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나는 표가 허리께에서 흔들리고 다닌 지 이레— 이번에는 소리 없는 것이 걸렸다. 물시중 아이의 오라비가 보내던 삯이, 두 달째 끊겨 있었다.기별 시종이 저자에서 물어 온 소식이었다. 경성의 오라비는 두 달 전 일터를 옮겼다 했고, 옮긴 일터는 아무도 몰랐다. 삯이 끊긴 뒤로도 아이는 새벽마다 물을 데웠다. 대야의 온기는 한결같았다.셋이 모인 밤, 상엄이 조심스레 물었다."내치실는지요.""내치면, 저 아이는 어디로 갑니까.""그야······ 경성으로 가겠지요.""쓸모가 끝난 줄을 저쪽이 알면, 경성에서 저 아이를 거둘 까닭도 끝나지요."방 안이 조용해졌다. 열두 살짜리 쓸모의 끝이 어떤 모양인지는,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온보요는 사흘을 두고 판을 접었다. 아이 편에 나가던 답신 길— 혼례 전부터 쓰던, 왕부에서 가장 오래된 길이었다. 길이 오염된 것은 겨울부터 짐작했으나, 오염된 길도 길이라 버리지 못했다. 이제 버릴 때였다. 버리되, 태우는 방식은 골라야 했다.남쪽 상단의 행수가 마침 심부름꾼 아이를 구하고 있었다. 손이 야무지고, 입이 무겁고, 글자를 아는 아이면 더 좋다 했다. 왕부의 물시중 아이가 마침 셋 다에 맞았다. 총관의 천거장이 쓰였고, 삯은 경성 오라비의 것보다 후하게 매겨졌다. 상단의 배는 물길로만 다니니, 경성의 손이 닿기는 왕부보다 오히려 멀 것이었다.아이가 떠나는 날 아침은 봄답게 흐렸다. 부엌 어멈이 새벽부터 주먹밥을 싸서 봇짐 맨 위에 얹었고, 방어멈은 제 반짇고리에서 골무 하나를 꺼내 아이 손에 쥐여 주었다. 바느질도 못하는 것이 골무는 받아 꼭 쥐었다. 그 손으로, 마지막 대야가 들어왔다."마마, 물 가져왔어요."김이 오르는 대야를 내려놓는 손이, 여느 날처럼 서툴게 요란했다. 온보요는 그 물에 손을 담갔다. 알맞게 따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온기만은 시킨 자가 없는 것이었다."남쪽은 물이 순하다더구나. 가서— 잘 지내라."아이는 영문을 반만 알아들은 낯으로 절을 하고 물러갔다. 문이 닫힌
Last Updated : 2026-07-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