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회귀한 대군의 후회: Capítulo 61 - Capítulo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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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핏빛 구원이라는 형벌(1)

 “크윽……!”시퍼런 창날이 이헌의 손바닥을 깊게 베고 지나갔다.붉은 피가 허공으로 튀어 올라 안채의 창호지를 핏빛으로 적셨다.하지만 이헌은 창날을 쥔 손을 절대 놓지 않았다.오히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으로 창자루를 거칠게 꺾어버리며, 군사들을 마당으로 집어 던졌다.“내가…… 내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단 한 놈도 이 방에 발을 들이지 못한다.”피투성이가 된 이헌이 짐승처럼 헐떡이며 으르렁거렸다.방 안의 깊숙한 구석.이불을 꽉 쥔 채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서연의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그는 정말로 자신을 지키려 하고 있었다.왕의 군대가 들이닥치고 시퍼런 칼날이 번뜩이는데도, 자신의 맨몸을 찢어가며 문 앞을 가로막고 섰다.그 맹렬한 헌신과 방패막이.보통의 여인이었다면 그 모습에 감동하여 마음을 열고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하지만.‘아아…….’서연은 귀를 틀어막고 소리 없는 절규를 토해냈다.이헌이 손을 다치고 피를 흘릴수록, 그녀의 숨통을 조이는 공포는 더욱 무겁고 끔찍하게 변해갔다.그가 나를 위해 피를 흘리고, 나를 위해 왕과 전쟁을 벌인다.이 말은 곧, 저 남자가 아니면 나는 이 세상에서 단 1초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잔혹한 생존의 증명이기도 했다.저 피비린내 나는 폭군이 내 유일한 방패이자,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절대적인 감옥이 되어버린 것이다.자신은 이제 평생, 저 미치광이가 흘리는 피와 살육의 그늘 아래서 덜덜 떨며 맹종을 받아주어야만 살 수 있는 기형적인 볼모가 되었다.일촉즉발의 대치 상황.피를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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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핏빛 구원이라는 형벌(2)

 “……서연 아가씨.”목구멍을 긁고 나오는 목소리는 짐승의 헐떡임처럼 다정하고 애달프게 젖어 있었다.“안전하옵니다.”방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이헌은 피가 흐르는 오른손을 등 뒤로 황급히 숨기며, 문지방에 이마를 댄 채 다시 한번 처절하게 속삭였다.“군사들은 모두 물러갔사옵니다. 그 누구도 아가씨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도록, 제가 완벽하게 막아내었사옵니다. 그러니 부디…… 이제 떨지 마시옵소서.”얼마나 지났을까.고요하던 안채의 문이 아주 미세한 소리를 내며 드르륵, 열렸다.문틈 사이로 창백하게 질린 서연의 얼굴이 드러났다.그녀의 텅 빈 눈동자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이헌의 등 뒤로 흘러내려 툇마루를 검붉게 적시고 있는 끔찍한 핏자국이었다.뼈가 드러날 정도로 찢겨나간 손바닥에서 아직도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하지만 이헌은 고개를 들어 서연을 마주한 순간,세상을 다 가진 듯 황홀하고도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놀라게 해드려…… 송구하옵니다.”자신의 살이 찢어지고 피가 솟구치는데도.그는 오직 서연이 무사하다는 사실 하나에 벅차올라, 고통조차 잊은 채 미친 사람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 피투성이의 맹목적인 미소를 마주한 순간.서연의 등줄기를 타고,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지독한 소름이 쫙 뻗어 나갔다.‘이 남자는…….’서연의 파르르 떨리는 입술이 꾹 다물렸다.왕의 군대가 들이닥쳤을 때, 그녀는 이헌이 적당히 권력으로 타협하거나 자신을 볼모로 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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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완벽한 새장(1)

 금군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다음 날 아침.대군저의 공기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벼리고 벼린 칼날 같은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성벽을 더 높여라. 기존의 담장 위로 석 자(尺)를 더 쌓아 올려, 밖에서는 안채의 지붕조차 넘겨다볼 수 없게 만들어라.”이헌의 서늘한 하명이 앞마당을 울렸다.수십 명의 석수장이와 인부들이 흙과 돌을 지게에 짊어지고 바삐 움직였다.기존에도 충분히 높았던 대군저의 담장이, 이제는 도성의 성곽을 방불케 할 만큼 기괴하고 거대하게 솟아오르기 시작했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흑위대장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자가. 어젯밤 금군이 물러가긴 하였사오나, 이토록 노골적으로 담장을 높이고 무장 병력을 늘리신다면 조정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옵니다. 사병 육성은 명백한 역모의 징후로…….”“역모?”이헌이 서늘하게 코웃음을 쳤다.그의 오른손은 어젯밤 금군의 창날을 쥐어터진 상처 위로 하얀 붕대가 두껍게 감겨 있었다.“경국대전 병전(兵典)의 ‘대군저 호위법’ 조항을 읊어보아라. 종친의 사가에 위협이 가해질 시, 그 위협의 규모에 비례하여 호위 병력을 증강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명시되어 있지.”“하오나 그것은 도적 떼나 암살자를 막기 위한…….”“어젯밤 내 사가에 들이닥친 것은 국왕의 정규군인 금군 이백 명이었다.”이헌의 짙은 눈동자가 잔혹하게 번뜩였다.“영장 없는 불법 군사 도발을 막아내기 위해, 그에 필적하는 수백 명의 호위 병력을 고용하는 것은 율법이 보장하는 명백한 ‘정당방위(正當防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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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완벽한 새장(2)

 가림막 너머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붕대를 감은 손을 바닥에 숨긴 채, 이헌이 어김없이 무릎을 꿇고 납작 엎드렸다.“바깥이 몹시 소란스러웠지요. 송구하옵니다.”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럽고 다정했다.그녀를 이 숨 막히는 지옥에 가둬버린 포식자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처절하게 칭찬을 구걸하는 짐승의 헐떡임.“이제 끝났사옵니다.”이헌이 엎드린 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가림막 틈새로 보이는 그의 두 눈동자는 소름 끼치도록 맑고 황홀한 빛을 띠고 있었다.“담장을 사람 키의 두 배로 높이고, 삼백 명의 흑위대를 안채 주변으로 겹겹이 세워두었사옵니다. 개미 한 마리조차 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이 툇마루에 접근할 수 없사옵니다.”이헌은 벅차오르는 숨을 삼키며 마루 바닥을 더듬었다.“전하의 군대든, 조정의 간신배들이든, 그 어떤 율법의 칼날이든…… 이제 절대로 아가씨의 고요함을 깨뜨리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아가씨만의 완벽한 세상을 만들었사옵니다.”완벽한 세상.그 끔찍한 단어에 서연의 텅 빈 눈동자가 천천히 가림막 너머를 향했다.과거의 그녀였다면, 그 숨 막히는 통제에 경악하며 베개를 집어 던지고 악을 썼을 것이다.미쳤다고, 나를 당장 이 감옥에서 내보내 달라고 피눈물을 흘리며 발악했을 것이다.하지만 서연은 움직이지 않았다.그녀는 등 뒤의 차가운 벽에 머리를 기댄 채, 초점 잃은 눈으로 가림막에 비친 이헌의 그림자를 응시했다.“……완벽한.”서연의 창백한 입술 사이로 건조한 바람 같은 속삭임이 샜다.“예. 완벽하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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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비참한 폭군(1)

 그녀는 궐 밖의 세상을 동경하며 명나라의 이국적인 풍물지와 야사를 밤새워 읽곤 했었다.그 소박하고도 찬란했던 취향을, 이헌은 어떻게 알아냈는지 완벽하게 복원하여 그녀의 발밑에 바친 것이다.그것은 평범한 구애가 아니었다.금서를 들여오기 위해 밀수 조직을 움직이고, 그 범죄를 덮기 위해 국가의 장부까지 조작하는 또 다른 형태의 미친 법리적 기행이었다.그녀가 읽고 싶어 하는 책 한 권을 쥐여주기 위해, 이헌은 기꺼이 조선의 율법을 기만하고 스스로 범죄자가 되었다.“부디…… 한 번만 펼쳐보시옵소서.”이헌의 애타는 헐떡임이 가림막을 넘어왔다.하지만.서연의 시선은 궤짝 안의 서책들에 잠시 머물렀다가, 이내 서늘하고도 차갑게 식어버렸다.읽고 싶었다. 활자를 눈에 담고 싶었다.그러나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그녀는 이헌이 쳐놓은 그 지독한 맹종의 감옥 안에서 안락함을 누리는 인형이 되고 마는 것이다.나를 짓밟고 가둬둔 포식자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그가 제공하는 완벽한 세상에 길들어가는 비참한 애완조(愛玩鳥).서연은 덜덜 떨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그녀는 궤짝을 향해 단 한 발자국도 다가가지 않은 채, 다시 고개를 돌려 벽을 향해 웅크렸다.싸늘한 침묵. 완벽한 무시였다.“……아가씨?”가림막 너머의 이헌이 당황한 듯 몸을 움찔거렸다.“마음에 들지 않으시옵니까. 책의 종류가 잘못되었습니까. 아니면, 화구가 부족합니까. 말씀만 하시면 제가 명나라에 직접 사람을 보내서라도……!”“…….”서연은 두 귀를 틀어막고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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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검은 것을 희다 말하는 괴물(1)

 “전하! 통촉하시옵소서!”편전의 대리석 바닥이 대신들의 이마 찧는 소리로 요란하게 울렸다.사헌부 대사헌이 피대가 선 목을 빼고 절규했다.“진안대군이 제 사가의 담장을 도성의 성곽만큼 높이고, 무뢰배와 용병들을 수백 명이나 사들여 흑위대라는 사병을 조직하였사옵니다! 이는 명백히 훗날 반정(反正)을 도모하려는 역모의 불씨가 아니옵니까!”“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일개 왕실 종친이 국왕의 정규군인 금군에 필적하는 무력을 독점하는 것은, 조선의 근간을 뒤흔드는 반역이옵니다! 당장 대군의 사병을 혁파하고 죄를 물으시옵소서!”대신들의 탄핵 상소가 눈보라처럼 쏟아졌다.얼마 전 금군을 보냈다가 이헌의 적법 절차 논리에 막혀 체면을 구겼던 이도 역시, 이번에는 묵과할 수 없다는 듯 서늘한 눈으로 이헌을 내려다보았다.“진안. 대신들의 탄핵을 들었느냐.”이도의 목소리에 서릿발이 맺혔다.“네놈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그토록 거대한 사병을 양성하는지, 내 납득할 만한 변명을 듣지 못한다면 오늘 네놈의 목을 치고 대군저를 불태워버릴 것이다.”모든 시선이 편전 한가운데 서 있는 이헌에게 쏠렸다.그러나 이헌의 표정은 한가로운 정원이라도 거니는 사람처럼 평온하기 짝이 없었다.그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말려 올라갔다.“전하. 소신이 사병을 늘린 것이 어찌 반역이란 말씀이옵니까. 이는 오로지 조선의 안위와 전하를 향한 불타는 애국심에서 비롯된 충정(忠情)이옵니다.”그 뻔뻔하고 작위적인 대답에 대사헌이 기가 차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대군! 어디서 그런 요망한 혀를 놀리시오! 제 사가에 틀어박혀 무뢰배들을 긁어모은 것이 어찌 애국심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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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검은 것을 희다 말하는 괴물(2)

 “들었는가? 대군 자가께서 또 편전에서 만조백관의 입을 꿰매셨다더군.”“사병을 거느린 것이 반역이라 탄핵을 받았는데, 대명률의 판례를 들먹이며 도리어 대신들을 역적으로 몰아붙이셨다지 않은가.”“참으로 신귀(神鬼) 같은 두뇌를 가지신 분이야. 대군 자가 앞에서는 그 어떤 국법도 장난감에 불과해.”서연의 파르르 떨리는 두 손이 자신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상궁들의 감탄 섞인 속삭임이, 그녀에게는 가장 끔찍한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마음만 먹으면…… 흰색을 검은색으로 바꿀 수 있는 남자.’서연의 눈동자가 공포로 극심하게 요동쳤다.조금 전까지 이헌이 법과 권력으로 사람들의 퇴로를 하나씩 끊어낼 때도 그러했다.명백한 증거도 없이 횡령과 배임을 엮어냈고, 법의 맹점을 비틀어 그녀의 가문을 합법적으로 공중 분해시켰다.그리고 지금, 이 조선에서도 그는 똑같은 괴물이 되어 한 나라의 율법을 제 발밑에 두고 주무르고 있었다.서연은 숨을 헐떡이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이헌이 그녀를 위해 쌓아 올린 이 거대한 담장과 흑위대 무사들.저것을 반역이라 부르짖는 세상의 상식조차, 저 남자는 아주 가볍게 짓밟고 합법으로 만들어버렸다.만약, 아주 만약에 자신이 이 감옥에서 도망친다면.저 남자는 자신을 어떤 죄목으로 엮어 다시 이 지옥으로 끌고 올까.‘아마 나를 도망친 노비가 아니라, 국가를 배신한 대역 죄인으로 만들어버릴지도 몰라.’세상의 모든 법이 저 남자의 입에서 나온다.그가 죄라 명명하면 죄가 되고, 그가 합법이라 칭하면 살인도 합법이 된다.이 압도적인 절망감.자신이 율법에 기대어 저 남자에게서 벗어날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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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차가운 연민의 계산(1)

 ‘저 남자가…… 죽어간다.’머릿속에서 서늘한 파열음이 울렸다.이 폭군이, 이 미치광이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숨을 헐떡이며 사경을 헤매고 있다.이대로 내버려 두면, 상처가 덧나고 고열이 심해져 정말로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그렇다면, 이 감옥의 문을 열고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나를 옭아매는 이 지독한 족쇄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순간적인 해방감이 서연의 가슴을 때렸지만, 이내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끔찍한 현실 감각이 그녀의 온몸에 찬물을 끼얹었다.‘아니야.’서연의 동공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저 남자가 죽는다면, 이 대군저의 수백 명 흑위대와 자신을 죽이려 안달이 난 조정의 대신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대군의 비호가 사라지는 순간, 자신은 다시 ‘역적 가문의 사노비’로 전락하여 짐승처럼 의금부로 끌려갈 것이다.저 남자가 쳐놓은 이 끔찍한 방패가 무너지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 잔혹한 고문과 처참한 참수형뿐이다.서연은 이빨을 꽉 깨물었다.입안에 비릿한 피맛이 감돌았다.살아야 한다. 나는 저 괴물이 미치도록 역겹고 소름 끼치지만, 지금 내 목숨을 연장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 또한 저 괴물뿐이다.저 남자가 이대로 허무하게 죽어버린다면, 나의 생존 계획도 완벽하게 파멸하고 만다.“하아…….”서연의 눈빛이 차갑게, 그리고 극도로 이기적으로 가라앉았다.그녀는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방 한구석에 놓인 세숫대야로 다가갔다.밤새 차갑게 식어버린 얼음장 같은 물에 수건을 적셨다.서연은 젖은 수건을 꽉 짜내며 가림막을 걷고 툇마루로 나섰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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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비틀린 은총(1)

 새벽의 잔인한 한기가 안채의 툇마루를 하얗게 얼려가고 있었다.지독한 고열의 수렁 속에서, 이헌은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밀어 올렸다.의식이 흐릿하게 돌아오는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이마 위에 얹어진 기묘한 무게감이었다.“…….”이헌은 거친 손을 들어 제 이마를 짚었다.손끝에 닿은 것은 차갑게 식어버린, 축축한 물수건이었다.그는 그것을 내려다보며 핏발 선 눈동자를 느리게 굴렸다.자신이 쓰러져 있던 자리는 가림막 바로 바깥의 차가운 마루였다.그리고 이 물수건은 분명, 안채 안쪽의 세숫대야에 담겨 있던 그녀의 물건이었다.이헌의 심장이 방금 전까지 흐르던 피를 모조리 역류시킬 것처럼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꿈이 아니었어.’간밤에 정신을 잃어가며 보았던 환각.가림막의 명주천이 조심스럽게 걷히고, 가녀린 인영이 자신에게 다가와 땀을 닦아주던 그 기적 같은 순간.자신의 오른손이 무의식중에 그녀의 소맷자락을 꽉 쥐었을 때 느껴졌던, 그 서늘하고도 애달픈 촉감.그것은 열병이 만들어낸 헛상이 아니었다.그녀가 나왔다.그녀가 이 문턱을 넘어, 자신을 더러운 괴물 보듯 피하기만 하던 그 서연이, 쓰러진 제 이마에 찬 수건을 얹어주었다.“아…… 아아…….”이헌의 입술 사이로 짐승의 억눌린 헐떡임이 터져 나왔다.그의 짓무른 눈시울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내렸다.그는 무릎을 꿇은 채,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이마에 얹혀있던 물수건을 두 손으로 소중하게 감싸 쥐었다.마치 신이 내린 절대적인 은총의 성물을 손에 쥔 죄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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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비틀린 은총(2)

 “…….”“네놈이 이 마루 바닥에서 이대로 비참하게 죽어버린다면, 조정의 대신들이 나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서연의 아랫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가슴을 쥐어짜는 공포를 숨기며 도리어 더욱 잔혹하게 말을 내리꽂았다.“당신이 죽으면 내 목숨이 위태로워집니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이 지옥에서, 내 방패막이가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을 뿐입니다.”“…….”“오직 내 생존을 위한 계산이었으니, 가증스러운 의미를 부여하며 내 귀를 더럽히지 마십시오. 난 여전히 당신이 역겹고 소름 끼치니까.”뼈를 깎는 듯한 경멸이었다.자신을 오직 쓸모 있는 고기 방패로만 여기고 있다는, 철저한 도구로서의 선언.일반적인 사내라면 자존심이 찢겨나가 분노하거나 비참함에 몸서리쳐야 마땅한 모욕이었다.하지만 가림막 너머의 정적 속에서 들려오는 이헌의 반응은, 서연의 상식을 또 한 번 처참하게 부수어버렸다.“아…….”이헌의 입술 사이로 나지막한 탄성이 새어 나왔다.그의 얼굴에 서려 있던 절망의 빛깔이, 순식간에 기괴한 안도감과 환희로 다시금 채워지기 시작했다.“그랬던 것이옵니까…….”이헌은 자신의 다친 오른손을 내려다보며 미친 사람처럼 흐느끼듯 웃었다.“아가씨께 제가…… 쓸모가 있는 것이었군요.”“……뭐?”“아가씨를 지키는 방패막이. 아가씨의 생존을 위한 계산 속에, 제 목숨의 가치가 들어가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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