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처형에 서명한 공작과 계약 결혼했다: Chapter 111 - Chapter 120

319 Chapters

111. 용서를 구한 적이 없습니다

후작의 웃음이 잠시 굳었다가 돌아왔다.“베일런가의 영애들은 모두 조심성이 많군요.”“가문을 착각하신 듯합니다.”세레나는 더 대화하지 않고 아벨과 함께 홀 안으로 들어갔다.현악기 소리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언니께서 이런 자리에 오실 줄 몰랐어요.”마리엘이었다.회색 드레스 위에 진주 목걸이를 한 그녀는 헬레나와 두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얼굴에는 걱정을 가장한 미소가 걸려 있었으나 손에 든 부채는 완전히 펼쳐지지 않았다.세레나는 마리엘이 혼자 말할 수 있도록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마리엘 베일런 영애께서 보낸 진술서를 확인하러 왔습니다.”“제가 보낸 것이 맞다고 믿으세요?”“필체와 문서 출처는 확인했습니다. 내용은 오늘 밤 확인할 겁니다.”헬레나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세레나.”세레나는 고개를 돌렸다.“황실 보호 명령에는 제가 사용하는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헬레나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이름 하나 바꾼다고 네가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그래서 이름을 바꾼 게 아닙니다.”“그럼 무엇을 위해서니?”세레나는 장갑 끝을 맞췄다.“제 이름을 누가 사용할지 제가 정하기 위해서입니다.”마리엘의 부채가 아주 조금 흔들렸다.헬레나는 딸의 표정을 살피지 않았다.“오늘 밤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오렴. 드레이크 후작께서도 네 실수를 용서하겠다고 하셨다.”“제가 용서를 구한 적이 없습니다.”“가문을 파산시키고 동생을 혼인 협상에 밀어 넣은 책임까지 부인할 생각이니?”마리엘의 시선이 바닥으로 내려갔다.헬레나는 세레나가 동생을 버린 언니처럼 보이게 만들려 하고 있었다. 주변 귀족들의 귀가 이쪽으로 기울었다.세레나는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마리엘 영애의 이름이 비어 있는 혼인 의향서를 만든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연주 소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가까이에 있던 몇 사람이 대화를 멈췄다.헬레나의 입술이 굳었다.“확인되지 않은 문서를 공개석상에서 말하는구나.”“오늘 자정에 확인하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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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제가 맡아야 할 일

“제가 맡아야 할 일이 있습니까?”명령할 수 있는 사람이 역할부터 물었다.세레나는 회랑 끝의 연회장 문을 바라봤다.“공작님께서는 홀에 남아 주세요.”테오도르의 눈빛이 미세하게 가라앉았다.“제가 투여 대상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까?”“그 이유도 있습니다. 공작님이 공개석상에 계속 계시면 상대는 계획을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커요.”“당신은 이쪽에 남고요?”“황실 보조관님과 함께 움직입니다.”“위험 신호는 무엇입니까?”세레나는 미리 아벨과 정한 신호를 설명했다.유리잔이 한 번 깨지는 소리는 우연일 수 있다. 연속으로 세 번 울리는 작은 종소리가 들리면 증거 보존 명령을 요청하는 신호다. 대화가 끊기고 사람을 강제로 데려가려는 상황이 발생하면 아벨이 황실 인장을 들고 회랑으로 나올 것이다.“세 번째 신호가 나오기 전에는 이쪽으로 오지 마세요.”테오도르는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세레나를 눈앞에서 위험한 곳으로 보내고 기다리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장갑 낀 손이 몸 옆에서 한 번 접혔다. 그러나 그는 그 손을 뻗지 않았다.“그 전에 도움을 요청하면요?”“그때는 오셔도 됩니다.”“알겠습니다.”테오도르는 회랑 끝에서 몸을 돌리다가 다시 멈췄다.“한 가지 정보가 있습니다.”세레나는 기다렸다.“베르너 사제는 드레이크 후작가의 광물 구매 대리인으로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성전 명부에는 군수 관리관으로만 나오지만, 후작가 장부에서는 오 년 전부터 백휘석 잔여물을 매입했습니다.”“출처는요?”“공개 세금 기록과 공작가가 확보한 운송 장부입니다.”테오도르는 얇은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받지 않아도 됩니다.”선택부터 남겼다.세레나는 서류의 제목을 확인한 뒤 받아 들었다.“증거 목록에 포함하겠습니다.”“제게 돌려줄 필요는 없습니다. 원본은 따로 있습니다.”“공작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은 기록하겠습니다.”“그것도 당신이 판단하십시오.”테오도르는 그 말을 끝으로 연회장으로 돌아갔다.세레나는 그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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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만들어진 미끼

아래쪽에는 열여섯 명의 환자 이름과 이동 기록이 있었다.제2정제실의 사망자 명단과 일치했다.하지만 마지막 한 명, 하론 밀러의 이름 옆에는 다른 문장이 남아 있었다.-생존. 성전 인계 거부. 성 루치아 구호원으로 이동 예정.실제로 하론은 구호원으로 가지 못했다. 성전에 붙잡혀 육 년 동안 지하 치료실에 갇혀 있었다.드레이크 후작이 종이를 읽고 비웃었다.“이것 때문에 그 난리를 벌였단 말이오? 광산 인부 몇 명이 약을 잘못 쓴 기록 아닌가.”“백휘석 독성이 공식화되면 광산과 성전 모두 감사를 받습니다.”베르너가 말했다.“더구나 베일런 광산의 생산량과 성전 반출 기록이 함께 남아 있습니다.”헬레나가 손을 내밀었다.“그 종이를 주십시오.”베르너는 넘기지 않았다.“먼저 약속을 확인해야 합니다.”“무슨 약속을 더 원하십니까?”“세레나 베일런을 성전으로 인도해야 합니다. 혼인은 그 뒤에 하십시오.”드레이크의 얼굴이 굳었다.“내가 빚을 대신 갚고 광산 지분을 정리했소. 그 여자를 먼저 데려갈 권리는 내게 있소.”“후작께 필요한 것은 베일런가의 서명과 광산 지분입니다. 딸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지 않습니까?”베르너의 시선이 헬레나에게 향했다.“세레나를 성전에 넘기고 마리엘 영애와 혼인하시면 됩니다.”응접실 밖 어둠 속에서 옷감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세레나보다 먼저 마리엘이 이 대화를 듣고 있었다.그녀는 회랑 반대편의 병풍 뒤에 숨은 듯 보였으나, 아벨은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황실 보호 대상이 아닌 마리엘에게 세레나가 나가라고 명령할 권한도 없었다.헬레나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마리엘을 보호하려는 망설임이 아니라, 어느 딸이 더 높은 값을 받을지 계산하는 침묵이었다.“마리엘로도 후작가의 혼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면 반대하지 않겠습니다.”병풍 뒤에서 손수건이 바닥에 떨어졌다.작은 소리였지만 응접실 안의 세 사람은 듣지 못했다.드레이크는 만족하지 못한 얼굴로 말했다.“세레나가 가진 치료 능력까지 포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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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성력을 쓰면 함께 마십니다

세레나는 손을 놓았다.검은 장갑의 손가락을 하나씩 펴 약제함 위에 평평하게 올렸다.과거에는 그 말이 맞았다.도움을 받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믿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것은 자신의 삶으로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회랑 반대편 연회장에 있는 테오도르는 세레나를 데려가지 않았다. 제2정제실의 문을 열었어도 공작저로 오라고 하지 않았고, 선택한 이름을 확인하려 들지도 않았다.헬레나가 알고 있는 관계는 이미 과거의 것이었다.베르너가 진짜 마지막 장을 다시 가죽 장부 안에 넣으려 했다.그 순간 병풍 뒤에서 마리엘이 모습을 드러냈다.“어머니께서는 정말 제가 대신 가도 괜찮으신가요?”헬레나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마리엘.”“걱정하지 마세요. 언니 대신 공작 부인이 되겠다는 말도 했으니, 후작 부인이라고 못 될 건 없겠죠.”말은 부드러웠지만 손수건을 쥔 손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드레이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누가 이 아이를 들였지?”마리엘은 도망가지 않았다.오히려 탁자 가까이 다가가 세 번째 혼인 의향서 사본을 꺼냈다.“제 이름이 비어 있는 문서가 있다고 황실 기록관에게 말했습니다. 지금 여기서 원본과 비교하면 되겠네요.”헬레나가 딸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마리엘은 피하지 않았지만 손을 내주지도 않았다. 손수건을 사이에 두고 어머니의 손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게 했다.“저를 데려가실 거라면 계약 조건부터 보여 주세요.”“이 자리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다.”“제 혼인인데도요?”마리엘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언니에게 하셨던 것처럼 저도 모르는 문서에 이름만 넣으실 건가요?”베르너가 장부를 챙겨 일어나려 했다.아벨이 세레나를 바라봤다.세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보조관이 황실 인장이 달린 작은 종을 세 번 울렸다.맑은 금속음이 회랑과 연회장까지 퍼졌다.첫 번째 종소리 뒤에 베르너가 문으로 향했다.두 번째에는 드레이크 후작이 경비를 불렀다.세 번째 종이 울린 순간, 베르너는 품 안에서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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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문턱을 넘지 않는 존중

마리엘은 한쪽 발을 든 불안정한 자세로 그대로 굳었다.세레나는 자신에게 들어오라는 허락이 없는 상태에서 문턱을 넘지 않았다.“공작님.”회랑 밖에 있던 테오도르가 대답했다.“말씀하십시오.”“오른쪽 문가의 긴 커튼을 떼어 바닥에 깔아 주세요. 가루가 없는 길만 연결해야 합니다.”“들어가도 됩니까?”그가 먼저 물었다.“문턱까지만 오세요.”테오도르는 젖은 천으로 입과 코를 가린 뒤 문가에 나타났다. 세레나를 밀어내고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커튼 고리를 칼로 자르되 천이 분진 위로 떨어지지 않게 로이스와 양쪽을 잡아, 마리엘이 서 있는 벽까지 좁은 길을 만들었다.“마리엘 영애, 커튼 위로만 걸으세요.”세레나의 말에 마리엘이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헬레나도 뒤따르려 하자 세레나는 막지 않았다.“같은 길로 나오세요. 다만 손에 든 물건은 그대로 두십시오.”헬레나의 손에는 베르너가 꺼낸 별도 문서 한 장이 접혀 있었다.그녀는 놓지 않았다.테오도르가 헬레나를 향해 손을 뻗지 않은 채 말했다.“그 문서를 가지고 나오면 보존 명령 위반입니다.”“제 가문의 문서입니다.”“그 판단도 밖에서 하십시오.”헬레나는 마리엘과 달리 곧장 움직이지 않았다.베르너는 그 사이 의자 아래 장부를 발로 끌어당기려 했다. 세레나는 젖은 천을 길게 접어 집게 끝에 감고, 문턱 밖에서 장부 끈만 걸었다.혼자 힘으로 당기지 않았다.“나디아가 있었다면 약제 집게가 더 길었을 텐데요.”테오도르가 문가에서 말했다.뜻밖의 말에 세레나의 시선이 잠깐 그에게 향했다.그는 농담하려는 얼굴이 아니었다. 필요한 도구의 한계를 확인한 뒤 자신의 검집을 내밀었다.“이것을 연결해도 되겠습니까?”세레나는 길이와 손잡이 재질을 확인했다.“검은 뽑지 말고 검집만 주세요.”테오도르는 그대로 따랐다.집게 손잡이를 검집에 묶어 길이를 늘리자 장부 끈에 닿았다. 세레나는 장부를 분진 밖으로 천천히 끌어냈고, 아벨이 가져온 젖은 천으로 감싸 뚜껑 있는 상자에 넣었다.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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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두 글씨가 겹쳐지는 순간

“상처가 벌어졌습니까?”군 의원이 대신 답했다.“봉합할 정도는 아니지만 오늘은 움직이면 안 됩니다.”테오도르는 괜찮다고 말을 줄이지 않았다.“의원의 말대로 하겠습니다.”세레나는 그가 억지로 일어서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약제함을 옆 의자에 내려놓았다. 직접 진찰하려고 가까이 가지 않았다.“공작님께서 약속을 지키신 일은 확인했습니다.”“세 번째 신호까지 기다린 일을 말씀하십니까?”“그것도 포함됩니다.”“처음 신호가 들렸을 때 들어가고 싶었습니다.”테오도르는 손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하지만 들어오지 말라는 이유가 있었겠지요.”“결과가 좋았으니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 계획을 먼저 무너뜨리지 않으신 건 사실이에요.”“다음에도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않겠습니다.”세레나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테오도르는 변명 대신 말을 이었다.“당신이 죽을 위험이 분명하다면 기다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왜 개입했는지, 무엇을 빼앗았는지부터 설명하겠습니다.”완벽하게 달라졌다고 말하지 않았다.자신이 다시 통제하려 할 가능성까지 감추지 않았다.세레나는 손을 씻은 뒤 사용한 천을 반듯하게 접었다.“공작님께서 옳다고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제 선택이 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기억하겠습니다.”“기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그렇다면 기록해 두겠습니다.”테오도르는 로이스에게 종이를 요청하지 않았다.말을 장난처럼 돌린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태도를 실제 명령과 절차로 남기겠다는 뜻이었다.세레나는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오늘 확보한 문서 사본은 황실 의료감찰원과 군무부, 성 루치아 구호원에 각각 보관할 겁니다.”“칼베른 공작가에도 필요합니까?”“투여 대상 기록과 군수품 부분만 필요합니다. 어머니의 연구 기록 전체를 드릴 생각은 없어요.”“그렇게 하십시오.”테오도르는 추가 자료를 요구하지 않았다.그때 아벨이 젖은 천으로 감싼 가죽 장부를 들고 세면실 앞에 나타났다.“현장 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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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추정으로 남겨 두세요

“공작님.”세레나는 테오도르가 펼쳐 놓은 종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한쪽에는 일곱 해 전 어린 자신이 엘레노라의 진료 기록 귀퉁이에 남긴 메모가 있었다.‘숨이 빨라지면 빛을 더 넣지 마세요. 먼저 몇 번 쉬는지 세어야 해요.’그 아래의 삐뚤어진 서명. Vane.다른 쪽에는 베일런 저택에 있던 세레나가 이름을 밝히지 않고 보낸 소견서가 놓여 있었다. 글씨의 크기도, 힘도 달랐지만 ‘호흡’이라는 단어의 첫 획을 길게 긋는 버릇과 수정한 글자 아래에 작은 점 두 개를 남기는 방식은 같았다.“그 편지는 어디서 받으셨습니까?”테오도르는 종이를 겹쳐 비교하려던 손을 멈췄다.그는 세레나의 얼굴을 보다가 먼저 익명의 소견서를 접었다.“베일런 저택에서 돌아온 날 받았습니다.”“누가 보냈는지는 확인하셨습니까?”“하지 않았습니다.”“왜요?”“보낸 사람이 이름을 남기지 않았으니까요.”테오도르는 접은 소견서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당시에는 세레나 베일런 영애가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세레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가 ‘세레나’라는 이름을 말했지만 그것을 그녀에게 붙이지는 않았다.“지금은요?”그녀가 물었다.테오도르의 시선이 어린 시절 메모의 C. Vane으로 내려갔다.“가능성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확인하실 생각입니까?”문밖에서는 황실 보조관들이 드레이크 후작저에서 확보한 증거를 옮기는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젖은 카펫과 깨진 유리병, 가죽 장부는 각각 다른 상자에 봉인됐고, 누가 어떤 순서로 만졌는지를 적은 목록이 상자마다 붙었다.테오도르는 그 소리를 한동안 듣다가 말했다.“당신에게 묻지 않고 확인할 방법은 많습니다.”세레나의 손가락이 검은 장갑 가장자리에서 멈췄다.“그렇겠지요.”“하지 않겠습니다.”짧은 대답이었다.세레나는 그를 바라봤다.“공작님께서는 궁금하지 않으십니까?”“궁금합니다.”테오도르는 숨기지 않았다.“당신이 누구인지, 왜 베일런가와 관련된 기록을 가지고 있는지, 왜 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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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이건 혼인 계약이 아닙니다

드레이크 후작저의 작은 도서실은 임시 증거 분류실로 바뀌어 있었다.벽난로에는 불을 피우지 않았고 창문도 닫아 둔 상태였다. 깨진 유리병에서 나온 분진이 다른 방으로 퍼질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연회장 동쪽 구역 전체의 난방과 환기를 멈춘 탓에 실내는 차가웠다.긴 탁자에는 세 부류의 문서가 놓였다.베일런가의 채무와 광산 지분 관련 서류.드레이크 후작가의 혼인 협상 문서.루멘 성전의 백휘석 반출 및 환자 이송 기록.세레나는 세 종류를 한꺼번에 읽지 않았다.사건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이유로 모든 문서를 하나의 의도로 묶으면, 나중에 한 부분의 오류가 전체 증거를 흔들 수 있었다.“광산 문서부터 분리하겠습니다.”그녀가 말했다.아벨이 종이를 들고 물었다.“혼인 문서가 광산 채무와 연결되어 있는데도요?”“연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처음에는 따로 봐야 합니다. 드레이크 후작이 광산을 원해서 혼인을 추진했다는 건 아직 추정입니다.”나디아는 후작저까지 오지 않았지만, 황실 의료감찰원에서 보내온 약제 제조 번호 대조표가 탁자 한쪽에 도착해 있었다.세레나는 먼저 진짜 마지막 장의 사본을 펼쳤다.엘레노라의 기록에는 광산 노동자 열여섯 명의 증상과 경과가 적혀 있었다. 은빛 혈관, 고열, 환각, 소변 감소. 하지만 ‘성스러운 벌’이나 ‘신앙 부족’ 같은 표현은 한 줄도 없었다.대신 노출 시간과 작업 구역, 사용했던 백휘석 로트 번호가 남아 있었다.그중 세 개가 현재 성전에서 문제 된 불량품의 오래된 제조 기록과 같은 광맥 번호를 가리켰다.“이 광맥은 베일런 광산 서쪽 갱도입니다.”세레나가 지도에서 위치를 짚었다.아벨이 물었다.“현재도 채굴합니까?”“공식 장부상으로는 생산량이 거의 없는 구역입니다.”“실제로는요?”세레나는 베일런 저택 지하에서 가져온 기억을 더듬었다.장부상 생산량과 성전 반출량이 맞지 않았다. 세금은 줄었는데 운송량은 유지되었고, 엘레노라가 죽은 뒤 광산 지분이 조작된 문서도 있었다.“폐쇄됐다고 신고했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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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서로의 자리를 정하지 않는 거리

세레나는 자리를 권하지 않았다.선택할 수 있도록 빈 의자를 가리키기만 했다.마리엘은 한참 서 있다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언제 보셨습니까?”“두 달 전쯤이요.”“그때 신부 이름은 있었습니까?”“없었어요.”“어머니께 물어봤습니까?”마리엘은 담요 끝을 만지작거렸다.“물어보지 않았어요.”“왜요?”“물어보면 제 이름이 들어갈까 봐요.”아벨의 펜이 종이 위를 움직였다.마리엘은 그 소리를 듣고 입술을 다물었다가 다시 말했다.“그때는 언니 이름이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저는 공작님과 혼인할 기회가 남을 거라고 생각했고요.”차갑게 들릴 수 있는 고백이었다.세레나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그 사실도 진술에 남겨도 됩니까?”마리엘의 손가락이 담요에 멈췄다.“네.”“나중에 지워 달라고 하셔도 지울 수 없습니다.”“알아요.”“오늘 어머니에게서 들은 말과 별개로 기록됩니다.”마리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좋은 사람이어서 이걸 알려 드린 건 아니니까요.”세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마리엘은 자신이 갑자기 선해졌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버려질 차례가 자신에게 돌아왔기 때문에 움직였고, 그것을 숨기지도 않았다.“한 가지 더 있어요.”그녀는 주머니에서 작은 열쇠 하나를 꺼냈다.조사관이 먼저 받아 탁자 위에 놓았다.“어머니가 연회에 들어오기 전에 저한테 맡겼어요. 무슨 일이 생기면 없애라고 했습니다.”열쇠 손잡이에는 베일런 가문의 문장이 아니라 드레이크 후작가의 붉은 장미가 새겨져 있었다.“어디 열쇠입니까?”“후작저 북쪽 장부고요.”“안에 무엇이 있는지 압니까?”“몰라요.”마리엘은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았어요. 알면 지켜야 할 것 같아서.”세레나는 열쇠를 만지지 않았다.황실 조사관이 증거 봉투에 넣도록 기다렸다.“마리엘 영애.”“네.”“오늘 이후 어디로 돌아갈 생각입니까?”마리엘의 시선이 처음으로 흔들렸다.베일런 저택으로 돌아가면 헬레나와 다시 마주해야 한다. 그렇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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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답장은 필요 없습니다

엘레노라는 고위 성력을 사용한 뒤 환자의 출혈과 장기 손상이 악화됐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남겼다. 그래서 환자와 광석 시료를 함께 보내 달라는 루멘 본당의 요구를 거절했다.그 이후 엘레노라가 죽었다.세레나는 그 사실을 이어 붙이지 않았다.아직 그녀의 죽음이 성전과 관련됐다는 증거는 없었다.“사망 기록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그녀가 말했다.“어머니의 죽음을 지금 이 장부에 묶으면 안 됩니다.”“의심하지 않습니까?”아벨이 물었다.“의심합니다.”세레나는 종이 위에 손을 얹지 않았다.“그래서 더 분리해야 해요.”조사관이 다음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드레이크 후작가와 베일런가 사이의 오래된 채무 기록이 있었다. 오르센이 서명한 문서도 있었고, 헬레나가 대리 서명한 것도 있었다.가장 아래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장부 하나가 나왔다.루멘 성전에 보내는 기부금 명세.기부자 이름은 드레이크 후작이었지만, 실제 출처는 베일런 광산 수익이었다.헬레나의 서명이 세 차례 남아 있었다.세레나는 서명 모양을 확인한 뒤 종이를 내려놓았다.“이 문서는 마리엘 영애에게 보여 주지 마세요.”아벨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숨기려는 겁니까?”“아닙니다.”세레나는 증거 번호를 확인했다.“정식 진술 전에 조사관이 설명한 뒤 보여 주세요. 밤새 가족에게 팔릴 수 있다는 사실을 들은 사람에게 지금 또 다른 문서를 던지는 건 조사도 치료도 아닙니다.”“그럼 내일로 미룹니까?”“증거는 보존하고, 당사자에게 공개하는 시점만 조절하세요.”아벨은 잠시 생각하다 기록에 남겼다.세레나는 그가 적는 문장을 확인한 뒤에야 장부고를 나왔다.복도로 나오자 테오도르가 보이지 않았다.그는 약속한 대로 증거 분류가 끝날 때까지 따라붙지 않은 모양이었다.그 사실을 확인한 세레나는 이유 없이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자신이 원해서 찾은 사람이 아니었다.그런데도 계단을 내려가기 전, 난간 아래에 놓인 작은 서류 봉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칼베른 공작가의 봉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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