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멘 성전 중앙 자격심사실은 전날의 신원 심리가 열렸던 방보다 작았지만, 세레나는 오히려 그 편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높은 천장과 계단식 방청석이 사람을 압도하던 중앙 심리실과 달리, 오늘 징계위원회는 긴 타원형 탁자를 중심으로 모든 참석자의 얼굴이 서로 보이게 배치되어 있었다. 숨길 수 있는 표정이 적고, 누가 언제 어떤 문서를 내미는지도 확인하기 쉬웠다. 무엇보다 황실 의료감찰원 기록관 세 명이 성전 측 기록관과 마주 보고 앉아 있어, 어제처럼 어느 한쪽이 자신에게 유리한 표현만 남기기는 어려웠다.세레나는 지정된 자리에 앉기 전에 자신의 외부 수습 신분패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세리스 베인.’현재 그 자격은 임시 정지 상태였다.목에 걸고 있어도 치료 행위를 할 권한이 생기지는 않았고, 반대로 탁자 위에 내려놓는다고 지금까지 했던 일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세레나는 그 구분이 마음에 들었다.오늘은 치료사가 아니라 징계 대상자이자 백휘석 오염 조사 참고인으로 이 자리에 앉는다.그 역할만 하면 됐다.“출석 확인하겠습니다.”황실 기록관이 먼저 이름을 읽었다.세리스 베인.피에르 신관.루멘 성전 중앙 약제국 검사관 펠로드 마인.동부 회복원 관리 사제 펠릭스 마른.칼베른 공작 테오도르 칼베른.그리고 마지막.“리오넬 카르트.”문이 열렸다.세레나는 얼굴보다 걸음걸이를 먼저 봤다.마흔을 조금 넘겼을 법한 남자는 황실 군무 특별보좌관의 짙은 남청색 제복을 입고 있었고, 왼쪽 가슴에는 에드릭 황자의 은독수리 문장이 달려 있었다. 머리카락은 짧게 정리되어 있었으며 눈 아래에는 며칠 잠을 설친 사람처럼 어두운 그늘이 있었지만, 걸음에는 서두른 흔적이 없었다.테오도르가 먼저 알아봤다.반응은 크지 않았다.다만 의자 팔걸이 위에 놓여 있던 그의 오른손이 잠시 멈췄다.리오넬 역시 테오도르를 보았다.“오랜만입니다, 칼베른 공작 각하.”테오도르는 일어나지 않았다.“그렇군.”짧은 인사 뒤에는 반가움도 적의도 붙지 않았
Last Updated : 2026-08-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