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귀비 능의 금패가 햇빛을 받은 시각, 금부의 검은 문도 열렸다.온보요의 큰오라비는 겨울옷을 입은 채 봄볕으로 나왔다. 갇힐 때에는 눈이 왔고, 풀려날 때에는 버들잎이 손톱만큼 돋아 있었다. 수염이 자랐고 뺨은 패였으나 걸음은 흐트러지지 않았다.온가의 낡은 마차가 문 앞에 기다렸다.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 대문 밖에 얼굴을 보이면 석방을 구걸한 모양이 될까, 집 안에서 난을 치고 있을 터였다."오라버니."큰오라비가 고개를 들었다. 온보요의 얼굴을 먼저 보고, 곁의 진묵을 보고, 마지막에 그녀의 배 앞에 겹쳐진 옷자락을 보았다. 아직 드러난 것은 없었다. 한데 경성의 소문은 사람보다 빨랐다.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삭왕 전하를 뵈옵니다.""집에 가서 씻어라. 냄새가 지독하다."금부에서 나온 이를 맞는 첫 말치고는 거칠었다. 큰오라비는 고개를 숙인 채 웃었다. 목이 메어 웃음이 짧게 갈라졌다.온가에 닿자 주칠 대문 안에서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는 마르지 않은 묵죽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아들을 끌어안지도, 딸의 배를 묻지도 않았다. 붓을 든 손만 오래 떨렸다.큰오라비가 세 걸음을 걸어 아버지 앞에 섰다. 둘은 키도 눈매도 닮았는데, 한쪽은 겨울을 감옥에서 보내 수척했고 한쪽은 집 안에서 늙어 있었다. 아버지가 아들의 옷깃에 붙은 지푸라기를 떼었다. 손은 한 번 어깨까지 올라갔다가 곧 내려왔다."고생하셨습니다, 아버지.""네가 무슨 고생을 했다고. 밥이나 축냈겠지."거친 말 뒤로 묵죽 종이의 젖은 끝이 구겨졌다. 큰오라비는 웃었고, 문기둥 뒤의 하인들은 한꺼번에 고개를 숙였다."들어오너라. 국이 식는다."상에는 맑은 소고기뭇국과 조밥, 간장에 무친 봄나물이 올랐다. 큰오라비가 첫술을 뜨자 어머니 없는 집의 늙은 찬모가 부엌에서 소리 없이 울었다. 무 냄새는 맑았다. 온보요가 국물을 두 술 마시자 진묵은 제 몫의 고기를 그녀의 그릇에 옮겼다. 온가 식구들은 그 손을 보지 않은 척 밥만 먹었다.아버지는 세 번째로 고
Zuletzt aktualisiert : 2026-08-07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