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외성 앞에는 환영 인파보다 종이를 든 사람이 많았다.청하현에서 베낀 선황의 친필, 하령현 내관의 이름, 서령현 예순넷의 손도장. 다섯 고을에서 서로 다른 길로 보낸 사본들이 원본보다 먼저 성벽 아래에 모였다. 장사꾼은 장부 사이에, 유생은 책 표지 안에, 의원은 약첩 밑에 숨겨 가져왔다.황실 군졸은 종이를 빼앗지 못했다. 한 장을 뺏으면 옆 사람이 소리 내 읽었고, 두 장을 찢으면 열 사람이 그 문장을 받아 적었다.성벽 아래에는 먹과 종이를 파는 좌판까지 급히 들어섰다. 글을 모르는 이는 읽을 줄 아는 사람에게 한 줄을 청했고, 돈 없는 이는 장부 뒷장을 찢어 썼다. 같은 글이 번질수록 누가 처음 가져왔는지는 흐려졌다. 사람 하나를 잡아 입을 막는 수로는 끝낼 수 없는 소문이 되었다.온보요는 수레 안의 원본과 성밖 사본을 번갈아 보았다. 다섯 고을을 도느라 늦어진 날들이 처음으로 눈앞의 힘이 되어 있었다. 곧은길로 먼저 왔다면 아버지의 옥문 앞에 딸 하나만 섰을 터였다. 지금은 얼굴도 모르는 수백 사람이 같은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소월백이 낡은 수레에서 내리자 사람들은 절하지 않았다. 먼저 그의 발목 사슬을 보았다. 아우로 인정한다는 교지가 도착했는데도 남겨 둔 쇠였다."문을 열라!"누군가 외치자 함성이 번졌다. 소월백은 손을 들어 소리를 낮추었다."문을 부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안에서 열게 하러 왔습니다."성벽 위 북이 한 번 울렸다. 그러나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인파 뒤에서 온가의 푸른 가마가 밀고 들어왔다. 큰오라비가 팔을 목에 건 채 내렸다. 얼굴은 며칠 사이 야위었고, 붕대 아래로 피가 배어 있었다.온보요가 가마에서 내려 달려가려 하자 진묵이 허리를 받쳤다. 막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보다 반 걸음 앞에서 길을 열었다."오라버니.""천천히 와. 네 몸부터 생각해야지."큰오라비는 한 팔로 동생의 어깨를 감쌌다. 보요는 그의 붕대를 보고, 그는 보요의 창백한 낯을 보았다. 서로 묻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첫 물음은 같았다.
Last Updated : 2026-08-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