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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맹종의 목줄(1)

作者: 유리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6 08:09:49

안채를 감싼 공기는 비릿한 약취와 겨울의 냉기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서연은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당긴 채 창백하게 질린 제 손가락 끝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어제 오전, 사헌부 관료들이 대문 앞을 채우고 질렀던 그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이명처럼 박혀 있었다.

한 장의 거짓 서신, 교묘하게 조작된 종이와 먹향.

그 얄팍한 덫 하나에 자신은 또다시 형장으로 끌려가 목이 잘릴 뻔했다.

이헌이 율법의 허점을 찾아내 그들을 역으로 도륙 내지 않았다면, 지금쯤 자신은 차가운 모래바닥의 시신이 되었을 터였다.

자신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파리 목숨에 불과했다.

진안대군이라는 거대한 맹수가 아무리 견고한 방패를 쳐두었다 한들, 바깥의 적들은 끊임없이 율법을 비틀어 제 목을 조여올 것이 자명했다.

그저 공포에 질려 이 화려한 침상 구석에 웅크리고만 있어서는, 결국 껍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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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군한 대군의 후회   [45화] 맹종의 목줄(1)

    안채를 감싼 공기는 비릿한 약취와 겨울의 냉기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서연은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당긴 채 창백하게 질린 제 손가락 끝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어제 오전, 사헌부 관료들이 대문 앞을 채우고 질렀던 그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이명처럼 박혀 있었다.한 장의 거짓 서신, 교묘하게 조작된 종이와 먹향.그 얄팍한 덫 하나에 자신은 또다시 형장으로 끌려가 목이 잘릴 뻔했다.이헌이 율법의 허점을 찾아내 그들을 역으로 도륙 내지 않았다면, 지금쯤 자신은 차가운 모래바닥의 시신이 되었을 터였다.자신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파리 목숨에 불과했다.진안대군이라는 거대한 맹수가 아무리 견고한 방패를 쳐두었다 한들, 바깥의 적들은 끊임없이 율법을 비틀어 제 목을 조여올 것이 자명했다.그저 공포에 질려 이 화려한 침상 구석에 웅크리고만 있어서는, 결국 껍데기만 남은 채 비참하게 말라 죽을 뿐이었다.‘살아야 해.’서연의 깊고 텅 빈 눈동자 속에서, 처절한 생존 본능이 서늘하게 고개를 들었다.단 한 순간도 용서할 수 없는 미치광이 폭군이었고, 숨소리조차 역겨운 악귀였으나 지금 제 손에는 아무런 권력도, 무기도 없었다.그렇다면 차라리 저 남자의 그 통제 불능인 광기를 철저하게 이용해야 했다.저 괴물이 내뿜는 비틀린 맹종을 내 손으로 쥐고 흔들 수만 있다면.자신을 해치려는 원수들을 사정없이 물어뜯는 잔혹한 사냥개로 저 폭군을 부릴 수만 있다면, 이 지독한 감옥 속에서도 끝내 존엄을 지키며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서연은 거칠게 날뛰던 호흡을 가다듬으며, 온몸을 지배하던 공포와 혐오를 서늘한 이성 아래로 꾹꾹 눌러 담았다.서연은 천천히 침상에서 일어나 맨발로 차가운 바닥을 디뎠다.방 한가운데를 기괴하게 가로막고 있는

  • 회군한 대군의 후회   [44화] 찢겨진 덫, 숨죽인 맹수(2)

    “거기에 공문서 위조(公文書 僞造) 및 국법 기만의 중죄까지.”이헌이 지평을 바닥으로 사정없이 내동댕이쳤다.“흑위대는 들어라. 가짜 증좌를 들고 국법을 유린한 저 사헌부의 쥐새끼들을 모조리 포박하여 지하 옥사에 처넣어라. 저놈들의 주둥이를 찢어서라도, 이 어설픈 연극을 지시한 우의정 놈의 이름을 자백서로 받아낼 것이다!”“예, 자가!!”일순간 판세가 완벽하게 뒤집혔다.당당하게 대군저를 들이닥쳤던 사헌부 관료들은 비명을 지르며 흑위대 무사들에게 짐승처럼 끌려갔다.칼 한 번 뽑지 않고,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았다.오직 종이 재질과 먹향이라는 미세한 단서만으로, 우의정 세력이 파놓은 치밀한 법적 함정을 산산조각 내고 역으로 그들의 숨통을 옥죈 완벽한 승리였다.---마당의 끔찍한 소란이 정리된 후.안채의 문 앞까지 걸어온 이헌의 발걸음이 돌연 허공에서 우뚝 멈췄다.방금 전까지 만조백관을 율법으로 도륙 내고, 사헌부의 관료들을 쓰레기처럼 짓밟던 서늘하고 잔혹한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그의 넓은 어깨가 눈에 띄게 수축하고, 호흡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소란스러웠다.’이헌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렸다.대문 밖에서 고성을 지르고, 관료들이 포박당하며 지르던 그 처절한 비명들.그 모든 소리가 이 안채까지 고스란히 흘러 들어갔을 것이 분명했다.그녀가 또 그 소리에 놀라 숨을 죽이고 공포에 떨고 있을 생각에, 이헌의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 난도질당했다.이헌은 자신의 흑장색 융복을 툭툭 털어냈다.행여나 밖의 거친 먼지나 험악한 냄새가 묻어있을까 봐, 문고리를 잡으려던 손을 몇 번이나 바지에 문질러 닦았다.드르륵.

  • 회군한 대군의 후회   [43화] 찢겨진 덫, 숨죽인 맹수(1)

    은밀한 어둠이 깔린 우의정의 사가.희미한 호롱불 아래, 탁자 위에 놓인 몇 통의 서신을 내려다보는 우의정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번졌다.“이것이 그 역적 계집이 산속에 숨어든 잔당들과 은밀히 주고받았다는 서신이란 말이제.”“예, 대감. 도성에서 필체를 가장 완벽하게 모사하는 자를 시켜 서상서의 필체와 그 여식의 필체를 똑같이 꾸며내었사옵니다.”측근의 보고에 우의정은 서신을 집어 들고 혀를 쯧쯧 찼다.진안대군 이헌. 그 미치광이 폭군을 무력으로 꺾거나, 정면에서 율법으로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난 편전에서의 일로 뼈저리게 깨달았다.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었다.그 괴물이 가장 애지중지하며 제 발밑에 두고 감싸는 약점. 그 사노비 계집을 합법적으로 쳐내는 수밖에 없었다.“대군이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한들, 그 계집이 국법을 어기고 역모 잔당과 내통했다는 명백한 ‘물증’ 앞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이미 사헌부를 움직여, 이 서신을 근거로 대군저를 수색하고 죄인을 체포할 합법적인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두었사옵니다.”“당장 내일 동이 트기 무섭게 들이닥쳐라. 대군이 칼을 빼 들면 그 역모의 증좌로 대군마저 옭아맬 것이다.”완벽한 사법적 함정.우의정 세력은 이 치밀한 법적 올가미가 진안대군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이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다음 날 이른 아침.서늘한 안개가 채 걷히기도 전, 대군저 앞마당이 요란한 말발굽 소리와 군화 소리로 뒤덮였다.검은 관복을 차려입은 사헌부 관료들과, 창검으로 무장한 수십 명의 의금부 나졸들이 대문 앞을 빈틈없이 에워쌌다.

  • 회군한 대군의 후회   [42화] 가장 완벽한 변명(1)

    대군저의 앞마당을 가득 채웠던 횃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무거운 적막만이 남은 안채의 가림막 너머, 서연은 숨을 몰아쉬며 웅크려 있었다.‘결국 나를 이용해…….’서연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식어갔다.조선의 절대 군주를 율법으로 협박하여 쫓아냈다.이헌의 그 무모하고도 완벽한 기백은, 서연에게 한 가지 소름 끼치는 결론을 도출하게 만들었다.그는 단순히 정체를 알 수 없는 깊은 죄책감 때문에 벌벌 기는 것이 아니다.이 기괴한 속죄 연극은 모두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적 포석이었다.서연은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그녀는 가림막 가까이 다가가, 대나무 발 틈새로 엎드려 있는 거대한 그림자를 노려보았다.“……결국, 나를 이용해 반역의 명분을 쌓으려는 겁니까.”서연의 갈라진 목소리가 방 안을 찢었다.그 말에, 엎드려 있던 이헌의 어깨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크게 튀어 올랐다.“예? 아가씨,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왕을 쫓아내고, 사헌부를 도륙 내고, 내 주변의 모든 권력자들의 목을 율법으로 치는 이유.”서연의 목소리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나를 지킨다는 핑계로 당신의 사병을 늘리고, 조정의 대신들을 쳐내고, 결국엔 국왕과 맞설 명분을 만들고 있잖아. 내가 당신의 그 더러운 왕권 다툼의 가장 완벽한 미끼입니까.”이헌이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가림막 틈새로 보이는 그의 두 눈은 경악과 비참함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자신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 벌인 그 피눈물 나는 사투가, 그녀의 눈에는 반역을 위한 추악한 정치적 계산으로 보였단 말인가.&ldq

  • 회군한 대군의 후회   [41화] 왕을 가로막은 법전(2)

    이헌의 짙은 흑안이 서늘한 달빛을 받아 번뜩였다.“제 목을 먼저 치고 들어가셔야 할 것이옵니다.”숨 막히는 정적이 대군저의 앞마당을 짓눌렀다.현대의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와 ‘주거 침입 불가’ 논리를 조선의 율법으로 완벽하게 번안해 낸 기괴한 궤변.하지만 그 논리는 단 한 군데의 빈틈도 없이 완벽했다.왕이 법을 무시하고 강제로 문을 여는 순간, 스스로 폭군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도록 철저한 정치적, 법적 올가미를 씌운 것이다.이도는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눈앞의 이헌은 더 이상 피를 나눈 아우가 아니었다.자신의 권위를 율법이라는 거미줄로 옭아매고, 왕조차 제 발밑에 꿇리려 드는 통제 불능의 괴물이었다.“……좋다.”치욕을 곱씹은 이도의 입술 사이로 피 끓는 음성이 샜다.“네놈이 그 요망한 계집에게 홀려 형제의 의마저 끊어내고,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겠다면 내 더는 말리지 않으마. 허나 명심해라.”이도의 시선이 이헌의 어깨 너머, 굳게 닫힌 안채의 창호지를 향해 꽂혔다.“율법이 언제까지고 네놈과 그 계집의 목숨을 지켜주지는 못할 것이다.”이도는 거칠게 융복 자락을 휘날리며 몸을 돌렸다.내금위 무사들이 황급히 그 뒤를 따르며, 횃불 무리가 썰물처럼 대군저를 빠져나갔다.마당에 다시금 무거운 어둠과 적막이 내려앉았다.왕을 쫓아낸 이헌은 그제야 꽉 쥐고 있던 주먹을 서서히 풀었다.가장 거대한 권력과 정면으로 충돌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한 치의 두려움도 없었다.오직 장막 너머의 그녀를 지켜냈다는, 그 서늘하고도 기괴한 안도감만이 일렁일 뿐이었다.

  • 회군한 대군의 후회   [40화] 왕을 가로막은 법전(1)

    심야의 대군저.평소라면 쥐죽은 듯 고요해야 할 저택의 앞마당에 수십 개의 횃불이 일제히 타올랐다.사전 기별조차 없는, 지극히 은밀하고도 강압적인 행차였다.어둠 속에서 황금빛 용 문양이 수놓아진 흑색 융복을 입은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조선의 절대 군주, 국왕 이도였다.“전, 전하! 어찌 이 야심한 시각에……!”당직을 서던 대군저의 집사가 사색이 되어 마당에 엎드렸다.하지만 이도는 그를 투명 인간 취급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왕의 등 뒤로 내금위 소속의 정예 무사들이 시퍼런 칼자루를 쥔 채 소리 없이 뒤따랐다.“진안대군이 머무는 안채가 저곳이냐.”이도의 목소리는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최근 궐내에 파다하게 퍼진 흉흉한 소문 때문이었다.조선의 실세이자 피도 눈물도 없던 대군이, 역적의 핏줄인 계집 하나에 미쳐 똥통을 닦고 얼음물에 제 살을 뜯어낸다는 기괴한 풍문.처음에는 정적들이 꾸며낸 헛소문이라 여겼다.하지만 며칠 전 편전에서, 그 계집을 지키기 위해 만조백관의 입을 율법으로 찢어발기던 이헌의 광기를 직접 목도한 뒤 이도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내 아우가 요물에게 홀려 단단히 미친 것이 분명하다.’왕의 위엄을 걸고, 그 요망한 계집의 얼굴을 직접 확인하여 당장 목을 칠 참이었다.“문을 열어라.”이도의 짧은 턱짓에 내금위장이 안채의 문을 향해 거칠게 다가갔다.그가 굳게 닫힌 문고리를 잡으려 손을 뻗은 찰나였다.“누구의 허락을 받고 감히 남의 침소에 손을 대는가.”어둠이 짙게 깔린 툇마루 구석.기둥의 그림자 속에 미동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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