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컥.허강이라는 이름이 읽히자 편전 바깥의 창끝이 한꺼번에 들렸다.금군을 거느린 허 도위와 같은 성이었다. 장부에는 본래 성이 한씨였고, 스무 해 전 황자 호송에서 살아 돌아온 뒤 허씨 집안의 종적에 들어 성을 바꾸었다고 적혀 있었다.황제가 강무를 내려다보았다."누가 이 장부를 올리라 했느냐."강무가 무릎을 꿇었다."심문에 관계된 선황 기록을 모두 가져오라 하신 어명이옵니다.""마지막 장까지 가져오라 하지는 않았다.""폐하의 어명에는 덜 가져오라는 글도 없었사옵니다."내관들이 강무 양팔을 잡았다. 진묵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보요 손등 위에 놓인 손이 차갑게 굳었다.강무의 얼굴에는 억울하다는 표정도 살려 달라는 빛도 없었다. 끌려 일어나는 순간에만 진묵을 향해 아주 짧게 눈을 들었다. 스무 해 가까이 황궁 문서고에서 죽은 사람처럼 산 얼굴이었다."강무의 가족은 어디 있습니까."보요가 물었다.황제가 아니라 장 내관이 답했다."내전 일을 맡은 자의 가족은 황실이 먹여 살립니다."살아 있다는 답이면서, 한 걸음만 어기면 함께 죽는다는 말이었다. 강무의 입술이 처음으로 굳었다. 보요는 더 묻지 않았다.소월백이 장부 앞으로 나섰다."허강을 불러 주십시오. 제 아버지의 호송을 끝낸 자라면 제 앞에서 말할 것이 있습니다.""그자는 북문 수비 중이다.""경성 안이군요."황제는 답하지 않았다. 장부가 불에 들어가기 전에 보요는 열여섯 이름을 눈으로 훑었다. 선대 삭왕의 친병 다섯, 선귀비의 궁인 셋, 마부와 의원, 젖먹이를 안은 유모. 마지막 허강까지 한 번 읽었다.황제가 손을 내렸다."장부를 봉하라. 강무는 황실 기록을 함부로 드러낸 죄로 가둔다.""기록을 드러낸 것이 죄라면 거짓을 적은 자는 무슨 죄입니까."보요가 물었다.황제는 그녀를 보지 않고 새 명을 읽게 했다.금군이 옆문을 열었다. 큰오라비가 포승에 묶인 채 들어왔다. 다친 팔은 목에 걸려 있었고, 뺨에는 새 멍이 번져 있었다. 그는 보요를 보자 먼저 배를 살폈다.
Last Updated : 2026-08-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