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회귀한 대군의 후회: Capítulo 81 - Capítulo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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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숫자의 심판(1)

 며칠 뒤.이헌이 준비하던 반역은 뜻밖에도, 왕이 내린 합법적 전권의 형태로 먼저 문을 열었다.조정의 파벌 싸움과 재정 혼란으로 국정이 마비되자, 대신들은 왕실의 군사와 행정을 장악한 진안대군에게 비상 국정 전권을 맡기라는 상소를 연달아 올렸다.왕 이도는 무너지는 국정의 책임을 떠넘기고, 동시에 이헌을 궁궐의 제도 안에 묶어두겠다는 계산으로 끝내 왕명을 내렸다.진안대군 이헌을 공식 섭정으로 삼아 국정을 대리하게 한다는 교지였다.이헌은 당장 칼을 뽑는 대신, 왕이 스스로 쥐여준 합법적 권한부터 이용하기로 했다.조정의 언로(言路)를 장악하고 율법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자들.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을 아우르는 삼사(三司)의 수뇌부들이 편전에 도열해 있었다.그들은 정확히 십 년 전, 백성을 구휼하려던 서연의 아버지를 가혹하게 물어뜯어 멸문지화로 몰아넣었던 사냥개들이자, 서연의 인생을 지옥으로 처박은 첫 번째 원수 집단이었다.용상 아래, 섭정(攝政)의 자리에 앉은 이헌은 옥좌를 대신하여 그들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그의 짙은 눈동자에는 일말의 감정도 섞여 있지 않은, 지독하게 서늘한 살기가 번뜩이고 있었다.“십 년 전 평안도 관아에서 벌어졌던 조세 횡령 사건.”이헌의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편전의 적막을 갈랐다.“당시 서상서가 국고를 빼돌렸다는 명목으로 가산이 적몰되고 멸문을 당했지. 내 그 사건의 근거가 되었던 당시 호조(戶曹)와 평안도의 조세 출납 장부를 다시 열람하고자 한다. 당장 내어오라.”그 말에 삼사의 관리들 사이로 미세한 동요가 일었다.하지만 이내 사간원의 수장인 대사간이 앞으로 나서며 꼿꼿하게 고개를 쳐들었다.“대군 자가. 아니, 섭정 대감.”대사간의 목소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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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숫자의 심판(2)

 우리 삼사의 엘리트 관료들이 수십 년에 걸쳐 정교하게 숫자를 맞추고 조작해 놓은 이중장부야. 산학(算學)에 평생을 바친 호조의 노련한 아전들조차 그 암호를 풀지 못해.”대사간의 눈동자에 짙은 오만함이 서렸다.“글줄이나 읽는다고 셈을 할 줄 아는 것은 아니지. 그저 십 년 전 사건을 들추어 우리를 위협하려는 얄팍한 허세일 뿐이야. 수만 권의 복잡한 숫자에 파묻혀, 며칠 보지도 못하고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것이네. 두 발 뻗고 잠이나 주무시게.”그들은 이헌이 그 거대한 숫자의 바다 속에서 길을 잃고 헛발질만 할 것이라 굳게 믿으며 서로를 마주 보고 낄낄거렸다.그들은 알지 못했다.자신들이 상대하고 있는 그 사내가, 한낱 무식한 조선의 대군이 아니라는 사실을.밤이 깊어 적막이 내려앉은 대군저의 집무실, 취선당(聚仙堂).넓은 방 안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산맥처럼 쌓여 있는 수만 권의 장부들로 가득 차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퀴퀴한 묵은 종이 냄새가 촛불의 연기와 뒤섞여 코끝을 찔렀다.“자가…….”흑위대장이 방 한구석에 서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헌을 바라보았다.“이 수많은 장부를 어찌 홀로 다 보시려 하옵니까. 지금이라도 셈에 밝은 중인들이나 궐 밖의 산학자들을 은밀히 불러들이는 것이…….”“필요 없다.”이헌은 겉옷을 벗어 던진 채, 얇은 소창의 차림으로 서안 앞에 앉아 있었다.“회계의 장부를 남에게 맡기는 것은 내 목줄을 남의 손에 쥐여주는 것과 같다. 이 방에 있는 장부의 숫자 하나, 먹물 한 방울의 흐름까지 모조리 내 눈과 뇌로 직접 뜯어먹을 것이다.”“하오나, 삼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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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1)

 “모, 모함이옵니다! 완벽한 모함이옵니다!”적막이 내려앉은 편전, 사간원 대사간의 목소리가 짐승의 단말마처럼 찢어질 듯 울려 퍼졌다.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핏대가 선 목을 길게 빼고 이헌을 향해 삿대질을 해댔다.“저따위 숫자는 섭정 대감께서 흑위대를 시켜 밤새 꾸며낸 거짓 장부에 불과하옵니다! 어찌 십 년도 더 된 장부의 숫자가 엽전 한 닢까지 맞아떨어진단 말이옵니까! 이는 명백히 바른말을 하는 사간원의 입을 막기 위한 치졸한 정치 보복이옵니다!”대사간은 절박했다.그는 뒤에 도열해 있는 훈구파 대신들, 특히 우의정 김윤합을 향해 애타는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자신이 무너지면 삼사가 무너지고, 삼사가 무너지면 훈구파의 방패가 사라지는 것이었다.“전하! 통촉하시옵소서! 무관 출신의 대군이 어찌 호조의 복잡한 셈법을 하루아침에 꿰뚫어 본단 말이옵니까! 저것은 억지로 꿰맞춘 날조이옵니다!”대사간의 발악에 몇몇 대신들이 동조하듯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아무리 섭정이라 한들, 증거의 신빙성이 흔들린다면 대신들을 함부로 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대사간은 그 얄팍한 율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시간을 끌 심산이었다.하지만 이헌은 옥좌 아래에서 그 발악을 내려다보며 서늘한 실소를 흘렸다.“조작.”이헌이 턱을 괴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내가 가장 혐오하는 단어를, 가장 추악한 입술로 지껄이는군.”이헌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전각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흑위대 무사들이 육중한 궤짝 세 개를 들고 들어왔다.쿵, 쿵, 쿵!대사간의 덜덜 떨리는 무릎 앞에 세 개의 궤짝이 일렬로 내려앉았다.“열어라.&r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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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숫자의 단두대(1)

 대군저의 집무실, 취선당(聚仙堂)은 며칠째 기괴한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수만 권에 달하는 호조와 삼사의 장부들이 산맥처럼 쌓여 빛을 가렸고, 방 안을 채운 것은 오직 촛불 타들어 가는 소리와 미친 듯이 종이를 넘기는 마찰음뿐이었다.사흘 밤낮.이헌은 단 한숨의 수면도, 한 모금의 물조차 넘기지 않은 채 서안 앞에 앉아 있었다.그의 핏발 선 눈동자는 현대 회계학의 정수인 ‘복식부기(複式簿記)’의 원리를 바탕으로, 조선 관리들이 숨겨놓은 거대한 이중장부의 미로를 무자비하게 해체하고 있었다.‘어설프기 짝이 없군.’이헌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조소가 샜다.조선의 관리들은 수입과 지출만을 단순히 기록하는 단식부기(單式簿記)의 맹점을 이용해 숫자를 조작했다.관아의 쌀이 유실되었다고 적고, 그 쌀을 시전에 팔아치운 뒤 다른 이름으로 은표를 숨겨두면 그만이라 여겼다.하지만 자본주의의 정점에서 수조 원대 기업들의 분식회계를 도륙 내던 이헌의 눈에, 그들의 조작은 투명한 유리알처럼 빤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장난질에 불과했다.“모든 자산의 흐름에는 반드시 대변(貸方)과 차변(借方)이 존재한다. 흔적 없이 증발하는 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이헌의 붓끝이 커다란 백지 위를 날아다녔다.왼쪽에는 사라진 평안도의 구휼미 십만 석을, 오른쪽에는 같은 시기 한양의 특정 상단으로 유입된 거대한 은자의 흐름을 적어 넣었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금 세탁의 경로.상단의 이름으로 세탁된 돈은 다시 사간원, 사헌부, 홍문관 수뇌부들의 차명 토지와 기방의 비밀 금고로 완벽하게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이헌의 시선이 십 년 전, 평안도 관아의 출납을 기록한 가장 낡은 장부의 한 페이지에 우뚝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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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숫자의 단두대(2)

 대신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턱으로 향했다.검은색 대례복을 입은 이헌이 천천히, 아주 느릿한 걸음으로 편전 안으로 들어섰다.그의 얼굴은 며칠간의 불면으로 인해 몹시 파리했으나, 두 눈동자만큼은 심연의 바닥에서 끌어올린 지독한 한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이헌은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섭정의 자리로 걸어 올라갔다.그의 손에는 얇은 종이 한 장만이 덜렁 들려 있었다.“…….”섭정의 자리에 앉은 이헌이 턱을 괴고 대신들을 내려다보았다.그 시선의 끝이 향한 곳은, 무리 한가운데에 서서 애써 태연한 척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사간원 대사간이었다.“사간원 대사간.”이헌의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편전의 정적을 찢었다.호명된 대사간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여유롭게 고개를 숙였다.“예, 섭정 대감. 혹여 지난 며칠간 무리하게 장부를 살피시느라 옥체에 무리가 가신 것은 아니옵니까. 조정의 관례를 무시하고 장부를 거두어 가시더니, 소득이 영 없으신 모양이옵니다.”은근한 조롱이 섞인 도발.다른 대신들의 입가에도 옅은 비웃음이 번졌다.하지만 이헌은 분노하지 않았다.그는 손에 쥐고 있던 얇은 종이를 천천히 펼쳐 들었을 뿐이다.“소득이라.”이헌이 종이에 적힌 글씨를 눈으로 훑으며 나직하게 읊조렸다.“건원 12년 3월. 평안도 관아에서 출발해야 할 구휼미 오만 석이, 중간 기착지인 송상(松商)의 물류창고에서 흔적도 없이 증발했지.”“……! 그, 그것은 십 년 전 서상서가 빼돌린 횡령의 기록이옵니다!”대사간이 짐짓 목소리를 높이며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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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1)

 “모, 모함이옵니다! 완벽한 모함이옵니다!”적막이 내려앉은 편전, 사간원 대사간의 목소리가 짐승의 단말마처럼 찢어질 듯 울려 퍼졌다.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핏대가 선 목을 길게 빼고 이헌을 향해 삿대질을 해댔다.“저따위 숫자는 섭정 대감께서 흑위대를 시켜 밤새 꾸며낸 거짓 장부에 불과하옵니다! 어찌 십 년도 더 된 장부의 숫자가 엽전 한 닢까지 맞아떨어진단 말이옵니까! 이는 명백히 바른말을 하는 사간원의 입을 막기 위한 치졸한 정치 보복이옵니다!”대사간은 절박했다.그는 뒤에 도열해 있는 훈구파 대신들, 특히 우의정 김윤합을 향해 애타는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자신이 무너지면 삼사가 무너지고, 삼사가 무너지면 훈구파의 방패가 사라지는 것이었다.“전하! 통촉하시옵소서! 무관 출신의 대군이 어찌 호조의 복잡한 셈법을 하루아침에 꿰뚫어 본단 말이옵니까! 저것은 억지로 꿰맞춘 날조이옵니다!”대사간의 발악에 몇몇 대신들이 동조하듯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아무리 섭정이라 한들, 증거의 신빙성이 흔들린다면 대신들을 함부로 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대사간은 그 얄팍한 율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시간을 끌 심산이었다.하지만 이헌은 옥좌 아래에서 그 발악을 내려다보며 서늘한 실소를 흘렸다.“조작.”이헌이 턱을 괴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내가 가장 혐오하는 단어를, 가장 추악한 입술로 지껄이는군.”이헌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전각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흑위대 무사들이 육중한 궤짝 세 개를 들고 들어왔다.쿵, 쿵, 쿵!대사간의 덜덜 떨리는 무릎 앞에 세 개의 궤짝이 일렬로 내려앉았다.“열어라.&r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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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2)

 그와 구족의 재산을 모조리 적몰하고, 기방의 첩년이 숨겨둔 금고의 현찰까지 엽전 한 닢 남기지 말고 국고로 환수해라.”“예, 섭정 대감!”무장한 의금부 나졸들이 편전 안으로 들이닥쳐 대사간의 관복을 거칠게 벗겨냈다.“놓아라! 놔! 우의정 대감! 대감! 소인을 이리 버리실 작정이옵니까!”포박당한 대사간이 피눈물을 흘리며 훈구파의 영수 김윤합을 향해 울부짖었으나, 김윤합은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철저하게 침묵을 지켰다.질질 끌려가는 대사간의 처절한 비명만이 편전의 높은 천장에 메아리치다 서서히 멀어졌다.“…….”“…….”숨 막히는 정적.아무도 감히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했다.조정의 언로를 장악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삼사의 수장이, 칼 한 번 휘두르지 않은 섭정의 치밀한 숫자 놀음 앞에 단 며칠 만에 형장의 이슬로 전락했다.이헌은 굳어버린 대신들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그의 핏발 선 눈동자가 이번에는 사헌부와 홍문관의 관료들을 차례대로 훑고 지나갔다.“대사간 한 놈의 목이 떨어졌다고 끝날 줄 알았더냐.”이헌의 입꼬리가 섬뜩하게 비틀려 올라갔다.“십 년 전, 평안도 관아의 장부를 조작하여 충신을 물어뜯고 가산을 나눠 먹은 쥐새끼들이 이 편전 안에 아직 수두룩하게 남아 있다.”사헌부 대사헌과 홍문관 대제학의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오늘부로, 삼사(三司) 소속의 모든 관료들에 대한 전면적이고 고강도(高强度)의 재물 출납 감찰을 선포한다.”조선 역사상 단 한 번도 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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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파업의 대가(1)

 삼사의 수장인 대사간이 이헌의 숫자 놀음에 완벽하게 도륙당하여 의금부로 끌려간 다음 날.조정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섭정의 무도한 탄압을 좌시할 수 없다!”“명확한 국문도 없이 삼사의 수장을 하옥시키고 전면 감찰을 선포하다니, 이는 명백히 대간(臺諫)의 언로를 틀어막고 조정을 사유화하려는 독재이오!”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의 하급 관료 수백 명이 일제히 관복을 벗어 던졌다.우의정 김윤합의 은밀한 사주를 받은 그들은, 대사간의 구명과 섭정의 횡포를 규탄한다는 명목 아래 ‘권당(捲堂)’을 선언했다.권당. 곧 집단 파업이었다.삼사의 관리들이 일제히 궐문 밖으로 나가 광화문 앞 대청에 엎드리자, 조정의 행정 시스템은 순식간에 마비 상태에 빠졌다.상소문은 읽히지 않고 쌓였고, 각 지방에서 올라오는 장계의 처리도 전면 중단되었다.백성들의 송사와 국가의 재정 출납마저 삼사의 감찰과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완벽하게 올스톱되었다.국정이 마비될 위기에 처하자, 결국 참다못한 국왕 이도가 이헌을 편전의 내밀실로 따로 불렀다.“진안, 그만두어라.”이도가 미간을 짚으며 피곤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네가 내세운 장부의 숫자들은 훌륭했다. 하지만 삼사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국정을 멈춰 세우는 것은 섭정으로서 지나친 처사다. 저들이 권당을 풀 명분을 만들어주고, 대사간의 처벌 수위를 적당히 낮추어 타협하거라.”이도는 삼사의 입을 막는 것이 왕권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으나, 당장 나라의 행정이 멈추는 것은 두려워했다.그러나 이헌은 이도의 타협안을 듣고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오히려 그의 입가에는 서늘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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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악마의 거래(1)

 “글줄이나 읽으며 탁상공론만 하던 네놈들보다, 이들이 조선의 실무와 회계 장부에 천 배는 더 밝다. 나는 섭정의 직권으로 이들에게 임시 벼슬을 하사하여, 네놈들이 비워둔 삼사의 모든 빈자리를 즉각 대체할 것이다.”“마, 말도 안 돼! 천한 중인 놈들이 어찌 대간의 자리에 앉는단 말이오!”“조선의 신분 질서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짓이오!”“신분 질서? 율법 앞에서는 신분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이헌의 눈동자가 시퍼렇게 타올랐다.“조선의 행정은 단 하루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파업을 선동한 네놈들은 내일부터 당장 녹봉이 끊긴 실업자 신세가 되어, 한양 바닥을 전전하게 되겠지.”완벽한 논파. 그리고 무자비한 대체 인력 투입.현대적 의미의 직장 폐쇄(Lock-out)와 파업 주동자 전원 해고를, 이헌은 조선의 율법과 신분제의 허점을 교묘하게 비틀어 완벽하게 재현해 낸 것이다.“흑위대는 들어라! 파직된 자들이 궐문 근처를 어슬렁거리면 국법을 모독한 죄를 물어 곤장을 쳐라! 삼사의 모든 전각은 이제 임시 관료들이 접수한다!”“예, 섭정 대감!!”명령이 떨어지자 중인과 서리들이 궐 안으로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갔다.바닥에 엎드려 있던 양반 관료들은 자신들의 밥그릇이 눈앞에서 완벽하게 날아가는 끔찍한 광경을 지켜보며 주저앉아 오열하기 시작했다.자신들만이 국가를 움직일 수 있다는 알량한 기득권의 오만이, 이헌의 압도적인 행정 장악력과 비정함 앞에 하루아침에 산산조각이 났다.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삼백 명의 정적을 한날한시에 백수로 만들어버린 전무후무한 숙청.이헌은 그 처참하게 무너진 자들을 뒤로한 채, 단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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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악마의 거래(2)

 기생의 몸에서 태어나 족보에도 오르지 못한 열 살짜리 아들놈이더군.”이헌의 목소리가 뱀의 혓바닥처럼 대사간의 귓가를 핥고 지나갔다.“네놈이 평생을 긁어모은 은표와 장부 조작으로 빼돌린 토지의 명의가, 놀랍게도 본처의 자식들이 아니라 그 사생아의 이름으로 은밀하게 신탁되어 있더군. 훈구파의 개 노릇을 하며 더러운 짓을 도맡았던 이유가, 늙은 막내아들에게 막대한 재산을 물려주어 양반 행세를 하게 만들려는 알량한 부정(父情)이었나.”대사간의 턱이 기괴하게 벌어지며 짐승의 단말마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것은 육체가 찢길 때의 비명이 아니었다. 평생을 걸쳐 가장 깊고 내밀한 곳에 숨겨두었던 최후의 보루가, 이헌의 압도적인 정보력 앞에 완벽하게 발가벗겨졌을 때 느끼는 영혼의 절망이었다.“이, 이 악마 같은 놈! 내 아들은 안 된다! 그 아이는 아무 죄가 없다!”“아무 죄가 없어?”이헌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쇠창살 앞까지 바짝 다가섰다.“네놈이 서상서에게 누명을 씌워 한 가문을 멸문지화로 몰아넣었을 때.그 집안의 여식은 관노비로 끌려가 짐승처럼 짓밟혔다! 네놈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들놈의 호의호식 뒤에는, 서연이라는 한 여인의 피와 살점이 덕지덕지 붙어 있단 말이다!”이헌의 사자후가 옥사의 지하를 쩌렁쩌렁 울렸다.“현행법상 횡령과 국고 손실의 주범은 구족을 멸하고 재산을 전액 국고로 환수한다. 내가 이 장부를 사헌부에 넘기는 순간, 네 본처의 자식들은 물론이고 저 사생아 놈까지 이 의금부의 찬 바닥에 끌려와 네놈이 당한 것과 똑같은 주리틀기를 당하게 될 것이다.”“아, 안 돼! 제발! 내 아들만은…… 내 핏줄만은!&r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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