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가 안채로 끌고 들어온 종이는 소반보다 길었다.왕비를 놀라게 할 글은 먼저 살피라는 명을 받았다 했다. 종이 위에는 경성에서 출발한 사람과 말, 배가 날짜별로 그려져 열두 갈래로 뻗었다.선귀비 능에서 돌아온 밤, 객잔의 후문으로 열두 사람이 흩어졌다. 하나는 태후전으로 향한 향갑을 쫓고, 둘은 능원의 늙은 수문장 가족을 옮겼다. 셋은 불탄 은장방의 생존자를 숨겼으며, 나머지는 온가와 사가, 북강으로 갈렸다.이름은 없었다. 대신 류자, 류축, 류인부터 류해까지 열두 부호가 적혀 있었다.온보요는 종이를 소반에 편 채 한참 움직이지 않았다."어디서 난 글입니까."여의가 대답했다."사대문 통행패와 역참의 말 장부, 강 나루의 삯전을 맞춰 중서성에서 그렸다 들었사옵니다."경성에서 같은 밤 떠난 발자국은 각기 다른 장부에 남았다. 말 한 필을 바꾸면 역참에 먹점이 찍혔고, 배 한 척을 빌리면 나루에 동전 수가 적혔다. 한 장에서는 보이지 않던 열둘이 한 상 위에 모이자 사람의 모양을 갖췄다.진묵이 마지막 길을 손가락으로 짚었다."이건 틀렸어."북강으로 간 류해의 길이었다."어디가요?""두 번째 역참부터 말이 다르다. 그자는 왼쪽 무릎이 성치 않아 회색 암말만 탔다. 장부에는 검은 수말이라고 되어 있군."그가 류해를 본 것은 객잔 뒤뜰의 짧은 순간뿐이었다. 보요가 눈을 들자 진묵은 아무렇지 않게 종이를 접었다."다른 사람을 잡았다는 뜻입니다."여의의 입술이 떨렸다."오늘 새벽, 열두 길에서 스물아홉 명을 잡았다 하옵니다. 말 빌려 준 역졸과 배를 댄 사공, 약재를 판 상인들입니다. 닷새 안에 열두 사람의 본명을 대지 않으면 같은 죄로 다스린다는 방이 붙었사옵니다."보요는 접힌 종이를 다시 펼쳤다. 길마다 붉은 동그라미가 찍혀 있었다. 류자가 지나간 향갑 가게의 어린 점원, 류묘에게 쪽빛 옷을 내준 염색공, 류해에게 말죽을 먹인 역졸. 열둘을 잡지 못한 손이 그 주변부터 움켜쥐었다."잡힌 이들의 이름을 적어 주세요.""마마께 드릴 수
Last Updated : 2026-08-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