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회귀한 대군의 후회: Capítulo 91 - Capítulo 100

231 Capítulos

[89화] 피 없는 도륙(1)

 이헌의 손에 들린 몇 장의 서류.그것은 대사간이 피눈물을 흘리며 써 내려간, 서상서 가문 모함 사건의 끔찍한 전말이자 우의정 김윤합의 목을 칠 수 있는 완벽한 단두대의 칼날이었다.집무실 취선당에 홀로 앉은 이헌은 그 자백서를 서안 위에 펼쳐놓고 턱을 괴었다.촛불에 비친 그의 눈동자는 깊고 서늘한 심연처럼 가라앉아 있었다.‘당장 내일 아침, 어전에 이 자백서를 던지고 우의정을 끌어내릴 수도 있다.’증거는 명백했고, 자백은 완벽했다.의금부 도사를 풀어 김윤합의 사가를 포위하고 그 늙은 목을 베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이헌은 서류의 가장 밑바닥, 대사간의 떨리는 지장(指章)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차가운 조소를 흘렸다.‘아니. 너무 빠르다.’자본주의 정글에서 수조 원대 기업의 사냥꾼으로 군림했던 이헌은, 사냥감을 단숨에 물어 죽이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권력의 정점에 있는 적의 목통을 단번에 끊으려 들면, 상대는 죽기 살기로 저항하며 조선 전체를 피바다로 만들 반정(反正)의 빌미를 만들 수 있었다.적을 가장 완벽하게 파멸시키는 방법은, 그가 발을 딛고 있는 땅부터 하나씩 무너뜨려 스스로 벼랑 끝에 몰렸다는 공포를 뼈저리게 체감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몸통을 치기 전에, 수족(手足)부터 완벽하게 말려 죽여주마.’이헌은 붓을 들어 대사간의 자백서 내용 중, 서상서 모함과 우의정의 이름이 들어간 핵심 부분에 붉은 먹줄을 죽 그어 가렸다.대신, 그 아래에 적힌 또 다른 추악한 명단에 동그라미를 치기 시작했다.그것은 삼사(三司)의 관료들이 지난 십 년간 지방 수령들에게 뜯어낸 집단 뇌물 수수 내역과, 횡령한 국고를 나누어 먹은 수십 명의 하급 관료 명단이었다.서연의 아버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6
Leer más

[90화] 살수와 목격자(1)

 왕과 대신들이 뻔히 지켜보는 어전 한가운데서, 수십 명의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 관료들이 붉은 오라줄에 줄줄이 엮여 개처럼 바닥을 끌려 나갔다.“놓아라! 우의정 대감! 대감! 저희를 살려주시옵소서!”결박당한 자들이 김윤합을 향해 처절하게 구원을 요청했지만, 김윤합은 이빨을 꽉 깨문 채 그들을 외면했다.이헌이 서상서 모함의 건은 덮어두고 뇌물죄만을 들고나온 이상, 여기서 저들을 구명하려 나섰다가는 자신마저 뇌물 카르텔의 배후로 엮일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탓이었다.자신의 손발이 눈앞에서 뭉텅이로 잘려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단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는 처참한 무력감.김윤합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옥좌 아래의 이헌을 올려다보았다.이헌은 그런 김윤합을 향해, 입모양만으로 소리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다음은 네놈이다.]“……!”김윤합의 턱이 덜덜 떨렸다.이헌은 우의정을 칠 명분과 증거를 이미 다 쥐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그것을 숨긴 채 삼사만을 도륙 내었다.그것은 무지해서가 아니었다.사냥감의 숨통을 한 번에 끊는 대신, 살점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공포를 천천히 음미하게 만들려는 악마 같은 유희였다.질질 끌려가는 관료들의 비명이 편전 밖으로 멀어질 즈음, 조정에는 묘지 같은 정적이 내려앉았다.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칼 한 번 휘두르지 않았다.오직 치밀한 회계 분석과 악마적인 법적 거래를 통해 얻어낸 자백서 한 장으로, 이헌은 조정을 쥐고 흔들던 거대 권력 삼사를 완벽한 해체 수준으로 짓밟아버렸다.서연의 가문을 물어뜯고 조롱했던 그 위선적인 사냥개들을 모조리 의금부의 가장 축축한 지하로 쑤셔 박으며, 이헌은 그녀를 향한 첫 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6
Leer más

[91화] 살수와 목격자(2)

 “죽여라.”김윤합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그놈이 십 년 전 내가 준 은표를 들고 평안도 철산의 깊은 산골로 숨어들어 화전민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흑위대보다 먼저 당도하여, 놈의 일가족을 모조리 도륙하고 집에 불을 질러라. 잿더미조차 남기지 마라.”살수 대장이 고개를 숙이고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김윤합은 화로의 불길을 노려보며 이빨을 갈았다.섭정이 법리와 증거로 자신의 숨통을 조여온다면, 이쪽은 그 증거 자체를 물리적으로 소멸시켜 버리면 그만이었다.하지만 김윤합은 이헌의 정보력과 속도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사흘 뒤, 평안도 철산의 깊은 산골.사방이 험준한 산맥으로 둘러싸여 관군의 순찰조차 닿지 않는 외딴 화전민 촌.우의정이 보낸 십여 명의 살수들이 시퍼런 칼날을 번뜩이며 만득의 허름한 초가집을 빈틈없이 포위했다.“안에 있는 자들을 모조리 썰어라.”살수 대장의 수신호와 함께 살수들이 문을 박차고 뛰어들었다.챙강-! 푹!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잠든 노비의 목덜미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흑위대 무사들의 서늘한 창검이었다.초가집 안팎에는 이미 철갑을 두른 이헌의 흑위대가 거미줄처럼 매복해 있었다.“함정이다! 퇴각…… 크억!”살수 대장이 다급히 소리쳤지만, 흑위대의 훈련된 창날이 그의 허벅지를 잔인하게 꿰뚫었다.순식간에 벌어진 압도적인 정보전과 살육전.살수들은 단 한 번의 저항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흑위대의 창칼 아래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처박혔다.“끌고 가라. 이놈들도 요긴한 증거가 될 터이니.&rdquo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7
Leer más

[92화] 용의자의 딜레마(1)

 의금부 지하 옥사의 가장 깊고 어두운 심문실.서상서 가문의 옛 노비, 만득은 밧줄에 꽁꽁 묶인 채 차가운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의 낡은 베적삼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초점 없는 눈동자는 극도의 공포로 미친 듯이 흔들렸다.십 년 전, 그는 주인인 서상서가 여진족과 내통하는 서신을 보았다고 거짓 증언을 했다.그 대가로 우의정 김윤합에게 막대한 은표를 받아 챙겼고, 평안도 철산의 깊은 산골로 도망쳐 화전민 행세를 하며 쥐죽은 듯 숨어 살았다.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흑위대의 억센 손아귀에 덜미가 잡혀 다시 이 한양의 지옥으로 끌려온 것이다.끼기긱-.심문실의 무거운 쇳문이 열리며, 이헌이 어둠을 가르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그의 검은 관복 자락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만으로도 옥사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다.“서상서 가문의 노비, 만득이라.”이헌은 만득의 코앞에 놓인 나무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그의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심문실의 벽을 타고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십 년 전, 네놈의 그 더러운 혓바닥 하나 때문에 꼿꼿하던 선비의 목이 잘리고 한 가문이 몰락했다. 그 피 묻은 돈으로 평안도 산골에서 처자식과 아주 배불리 잘 살고 있더군.”“대, 대감 마나님! 살려주십시오! 소인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십 년 전 그 일은 제가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관아에 고했을 뿐이옵니다!”만득은 이마가 찢어지도록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악을 썼다.그는 여전히 진실을 말하기를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었다.만약 자신이 위증을 했다고 실토하는 순간, 조정의 훈구파 영수인 우의정이 자신은 물론이고 평안도에 남겨진 가족들의 숨통까지 모조리 끊어놓을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lsq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7
Leer más

[93화] 용의자의 딜레마(2)

 그지독한 배신감과 공포가 한꺼번에 몰려오자, 만득의 정신은 완벽하게 붕괴하고 말았다.“어찌할 테냐.”이헌이 만득의 멱살을 거칠게 틀어쥐어 자신의 눈앞까지 끌어올렸다.“우의정을 감싸다 이 자리에서 개죽음을 당할 텐가. 아니면 십 년 전 그 더러운 모함의 진실을 낱낱이 불고, 네놈과 네 처자식의 목숨이라도 부지할 텐가. 내가 던져주는 이 마지막 동아줄을 잡지 않는다면, 저 옆방의 살수들과 함께 의금부 아궁이에 던져버릴 것이다.”살기 어린 맹수의 속삭임.만득은 이헌의 핏발 선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뿐임을 뼈저리게 깨달았다.살아야 했다. 우의정에게 버림받은 이상, 이 미치광이 섭정의 치맛자락이라도 붙잡아야만 가족을 살릴 수 있었다.“마, 말하겠사옵니다! 다 말하겠사옵니다!”만득은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이헌의 장화 발끝에 입을 맞추듯 엎드렸다.“십 년 전…… 나으리께서…… 아니, 서상서 대감께서는 결코 역모를 꾸미지 않으셨사옵니다!”만득의 입에서 터져 나온 첫마디에, 이헌의 손아귀에 찌릿한 힘이 들어갔다.“서상서 대감께서는 평안도에 내려오신 후, 매일 밤잠을 줄여가며 관아의 장부를 살피셨사옵니다. 그러던 중, 관아의 곡식이 백성들에게 가지 않고 한양의 훈구파 대신들에게 빼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셨사옵니다.”만득은 숨을 헐떡이며 십 년 전의 그 참혹했던 밤을 끄집어냈다.“대감께서는 그 증거를 모아 전하께 상소를 올리려 하셨사옵니다. 그런데…… 그 상소가 올라가기 전날 밤, 우의정 김윤합의 수하들이 저를 몰래 찾아왔사옵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7
Leer más

[94화] 잉크와 종이의 율법(1)

 의금부 지하의 심문실.만득이 오열하며 토해낸 과거의 진실은, 너무도 끔찍하고도 참혹하여 심문실의 공기마저 짓눌러버렸다.“당시 평안도에는 극심한 가뭄이 들어 굶어 죽는 백성들이 도처에 널려 있었사옵니다.”만득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하오나 관아의 창고에 쌓여 있던 구휼미 십만 석은, 우의정 대감과 결탁한 상단들에 의해 도성으로 빼돌려지고 있었사옵니다. 서상서 대감께서는 그 사실을 아시고 창고의 문을 잠가버리셨사옵니다. 백성을 먹일 쌀을 단 한 톨도 빼앗길 수 없다며…… 수령의 목에 칼을 겨누면서까지 곡식을 지키려 하셨사옵니다.”“…….”“훈구파 대신들은 그 일로 대감을 눈엣가시로 여겼사옵니다. 그들의 더러운 돈줄을 끊어버린 대감을 제거하기 위해, 횡령도 모자라 여진족과 내통했다는 역모의 서신을 만들어 제게 숨기라 명하신 것이옵니다.”백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기득권의 탐욕에 맞선 대가.그것이 바로 한 가문의 멸문지화였고, 서연이 겪어야 했던 그 처절한 지옥의 시작이었다.단지 도둑놈들의 배를 불리지 않으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장 청렴했던 선비는 목이 잘렸고 그의 딸은 천만 인의 손가락질을 받는 사노비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이헌은 굳은 석상처럼 서서 그 모든 자백을 듣고 있었다.그의 핏발 선 눈동자에는 지옥의 불길 같은 살기가 일렁이고 있었다.주먹을 꽉 쥔 그의 손아귀에서 뼈가 으스러질 듯한 파열음이 새어 나왔다.스릉-.이헌의 허리춤에서 시퍼런 검이 반쯤 뽑혀 나왔다.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우의정 김윤합의 저택으로 쳐들어가, 그 늙은 여우의 목줄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8
Leer más

[95화] 잉크와 종이의 율법(2)

 “예? 문헌 학자들을 말이옵니까?”“그래. 그리고 이 서신이 쓰였다는 십 년 전, 평안도 관아에서 실제로 사용되던 문적(文籍)과 종이 샘플들을 규장각에서 모조리 뒤져와. 단 한 장도 빠짐없이 대조할 것이다.”이헌의 발걸음이 의금부의 지하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조선의 법정에서는 단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낯선 풍경.오직 서연의 가문을 파멸시킨 그 지독한 모함의 진실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물증으로 박살 내기 위한, 완벽한 율법 통치의 2막이 서늘하게 오르고 있었다.그날 자정, 대군저의 비밀스러운 지하실.흑위대 무사들에게 반강제로 소집되어 온 늙은 학자들과 장인들은, 사시나무처럼 떨며 넓은 탁자 앞에 일렬로 도열해 있었다.그들의 눈앞에는 이헌이 내던진 ‘여진족 내통 서신’의 원본과, 규장각에서 빼내 온 십 년 전의 진짜 공문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내가 너희를 이곳에 부른 이유는 단 하나다.”이헌이 서신의 원본을 가리키며 차갑게 하명했다.“이 종이의 재질과, 이 종이에 스며든 잉크의 성분을 낱낱이 해부해라. 이것이 정녕 십 년 전 평안도 관아에서 쓰인 것이 맞는지, 아니면 한양의 권력자가 자신의 붓으로 흉내 내어 조작한 것인지 과학적으로 증명해 내.”“대, 대군 자가! 종이와 잉크를 감정하다니요. 그것은 서예를 보는 자들의 눈썰미에 의존하는 것이거늘, 어찌 그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한단 말이옵니까!”성균관의 늙은 대제학이 황당하다는 듯 반문했다.하지만 이헌은 서안 위에 여러 자루의 칼과 거울, 그리고 명나라에서 들여온 값비싼 확대경(돋보기)을 내던졌다.“현미경이 없으니 육안과 도구로 대신한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8
Leer más

[96화] 어명(御命)과 신문고(申聞鼓)(1)

 어둠이 짙게 깔린 궐내 깊숙한 곳.국왕 이도의 처소인 대조전(大造殿)의 밀실에서, 우의정 김윤합은 이마를 조아린 채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그의 늙은 뺨에는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전하…… 섭정의 폭주를 이대로 좌시하시면 아니 되옵니다.”김윤합의 목소리는 다급하고 절박했다.자신이 평안도로 보냈던 살수들이 흑위대에게 몰살당했고, 십 년 전 위증을 했던 노비 만득이 한양으로 압송되어 의금부 지하에서 섭정의 심문을 받았다는 첩보.그것은 자신의 목에 가장 완벽한 올가미가 걸렸음을 의미했다.“단순히 삼사의 부패를 캐는 것이 아니옵니다. 섭정은 지금 선대왕 마마 시절에 명백한 증거로 결론이 난, ‘서상서 역모 사건’을 전면적으로 뒤집으려 하고 있사옵니다!”“서상서의 역모를?”이도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위로 치켜올라갔다.“예, 전하! 섭정이 천한 노비 계집 하나에 미쳐, 그 아비의 대역죄를 무효로 만들려 하고 있사옵니다. 이는 선대왕 마마의 판결을 부정하는 것이며, 나아가 조선 왕실의 절대적인 권위와 전하의 옥좌를 능멸하는 불충(不忠)이자 반역의 전조이옵니다!”김윤합의 혀놀림은 교묘했다.그는 이헌이 파헤치려는 진실이 자신을 향한 복수라는 사실은 철저히 숨긴 채, 오직 ‘선대왕의 권위’와 ‘왕권의 위협’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이도의 가장 취약한 역린을 건드렸다.이도는 미간을 짚으며 침묵했다.최근 이헌의 행보는 확실히 선을 넘고 있었다.삼백 명의 관료를 하루아침에 파직시키고, 호조의 장부를 강탈하여 삼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아무리 섭정의 권한을 주었다 한들, 이헌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8
Leer más

[97화] 종이 위의 시간(1)

 숨 막히는 대치 상황.금군 대장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교지를 쥔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무력으로 뚫고 들어가려 해도 흑위대의 기백에 밀렸고, 명분으로 맞서려 해도 이헌이 들이민 ‘경국대전’과 ‘신문고’라는 거대한 법적 방패를 깰 논리가 없었다.왕의 어명조차 법리로 막아내고 불법으로 규정해 버리는 저 미치광이 같은 혀놀림.결국 금군 대장은 입술을 깨물며 쥐고 있던 칼자루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퇴각한다.”금군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뒤에서 득의양양하게 서 있던 훈구파 대신들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질려버렸다.“어, 어명이 막혔어…….”“전하의 하교조차 저 괴물을 멈출 수 없단 말인가…….”이헌은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는 대신들을 향해 경멸 어린 시선을 던지며, 천천히 돌아서서 의금부의 문을 닫아걸었다.이제 모든 퇴로가 차단되었다.왕의 명령이라는 마지막 도피처마저 이헌의 완벽한 법리 앞에 박살이 난 이상, 우의정 김윤합과 훈구파가 도망칠 곳은 이 조선 땅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내일 아침, 어전 회의.조선의 심장부에서 십 년간 묻혀 있던 가장 끔찍한 모함의 진실이, 잉크와 종이라는 객관적인 물증의 날개를 달고 권력자들의 목통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기 위해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피비린내 나는 참수의 제단이 서늘하게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전날, 의금부 마당을 피비린내 나는 폭풍 속으로 몰아넣었던 어명(御命)의 철회.왕의 명령조차 『경국대전』과 ‘신문고’라는 거대한 법리적 방패에 가로막혀 수포로 돌아간 다음 날 아침.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8
Leer más

[98화] 종이 위의 시간(2)

 그들은 조선 최고의 종이를 만들어내는 장악원(掌樂院)의 수석 제지 장인들과, 성균관에서 문헌의 역사를 연구하는 대제학이었다.“전하, 이들은 평생을 종이의 결을 만지고 문헌을 연구해 온 조선 최고의 지류(紙類) 전문가들이옵니다.”이헌이 엎드린 장인들을 향해 턱짓했다.“전하와 대신들 앞에서, 어젯밤 지하실에서 확인한 이 종이의 정체를 낱낱이 고해라.”“예…… 예! 섭정 대감!”수석 제지 장인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촛불에 비친 서신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전하…… 섭정 대감께서 들고 계신 저 종이는, 일반적인 관아의 장지나 백추지가 아니옵니다. 닥나무 껍질을 찧어 잿물에 세 번을 삶아내고,특수한 표백 과정을 거쳐 눈꽃처럼 하얗고 질긴 섬유질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설화지(雪花紙)’이옵니다.”“설화지?”이도가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처음 듣는 종이의 이름이었다.김윤합의 심장 박동이 불길한 예감으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계속해라.”이헌이 재촉하자, 장인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폭탄 같은 진실을 어전 한가운데 투하했다.“전하! 설화지는 제조 방식이 너무도 까다로워, 불과 삼 년 전…… 건원 19년에 이르러서야 평안도 관아의 한 늙은 장인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된 신형 한지이옵니다! 촛불에 비친 저 특유의 눈꽃 같은 섬유질 뭉침은, 오직 삼 년 전에 발명된 설화지에서만 나타나는 고유의 흔적이옵니다!”“……!!”편전의 공기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8
Leer más
ANTERIOR
1
...
89101112
...
24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