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Kapitel 101 – Kapitel 110

328 Kapitel

101화. 값

진짜는 비어 있지 않았다는 말 뒤로, 편전의 새벽이 한 겹 더 밝아졌다.온보요는 향갑을 덮은 황제의 손을 보았다. 스무 해 전에는 종이 한 장을 놓쳤고, 오늘은 사람 하나를 미끼로 놓은 손이었다. 아이를 품은 몸도, 칼을 받은 호위 아이도 그 손에는 필요한 피 몇 방울이었을 뿐이었다."폐하께서 신첩의 피로 알아내신 것이 있사옵니까.""모후가 도안을 알아봤다는 것. 그걸로 충분하지 않으냐.""신첩에게는 모자랍니다."진묵의 검은 아직 한 치 뽑혀 있었다. 푸른 새벽빛이 칼날 위에서 가늘게 떨렸다. 장 내관은 숨을 낮췄고, 황제는 용상에 등을 기대지 않았다.온보요가 손가락을 하나 폈다."노강의 죄를 지우고 삭왕 전하의 조사를 끝내 주시옵소서. 곡선을 묶은 감찰관은 출발 시각을 뒤에 채운 죄를 묻고요."둘째 손가락이 펴졌다."금부의 큰오라비를 오늘 안으로 풀어 주십시오. 온가의 가택 감시도 거두시고요."셋째."선귀비의 능과 스무 해 전 내탕 장부를 볼 패를 내리소서."황제의 눈이 그녀의 손에서 얼굴로 올라왔다."짐을 협박하는구나.""값을 청하는 것이옵니다.""네가 죽었으면 청하지 못했겠지."진묵의 검이 더 나왔다. 서늘한 쇳소리가 편전을 긁었다.온보요는 뒤를 보지 않고 손만 뻗었다. 먹빛 소매 끝이 손가락에 잡혔다. 검은 거기서 멎었다."살아남은 값을 더 비싸게 받는 것이 장사의 이치 아니겠습니까."황제가 짧게 웃었다. 웃음에는 온기가 없었다. 그는 장 내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황지 세 장과 붓, 국새가 상 위에 차례로 놓였다.첫 장에는 삭왕의 조사 종결과 노강의 무죄. 둘째에는 온가 장자의 석방. 셋째에는 선귀비 능과 구내탕고 열람 허가가 적혔다. 붉은 국새가 세 번 내려앉을 때마다 상이 낮게 울렸다.장 내관은 첫 장의 먹이 마르기도 전에 모래를 뿌렸다. 고운 모래가 검은 획에 붙었다가 비단 솔 끝으로 쓸려 나갔다. 세 장 모두 오늘 조회 전에 각 관아로 가야 했다. 황제가 마음을 바꿀 틈보다 문서가 문을 넘는 속도가 빨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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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출옥

선귀비 능의 금패가 햇빛을 받은 시각, 금부의 검은 문도 열렸다.온보요의 큰오라비는 겨울옷을 입은 채 봄볕으로 나왔다. 갇힐 때에는 눈이 왔고, 풀려날 때에는 버들잎이 손톱만큼 돋아 있었다. 수염이 자랐고 뺨은 패였으나 걸음은 흐트러지지 않았다.온가의 낡은 마차가 문 앞에 기다렸다.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 대문 밖에 얼굴을 보이면 석방을 구걸한 모양이 될까, 집 안에서 난을 치고 있을 터였다."오라버니."큰오라비가 고개를 들었다. 온보요의 얼굴을 먼저 보고, 곁의 진묵을 보고, 마지막에 그녀의 배 앞에 겹쳐진 옷자락을 보았다. 아직 드러난 것은 없었다. 한데 경성의 소문은 사람보다 빨랐다.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삭왕 전하를 뵈옵니다.""집에 가서 씻어라. 냄새가 지독하다."금부에서 나온 이를 맞는 첫 말치고는 거칠었다. 큰오라비는 고개를 숙인 채 웃었다. 목이 메어 웃음이 짧게 갈라졌다.온가에 닿자 주칠 대문 안에서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는 마르지 않은 묵죽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아들을 끌어안지도, 딸의 배를 묻지도 않았다. 붓을 든 손만 오래 떨렸다.큰오라비가 세 걸음을 걸어 아버지 앞에 섰다. 둘은 키도 눈매도 닮았는데, 한쪽은 겨울을 감옥에서 보내 수척했고 한쪽은 집 안에서 늙어 있었다. 아버지가 아들의 옷깃에 붙은 지푸라기를 떼었다. 손은 한 번 어깨까지 올라갔다가 곧 내려왔다."고생하셨습니다, 아버지.""네가 무슨 고생을 했다고. 밥이나 축냈겠지."거친 말 뒤로 묵죽 종이의 젖은 끝이 구겨졌다. 큰오라비는 웃었고, 문기둥 뒤의 하인들은 한꺼번에 고개를 숙였다."들어오너라. 국이 식는다."상에는 맑은 소고기뭇국과 조밥, 간장에 무친 봄나물이 올랐다. 큰오라비가 첫술을 뜨자 어머니 없는 집의 늙은 찬모가 부엌에서 소리 없이 울었다. 무 냄새는 맑았다. 온보요가 국물을 두 술 마시자 진묵은 제 몫의 고기를 그녀의 그릇에 옮겼다. 온가 식구들은 그 손을 보지 않은 척 밥만 먹었다.아버지는 세 번째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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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화상

꽃은 물 아래에서 썩지 않는다는 문장은 밤이 되어도 진묵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온보요는 침상 곁에 약상자를 놓고 그의 손을 잡았다. 흰 무명을 풀자 은장방 불길에 터진 물집이 손등을 가로질러 붉게 번져 있었다. 전장 흉터 사이에 새로 생긴 상처라 더 사나워 보였다.찬물에 적신 천이 닿자 손가락이 한 번 굽었다."아프십니까.""아니다.""손이 거짓을 고합니다.""네게 배웠지."진묵은 다친 손을 맡긴 채 그녀를 보고 있었다. 오늘은 향을 피우지 않았다. 삶은 약초와 젖은 무명 냄새, 막 감은 머리칼의 비누 냄새만 침상 둘레에 머물렀다.그의 중의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혀 있었다. 검게 그을린 자락을 잘라 낸 탓에 한쪽만 짧았다. 온보요가 약을 바를 때마다 손목 안쪽의 푸른 맥이 천천히 뛰었다. 칼을 쥘 때에는 보이지 않던 연한 살이 등불 아래 드러나, 흉터 많은 손과 묘하게 어울리지 않았다.그녀가 입으로 상처를 한 번 불었다. 뜨거운 숨이 아니라 식은 숨이었다. 진묵의 시선이 손등에서 그녀의 입술로 옮겨 왔다. 약보다 위험한 눈이었다.온보요가 고약을 얇게 폈다. 손바닥을 뒤집을 때마다 굳은살이 손끝에 걸렸다."선대왕께서 남기신 말을 알고 계셨습니까.""들었다.""언제요.""죽기 전."짧은 대답 뒤로 무명이 한 바퀴 감겼다. 온보요는 둘째 바퀴를 감지 않고 기다렸다."그게 전부입니까.""아니다."진묵이 다치지 않은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붕대 끝을 쥔 손이 끌려가 사내의 가슴에 닿았다."나머지는 네가 찾을 몫이다.""왕야께서는 알고도 보고만 계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필요하면 문을 부수지. 찾는 눈까지 빼앗지는 않는다."무심한 말이 가슴 안쪽을 오래 눌렀다. 온보요는 붕대를 한 바퀴 세게 감았다. 진묵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이번에는 아프셨지요.""복수냐.""치료이옵니다.""그럼 본왕도 치료하지."허리가 잡혀 들렸다. 약상자와 침상 사이 좁은 자리에 그녀가 앉았다. 진묵은 다친 손을 쓰지 않았다. 한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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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능문

닫혀 있던 능문은 인시의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경성 서쪽 야산. 왕릉들이 볕 좋은 능선을 차지한 뒤 남은 그늘진 골짜기에 선귀비의 능이 있었다. 황후도 아니고 황자를 남기지도 못한 여인의 무덤은 돌짐승 두 마리와 낮은 홍살문 하나가 전부였다.오는 길에는 봄 안개가 낮게 깔렸다. 가마가 비탈을 오를 때마다 물방울이 창살에 맺혀 은실처럼 흘렀다. 온보요는 매실 한 조각을 혀 아래 넣고 울렁임을 눌렀다. 진묵은 말 위에서 세 번이나 가마 곁으로 붙었다. 창을 열어 얼굴을 보려다가, 그녀가 눈을 뜨고 있을 때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고삐만 고쳤다.소월백의 수레에는 향 세 묶음과 흰 국화, 맑은 술 두 병이 실렸다. 누구의 제사인지 모르는 자가 고른 것치고는 지나치게 정갈했다. 온보요는 그 꽃을 볼 때마다 소매 안의 금패가 더 차갑게 느껴졌다.온보요가 탄 가마 앞에는 황제의 금패가 걸렸다. 진묵은 검은 말 위에 있었고, 소월백은 운수 상단의 수레를 몰았다. 능원에 제수와 향유를 들이는 수레라 꾸몄다. 흰 옷은 검은 덧옷 아래 감췄으나 소매 끝의 달빛 같은 빛까지 숨지는 않았다.진묵의 눈이 그 소매를 한 번 보았다."상단에 검은 옷은 없나.""왕야의 것을 빌리면 너무 크겠지요.""입히지 마라. 늘어난다."온보요는 가마 안에서 듣지 못한 척 금패 끈만 고쳐 잡았다.능문 앞에는 늙은 수문장 하나뿐이었다. 그는 금패를 보고도 빗장을 열지 않았다. 두 손이 떨려 열쇠가 구멍을 세 번 비껴갔다."어젯밤에도 궁에서 사람들이 왔사옵니다. 붉은 군패를 보이고 부장품을 다시 맞춘다 하였습니다.""몇이었습니까.""열둘이었습니다. 빈 가마 하나도······."진묵이 말에서 내렸다. 흙에는 바퀴 자국이 두 줄 남아 있었다. 올 때보다 갈 때 더 깊었다. 빈 가마가 나갈 때에는 무언가를 싣고 있었다.능문이 열렸다.젖은 돌 냄새와 오래된 향 냄새가 안에서 흘러나왔다. 벽감의 등잔은 전부 꺼져 있었고, 바닥에는 붉은 밀랍 조각이 밟혀 있었다. 태후전에서 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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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빈자리

물길 앞에 무릎을 꿇자 차가운 습기가 치맛단으로 스며들었다.돌바닥에는 손가락 두 개 너비의 홈이 파여 있었다. 석실 안으로 밴 물을 밖으로 빼는 길이었다. 맑은 물 아래 검은 모래가 얇게 깔렸고, 그 위에 은가루 한 점이 별처럼 붙어 있었다.온보요가 손을 뻗기 전에 진묵이 팔을 잡았다."차다."그는 제 겉옷을 바닥에 접어 놓고 그녀를 그 위에 앉혔다. 먹빛 옷감이 젖은 돌과 연청색 치마 사이를 막았다. 소월백은 말없이 제수 상자의 촛대를 꺼내 물길 가까이 밝혔다.불빛 아래 은가루가 하나 더 보였다. 물은 두 번째 석문 안쪽에서 흘러오고 있었다.진묵이 문을 밀었다.안에는 관이 있었다. 검은 칠이 군데군데 벗겨지고 금빛 봉황은 어둠 속에서 날개를 접고 있었다. 관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머리맡의 작은 돌궤가 깨져 있었다. 붉은 비단과 오래된 문서가 바닥에 흩어졌고, 네모난 자리가 먼지 없이 비어 있었다.돌방은 첫 석실보다 추웠다. 관 아래에는 마른 쑥과 백단 조각이 검게 굳어 있었고, 벽에는 봄꽃을 그린 색이 희미하게 남았다. 모란은 붉은 얼룩, 매화는 가는 먹선만 버텼다. 살아 있을 때 남쪽 꽃을 좋아했던 여인의 방을 죽은 뒤에도 흉내 낸 모양이었다.소월백은 벽의 매화 앞에서 잠깐 멎었다. 그림은 보되 관은 보지 않았다. 검은 덧옷 밖으로 나온 흰 손이 제수 상자의 손잡이를 너무 세게 쥐어 마디가 희었다.태후전 사람들이 가져간 것은 관 안의 것이 아니었다. 관 곁에 따로 감춰 둔 궤의 물건이었다.늙은 수문장이 문턱 밖에서 울먹였다."소인의 아비 때부터 저 돌궤는 열지 않았습니다. 선대 삭왕께서 누구도 손대지 말라 하셨사옵니다.""어젯밤 온 자들은 무엇을 들고 나갔나.""옻칠한 함 하나였습니다. 빈 가마에 싣고 붉은 천으로 덮었습니다.""막지 않았습니까."노인의 입술이 떨렸다. 그는 갓끈을 풀어 목 옆을 보였다. 가는 칼자국이 귀밑에서 쇄골까지 이어져 있었다."손자가 안채에 있었습니다. 소인이 목을 내놓는 것은 쉬우나 아이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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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밑물

젖은 붕대 아래로 핏물이 번져, 맑던 물길이 잠깐 붉어졌다.진묵은 기름종이 꾸러미를 돌바닥에 올렸다. 온보요가 그의 손부터 잡았으나 그는 턱으로 꾸러미를 가리켰다."먼저 봐.""손이 다시 벌어졌습니다.""안 죽는다.""꾸러미도 도망가지 않습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맞섰다. 소월백이 말없이 제 겉옷 자락을 찢어 진묵에게 내밀었다. 검은 덧옷 아래에서 흰 비단이 길게 드러났다."두 분 다 고집은 나중에 부리시지요. 물이 붉어지면 안의 종이도 상합니다."진묵은 천을 받지 않았다. 온보요가 빼앗아 젖은 붕대 위를 눌렀다. 흰 비단에 피가 스몄다. 진묵의 낯은 그 천이 누구 옷이었는지만 보는 듯 사나웠다.꾸러미는 기름종이 세 겹과 밀랍 한 겹으로 싸여 있었다. 마지막 종이를 벗기자 검게 변색된 은빛이 나왔다.매화 향갑이었다.복제품보다 조금 크고 무거웠다. 꽃잎 다섯 끝에는 검붉은 녹이 배어 있었다. 밑판을 누르자 얕은 칸이 먼저 열렸다. 그 아래에 판이 하나 더 있었다.온보요는 비녀 끝을 틈에 넣었다. 둘째 판이 들리며 물 한 방울이 안으로 굴렀다.안에는 누렇게 삭은 비단 조각이 접혀 있었다.비단은 손바닥 절반만 했다. 가장자리에는 칼로 잘린 올이 그대로 남았고, 한쪽에는 마른 핏자국이 갈색 꽃처럼 번져 있었다. 향갑 안쪽 은판에는 비단이 오랫동안 눌려 생긴 결이 찍혀 있었다. 누군가 급히 넣은 것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게 접어 정확히 맞춘 흔적이었다.온보요는 소매 속 종이를 꺼내 비단 아래 받쳤다. 손가락으로 바로 만지면 삭은 올이 부서질 것 같았다. 진묵은 등잔을 가까이 들었고, 소월백은 돌방 문을 닫았다. 바깥 물소리까지 낮아졌다.글자는 셋뿐이었다.황자 생.황자가 살아 있다는 세 글자 아래 붉은 인장이 절반 찍혀 있었다. 나머지 절반은 잘려 나간 비단과 함께 사라져 있었다.인장의 남은 획은 용의 발톱 둘과 구름 끝 하나였다. 황제가 쓰는 국새와는 달랐다. 전 황제가 사사로이 쓰던 작은 어새일 수 있었다. 절반만으로는 누구의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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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어머니

꺼진 촛불에서는 가는 연기만 올라왔다.소월백은 어둠 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묵이 벽감의 등잔에 불을 옮겼다. 누런 빛이 다시 돌방을 채웠을 때, 흰 낯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촛농이 굳은 손등을 아직 펴지 못하고 있었다."무엇을 알고 있었지."그가 온보요에게 물었다. 공석의 마마도, 사석의 아요도 없었다."공자가 전 황제와 선귀비의 아들이라는 것. 태어나자마자 죽은 것으로 꾸며져 상단과 무림맹의 손에서 자랐다는 것.""언제부터.""의심은 오래전부터. 확신은 방금."온보요가 반쪽 비단을 내밀었다. 소월백은 받지 않았다. 대신 목에 걸린 백옥 패를 꺼냈다. 늘 옷 안에 감춰 두던 물건이었다. 구름과 달 사이 작은 봉황 한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진묵이 옥패를 가져가 향갑의 꽃받침에 댔다. 은판 안쪽의 홈과 옥패 가장자리 곡선이 맞물렸다. 완전한 모양은 아니었으나 같은 장인의 선이었다."상단 주인이 갓난아이와 함께 받았다 했어."소월백의 목소리는 메마르게 갈라졌다."어머니 것은 이것뿐이라 했지. 이름도, 얼굴도 알려 주지 않았다. 아는 순간 죽는다고."관은 두 걸음 앞에 있었다. 그는 끝내 다가가지 않았다. 스무 해 동안 없는 사람으로 살아야 했던 아들이, 죽은 어머니의 관 앞에서도 제 이름을 꺼내지 못했다.온보요가 먼저 관 앞에 무릎을 꿇었다. 향로에 불을 붙이고 향 세 대를 꽂았다. 향 냄새가 젖은 돌 냄새와 섞였다."소월백."처음으로 그의 성과 이름을 온전히 불렀다."인사드리세요."소월백의 눈이 흔들렸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는 관 앞까지 걸어와 무릎을 꿇었다. 이마가 차가운 돌바닥에 닿았다.한 번.두 번.세 번째에는 오래 일어나지 않았다.향 연기가 그의 어깨 위로 흘렀다. 흰 소매에는 능에 오는 길 묻은 진흙이 말라 있었고, 손등의 촛농은 작은 옥처럼 굳었다. 온보요는 닦아 주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스무 해 지기도, 운수 상단의 대공자도 아닌 아이 하나가 어머니 앞에 있었다.돌선반의 낡은 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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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귀로

검은 천 아래 시호가 다시 가려질 무렵, 골짜기 입구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돌짐승 사이로 갑주 입은 자들이 들어왔다. 태후전 군패를 허리에 찼으나 창끝에는 천을 감아 소리를 죽였다. 수비를 바꾸러 온 자들의 걸음이 아니었다.진묵이 온보요를 가마 뒤로 밀었다."향갑."그녀는 진품을 소월백에게 던졌다. 대신 복제품을 꺼내 소매에 넣었다. 진묵의 눈이 움직였으나 묻지 않았다.첫 창이 날아왔다.진묵의 검이 창대를 잘랐다. 쇠가 돌계단을 구르며 쨍그랑 울렸다. 소월백은 진품을 품에 넣고 촛대의 긴 자루를 뽑았다. 검을 능 안에 들이지 않은 자의 손에서 놋쇠 촛대가 창처럼 돌았다.군졸은 모두 열둘이었다. 태후전이 향갑 마흔여덟 개를 만들게 했어도 어느 것이 진품인지는 몰랐다. 그래서 능 안에 들어간 사람을 통째로 죽이고 품을 뒤질 작정이었다. 둘은 가마를, 넷은 진묵을, 나머지는 골짜기 출구를 막았다.온보요는 가마 휘장의 매듭을 잘랐다. 붉은 천이 바닥에 길게 떨어졌다. 말 한 필이 천을 밟고 미끄러졌고, 출구를 막던 군졸 둘이 함께 쓰러졌다. 가마꾼들은 그 틈에 들것을 옆으로 세워 창을 막았다. 겁먹은 평범한 사내들이었으나, 안에 아이 가진 왕비가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수레로."온보요의 말에 늙은 수문장이 제수 수레의 고삐를 풀었다. 말이 놀라 골짜기 가운데로 뛰었다. 길을 막던 군졸 셋이 수레를 피했다. 그 틈으로 가마가 빠져나갔다.진묵은 말에 오르지 않았다. 가마 옆을 뛰며 날아드는 창을 쳐냈다. 먹빛 옷자락이 봄 안개를 갈랐다. 소월백은 뒤에서 쫓는 자들을 막았다. 흰 소매가 검은 덧옷 밖으로 완전히 드러났다.가마 바퀴가 돌부리에 걸렸다. 몸이 크게 기울자 온보요는 창살을 붙잡았다. 배 안쪽이 단단히 당겼다. 입술을 깨물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바로 곁에서 달리던 진묵의 눈이 창문 안으로 꽂혔다."괜찮다"고 말하기 전에 그가 가마채를 한 손으로 들어 바퀴를 돌 위에서 빼냈다. 다른 손의 검은 쉬지 않았다.활시위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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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선택

태후전으로 돌아갈 향갑이 닫히는 동안, 소월백의 상처는 객잔 이층에서 열렸다.검은 덧옷을 벗기자 흰 중의가 피에 들러붙어 있었다. 의원이 가위로 천을 잘랐다. 화살은 살을 깊이 파지 않았으나 어깨에서 팔까지 길게 찢어 놓았다. 데운 술이 닿자 소월백의 손가락이 침상 가장자리를 움켜쥐었다.온보요는 문밖에 앉아 있었다. 진묵은 맞은편 기둥에 기대 섰다. 그의 다친 손에는 새 붕대가 감겼고 소매에는 소월백의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안으로 들어가지 않나.""의원이 있습니다.""스무 해 지기라며.""그래서 문밖에 있는 것이옵니다. 아픈 꼴을 보이는 것을 싫어하니까요."진묵의 입매가 아주 조금 비뚤어졌다."싫은 것도 많이 아는군."온보요가 그의 붕대 끝을 보았다."왕야께서 좋아하는 것도 제법 압니다.""밤에 살피지."방 안에서 의원이 헛기침했다. 듣지 못할 거리는 아니었다. 온보요는 찻잔을 들어 입술만 적셨다.상처를 꿰맨 뒤 세 사람이 한 방에 앉았다. 탁자 위에는 진품 향갑과 반쪽 비단, 백옥 패가 놓였다. 소월백은 한쪽 팔을 묶은 채 물건들을 보았다.객잔 주인이 올린 흰죽은 세 그릇이었다. 잘게 찢은 닭고기와 소금만 넣어 냄새가 옅었다. 진묵은 온보요의 죽에서 파 한 조각까지 골라 제 그릇으로 옮겼다. 소월백은 왼손으로 숟가락을 들다 두 번이나 그릇 가장자리를 쳤다.온보요가 그릇을 잡아 주려 하자 진묵의 숟가락이 먼저 건너갔다. 소월백의 그릇을 탁자 안쪽으로 밀어 흔들리지 않게 벽에 붙였다."먹어. 쓰러지면 더 귀찮다."소월백은 잠깐 그 손을 보더니 죽을 한술 떴다."왕야께 은혜를 입는 날도 오는군요.""갚아. 멀리 가는 것으로."죽 냄새가 옅은 방에서 온보요만 숟가락을 내려놓고 두 사내를 보았다. 이런 때에도 다툴 힘이 남은 것이 다행인지 아닌지는 정하지 않았다."황자 생. 이 세 글자로는 부족해.""알고 있습니다.""옥좌를 노릴 생각도 없어."진묵이 차를 마셨다. 쓴 잎이 든 찻물이었으나 낯은 변하지 않았다."누가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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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열둘

내 이름을 쓰라는 허락은 그날 밤 객잔 뒤뜰에 열두 개의 그림자를 불렀다.비는 오지 않았으나 처마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능원에서 묻혀 온 물이었다. 온보요는 평복 위에 검은 겉옷을 걸치고 우물 앞에 섰다. 진품 향갑은 품 안에, 백옥 패는 소매 안에 있었다.담 위에서 기와가 한 번 울렸다.첫 그림자가 내려왔다. 검은 복면 아래 눈만 보였다. 뒤이어 둘, 셋. 나무 뒤와 지붕 끝, 닫힌 광문 앞에서 사람들이 소리 없이 나타났다. 모두 열둘이었다.키가 큰 자와 작은 자, 한쪽 다리를 조금 저는 자, 손등에 화상 자국이 있는 여인이 섞여 있었다. 같은 옷을 입었으나 숨의 길이도 서는 자리도 달랐다. 북강에 데려오지 못하고 남쪽 길마다 흩어 두었던 온보요의 손발이었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혼례 뒤 처음이었다.류해는 가장 늦게 내려왔다. 저잣거리 엿장수 차림 그대로였고, 복면 아래 턱에는 엿가루가 붙어 있었다. 웃을 자리는 아니어서 누구도 웃지 않았다.소월백은 이층 창 안에서 보고 있었다. 다친 어깨 때문에 내려오지 못했다. 그의 낯에는 놀람이 없었다. 오래전부터 이 그림자들의 주인을 알고 있던 사람의 눈이었다.온보요가 말했다."류자는 태후전으로 갈 향갑을 맡아. 붉은 군패를 넣은 채 내일 아침 정문으로 보내라. 누가 받는지 끝까지 보고."맨 앞의 그림자가 고개를 숙였다."류축과 류인은 능원의 늙은이를 옮겨. 가족까지 한 사람도 남기지 마. 류묘는 불탄 은장방의 장인을 운수 상단 행렬에 섞고."명은 짧았다. 대답은 더 짧았다."류진부터 류신까지는 온가와 사가. 금부에서 나온 큰오라비의 발끝까지 붙어. 나머지는 궁의 비둘기 길을 끊는다."열두 그림자가 동시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명 받듭니다, 주군."낮고 고른 목소리가 젖은 마당을 한 번 울렸다.주군이라는 두 글자를 들은 순간 온보요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왕비도 세작도 아닌 이름 없는 자리가 몸에 다시 맞았다. 스무 해 동안 만든 가면은 궁에서보다 이 열두 사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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