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Kapitel 151 – Kapitel 160

237 Kapitel

151화. 문 앞에서 멈춘 발걸음

토요일 오후. 주연은 거울 앞에 앉아 평소보다 오랫동안 화장을 하고 있었다. 파운데이션을 얇게 펴 바르고, 눈매를 차분하게 정돈했다. 입술에는 드레스와 어울리는 은은한 색을 더했다. 평소의 주연이라면 벌써 준비를 끝내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손이 느렸다. 아이라인을 그렸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고 다시 그렸고, 귀걸이를 골랐다가 다른 것으로 바꾸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침대에 기대앉아 있던 지혜가 그런 주연을 가만히 바라보다 말했다. “너 오늘 화장만 한 시간째인 거 알아?” 주연이 거울을 보며 대답했다. “그렇게 오래 했어?” “응.” “이상해?” “아니.” 지혜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너무 예뻐서 문제지.” 주연이 피식 웃었다. “아픈 사람이 빈말도 잘하네.” “빈말 아닌데?” 지혜가 진지하게 주연을 바라봤다. 오늘의 주연은 평소와 확실히 달랐다. 길게 내려오던 머리는 하얀 목선이 드러나도록 단정하게 틀어 올렸다. 몇 가닥의 머리카락만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얼굴선을 부드럽게 감쌌다. 며칠 전 지혜와 함께 백화점에서 고른 드레스는 주연의 가느다란 몸선을 우아하게 살려주었다. 과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웠다. 누구라도 한 번쯤 뒤돌아볼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지혜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내가 그 드레스 고르길 잘했지?” “네, 김지혜 선생님. 안목 인정합니다.” “재혁 씨 오늘 정신 못 차리겠는데?” 주연은 웃으려 했지만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오래가지 못했다. 지혜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왜 그래?” “뭐가?” “아까부터 표정이 안 좋아.” “…….” 주연은 대답하지 않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설렜다. 재혁에게 처음으로 파트너 동반 모임에 함께 가자는 말을 들었을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19
Mehr lesen

152화. 또다시 도망치다

화려한 호텔 로비의 회전문 앞에서 발길을 돌린 주연은, 자신이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는지도 모른 채 차가운 밤거리 속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얼마나 걸었는지 알 수 없었다. 주연은 목적지도 없이 계속 걸었다. 화려한 호텔 앞을 떠난 뒤 처음에는 그저 그곳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한 블록. 두 블록. 높은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상가를 지나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어디를 걷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토요일 밤의 서울은 화려했다. 거리마다 불빛이 반짝였고,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는 사람들이 웃으며 쏟아져 나왔다. 봄이 가까워지고 있다지만 밤공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얇은 드레스 위에 걸친 코트 사이로 찬바람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주연은 추운 줄도 몰랐다. 높은 구두 때문에 발이 아픈 것도 한참이 지나서야 느껴졌다. 그저 걷고 또 걸었다. 멈추면 생각해야 할 것 같아서. 멈추면 자신이 지금까지 외면했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올 것 같아서. 그러다 어느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주연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연은 황급히 손등으로 눈가를 닦았다. ‘왜 울어.’ 울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한번 시작된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2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호텔에서 벌어진 최진태와의 사건. 그날 이후 자신의 인생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자신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얼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남자와의 결혼을 결정했다. 최재혁. 처음에는 이름밖에 모르는 남자였다. 그리고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결혼. 3년만 견디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망치듯 미국으로 떠났다. 공부하고 싶다는 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건축은 자신의 오랜 꿈이었다. 하지만— 유학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아버지에게서도. 집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0
Mehr lesen

153화. 올해도 혼자입니까?

재혁은 한동안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다 천천히 손을 내렸다. 끝내 주연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몇 시간 전 집을 나섰다는 지혜의 말을 들은 뒤부터 마음 한편에서는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감정도 있었다. 실망이었다. 오늘만큼은 올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직접 파트너로 함께 가자고 했고, 주연 역시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재혁은 굳은 표정으로 행사장 안으로 들어섰다. 호텔 최상층의 회원제 사교 클럽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은은한 샹들리에 불빛 아래로 국내 주요 기업의 회장과 대표들이 배우자 혹은 파트너와 함께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잔잔한 현악 연주가 흐르고, 검은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샴페인이 담긴 잔을 들고 조용히 사람들 사이를 오갔다. 재혁이 들어서자 몇몇 사람들이 곧바로 그를 알아봤다. “최 대표.” 중견기업의 한 회장이 반갑게 다가왔다. “오랜만입니다.” 재혁은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정돈하고 예의를 갖춰 악수했다. “잘 지내셨습니까?” “나는 뭐 늘 똑같지.” 남자가 웃으며 재혁의 옆을 슬쩍 바라봤다. 그러더니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최 대표는 올해도 혼자입니까?” 재혁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 “분명 결혼했다고 들었는데 부인을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서 말이야.” 옆에 있던 다른 기업인도 웃으며 끼어들었다. “그러게요. 최 대표 부인은 얼굴 보기가 대통령 만나기보다 어렵다니까.” 주변에서 가벼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언제 한번 소개 좀 해줘요.” 재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기회가 되면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함께 오는 줄 알았는데.” “개인적인 사정이 생긴 것 같습니다.” 재혁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19
Mehr lesen

154화. 말보다 먼저

시끌벅적했던 경제인 모임이 끝난 직후, 재혁은 곧바로 차를 몰아 주연이 머무는 임대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갔다. 하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 재혁의 표정이 굳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지혜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지혜 씨.” “네, 재혁 씨.” “주연 씨 들어왔습니까?” “아니요. 아직이요.” 지혜의 목소리에도 걱정이 가득했다. “저도 계속 전화하고 있는데 안 받아요. 도대체 어디 간 건지…….” 재혁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알겠습니다.” “혹시 연락 오면 바로 알려주세요.” 아파트 입구 어두운 그늘에 차를 세운 채, 그는 핸들에 기대어 주연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중간에 지혜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았지만, 주연은 여전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답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시계를 확인했다. 시계 바늘이 자정을 향해 묵묵히 치닫고 있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재혁의 마음속에는 걱정과 실망,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배신감과 화가 뒤엉켜 끓어올랐다. 재혁은 운전석에 앉아 계속 입구만 바라봤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주연을 만나면 반드시 물어보겠다고 생각했다. 왜 오지 않았습니까. 왜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도대체 언제까지 나에게서 도망칠 겁니까. 그녀가 자신의 아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다. 자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직접 이야기해주기를 기다렸다고. 그런데 왜 아직도 자신을 믿지 못하느냐고. 수십 번도 넘게 머릿속으로 말을 만들었다. 그러다 시간이 자정에 가까워질수록 분노는 점점 다른 감정에 밀려났다. 걱정이었다. 재혁은 다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연락은 없었다. “도대체 어디 있는 겁니까…….” 낮게 중얼거린 목소리에 초조함이 묻어났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0
Mehr lesen

155화. 당신이 깨어날 때까지

차 안에는 잔잔한 히터 소리만 흐르고 있었다. 재혁은 말없이 운전했다. 조수석에 앉은 주연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몇 번인가 재혁은 그녀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오늘 왜 호텔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왜 전화를 받지 않았는지. 몇 시간 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옆을 돌아볼 때마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주연은 지쳐 보였다.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차창 밖을 바라보는 눈에도 힘이 없었다. 결국 재혁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지금 당장 갈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았다. 주연의 차림으로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을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오늘만큼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두 사람이 조용히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재혁은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얼마쯤 달렸을까. 신호를 기다리던 재혁이 무심코 옆을 돌아봤다. 주연의 눈이 감겨 있었다. 잠든 모양이었다. 따뜻한 차 안에 들어오면서 긴장이 풀린 데다, 몇 시간을 차가운 거리에서 걸어 다닌 탓에 몸이 버티지 못한 듯했다. 재혁은 한동안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정말…….” 오늘 자신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이 사람은 알고 있을까. 신호가 바뀌었다. 재혁은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천천히 차를 몰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차는 어느덧 재혁의 집 지하 주차장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와 멈춰 섰다. 익숙한 자리에 차를 세운 재혁은 시동을 껐다. 그러나 바로 내리지 않았다. 옆을 돌아봤다. 주연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재혁은 안전벨트를 풀려다가 손을 멈췄다. “…….” 차마 깨울 수가 없었다. 오늘 하루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 깊이 잠들었을까!. 재혁은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댔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0
Mehr lesen

156화. 다정함이 더 아픈 밤

현관문이 닫히고 집 안에 두 사람만 남았다. 주연은 거실 한가운데 어색하게 서 있었다. 지난번에도 와본 곳이었다. 그때는 이 넓고 깔끔한 집을 둘러보며 사람 사는 집 같지 않다고 농담까지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너무 조용했다.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 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재혁이 언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지 몰라 긴장됐다. 왜 호텔에 오지 않았는지. 왜 전화를 받지 않았는지. 몇 시간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주연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재혁이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 말했다. “화장실은 저쪽입니다.” 주연이 고개를 들었다. “네?” “씻고 나오는 게 좋겠어요. 많이 추웠잖아요.” 재혁은 거실 한쪽을 가리켰다. “수건은 안에 있습니다.” “……고마워요.” 주연은 작게 대답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문을 닫는 순간 긴 숨이 흘러나왔다. “하아…….” 그녀는 세면대 앞에 두 손을 짚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주연의 눈이 커졌다. “세상에…….” 엉망이었다. 아침부터 공들였던 화장은 눈물에 대부분 지워져 있었다. 눈가는 붉었고, 머리도 흐트러져 있었다. 호텔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신경 써서 준비했는데 지금은 그 흔적조차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다. 주연은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졌다. ‘나 아까부터 이 얼굴로 재혁 씨 앞에 있었던 거야?’ 그것도 모자라 그의 차 안에서 편하게 잠까지 들었다. 주연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아…… 진짜.” 갑자기 밀려드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차라리 땅이 꺼져 버렸으면 좋겠어…… 이런 꼴을 그 사람에게 보여주다니.’ 거울 속 자신의 붉어진 눈을 바라보자 오늘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 호텔 입구까지 갔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1
Mehr lesen

157화. 드디어, 당신에게

“재혁 씨…….” 주연이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재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거실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테이블 위의 찻잔에서는 아직 희미한 김이 올라오고 있었고, 창밖으로는 깊어진 서울의 밤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주연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앞의 재혁만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이제 해야 할 말만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재혁 씨…… 할 말이 있어요.” “네.” 짧은 대답이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차분한 목소리. 그게 오히려 주연을 더 긴장하게 했다. 손끝이 떨렸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 그에게까지 들릴 것 같았다. 오늘은 말해야 한다. 반드시. 더 이상 이 사람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 주연은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막상 그토록 오래 숨겨왔던 진실을 꺼내려니 목이 메었다.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결국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주연은 황급히 손등으로 닦았다. 그러나 닦으면 또 흘렀다. “저…….” 재혁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알고 있었다. 주연이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하지만 먼저 말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그녀가 스스로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진실을 말해주기를 그는 기다렸다. 주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제가…….” 목소리가 떨렸다. 주연은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제가 태산건설 이창수 회장의 딸…… 이주연이에요.”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드디어 말했다. 2년 동안 자신의 법적인 남편이었던 남자에게. 자신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했던 남자에게. 그리고 이제는 너무 사랑하게 되어버린 남자에게. 내가 당신의 아내라고. 주연은 차마 재혁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고개를 돌렸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1
Mehr lesen

158화. 사랑해, 이주연

“잠깐만요.” 주연이 손을 들어 재혁을 막았다. 눈물이 고여 있던 얼굴에는 이제 당혹감이 가득했다. “그러니까…….” 주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재혁을 바라봤다. “내가 누군지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한 거예요?” “주연 씨.” “맞잖아요.” 재혁이 설명하려 했지만 주연이 먼저 말을 이었다. “내가 당신한테 진실을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밤마다 고민하고 있을 때도 알고 있었어요?” 주연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내가 몇 번이나 말하려다가 못 한 것도요?” “그건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런데 가만히 있었어요?” “당신이 직접 말해주기를 기다렸습니다.” 주연은 기가 막힌 듯 재혁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진실을 고백했다는 안도감으로 풀어졌던 마음속에서 이번에는 억울함이 치밀었다. “왜요?” “당신 스스로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나는 얼마나 힘들었는데…….” 주연의 목소리가 다시 떨렸다. 재혁의 표정이 굳었다. “내가 당신한테 거짓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얼마나 미안했는지 알아요?” “…….” “당신을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더 말하기 어려워졌어요.” 주연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혼자 끌어안고 있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당신이 나를 알아보는지 궁금했어요.” 재혁은 말없이 들었다. “솔직히 화도 났어요. 어떻게 자기 아내 얼굴도 몰라볼 수 있나 싶었어요.” 그 말에는 재혁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주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당신을 좋아하게 되면서부터는 무서워졌어요.” 재혁의 눈빛이 흔들렸다. “내가 누군지 알면 나를 싫어할까 봐.” “주연 씨.” “지금까지 왜 속였냐고 화내면 어떡하지…….” 주연은 결국 참았던 마음을 모두 쏟아냈다. “그래서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2
Mehr lesen

159화. 그들의 첫날밤

재혁은 천천히 주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주연도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품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두 사람의 입술이 다시 맞닿았다. 이번 입맞춤은 조금 전과는 달랐다. 더 이상 서로에게 숨겨야 할 이름도 말하지 못한 진실도 없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놓지 않았다. 잠시 입맞춤이 멎었을 때 재혁이 가까운 거리에서 주연을 바라봤다. “사랑해, 이주연.” 처음 듣는 그의 편안한 말투에 주연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동안 언제나 예의를 갖춰 자신을 ‘주연 씨’라고 부르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그렇게 불러주었다. 이상하게 가슴이 뭉클했다. 주연의 눈가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나도 사랑해요, 재혁씨.” 재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품에 안았다. 다시 한번 깊은 애정을 담아 입을 맞췄다. 2년 동안 이름뿐이었던 부부. 서로의 얼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시작했던 두 사람이 그날 밤 비로소 서로의 진짜 마음을 마주하고 있었다. 재혁의 키스는 점차 깊어지고, 주연도 그 뜨거운 호흡에 서툴지만 진심을 담아 답했다. 가슴 벅찬 감정과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열기 속에서, 재혁은 주연을 부드럽게 안아 들고 침실을 향해 걸어갔다. 결혼한 지 2년 만에, 비로소 그들의 진짜 첫날밤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침대에 가볍게 뉘여진 주연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재혁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온몸의 감각이 곤두서며 뜨거운 열기가 퍼져나갔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긴장감이 그녀를 옭아맸다. 주연은 단 한 번도 다른 남자와 이런 깊은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오늘 밤이 그녀에게는 평생 처음 마주하는 세계였다. 몸은 달아오르는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주연의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2
Mehr lesen

160화. 평범한아침,그리고

일요일 아침. 평소라면 이미 하루를 시작하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재혁도 늦잠을 잤다. 커튼 사이로 들어온 아침 햇살이 침실 바닥에 길게 내려앉았다. 재혁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다 품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주연이었다. 자신의 품 안에서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여자. 자신의 아내였다. 어젯밤의 뜨겁고도 달콤했던 사랑의 여운이 아직도 온몸에 남아 있어, 그녀를 다시 품에 안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재혁은 조용히 숨을 골랐다. 어제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의 사람이 된 그녀가 깰세라, 그는 살며시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주연은 아직 깊이 잠들어 있었다. 이불을 끌어올려 주연의 어깨까지 덮어준 뒤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 조용히 침실을 빠져나왔다. 샤워를 마친 재혁은 편안한 아이보리색 니트와 바지를 입고 주방으로 향했다. 냉장고를 열었다. “…….” 역시나였다. 물. 탄산수. 그리고 커피 원두 정도가 전부였다. 재혁은 냉장고 문을 잡은 채 한동안 서 있었다. 지난번 이 냉장고를 열어본 주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재혁 씨, 뭐 먹고 살아요? 그때는 웃으며 집에서 식사할 일이 없다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혼자가 아니었다. 재혁은 휴대전화를 챙겼다. 그리고 집 근처 베이커리에서 갓 만든 샌드위치와 간단한 아침거리를 사왔다. 집으로 돌아와 커피를 내리고 과일도 접시에 담았다. 평소 혼자였다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귀찮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누군가와 함께 아침을 먹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괜찮을 것 같았다. 한편 주연도 뒤늦게 눈을 떴다. “으음…….” 낯선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잠이 덜 깬 눈으로 몇 번 눈을 깜빡이던 주연은 그제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3
Mehr lesen
ZURÜCK
1
...
1415161718
...
24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