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남자가…… 죽어간다.’머릿속에서 서늘한 파열음이 울렸다.이 폭군이, 이 미치광이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숨을 헐떡이며 사경을 헤매고 있다.이대로 내버려 두면, 상처가 덧나고 고열이 심해져 정말로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그렇다면, 이 감옥의 문을 열고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나를 옭아매는 이 지독한 족쇄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순간적인 해방감이 서연의 가슴을 때렸지만, 이내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끔찍한 현실 감각이 그녀의 온몸에 찬물을 끼얹었다.‘아니야.’서연의 동공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저 남자가 죽는다면, 이 대군저의 수백 명 흑위대와 자신을 죽이려 안달이 난 조정의 대신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대군의 비호가 사라지는 순간, 자신은 다시 ‘역적 가문의 사노비’로 전락하여 짐승처럼 의금부로 끌려갈 것이다.저 남자가 쳐놓은 이 끔찍한 방패가 무너지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 잔혹한 고문과 처참한 참수형뿐이다.서연은 이빨을 꽉 깨물었다.입안에 비릿한 피맛이 감돌았다.살아야 한다. 나는 저 괴물이 미치도록 역겹고 소름 끼치지만, 지금 내 목숨을 연장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 또한 저 괴물뿐이다.저 남자가 이대로 허무하게 죽어버린다면, 나의 생존 계획도 완벽하게 파멸하고 만다.“하아…….”서연의 눈빛이 차갑게, 그리고 극도로 이기적으로 가라앉았다.그녀는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방 한구석에 놓인 세숫대야로 다가갔다.밤새 차갑게 식어버린 얼음장 같은 물에 수건을 적셨다.서연은 젖은 수건을 꽉 짜내며 가림막을 걷고 툇마루로 나섰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1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