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직접 듣겠습니다.”테오도르의 목소리가 열린 회의실 문 너머에서 들렸다.황실 의료감찰원 별관의 아침은 소란스럽지 않았다. 밤새 드레이크 후작저에서 들여온 장부와 약제 시료가 지하 기록실로 옮겨졌고, 복도를 오가는 조사관들도 발소리를 줄였다. 그런데 테오도르가 나타난 순간, 회의실 안에 남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문 쪽으로 향했다.세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책상 위에는 성전이 보낸 신원 심리 통지서와 성 루치아 구호원의 낡은 봉사자 등록부, 엘레노라가 남긴 실제 임상 기록 사본이 서로 닿지 않게 놓여 있었다. 조금 전까지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것은 C. Vane이라는 서명이 남은 어린 시절 기록이었다.로이스는 테오도르보다 반걸음 뒤에서 북부군 의료 기록을 들고 있었다.세레나가 먼저 물었다.“하론 씨의 진술을 들으시려는 겁니까?”“그렇습니다.”“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서요?”회의실 안의 공기가 한 번 가라앉았다.루멘 성전에서 나온 에버트 기록관은 대놓고 테오도르의 대답을 기다렸고,황실 기록관은 펜을 든 채 손을 멈추지 않았다.테오도르는 문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세레나의 검은 장갑 끝이 종이 위에서 미세하게 움직였다.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하지만 그 이유로 환자를 몰아붙이지는 않겠습니다.”“하론 씨가 말씀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요?”“듣지 않겠습니다.”“제가 자리를 비워 달라고 하면요?”“나가겠습니다.”세레나는 한동안 테오도르를 바라봤다.그가 세레나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굳이 숨길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 C. Vane이 남긴 필체, 베일런 저택에서 익명으로 보낸 의학 소견서, 세리스 베인의 치료 방식, 그리고 하론이 반복해서 부른 ‘세레나 아가씨’.증거는 하나씩 겹쳐지고 있었다.테오도르라면 사람을 붙여 하루 안에 확인할 수 있었다.그런데 그러지 않았다.그 사실을 믿음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아직은
Last Updated : 2026-08-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