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의 첫 등불은 길었고, 둘째는 짧았으며, 셋째는 바람을 타듯 두 번 흔들렸다.온보요는 창호지에 손가락을 대었다. 길게 탄 불 하나, 짧게 꺼진 불 하나, 끝에서 두 번 흔들린 불. 남쪽 뱃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짐의 차례와 수를 알릴 때 쓰던 불말과 닮았다.불빛에는 기름 냄새가 없었으나 장서의 소매에는 들기름과 송진이 함께 묻어 있었다. 오래 타는 불과 빨리 죽는 불을 한 손에서 갈라 만드는 재료였다. 긴 불은 셋째 차례, 짧은 불은 둘째 차례, 마지막 두 번의 흔들림은 두 수레를 갈림길에서 떼라는 뜻이었다. 글을 남기지 않고도 어느 행렬을 칠지 전할 수 있었다.진묵이 뒤에서 회색 망토째 그녀를 감쌌다. 밤공기가 찬 것도 아니었다. 그의 턱이 머리 위에 걸리고, 손은 망토 아래 허리 앞에서 포개졌다."셋째는 죄수 수레입니다.""둘째는.""제 가마고요."말이 끝나자 그의 손가락이 한 번 굽었다. 온보요의 몸이 먹빛 옷자락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문이 두 번 울렸다. 소월백이었다. 포승은 풀렸으나 문밖에 익위 둘이 붙었다."나도 봤어."그가 사석 말투로 말하다 진묵을 보고 눈썹을 들었다. 온보요가 망토에서 나오려 하자 진묵의 팔이 풀리지 않았다."그대로 말해.""불말은 사람 둘을 가리켜. 셋째 수레의 나, 둘째 가마의 아요. 갈림길에서 떼어 놓겠다는 뜻일 거야.""아요는 없다."진묵이 잘랐다.소월백의 시선이 온보요에게 잠깐 닿았다가 허리를 가린 먹빛 팔로 내려갔다."그럼 왕비마마.""그것도 길어. 내 부인이라 해."온보요가 마침내 그의 손등을 꼬집었다. 단단한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소월백의 입가가 아주 옅게 휘었다."삭왕 전하께서는 호칭까지 감시하십니까.""네 입에서 나오는 것은 좀."말은 거기서 끝났다. 진묵은 창을 열고 손가락으로 등불을 하나씩 가렸다. 야산의 불은 잠시 뒤 모두 꺼졌다.밤바람이 창으로 밀려들자 온보요가 짧게 숨을 삼켰다. 진묵은 창을 닫는 대신 그녀를 들어 제 앞 의자에 앉혔다. 등받이와 그의
Last Updated : 2026-08-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