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열쇠가 선황의 봉고를 연 것은 동이 트기 직전이었다.편전 뒤 작은 석실. 문에는 전 황제의 어새가 밀랍으로 찍혀 있었다. 장 내관이 밀랍 가장자리를 칼로 떼고 열쇠를 넣었다. 쇠가 안에서 세 번 맞물린 뒤 문이 열렸다.안에는 화려한 보물이 없었다. 낡은 장계, 전쟁 지도, 아이 옷 한 벌, 봉하지 않은 편지들이 나무 선반을 채웠다. 죽은 황제가 옥좌보다 오래 붙잡았던 것들이었다.아이 옷은 푸른 비단 배냇저고리였다. 소매 한쪽이 완성되지 못했고, 깃 안에는 달 모양 자수가 놓여 있었다. 소월백은 손을 뻗다가 멈췄다. 노궁인이 대신 옷을 들어 그의 어깨 앞에 대 보았다. 손바닥만 하던 옷과 다 자란 사내 사이로 스무 해가 한꺼번에 벌어졌다.선반 아래에는 나무 말 한 마리와 금이 간 북이 있었다. 첫 황자의 장난감인지 둘째의 것인지 이름표가 없었다. 황제는 나무 말을 집었다가 제자리에 놓았다. 두 형제가 함께 가졌을 유년은 물건에조차 주인이 남지 않았다.온보요는 낮은 상 위에 네 자리를 만들었다. 향갑 비단, 백옥 패 탁본, 노궁인의 옻합. 마지막 자리에 검은 열쇠를 놓았다.장 내관은 출생 기록 궤를 가져왔다. 첫 황자와 둘째 황자의 태어난 시각, 몸무게, 산실에 든 사람을 적은 문서였다. 둘째 황자 장에는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다.사흘 뒤 훙서.그 아래 얇은 종이가 한 장 더 붙어 있었다. 온보요가 김을 쐰 칼로 풀을 녹여 떼었다. 겉장 아래 숨은 글이 나타났다.황자 무탈. 북문으로 출궁. 진규 호송. 운수 상단에 맡김.전 황제의 친필이었다. 끝에는 작은 어새가 온전히 찍혀 있었다. 향갑 비단에 남은 절반 인장과 맞추자 용의 발톱과 구름이 하나로 이어졌다.소월백이 너울을 벗었다.봉고의 푸른 새벽빛이 얼굴을 비췄다. 황제는 두 걸음 뒤에 서 있었다. 스무 해 전 피 묻은 입술을 막았던 아이와, 그 손에 살아남은 동생이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둘의 눈매는 닮지 않았다. 코끝과 귀의 모양도 달랐다. 다만 웃지 않을 때 입술 한쪽이 아주 조금
Zuletzt aktualisiert : 2026-08-09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