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환이 탄 검은 세단이 조용한 도로를 따라 본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뒷좌석에 앉은 이경환은 눈을 감은 채 머리를 깊숙이 시트에 기대고 있었다. 차 안은 조용했다. 운전기사는 아무 말 없이 앞만 보고 있었고, 창밖으로는 서울의 불빛이 길게 흘러갔다. 경환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 아들 민성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차갑고 무심한 표정. 그리고 자신에게 던졌던 한마디. “아버지가 제 일에 관심을 가지실 줄 몰랐습니다.” 경환의 미간이 깊게 좁아졌다. 민성. 자신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존재였다. 사업은 마음먹은 대로 키울 수 있었다. 돈이 필요하면 벌면 됐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됐다. 하지만 아들만큼은 달랐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민성의 어머니는 사랑해서 만난 여자가 아니었다. 민성은 그가 과거 직접 관리하던 유흥업소에서 만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낸 끝에 생긴 아이였다. 돈을 노린 민성 엄마의 치밀한 계획 속에 덜컥 들어선 생명이었다. 그녀는 아이를 낳은 직후 곧바로 경환에게 찾아왔고, 거액의 돈을 챙겨서는 아이를 버려둔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 갓난쟁이였던 민성을 품에 안았을 때, 경환은 어떻게 아기를 어르고 달래야 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 경환 자신 역시 차가운 부모의 그늘 아래서 그렇게 자랐기에, 아들에게 건넬 수 있는 아버지의 역할이란 세상에 돈을 쥐어주는 것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아들이 원하는 것은 웬만하면 모두 사주었다. 경환은 그것이 아들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경환이 탄 차가 차가 커다란 교차로를 지나갔다. 경환은 천천히 눈을 떴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어두운 거리를 바라보며 오래전 자신의 삶을 떠올렸다. 사채업을 하다 보면 세상에서 만나지 못할 사람이 없었다. 돈이 급하다며 울고불고 매달리는 사람. 빌린 돈을 갚지
Last Updated : 2026-09-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