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처형에 서명한 공작과 계약 결혼했다: Chapter 201 - Chapter 210

319 Chapters

201. 가명 뒤에 숨지 않는 결의

“지금은 회복하세요.”“그 다음에는요?”이번 질문은 달랐다.자신의 부대를 되찾거나 복수하겠다는 말이 아니었다.세레나는 잠시 생각했다.“성기사단 내부 보급 기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제가 보겠습니다.”“몸이 회복된 뒤에요.”“알겠습니다.”루카스는 바로 받아들였다.세레나는 목발을 건넸다.“일어서기 전에 오른발로 먼저 바닥을 확인하고, 왼쪽에는 체중을 전부 싣지 마세요.”루카스가 지시대로 움직였다.한 걸음.두 걸음.세레나는 세 번째 걸음을 허락하지 않았다.“여기까지입니다.”“정확히 두 걸음이군요.”“제가 두 걸음이라고 했으니까요.”루카스는 침상으로 돌아오며 웃었다.“세리스 치료사께서는 말한 범위를 정말 안 넘으시는군요.”세레나의 손이 목발을 받아 들다 잠깐 멈췄다.그 말은 다른 사람을 떠올리게 했다.테오도르.그 역시 최근에는 자신이 정한 범위를 넘지 않고 있었다.세레나는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환자에게는 좋은 일입니다.”“사람 사이에서도 그렇겠지요.”루카스가 무심하게 덧붙였다.세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목발을 제자리에 세우고 병실을 나왔다.한 시간 뒤 세레나가 휴게실로 가려던 순간, 황실 의료감찰원에서 긴급 서류가 도착했다.신원 심리 일정에 대한 답변이었다.세레나가 요청한 조기 심리.원래 사흘 뒤 예정되어 있던 절차가 내일 오전으로 당겨졌다.그러나 문제는 심리 장소였다.황실 의료감찰원도, 중립 법정도 아니었다.‘루멘 성전 중앙 심리실.’세레나의 눈빛이 가라앉았다.아벨이 문서를 읽고 바로 말했다.“황실 입회 조건은 붙었습니다.”“심리 주재자는요?”“루멘 성전 자격심사부입니다.”“신원 문제인데도요?”“성전 측에서는 수습 치료사 자격과 연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세레나는 끝까지 읽었다.증인 명단에는 오웬 신부, 황실 기록관, 그레고리 헤일, 마리엘 베일런이 적혀 있었다.그리고 마지막 증인.테오도르 칼베른.세레나의 손가락이 멈췄다.아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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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내가 선택한 이름으로 들어서는 문

세레나의 시선이 마지막 서명으로 내려갔다.마티아스 로벤.대신관의 친필이었다.그러나 그 아래에는 더 작은 글씨로 한 줄이 덧붙어 있었다.‘내일 심리에는 칼베른 공작도 참석합니다. 그분 앞에서도 끝까지 다른 사람이라고 하실 수 있을지 보겠습니다.’세레나는 한동안 문서를 바라봤다.그리고 천천히 접었다.마티아스는 잘못 알고 있었다.테오도르 앞에서 세레나라는 이름을 부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하지만 지금 세레나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가 알아보는 일이 아니었다.그는 이미 알아봤다.그리고도 기다렸다.세레나는 봉투를 황실 증거철 위에 올려놓았다.“아벨 보조관님.”“네.”“내일 심리 시작 전에 이 편지를 먼저 공개하겠습니다.”아벨이 놀라 그녀를 봤다.세레나는 마티아스의 이름이 적힌 마지막 줄을 다시 펼쳤다.“대신관님께서 제 신원을 확인하려는 것인지, 제가 어떤 답을 하는지 시험하려는 것인지부터 물어보려고요.”그리고 맨손으로 자신의 외부 수습 신분패를 집었다.신분패에는 한 이름만 적혀 있었다.‘세리스 베인.’내일 성전은 그 이름을 빼앗으려 할 것이다.세레나는 신분패를 목에 걸었다.이번에는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자신이 선택한 이름으로 성전의 문을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였다.루멘 성전 중앙 심리실의 문은 세레나가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컸다.전생에도 몇 번 이 문을 지나갔다. 치료 성과를 보고하러 왔을 때도 있었고, 귀족 환자의 처치를 두고 자문을 받을 때도 있었으며, 마지막에는 죄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려 와 자신이 하지 않은 일들을 해명해야 했다. 그때마다 문 앞에 선 사람들은 성전의 흰 문장이 주는 권위에 눌려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낮췄다.이번에는 달랐다.세레나는 문을 올려다보지 않았다.황실 의료감찰원의 기록관 세 명이 가져온 문서 상자의 봉인을 확인한 뒤, 목에 걸린 외부 수습 신분패가 바로 놓여 있는지만 손끝으로 살폈다.‘세리스 베인.’오늘 성전이 가장 먼저 지우려 할 이름이었다.“들어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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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확인하는 겁니까, 시험하는 겁니까

세레나는 그의 얼굴을 잠시 보았다.이름을 알고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아는 사실과 말할 권리를 구분하려는 사람.그 차이가 아직 믿음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었다.그래도 어제의 기록에 이어 오늘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 하나는 되었다.“그럼 안에서 뵙겠습니다.”“네.”테오도르는 먼저 심리실로 들어가지 않았다.증인 대기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세레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지 않고 중앙 심리실의 문을 밀었다.이번에는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이름을 들으러 가는 것이 아니었다.어떤 이름으로 살 것인지 직접 말하러 들어갔다.심리실 중앙에는 긴 반원형 탁자가 놓여 있었다.가운데는 마티아스 로벤 대신관.그 오른편에는 자격심사부 소속 사제 둘과 성전 법무관이 앉았고, 왼편에는 황실 의료감찰원 조사관과 황실 기록관들이 자리를 잡았다.뒤쪽 증인석에는 그레고리 헤일과 마리엘 베일런이 이미 와 있었다.마리엘은 연한 회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화려한 장식은 없었지만 소매와 목선은 빈틈없이 정돈되어 있었다. 세레나가 들어오자 그녀는 아주 잠깐 시선을 들었다가 곧 손에 든 장갑 쪽으로 내렸다.그레고리는 달랐다.“세레나 영애.”세레나가 의자에 앉기도 전에 그가 먼저 불렀다.세레나는 신분패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오늘 황실 통지서에는 제가 세리스 베인 참고인으로 적혀 있습니다.”“그러나 오늘 심리의 핵심이 바로 그 이름이지요.”그레고리가 부드럽게 웃었다.“언제까지 다른 이름을 사용하실 생각입니까?”세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마티아스가 손을 들었다.“발언 순서를 지켜 주십시오.”목소리는 평온했다.제2정제실과 동부 회복원, 강제 이송 서류에서 자신의 이름이 반복해서 발견된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단정한 얼굴이었다.“오늘 심리는 세리스 베인이라는 이름으로 루멘 성전의 수습 과정에 참여한 인물이 실제로 해당 신분을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입니다.”세레나는 황실 기록관들이 동시에 펜을 든 것을 확인했다.마티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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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순서를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제가 세레나 베일런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제가 세리스 베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 신원 혼란 증상으로 기록하겠다고 되어 있지요.”마티아스가 낮게 말했다.“그 문서들이 성전의 정식 지침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좋습니다.”세레나는 곧바로 받았다.“그럼 오늘 확인하면 되겠네요.”“오늘 심리 대상은”“제 신원이잖습니까.”세레나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낮아졌다.“그렇다면 성전이 제 두 이름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 먼저 봐야 합니다.”황실 조사관이 입을 열었다.“황실 측도 해당 자료의 선행 검토를 요청합니다.”마티아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이 절차가 수사로 변질되는 것은 곤란합니다.”“수사가 아닙니다.”세레나가 말했다.“대신관님께서 제게 어떤 이름을 쓰실 건지 결정하기 전에, 성전이 이미 제 이름으로 작성한 문서부터 확인하자는 겁니다.”심리실 뒤쪽에서 누군가 옷자락을 움직였다.마리엘이었다.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지만 손가락 끝으로 장갑의 솔기를 계속 만지고 있었다.마티아스는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황실 입회가 있는 만큼 이의 제기를 기록에 남기겠습니다. 다만 본래 심리 절차는 진행합니다.”“저도 그걸 원합니다.”세레나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지 않았다.“피하지 않겠습니다.”마티아스의 눈이 그녀에게 머물렀다.“그럼 묻지요. 세리스 베인은 실제 존재했던 사람입니까?”세레나는 준비한 답을 그대로 꺼내지 않았다.질문의 범위를 먼저 고쳤다.“C. Vane이라는 이름이 성 루치아 구호원의 기록에 있었고, 오웬 신부의 증언과 엘레노라 베일런의 추천 기록도 존재합니다.”“질문은 그게 아닙니다.”“제가 답할 수 있는 사실부터 말씀드리는 겁니다.”“현재 당신이 세리스 베인이라는 법적 인물인지 묻고 있습니다.”“현재 법적 신원 확정 절차는 황실 검토 중입니다.”마티아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계속 답을 피하시는군요.”세레나는 그 미소를 그대로 봤다.“피하는 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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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그분의 말을 대신하지 않겠습니다

심리실 안에서 시선이 한꺼번에 세레나에게 향했다.세레나는 움직이지 않았다.마리엘은 계속 말했다.“다만 언니가 베일런 저택을 나온 것은 자신의 의지였습니다. 누구에게 납치되거나 강제로 데려가진 않았습니다.”그레고리의 얼굴이 굳었다.마티아스가 물었다.“그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신원을 확인하는 목적이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면 필요한 사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마리엘의 말투는 부드러웠다.늘 그렇듯 걱정하는 사람처럼 들렸다.그러나 세레나는 그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마리엘은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니다.세레나가 돌아가면 드레이크 후작가의 빈 혼인 자리가 자신에게 넘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로 세레나가 돌아가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떠났다’는 사실을 남기면 자신이 그 책임을 뒤집어쓸 여지가 줄어든다.자기 몫을 지키는 증언이었다.그래서 오히려 믿을 만한 부분이 있었다.마티아스가 다시 물었다.“세레나 베일런 영애가 세리스 베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도 아십니까?”“모릅니다.”“가족에게서 신분을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까?”마리엘이 아주 천천히 세레나를 바라봤다.“저에게 이유를 설명한 적은 없습니다.”그녀는 말을 골랐다.“그리고 저는 언니가 저희 가족에게 모든 결정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그레고리가 즉시 고개를 돌렸다.마리엘은 그 시선을 모른 척했다.“다만 한 가지는 알고 있습니다.”“무엇입니까?”“언니가 집을 나가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습니다.”부드러운 말이었지만 베일런가의 강제 귀환 주장에는 정확히 칼끝을 대는 증언이었다.세레나는 마리엘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오늘 도움을 줬다고 해서 이전의 일들이 지워지지 않는다.마리엘도 그걸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증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기 전, 그녀는 세레나 옆을 지나가며 아주 작게 말했다.“전 제 이름이 그 빈칸에 다시 들어가는 건 싫어요.”세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마리엘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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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늦게 배웠더라도 지키는 편이 낫겠지요

“그렇다면 칼베른 공작가는 세리스 베인의 신원 문제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뜻입니까?”“그분이 요청하지 않은 판단에서는 그렇습니다.”“필요한 순간에는요?”“요청받은 범위에서 움직이겠습니다.”마티아스가 몸을 조금 앞으로 숙였다.“공작 각하께서는 언제부터 사람의 허락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셨습니까?”질문이 이상하게 날카로웠다.테오도르의 눈이 아주 조금 어두워졌다.아직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감각이 몸 안에서 스치고 지나간 듯 손가락이 잠시 굳었지만, 그는 그 느낌을 좇지 않았다.“늦게 배웠더라도 지키는 편이 낫겠지요.”짧은 대답이었다.세레나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 표정을 짓지 않았다.그의 과거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그저 점잖은 답변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세레나에게는 달랐다.늦었다는 말이 너무 쉽게 입에서 나온 것이 이상했지만, 그가 무엇을 기억한 것은 아니었다.지금은 그 이상을 생각하지 않았다.오늘의 테오도르만 봤다.그는 끝까지 그녀의 이름을 대신 말하지 않았다.심리가 잠시 휴정에 들어간 것은 정오가 가까워졌을 때였다.세레나는 증인 대기실도, 귀족용 휴게실도 사용하지 않았다.황실 기록관들이 증거 사본을 대조하는 작은 문서실 한쪽에서 물을 마시며 오전 기록을 읽었다.마티아스가 자신의 편지를 친필이라고 인정했다.동부 회복원과 별장 문서는 정식 성전 지침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그레고리는 세레나의 유년 신원을 증언했지만 강제 귀환 권리는 답하지 못했다.마리엘은 세레나가 자발적으로 저택을 나왔다고 확인했다.테오도르는 허락받은 범위 밖으로 한 발도 나가지 않았다.세레나는 마지막 문장 아래 펜촉을 잠시 멈췄다.오늘의 기록.그 이상으로 부르지 않았다.문서실 문이 두 번 두드려졌다.아벨이 열자 테오도르가 밖에 서 있었다.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세리스 치료사.”“네.”“잠깐 말씀드려도 됩니까?”세레나는 주변을 봤다.황실 기록관 두 명과 아벨이 있었다.“여기서 말씀하세요.”테오도르는 문턱 밖에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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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출혈이 있습니다, 멈추세요

“그런데 가끔 제가 예전에도 같은 실수를 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세레나의 호흡이 아주 조금 느려졌다.테오도르는 곧 덧붙였다.“근거 없는 감각입니다. 그걸 사실처럼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세레나는 장갑 낀 손을 물잔에서 뗐다.“그럼 추측으로 두세요.”“그러겠습니다.”일전에 자신이 그에게 했던 말이었다.추정으로 남겨 두세요.이번에도 그는 같은 방식으로 멈췄다.테오도르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오후 심리에서 뵙겠습니다.”세레나는 그가 문을 떠나기 직전 말했다.“공작님.”“네.”“오전에는 약속을 지키셨습니다.”테오도르의 시선이 그녀에게 돌아왔다.세레나는 그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그러나 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지도 않았다.“감사합니다.”문이 닫혔다.세레나는 한동안 그 문을 바라보지 않았다.대신 오전 기록 마지막 줄에 짧게 한 문장을 추가했다.‘칼베른 공작, 허용된 증언 범위를 넘지 않음.’누군가에겐 차갑도록 사무적인 문장이었다.세레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지금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신뢰였으니까.오후 심리가 시작된 지 십 분도 지나지 않아 사건이 터졌다.성전 법무관이 성 루치아 구호원에서 이루어진 처치가 공식 성전 지침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기록 제출을 요구하던 중이었다.“세리스 베인은 강한 성력 치료를 반복해서 거부했고, 성전 지정 안정제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환자들의 회복이 지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세레나는 반박을 준비하기보다 먼저 물었다.“어떤 환자의 어떤 지표가 지연됐습니까?”“현재 조사 중입니다.”“그럼 결과가 없는 상태에서 가능성만 말씀하시는군요.”성전 법무관의 얼굴이 굳었다.“성전 지침을 따르지 않은 사실은—”그 순간 뒤쪽 출입문에서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처음에는 의자가 밀린 줄 알았다.그러나 곧 누군가가 다급하게 외쳤다.“이안!”젊은 기록 사제 한 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종이 묶음이 바닥에 흩어졌고, 그의 몸은 심하게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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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저 문을 열어 주세요

투명한 안정제 병.바닥에는 잿빛 침전물이 가라앉아 있었다.심리실 안의 공기가 한순간 바뀌었다.세레나는 병에 손을 대지 않았다.“제조 번호는요?”나디아가 읽었다.처음 보는 번호였다.문제는 병 옆의 작은 종이표였다.‘긴급 교체분. 안전 재검사 완료.’세레나가 물었다.“누가 검사한 겁니까?”나디아가 종이를 뒤집었다.루멘 성전 중앙 약제국.승인자는 비어 있지 않았다.마티아스 로벤.세레나의 시선이 대신관에게 향했다.마티아스는 움직이지 않았다.“그 병은 어디에서 받았지?”그가 기록 사제의 동료에게 물었다.젊은 사제가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아침 본당에서 전 직원에게 나눠 줬습니다. 최근 문제가 된 물량은 모두 회수했고, 이건 새로 검사한 안전 제품이라고…….”“몇 명에게요?”“모릅니다. 중앙동 사람들은 거의 다 받았습니다.”세레나는 황실 의원 쪽을 봤다.“상태가 어떻습니까?”“의식은 반응합니다. 소변 상태를 알아야 하고, 우선 출혈부터 확인해야 합니다.”쓰러진 이안이 눈을 조금 떴다.세레나는 가까이 가지 않은 채 물었다.“이안 사제님, 제 목소리가 들립니까?”눈동자가 움직였다.“저는 세리스 베인입니다. 지금 황실 의원이 진찰하고 있습니다.”남자의 숨이 거칠게 새어 나왔다.“치……료…….”“강한 성력 치료를 원하십니까?”이안의 눈이 흔들렸다.성전 치료사가 끼어들었다.“지금 그런 선택을 맡길 상태가—”황실 의원이 그를 막았다.“질문에 반응하고 있습니다.”세레나는 다시 물었다.“지금 더 강한 성력을 사용하면 출혈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먼저 출혈과 수분 상태를 보고, 필요한 만큼만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시겠습니까?”이안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세레나는 직접 모든 처치를 맡지 않았다.“황실 의원님께서 주치 처치를 맡아 주세요. 저는 성맥 흐름만 보조하겠습니다.”황실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역할이 나뉘었다.나디아는 사용 약제를 봉인했고, 황실 기록관은 투약 시각을 확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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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필요했던 건 제 성이 아니었습니다

세레나는 잠시 그를 봤다.전생에는 묻지 않고 손목부터 잡았을 것이다.피가 묻었다고 씻으러 가자 했을지도 모르고, 더 이상 치료하지 말라고 했을지도 모른다.이번에는 질문이 먼저였다.“물만 부탁드리겠습니다.”“손을 씻을 물입니까?”“네.”테오도르는 직접 주전자를 들고 오지 않았다.성전 직원에게 깨끗한 흐르는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세척실 위치를 물었고, 막혀 있던 통로를 비우게 했다.세레나는 나디아와 함께 세척실로 이동했다.뒤를 따라오는 발소리는 없었다.심리는 한 시간 동안 중단됐다.이안의 상태는 완전히 안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출혈이 늘지 않았고, 의식도 유지됐다. 황실 의원은 입원 관찰을 권했고 이안 본인도 동의했다.문제는 그가 사용한 약이었다.나디아는 심리 재개 전까지 간이 분석을 끝냈다.“같아요.”세레나가 물었다.“어느 것과요?”“동쪽 시장에서 가장 반응이 컸던 검은 실 한 줄 패치와요. 비율은 다르지만 금속성 불순물 반응이 비슷해요.”“새 제품인데도요?”“네.”나디아가 병을 유리판 위에 내려놓았다.“그리고 이건 이미 안전 검사를 통과한 걸로 되어 있습니다.”세레나는 승인표를 다시 봤다.오늘 아침.백휘열 집단 발생 이후.성전이 문제 된 기존 물량을 회수했다며 새로 배포한 제품.그런데 새 물량에도 같은 종류의 불순물이 들어 있었다.우연히 오래된 물건이 섞였다는 변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몇 병이 배포됐는지 알아야 합니다.”황실 조사관이 물었다.“성전 중앙동 전 직원을 검사하자는 겁니까?”“아닙니다.”세레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제품을 받은 사람에게 사용 중지를 알리고, 사용 여부와 증상을 스스로 신고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성전 직원들이 협조할까요?”“이안 사제님이 여기서 쓰러졌습니다.”세레나는 병을 바라봤다.“이제 숨기기 어려울 겁니다.”그때 심리실 안쪽에서 마티아스가 나왔다.그는 혼자였다.“세리스 베인.”세레나는 장갑을 새것으로 갈아 끼우며 그를 봤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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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이번에는 같이 가 주세요

세레나는 신분패를 다시 목에 걸었다.“오늘 신원 심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다음에 계속하시죠.”“당신이 계속 출석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말이 아주 부드러웠다.세레나가 그를 바라봤다.“무슨 뜻입니까?”마티아스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성전 법무관이 급히 다가와 그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마티아스의 시선이 짧게 변했다.처음으로 계획하지 않은 일이 생긴 사람의 얼굴이었다.그는 곧 평소 표정을 되찾고 말했다.“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세레나는 그가 돌아가는 모습을 붙잡지 않았다.무엇을 들었는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성전 중앙 계단을 내려오자 해가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오전부터 이어진 심리와 갑작스러운 응급 처치 때문에 세레나의 어깨는 무거웠지만, 걸음은 흐트러지지 않았다.황실 기록관들은 별도 마차로 문서를 옮겼고 나디아는 이안의 시료를 성 루치아로 가져가겠다며 먼저 떠났다.테오도르는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그가 세레나를 기다린 것인지, 자신의 마차를 기다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세레나가 내려오자 먼저 묻지 않았다.그녀가 가까워질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공작님.”“네.”“오늘 군수 자료는 도움이 됐습니다.”“다행입니다.”“그리고 아까 문을 열어 주신 것도요.”테오도르의 시선이 그녀의 손으로 잠깐 내려갔다.새 장갑을 끼고 있었다.“그것밖에 할 일이 없었습니다.”“그래서 좋았습니다.”말을 하고 나서 세레나는 아주 잠깐 멈췄다.테오도르도 움직이지 않았다.“무엇이 좋았다는 뜻인지 묻지 않으시네요.”“말씀하신 범위만 듣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세레나는 계단 끝에 섰다.사람들이 오가는 성전 앞이었다.둘 사이에는 여전히 충분한 거리가 있었다.“오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테오도르의 눈이 아주 조금 넓어졌다.세레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았다.“제가 필요하다고 한 일을 하시고, 필요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으신 게 좋았다는 뜻입니다.”테오도르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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