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집으로 돌아가는 왕이 성문을 피해 개울을 건넜다.거꾸로 봉화가 북로를 타고 전해진 지 열하루째였다. 처음 이틀은 들것으로, 그 뒤에는 가마로 북쪽을 올랐다. 역원마다 말을 갈아도 온보요의 기침이 깊어지면 행렬은 멎었다. 경성 북문을 나선 지 꼭 열닷새 만이었다.왕부 정문에는 황제의 금룡기가 걸려 있었다. 갑옷 입은 낯선 군사들이 문루와 담장을 지켰다. 동루의 높은 창에는 불이 켜졌고, 왕부 사람들의 등불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온보요 일행은 성 밖 물레방앗간에서 말과 들것을 버렸다. 진묵이 그녀를 업었다. 내려 달라는 말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왕야, 제 발로 갈 수 있습니다.""기침 세 번 하면 다시 안는다.""지금도 업고 계시잖아요.""그러니 세지 마."소월백이 먼저 개울 아래 수문으로 들어갔다. 왕부 부엌의 버린 물이 빠지는 좁은 돌구멍이었다. 진묵은 보요를 업은 채 허리를 숙여 뒤따랐다. 차가운 물이 장화 안으로 들었으나 그의 걸음은 흔들리지 않았다.부엌 마당은 비어 있었다. 가마솥에는 죽이 눌어붙었고, 도마 위 파는 반쯤 썰린 채 말라 있었다. 사람들이 밥을 짓다 한꺼번에 끌려간 흔적이었다.진묵의 손이 검자루로 갔다."보이는 놈부터—""안 됩니다. 식솔들이 어디 있는지 먼저 찾아야 해요.""찾아."검끝이 내려가고 명령의 방향이 바뀌었다.온보요는 부엌에서 처소까지 걸었다. 문마다 황색 봉인이 붙어 있었고, 안은 텅 비었다. 서고 앞에는 탄 종이가 젖은 흙에 들러붙었다. 적들은 장부를 마당으로 끌어내 태웠고, 상엄의 곳간 열쇠로 열리지 않은 궤는 도끼로 쪼갰다.없어진 것은 종이만이 아니었다. 시비와 노비, 부엌 어멈까지 쉰셋. 왕부 전체가 인질이 되어 사라졌다.은그릇과 비단 궤는 손대지 않은 채였다. 먹을 것조차 제 몫만 덜어 썼다. 도둑도, 성을 차지하러 온 군사도 아니었다. 동루 안의 한 물건을 얻을 때까지 왕부 사람들을 목숨줄로 쥐려는 자들이었다."밀지를 찾으면 식솔들은 필요 없어집니다."온보요의 말에 진
Last Updated : 2026-08-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