 역모의 그림이 완성될 터였다.온가 식구들이 길가에 나와 있었다. 아버지는 딸에게 두꺼운 회색 망토를 둘러 주었다. 봄이지만 북쪽으로 갈수록 밤공기가 찰 것이라 했다. 큰오라비는 진묵에게 술병 하나를 건넸다.사가의 늙은 찬모는 국 항아리를 짐수레에 얹었다. 어젯밤 온 대인이 데워 둔 국이었다. 딸이 끝내 집에서 먹지 못하자 스무 날 길의 첫 끼로 따라온 셈이었다. 온보요는 항아리를 보고도 아버지 쪽은 보지 못했다."누이는 술 냄새도 싫어하니 전하께서 드십시오.""네 누이가 마시지 말라면 못 마신다.""왕야께서도 고생이 많으십니다."처음으로 사위와 처남의 눈이 같은 곳을 보고 웃었다. 온보요는 가마 안에서 못 들은 척 매실을 씹었다.허 도위가 창을 세웠다."태후마마의 명이시다. 황자 사칭범은 경성을 나갈 수 없다. 삭왕 전하께서도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진묵이 황색 교지를 펼쳤다."조사는 끝났다. 눈이 있으면 읽어.""태후의 명이 먼저입니다.""국새보다 먼저인 것은 없지."두 사람 사이로 봄바람이 불었다. 교지의 황색 비단이 펄럭였고, 금군 창끝도 함께 흔들렸다.성벽 위 쇠뇌수 하나가 활줄에서 손을 뗐다. 이어 둘, 셋. 내려간 손들은 서로를 보지 않았다. 오래 맞춘 약속처럼 고요했다. 허 도위가 뒤를 돌아봤으나 누가 명을 어겼는지 찾을 수 없었다.장 내관이 황제의 말을 달려왔다. 손에는 같은 교지의 부본과 황제 검이 들려 있었다."성문을 열라! 유배 행렬을 막는 자는 황명을 거역한 죄로 벤다!"수문
Last Updated : 2026-08-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