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소의 등불은 하나만 켰다.빛이 닿는 자리와 닿지 않는 자리가 선명했다. 사내는 빛이 닿는 자리에 그녀를 앉히고, 저는 그늘에 섰다. 그늘 속에서, 사내의 숨소리만 이따금 자리를 알렸다. 방 안에는 낮의 저자에서 묻어 온 먼지 냄새 대신, 그녀의 옷에서 풀린 옅은 살구 향이 떠 있었다. 그 향 속에서, 침묵이 오래 갔다.밤이 되어서야, 사내는 등불 아래 그녀의 소매를 걷었다. 말없이, 팔목에서 팔꿈치까지, 낯선 손이 닿았을 자리를 하나하나 눈으로 짚었다. 짚는 눈이 데일 듯 느려서, 닿지도 않은 살이 먼저 뜨거워졌다."자국도 없는데 무엇을 찾으십니까.""있다."거칠게 갈라진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짐승의 으르렁거림과 한 뼘 차이— 그 한 뼘이, 듣는 몸을 먼저 건드렸다."본왕 눈에는, 보인다."그리고 입술이 내려왔다. 눈으로 짚었던 길을, 이번에는 입으로 되짚었다. 팔목 안쪽 맥이 뛰는 자리에 오래 머물고, 머문 자리를 지그시 물고, 문 자리를 혀끝으로 달랬다. 등불 아래로 붉은 자국이 하나, 둘, 꽃잎 지듯 떠올랐다. 숨을 죽여도 숨이 새었다."그만······.""싫다."새는 숨이 등불 불꽃을 잘게 흔들었다.허리를 받았던 자리에는 손바닥이 옷감째 얹혀, 오래 눌렸다. 그 손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숨을 죽인 채 느꼈다."보아라." 팔목의 자국 하나를 엄지로 느리게 쓸며, 사내가 말했다. "본왕 것이라고, 적혀 있지 않느냐.""아요."물음의 꼴도 갖추지 않은 두 글자였다."······어릴 적, 저잣거리에서 불리던 이름이옵니다.""저잣거리."사내는 그 두 마디를 오래 물고 있었다. 규방 밖의 그녀. 저 사내가 알고 저는 모르는 세월. 가둘 수도, 물릴 수도, 벨 수도 없는 것이 세월이라는 것을, 그는 그 밤 처음 배웠다."본왕이 모르는 네가 있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등불 심지가 타닥, 소리를 냈다. 이불째, 여인을 끌어들였다."모르는 세월이 열 해면, 아는 세월은 남은 전부다." 낮은 목소리에 오만이 평평
Last Updated : 2026-07-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