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스가 말했다.밸브가 절반 돌아간 순간 철문 안쪽에서 세 번째 걸쇠가 풀리는 소리가 울렸다.기사들이 문을 잡았으나 억지로 당기지 않았다.안쪽에서 누군가 손잡이를 움직였고, 무거운 철문이 서서히 열렸다.차갑고 푸른 먼지가 섞인 공기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황실 기록관이 봉인한 금속 상자였다.그 뒤로 군 약제관과 의료 감독관, 나디아, 베르트가 차례로 문턱을 넘었다. 시설 담당자 오스틴은 감독관의 손에 팔을 붙들린 상태였다.마지막으로 검은 장갑을 낀 젊은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짙게 물들인 갈색 머리카락은 낮게 묶여 있었고, 얼굴 절반은 분진을 막기 위한 젖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옷은 귀족 영애가 입을 만한 것이 아니었으며, 가슴에는 회색 수습 번호표가 달려 있었다.테오도르는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바라봤다.그런데 몸은 다른 기억을 가진 듯 움직이지 않았다.여자가 문턱 앞에서 걸음을 멈추자, 그의 손끝에는 문손잡이를 놓지 못했던 어느 밤의 감각이 스쳤다. 문밖에서 기다리던 사람, 흰 장갑을 벗어 바닥에 놓던 손, 자신의 부름보다 환자의 숨을 먼저 확인하던 뒷모습.형태를 얻지 못한 장면들이 한꺼번에 겹쳤다가 사라졌다.세리스는 테오도르의 얼굴을 본 순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다만 두 사람 사이에 다른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의 거리를 그대로 남겨 두었다.“공작님.”차분한 존댓말이었다.테오도르는 앞으로 나가려던 발을 멈췄다.그녀가 물러서지 않았지만, 가까이 오라는 뜻도 아니었다.“세리스 치료사.”“수습 치료사입니다.”“그렇군요.”그는 호칭을 바로잡았다.“세리스 수습 치료사.”세레나의 검은 장갑이 약제함 손잡이 위에서 미세하게 굳었다.전생의 테오도르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바로잡으면 불쾌한 얼굴부터 했다. 지금의 그는 변명하지 않았고, 자신이 틀린 말을 수정한 뒤 더 가까이 오지 않았다.“경고문을 받았습니다.”테오도르가 말했다.“성전에서 보낸 약제는 사용하지 않았습
Last Updated : 2026-08-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