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물었다— 는 치하를 받은 이튿날부터, 온보요는 사흘을 여느 때처럼 보냈다. 곳간 점고는 흠 없이 끝났다고 상엄이 소문을 냈고, 왕비는 봄맞이 살림에 바쁜 낯을 했고, 서재의 등불은 여느 밤처럼 늦게 꺼졌다.기다림은 이번에도 밤이 데웠다. 사흘 밤 내리 이불째 감긴 채, 그녀는 낮에 못 다한 대목들을 어둠에 두고 사내와 나눴다. 곳간지기의 삯길, 술도가의 뒷문, 지붕 위의 아이가 넘긴 것들. 어둠 속의 문답은 이제 격식이 아니라 버릇이 되어 있었다. 버릇에는 값이 붙었다. 답 하나를 받을 때마다 사내의 입술이 어깨 어름 어딘가에 한 번씩 내려앉는 것이다. 값이라 우기기에는 자리가 매번 달랐고, 벌이라 우기기에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그 사흘 동안, 세 사람이 조용히 움직였다.상엄은 곳간지기의 삼 년 치를 뒤졌다. 언제 왕부에 들어왔고, 삯은 어디로 보내고, 쉬는 날은 어디를 다니는지. 기별 시종은 저자에서 그자의 술값을 뒤졌다. 곳간지기의 녹봉으로는 마실 수 없는 술을, 그자는 외상 한 번 없이 마시고 있었다. 술버릇도 캐어졌다. 취하면 곳간 자랑을 한다는 것. 왕부 곳간 열쇠가 제 허리에 있다고, 취한 입이 저자 술청에서 떠들었다는 것. 좀이 좀인 까닭은, 배가 불러도 입이 고픈 데 있었다. 호위 시종은 밤마다 곳간 지붕에 앉았다.나흘째 밤, 지붕 위의 눈이 결실을 보았다.자시 넘어 곳간 뒷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는 것. 곳간지기가 등불 없이 들어가 반 시진을 머물다 나왔다는 것. 나올 때 진 등짐이 들어갈 때보다 무거웠다는 것. 그리고 등짐이 향한 곳이 남안 창고 뒷골목의 술도가였다는 것."술도가라." 서재의 진묵이 낮게 되뇌었다."술도가는 쌀이 드나들어도 아무도 세지 않는 집이옵니다." 온보요가 약도 위에 점을 찍었다. "쌀이 술이 되면 장물의 낯이 지워지니까요. 남안 창고, 세곡선단, 하구 객주, 그리고 술도가. 도장 셋에 이제 넷째 발이 붙었습니다.""잡을 때가 되었군.""좀은 언제든 잡습니다. 다만."그녀는 약도에서 눈을 들었다.
Last Updated : 2026-07-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