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처형에 서명한 공작과 계약 결혼했다: Chapter 131 - Chapter 140

319 Chapters

131. 지키지는 못했군요

세레나는 장갑 한쪽을 손에 든 채 돌아봤다.“하론 씨의 진술 때문입니까?”“진술이 계기가 됐습니다.”“환자의 말이 기억을 만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그 가능성도 생각했습니다.”그는 급히 자신의 확신을 밀어붙이지 않았다.“하지만 그날의 장소와 당신이 움직인 방식, 제가 했던 말까지 기억납니다.”“공작님께서 했던 말이요?”테오도르의 입가가 아주 조금 굳었다.“원하는 걸 말하면 갚겠다고 했습니다.”세레나는 기억했다.통증 때문에 예민해진 소년이 자신을 한참 쳐다보다가 느닷없이 대가를 묻던 순간.“제가 뭐라고 했습니까?”“환자한테 돈 받으려고 치료한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세레나의 손끝이 장갑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다시 다치지 말라고 했고요.”“그 부분은 제가 기억합니다.”“지키지는 못했군요.”세레나의 시선이 그의 옆구리로 내려갔다.테오도르가 처음으로 아주 짧게 숨을 내쉬었다.웃음이라기보다는 자신이 반박할 수 없다는 표시였다.“그렇습니다.”세레나는 장갑 단추를 잠갔다.더 오래 과거를 이야기하지 않았다.그날 어린 자신이 테오도르를 치료했다는 사실은 놀라웠지만, 두 사람 사이의 현재를 바꾸는 권리가 되지는 않았다.테오도르 역시 그 사실을 이용해 가까워질 생각이 없는 듯했다.그는 여전히 세 걸음 밖에 있었다.세레나가 물었다.“이제 확신하셨습니까?”“네.”“제가 누구인지요.”테오도르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네.”세레나는 기다렸다.이제 그가 선택할 차례였다.성전은 공개 신원 심리에서 테오도르를 증인으로 세우려 했다. 그가 세레나라고 한마디만 말하면 세리스 베인이라는 이름은 곧바로 흔들릴 수 있었다.“그러면 내일 어떻게 하실 겁니까?”테오도르는 질문의 뜻을 알아들었다.“성전에서 묻는다면 답하지 않겠습니다.”“거짓말을 하시겠다는 뜻입니까?”“아닙니다.”그의 손이 몸 옆에서 한 번 굳었다가 풀렸다.“제가 알고 있는 것과 공식적으로 증명할 권한은 다른 문제라고 말하겠습니다.”세레나는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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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테오도르의 손가락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그 질문은 그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세레나 역시 왜 물었는지 바로 설명하지 않았다.잠시 후 그가 말했다.“그것도 당신이 정하십시오.”세레나는 눈을 떼지 않았다.“아직은 정하지 않겠습니다.”“알겠습니다.”테오도르는 기다리겠다는 말조차 덧붙이지 않았다.기다린다는 말이 때로는 상대가 언젠가 자신에게 와야 한다는 기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조금씩 배우고 있는 사람처럼.세레나가 먼저 돌아섰다.그때 테오도르가 불렀다.“세리스 치료사.”그녀가 멈췄다.“일곱 해 전 일에 대한 대가를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그래도 한 가지는 말하고 싶습니다.”세레나는 돌아보지 않은 채 기다렸다.“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오래전 들었어야 했던 말이었다.하지만 세레나는 그것을 사랑이나 인연의 증거로 받지 않았다.“환자로서 살아남으신 건 잘된 일입니다.”테오도르는 그 대답을 받아들였다.“네.”둘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오후에 재개된 신원 심리는 처음보다 사람이 많았다.루멘 성전에서는 마티아스 대신관 대신 기록관 셋과 법률 사제 한 명을 보냈고, 황실 의료감찰원은 아벨 외에도 고위 조사관을 참석시켰다. 제2정제실과 드레이크 후작저 사건이 연결되면서 세리스 베인의 신원을 성전 단독으로 판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된 탓이었다.세레나는 회의실 중앙의 단독 의자에 앉지 않았다.황실 조사관이 마련한 긴 탁자의 한쪽 끝을 선택했다.도망치기 가까운 자리도,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가운데 자리도 아니었다.테오도르는 증인석에 앉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탁자 하나와 사람 세 명이 있었다.에버트 기록관이 먼저 질문했다.“칼베른 공작 각하께서는 베일런 백작가 장녀 세레나 베일런을 직접 알고 계십니까?”“알고 있습니다.”회의실에서 펜 움직이는 소리가 커졌다.“세리스 베인 지원자와 외모가 같다고 판단하십니까?”테오도르는 세레나를 보지 않았다.“외모가 비슷하다는 판단으로 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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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붙잡을 권리는 생기지 않는다

“당사자가 허용한 질문은 일곱 해 전 C. Vane 기록까지였습니다.”법률 사제의 얼굴이 굳었다.“각하께서 이렇게까지 지원자를 감싸는 이유가 무엇입니까?”질문이 달라졌다.세레나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전에 테오도르가 말했다.“감싸는 것이 아닙니다.”“그럼요?”“질문의 범위를 지키는 겁니다.”회의실 안이 조용해졌다.테오도르는 세레나를 자신의 보호 아래 두지 않았다.자신의 사람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다.그녀가 정한 경계를 지켰을 뿐이었다.에버트가 다른 문서를 꺼냈다.“그렇다면 지원자 본인에게 묻겠습니다.”그는 세레나를 바라봤다.“당신은 세레나 베일런입니까?”아무도 대신 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마리엘도, 오웬 신부도, 테오도르도.세레나는 그 질문이 결국 올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인정하면 베일런가가 다시 후견권을 주장할 수 있고, 성전은 가명 사용을 자격 박탈의 근거로 삼으려 할 것이다.반대로 완전히 부정하면 하론과 어린 기록, 어머니와의 관계까지 거짓말로 만들어야 한다.세레나는 거짓말하지 않았다.“현재 그 질문에는 답변을 유보하겠습니다.”“왜입니까?”“제 대답이 성전의 치료사 시험 심리와 베일런가의 신병 인도 요청에 동시에 이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진실이면 이용되어도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세레나의 시선이 차가워졌다.“에버트 기록관님.”화날수록 이름이 정확해졌다.“진실을 말하는 일과, 누구에게 어떤 권한을 주는지는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에버트가 입을 다물었다.세레나는 준비해 온 서류를 황실 조사관에게 건넸다.“신원 확인에는 협조하겠습니다. 다만 베일런가 후견권 문제와 치료사 시험 결과를 분리해 주십시오. 법적 이름 확인이 이루어져도 가문에 강제 인도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먼저 필요합니다.”황실 조사관이 문서를 읽었다.“합리적인 요구로 보입니다.”성전 법률 사제가 반발했다.“지원자가 절차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성전 역시 이해관계자입니다.”황실 조사관이 답했다.“제2정제실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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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세리스 치료사의 첫 번째 선택

테오도르가 돌아간 뒤에도 세레나는 한동안 회의실 문을 닫지 않았다.열린 문 너머로 황실 의료감찰원 직원들이 지나갔고, 복도 끝에서는 성전 기록관들이 서류 상자를 챙기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까지 테오도르가 앉아 있던 증인석에는 의자가 조금 뒤로 밀린 채 남아 있었다.세레나는 그 의자를 제자리로 돌려놓지 않았다.책상 위에 놓인 신원 심리 기록부터 정리했다.특별 실기 합격 유지.수습 자격 정지 효력 보류.베일런가 강제 인도 요청 일시 정지.법적 신원 확인은 황실 입회 아래 별도로 진행.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테오도르의 진술 범위가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C. Vane 기록의 작성자가 일곱 해 전 베일런 영지에서 응급 처치를 시행했던 세레나 베일런과 동일 인물로 기억함.’그 다음 문장은 없었다.현재 세리스 베인이 세레나 베일런이라는 확인도, 칼베른 공작이 그 사실을 알아보았다는 기록도 없었다.세레나는 펜촉으로 그 빈 공간을 잠시 짚었다.테오도르는 알아봤다.그리고 입을 다물었다.누군가를 소유하기 위해 숨긴 것이 아니었다. 세레나가 다른 사람 앞에서는 세리스라고 불러 달라고 했기 때문에 그 이름을 지킨 것이다.그 차이를 안다고 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었다.세레나는 증인 기록을 접어 황실 조사관 앞으로 밀었다.“사본 한 부를 요청하겠습니다.”아벨이 고개를 들었다.“공작 각하의 증언까지 포함해서요?”“네. 나중에 진술 범위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요.”아벨은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고 사본 신청란에 표시했다.“세리스 참고인께서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신원 심리 말입니다. 지금까지처럼 답변을 유보할 수도 있지만, 베일런가에서는 다시 자료를 가져올 겁니다.”세레나는 책상 한쪽의 검은 장갑을 집었다.깨끗하게 세척해 말려 둔 장갑이었다. 오른손부터 끼고 손가락 끝을 하나씩 맞췄다.“법적 이름은 언젠가 확인해야겠지요.”“언젠가라면요?”“제가 치료사 자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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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순서는 제가 정합니다

세레나는 마지막 항목까지 읽었다.계약 기간 한 달.임시 수습 활동은 정식 자격 심사에 포함.진료소에 귀속되지 않으며 근무 종료 후 이동 자유 보장.그녀가 가장 오래 확인한 문장은 마지막이었다.“성 루치아 구호원으로 하겠습니다.”아벨이 펜을 건넸다.“바로 서명하시겠습니까?”세레나는 펜을 받지 않았다.“원본 사본부터 주세요.”아벨이 잠시 멈췄다가 웃었다.“그럴 줄 알았습니다.”“서명 후 내용이 달라지면 곤란하니까요.”사본과 원본의 문구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세레나는 이름을 적었다.세리스 베인.아직은 그 이름으로.성 루치아 구호원은 오후부터 갑자기 분주해졌다.구병동에 있던 하론의 상태 때문은 아니었다.서부 관문에서 군용 마차 세 대가 연달아 들어왔기 때문이다.말들은 입가에 거품이 낄 만큼 지쳐 있었고, 첫 번째 마차의 천막에는 피가 검게 말라붙어 있었다. 두 번째 수레에서는 누군가 신음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마지막 마차는 문짝 하나가 부서진 채 밧줄로 묶여 있었다.세레나가 수습 배치 서류를 들고 구호원에 도착했을 때 오웬 신부는 현관에서 직접 환자 수를 세고 있었다.“몇 명입니까?”세레나가 물었다.“열셋입니다. 서부 변경에서 올라온 성기사들입니다.”“루멘 성전으로 가지 않고요?”오웬의 얼굴이 굳었다.“갔다가 돌아왔답니다.”세레나는 약제함을 내려놓았다.“무슨 뜻입니까?”대답은 마차에서 내린 젊은 성기사에게서 나왔다.한쪽 팔을 붕대로 감은 남자는 갑옷을 벗을 힘도 없는 상태였지만, 구호원 보조원에게 들것을 먼저 안쪽으로 넣으라고 손짓했다.“성전에서 병상이 없다고 했습니다.”오웬이 믿기 어렵다는 듯 물었다.“성기사 열셋을요?”“저희 부대만 그렇습니다.”남자의 입술에서 씁쓸한 웃음이 흘렀다.“다른 부대는 들어갔습니다.”세레나는 정치적인 이유를 묻지 않았다.먼저 마차 안을 확인했다.부상자는 열셋.의식이 있는 사람이 여덟, 반응이 둔한 사람이 셋, 의식이 없는 사람이 둘이었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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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성수는 오염을 지우지 못한다

“이분은 누구입니까?”에반의 표정이 달라졌다.“루카스 아르덴 경입니다.”세레나의 손이 멈추지 않았다.“계급은요?”“성기사단 제2전투대 부대장입니다.”“의식은 언제부터 없습니까?”“성전 정문에서 한 번 깨어났다가 다시 잃었습니다.”세레나는 마차 위로 올라갔다.“루카스 경.”반응이 없었다.눈꺼풀을 들어 동공을 확인하고, 입안을 살폈다. 기도가 막힌 것은 아니었지만 호흡이 얕고 빨랐다. 왼쪽 가슴은 오른쪽보다 움직임이 작았다.“어깨에 찔린 겁니까?”에반이 답했다.“창에 찔렸습니다. 이틀 전입니다.”“허벅지는요?”“말이 쓰러지면서 깔렸습니다.”세레나는 부목 끈에 손을 대지 않았다.“부목은 누가 묶었습니까?”“전선 치료사가요.”“그 뒤에 풀어 본 적 있습니까?”“없습니다.”허벅지 아래쪽의 발은 반대편보다 차가웠다.부목과 붕대가 지나치게 강하게 조여 혈류를 막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골절이나 내부 출혈이 있는 상태에서 무작정 풀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들것을 마차 높이까지 올려 주세요. 사람을 끌어내리지 말고 네 명이 몸 전체를 받쳐서 이동합니다.”세레나는 오웬을 불렀다.“이분을 첫 번째 처치실로 옮기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의식 없는 환자는 호흡부터 확인해 주세요.”“성력 치료는?”누군가 물었다.세레나는 루카스의 목 옆에서 맥을 재고 대답했다.“진단한 뒤에요.”그 말에 에반이 이상한 얼굴로 그녀를 봤다.“왜 그러십니까?”“아닙니다.”“말씀하세요.”에반은 잠시 망설였다.“성전에서는 반대로 말했습니다.”“무엇을요?”“성력이 많이 필요한 환자라 받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세레나의 손이 루카스의 붕대 위에서 멈췄다.“환자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요?”에반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만으로도 충분했다.“그 이야기는 나중에 기록하겠습니다.”세레나는 들것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했다.“지금은 사람부터 옮기세요.”루카스의 상태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복잡했다.왼쪽 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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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지금 설명할 의무는 없습니다

두 사람은 역할을 나눴다.오웬이 부목을 고정하고, 세레나는 발끝의 색과 맥을 확인했다. 보조원이 압박용 천을 준비했고, 다른 사람은 시간 기록을 맡았다.끈을 한 번에 자르지 않았다.하나씩 느슨하게 했다.첫 번째 끈.발끝 색 변화 없음.두 번째.세 번째를 풀자 루카스의 몸이 갑자기 크게 떨렸다.“맥박 올라갑니다.”기록 담당자가 말했다.“멈추세요.”세레나는 무릎 가까이를 눌러 출혈이 늘어나는지 확인했다.새로운 피는 보이지 않았다.마지막 끈을 조금 더 느슨하게 하자 발끝으로 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그러나 동시에 루카스가 거칠게 숨을 들이마셨다.눈꺼풀이 열렸다.회색 눈동자가 초점을 잡지 못한 채 천장을 훑었다.“루카스 경.”세레나는 그의 얼굴 가까이 가지 않았다.“여기는 성 루치아 구호원입니다. 다리 부목이 너무 조여 있어 풀고 있습니다.”루카스의 손이 움직였다.검을 찾는 습관처럼 옆구리로 향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제 검은…….”“나중에 찾으세요.”세레나는 그의 손을 붙잡지 않았다.“지금 이름을 말씀할 수 있습니까?”루카스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루카스…… 아르덴.”“좋습니다. 제가 손을 대도 괜찮습니까?”그는 몇 초 동안 세레나를 바라봤다.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와중에도 질문의 뜻은 이해한 모양이었다.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세레나는 허벅지 위쪽을 손으로 눌러 압통과 부종 범위를 확인했다.“여기는 아픕니까?”루카스의 턱이 굳었다.“네.”“발가락을 움직여 보세요.”오른발은 움직였다.왼발은 늦었다.“감각은 있습니까?”“저립니다.”“부목을 다시 다르게 고정하겠습니다. 더 아플 수 있어요.”루카스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하십시오.”세레나는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제가 아니라 오웬 의원이 고정할 겁니다. 저는 상태를 보겠습니다.”루카스의 눈이 잠시 그녀에게 머물렀다.아마 유명한 치료사가 모든 것을 직접 하는 데 익숙했던 사람일 것이다.세레나는 그 시선을 신경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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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성전 밖의 치료사, 성전 밖의 성기사

이번에는 침묵이 길어졌다.성전 내부의 정치 문제일 가능성이 컸다.루카스 아르덴은 성기사단 내부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었다. 귀족 출신이지만 특정 황자 계파에 붙지 않았고, 전투 손실과 보급 장부를 지나치게 정확하게 남긴다는 이유로 상층부와 충돌했다는 보고를 테오도르도 몇 차례 본 적이 있었다.“성 루치아에 누가 배치됐지?”로이스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세리스 베인 수습 치료사입니다.”테오도르는 그 이름을 듣고도 질문을 이어가지 않았다.얼굴을 봤는지, 상태가 어떤지, 세레나가 직접 치료하는지 묻지 않았다.“구호원에 필요한 물자가 부족한지 확인해.”“특별 지원으로 보낼까요?”테오도르는 펜을 들다가 멈췄다.특별 지원.세레나가 있는 곳에 칼베른 공작가 이름으로 물자를 쏟아붓는 순간, 구호원은 그녀를 공작의 사람으로 보기 시작할 수 있었다.“황실 의료감찰원에 성기사 열셋이 들어왔다는 사실만 알려.”“물자는요?”“공공 비축분으로 요청하게 해. 부족분이 확인되면 군 의료 협약을 통해 지원한다.”“칼베른 명의는 빼고요?”“내 이름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로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테오도르는 외부 수습 배치 통지서를 다시 봤다.세리스 베인이 성 루치아 구호원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한 줄.그는 그 이유를 묻는 편지를 쓰지 않았다.다만 서랍에서 지난번 받은 소견서를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이제 그 편지를 누가 보냈는지 안다.그런데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해야 할 말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로이스가 집무실을 나가려다 멈췄다.“각하.”“말해.”“내일 성전에서 세리스 베인 수습 치료사에게 다시 출석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황실 입회 없이?”“그렇게 시도할 수 있습니다.”테오도르는 펜을 내려놓았다.“내 이름으로 막지 마.”로이스가 그를 바라봤다.“대신 군 의료 협약 위반이 생기면 그때 보고해.”“그녀가 요청하지 않아도요?”“규정 위반은 개인의 요청이 없어도 조사해야 한다.”테오도르는 창밖을 보지 않았다.“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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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밖에서는 제 편입니다

세레나는 의자를 침상 바로 옆으로 끌지 않았다.환자와 적당한 거리를 둔 위치에 놓고 앉았다.“기록을 남겨도 됩니까?”루카스가 그녀를 봤다.“의학 기록입니까?”“처음에는요. 정치적인 내용이 나오면 별도 진술로 나누겠습니다.”“당신은 모든 걸 나누는군요.”“섞으면 나중에 책임도 섞입니다.”루카스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통증 때문인지 웃음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기록하십시오.”세레나는 펜을 들었다.루카스는 천천히 말했다.“사흘 전 서부 변경에서 퇴각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명령 전달 시각이 서로 달랐습니다.”“어떻게요?”“본대에는 정오 전에 철수 명령이 내려왔고, 제 부대에는 해가 기울 무렵 도착했습니다.”세레나의 펜이 움직였다.“전령의 실수입니까?”“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지금은요?”루카스는 창밖을 바라봤다.“제 명령서에 찍힌 봉인이 달랐습니다.”“누구의 봉인입니까?”“성기사단 서부 사령관 것이 아니었습니다.”세레나는 기다렸다.루카스의 시선이 돌아왔다.“에드릭 황자실의 군무 보좌 인장과 같았습니다.”세레나의 펜끝이 멈췄다.황자 에드릭.황위에 욕심이 있다는 소문은 이미 귀족 사회에 널리 퍼져 있었지만, 성기사단 퇴각 명령에 황자실 인장이 들어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원본이 있습니까?”“있었습니다.”“지금은요?”“성전 정문에서 빼앗겼습니다.”세레나는 의자에 기대지 않았다.“누가 가져갔습니까?”“저를 받지 않겠다고 말한 사제가.”“이름을 기억하십니까?”루카스는 고개를 저었다.“얼굴은 기억합니다.”“좋습니다. 지금은 추측하지 않겠습니다.”세레나는 정치적 진술을 의학 기록과 분리해 새 종이에 적었다.루카스가 그녀의 손을 바라봤다.“저를 믿지 않는군요.”“환자의 말이 틀렸을 가능성을 남기는 겁니다.”“그게 불쾌하지는 않습니다.”“다행이네요.”세레나는 다시 물었다.“성전에서 치료를 거절할 때 무엇이라고 했습니까?”“병상이 없다고 했습니다.”“그런데 다른 부대는 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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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버려진 부대의 약

세레나는 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채 나디아에게 다가갔다.“무엇입니까?”“루카스 경의 부대에서 가져온 성력 안정제예요.”나디아가 유리병을 등잔 아래 들어 올렸다.바닥에 잿빛 침전물이 가라앉아 있었다.제2정제실에서 나온 불량품과 비슷했지만, 병의 제조 표시는 달랐다.세레나는 병을 직접 만지지 않았다.“제조 번호는요?”나디아가 가죽 주머니에서 찢긴 종이표 하나를 꺼냈다.“지워져 있었어요. 대신 상자 안쪽에 이게 붙어 있었습니다.”종이표에는 군수용 표식이 아니라 성전 의료 물자 분류 기호가 남아 있었다.그리고 그 아래, 아주 작은 글씨로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서부 성기사단 제2전투대 전용.’세레나의 시선이 굳었다.불량 약제가 우연히 전선까지 흘러간 것이 아니었다.특정 부대를 위해 따로 분류되어 있었다.나디아가 낮게 말했다.“이건 집단으로 잘못 들어간 물건이 아니에요.”세레나는 병 안의 잿빛 침전물을 바라봤다.병실 안에서는 루카스의 기침 소리가 짧게 들렸다.그리고 종이표의 뒷면에는 출고 승인자의 이름이 절반쯤 남아 있었다.마티아스 로벤.루멘 성전 대신관.나디아는 종이표를 집게로 집어 등잔 아래에 세웠다.‘서부 성기사단 제2전투대 전용.’그 아래에서 반쯤 지워진 이름은 몇 번을 비추어도 달라지지 않았다.마티아스 로벤.세레나는 종이를 맨손으로 받지 않았다. 루카스가 누워 있는 병실에서 몇 걸음 떨어진 약제 준비대 위에 유리판을 놓게 한 뒤, 종이표를 그 위에 올렸다. 밤새 전선에서 가져온 약병 세 개는 각각 다른 천 위에 분리되어 있었다.“병마다 내용물이 같습니까?”“육안으로는 비슷하지만 아직 단정 못 해요.”나디아가 병 하나를 천천히 굴렸다.투명한 액체 아래 잿빛 침전물이 가느다란 띠처럼 따라 움직였다. 제2정제실에서 확보한 불량 증폭제에 비해 침전물의 양은 적었지만, 정상적인 성력 안정제에서는 나와서는 안 되는 색이었다.“세 병 모두 같은 상자에 있었어요. 에반 경 말로는 출발 전에 성전에서 지급받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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