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황시아는 창가에 머리를 살짝 기대고 지나가는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 황태석은 앞좌석에서 이창수 회장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는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시아 역시 조용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 헤어진 한 남자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이진성. 오늘 처음 만난 남자는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오늘이 두 번째였다. 물론 진성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시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기억은 자연스럽게 2년 전으로 흘러갔다. 2년 전. 태산그룹 창립 기념행사. 황시아는 아버지 황태석을 따라 행사장을 찾았었다. 정·재계 인사들과 태산그룹 관계자들까지 참석한 큰 행사였다. 시아는 그런 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웃으며 악수했지만 그 웃음 뒤에서는 서로의 직함과 배경을 먼저 살폈다. 아버지 곁에서 몇 사람에게 인사를 한 뒤, 시아는 사람들이 적은 곳으로 자리를 피했다. 그때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한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태산그룹 이창수 회장 가족이었다. 이창수 회장. 아내 고미혜. 그리고 장남 이진성. 시아도 그들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 무렵 태산가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아버지를 통해 얼핏 들은 적도 있었다. 이창수 회장의 딸이 갑작스럽게 결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으로 떠났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자세한 사정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날 행사장의 이창수와 고미혜는 완벽한 재벌가 부부처럼 보였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사진을 찍을 때마다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우연히 사람들이 없는 복도에서 마주친 고미혜의 얼굴은 달랐다. 시아는 걸음을 멈췄다. 고미혜는 창가에 혼자 서 있었다. 조금 전까지 사람들 앞에서 웃던 얼굴은 사라져 있었
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