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헌의 권력은 이미 임금인 자신을 아득히 뛰어넘어 조정을 장악하고 있었다.삼사를 도륙 내고 훈구파를 짓밟는 섭정의 그 무자비한 칼춤을 보며, 이도는 밤마다 자신의 옥좌가 흔들리는 끔찍한 악몽에 시달려왔다.그런데 지금, 백성들의 고변과 유림의 빗발치는 상소라는 가장 완벽한 ‘합법적 명분’이 굴러들어온 것이다.“상소가 이토록 빗발치니, 임금 된 자로서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이도가 입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곁에 엎드린 승지를 향해 하명했다.“당장 섭정의 직무를 임시로 정지시키고, 그를 탄핵하는 교지를 내려라. 또한, 사헌부와 의금부의 관원들을 동원해 고변에 얽힌 자들을 어전으로 끌어와 국문을 준비하라.”“저, 전하! 참으로 섭정 대감을 탄핵하시려는 것이옵니까?”“백성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섭정의 결백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함이다. 섭정이 정녕 떳떳하다면, 내일 어전에서 열릴 국문장에서 스스로 결백을 증명하면 될 일.”이도의 미소는 그 어느 때보다 교활하고 잔혹했다.고변이 거짓이라 할지라도, 이 재판을 빌미로 금군을 동원해 대군저를 샅샅이 수색하고, 섭정의 세력을 합법적으로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우의정이 던진 거짓의 덫을, 국왕 이도가 기꺼이 권력의 사냥 도구로 받아들인 것이다.조정의 하늘 위로, 전례 없는 거대한 전운(戰雲)이 먹구름처럼 밀려들고 있었다.같은 시각.한양 도성을 뒤흔든 역모의 소문이 빗발치고 있음에도, 당사자인 이헌이 머무는 대군저의 집무실 취선당(聚仙堂)은 기괴할 정도로 적막했다.“자가! 큰일 났사옵니다!”흑위대장이 숨을 헐떡이며 집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바닥
Last Updated : 2026-08-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