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이헌이 준비하던 반역은 뜻밖에도, 왕이 내린 합법적 전권의 형태로 먼저 문을 열었다.조정의 파벌 싸움과 재정 혼란으로 국정이 마비되자, 대신들은 왕실의 군사와 행정을 장악한 진안대군에게 비상 국정 전권을 맡기라는 상소를 연달아 올렸다.왕 이도는 무너지는 국정의 책임을 떠넘기고, 동시에 이헌을 궁궐의 제도 안에 묶어두겠다는 계산으로 끝내 왕명을 내렸다.진안대군 이헌을 공식 섭정으로 삼아 국정을 대리하게 한다는 교지였다.이헌은 당장 칼을 뽑는 대신, 왕이 스스로 쥐여준 합법적 권한부터 이용하기로 했다.조정의 언로(言路)를 장악하고 율법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자들.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을 아우르는 삼사(三司)의 수뇌부들이 편전에 도열해 있었다.그들은 정확히 십 년 전, 백성을 구휼하려던 서연의 아버지를 가혹하게 물어뜯어 멸문지화로 몰아넣었던 사냥개들이자, 서연의 인생을 지옥으로 처박은 첫 번째 원수 집단이었다.용상 아래, 섭정(攝政)의 자리에 앉은 이헌은 옥좌를 대신하여 그들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그의 짙은 눈동자에는 일말의 감정도 섞여 있지 않은, 지독하게 서늘한 살기가 번뜩이고 있었다.“십 년 전 평안도 관아에서 벌어졌던 조세 횡령 사건.”이헌의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편전의 적막을 갈랐다.“당시 서상서가 국고를 빼돌렸다는 명목으로 가산이 적몰되고 멸문을 당했지. 내 그 사건의 근거가 되었던 당시 호조(戶曹)와 평안도의 조세 출납 장부를 다시 열람하고자 한다. 당장 내어오라.”그 말에 삼사의 관리들 사이로 미세한 동요가 일었다.하지만 이내 사간원의 수장인 대사간이 앞으로 나서며 꼿꼿하게 고개를 쳐들었다.“대군 자가. 아니, 섭정 대감.”대사간의 목소리에는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