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면 칼을 뽑을 텐가."진묵이 묻자 허강은 문을 닫고 빗장을 안에서 걸었다.횃불 아래 드러난 사내는 쉰을 넘긴 낯이었다. 눈썹 한쪽은 불에 그슬린 뒤 다시 나지 않았고, 검을 쥔 오른손 세 손가락이 끝마디에서 굽어 있었다. 죄인 명부보다 먼저 살아남은 몸이 펼쳐졌다.허강이 무릎을 꿇었다."한씨 성을 쓰던 열일곱 살 마부였습니다.""재호송대 열여섯 중 하나.""열다섯은 죽고 소인만 돌아왔습니다."반월령 고갯길에는 그날 비가 내렸다. 여덟 살 황자를 숨긴 곡식 수레 하나, 빈 수레 둘, 앞뒤를 지키는 기병 열셋과 마부 셋. 첫 화살은 수레를 끌던 말의 눈에 박혔다. 둘째는 유모의 등을 뚫었다. 허강은 아이를 끌어안은 흰 소매가 산 아래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야 어깨에 박힌 쇠를 느꼈다고 했다."아이를 누가 데려갔지.""얼굴을 가린 상단 사람입니다. 선대 삭왕의 친병이 길을 내고, 그들이 아이를 받아 남쪽으로 갔습니다. 소인은 뒤에 남은 시신 틈에 엎드렸습니다."피와 빗물이 같은 골로 흘렀다. 추격대는 죽은 자들의 목을 베어 수를 맞췄으나, 가장 어린 마부 하나는 진흙 아래에서 숨을 삼켰다.그는 허리의 검을 풀었다. 칼집을 내놓으라는 말에도 날을 빼지 않고, 손잡이에 감긴 검은 가죽끈부터 풀었다. 땀과 손때에 절어 반들거리는 끈 아래 작은 홈이 나타났다.검은 쇳조각 하나가 그 안에서 떨어졌다.세모난 몸에 날이 셋 솟은 화살촉이었다. 날 하나는 부러졌고 가운데 골에는 메운 자국이 있었다. 허강이 횃불 가까이 들자 갈아 지운 자리 밑에서 연꽃잎 끝 하나가 희미하게 살아났다.불빛이 움직일 때마다 검은 쇠의 세 날이 차례로 번뜩였다. 사냥 화살보다 짧고 살이 넓었다. 짐승을 멀리 쫓는 물건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의 몸 안에서 돌며 상처를 벌리는 꼴이었다."반월령에서 왼쪽 어깨를 맞았습니다. 의원이 뽑아 버리라 했으나 숨겼습니다. 그날 호송대를 쏜 화살은 모두 같은 꼴이었습니다.""연꽃은 황후전 문양이군.""당시 중궁 무기고의 쇠에는 잎이
Last Updated : 2026-08-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