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처형에 서명한 공작과 계약 결혼했다: Chapter 211 - Chapter 220

319 Chapters

211. 황궁으로 들어간 이백 병

황궁으로 향하는 칼베른 공작가의 마차 안은 지나치게 조용했다.세레나는 창가 쪽에 앉아 루멘 성전 중앙 약제국의 긴급 출고 목록을 다시 읽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테오도르가 앉았고,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람 하나가 충분히 앉고도 남을 만큼의 거리가 비어 있었다.마차가 성전 앞 돌길을 벗어나 제도 중앙대로로 들어서자 차체가 크게 한 번 흔들렸다.세레나의 손에 들려 있던 서류가 미끄러졌다.테오도르의 손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가 허공에서 멈췄다.그는 떨어지는 종이를 잡지 않았다.세레나가 스스로 서류를 무릎 위로 다시 끌어올리는 것을 기다렸다.“괜찮으십니까?”“네.”세레나는 짧게 답한 뒤 출고 목록의 마지막 줄을 다시 확인했다.황궁 의료원.이백 병.오늘 오후 도착 완료.제품명은 ‘고순도 성력 안정액’. 성전 중앙동에서 이안 사제가 마셨던 것과 같은 재검사 승인 번호가 붙어 있었다.다만 제조 번호는 완전히 같지 않았다.“공작님.”“말씀하십시오.”“황궁에 들어간 이백 병이 성전 중앙동에 나간 것과 같은 물건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테오도르가 그녀가 보고 있는 목록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확인할 방법이 있습니까?”“포장 번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병을 열어 침전물과 반응을 봐야 합니다.”“황궁 의료원이 순순히 허락하겠습니까?”“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세레나는 종이를 접지 않은 채 다음 문서를 위로 올렸다.“특히 이미 안전 검사를 통과했다고 받은 물건이라면요.”테오도르는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제가 황궁에 들어갈 권한은 있지만 의료원 약품 검사까지 명령할 권한은 없습니다.”“그래서 같이 와 달라고 한 게 아닙니다.”그의 시선이 세레나에게 돌아왔다.“알고 있습니다.”“무엇을 알고 계십니까?”“제가 문을 열 수는 있어도 그 안에서 무엇을 검사할지는 세리스 치료사께서 정한다는 것.”세레나의 손끝이 종이 가장자리에서 멈췄다.테오도르는 그 말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얼굴을 하지 않았다. 칭찬을 기다리는 기색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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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괜찮으시다면요

테오도르는 그 대답을 듣고 조용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마차 안의 거리는 그대로였다.그런데 세레나에게는 그 빈 공간이 이전보다 덜 차갑게 느껴졌다.황궁 남문은 평소보다 통제가 심했다.루멘 성전 중앙동에서 직원들이 집단으로 고열을 호소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이미 들어간 모양이었다. 황실 근위병들은 성전 문장이 있는 모든 의료 수레의 반입을 일시 중단했고, 황궁 의료원에서 나오는 폐기물까지 별도로 기록하고 있었다.테오도르가 마차에서 먼저 내렸다.그러나 세레나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그가 바로 옆에 비켜 서자 세레나는 스스로 발판을 내려왔다.황궁 남문 책임자가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칼베른 공작 각하.”“황궁 의료원으로 간다.”“의료원은 현재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테오도르는 세레나를 가리키지 않았다.“황실 의료감찰원 협조 요청이 있다.”아벨이 황실 통지서를 내밀었다.“세리스 베인 수습 치료사는 오늘 루멘 성전 중앙동 응급 환자를 직접 확인한 의료 참고인입니다. 재검사 승인 제품의 오염 여부 확인을 위해 황궁 의료원에 공동 입회 요청을 올렸습니다.”남문 책임자는 문서를 확인했다.“황궁 의료원장 승인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세레나가 물었다.“이미 사용된 병이 있는지만 먼저 확인할 수 있습니까?”근위 책임자가 그녀를 봤다.“약품 사용 기록은 의료원 소관입니다.”“그럼 수레 반입 기록부터 부탁드립니다.”테오도르가 로이스에게 받은 사본을 황실 조사관에게 넘겼다.오후 두 시 십칠 분.루멘 성전 중앙 약제국 수레 두 대.황궁 남문 통과.오후 두 시 사십 분.황궁 의료원 후방 창고 인계.세레나가 물었다.“상자는 모두 의료원 창고에 들어갔습니까?”근위 책임자가 잠시 망설였다.“수량까지는 남문에서 확인하지 않습니다.”“수레가 이후 다시 나갔습니까?”“한 대만 나갔습니다.”세레나의 시선이 기록으로 내려갔다.“다른 한 대는요?”“황궁 내부 운송 수레로 전환됐습니다.”테오도르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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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사용 여부와 증상부터 확인하십시오

세 사람이 함께 황궁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황궁 의료원의 약제 창고는 성 루치아나 루멘 성전과 전혀 달랐다.벽 전체가 돌로 둘러싸여 있었고 창문은 작았으며, 병 하나를 꺼낼 때마다 수령 시각과 사용 대상을 두 사람이 함께 기록하도록 되어 있었다. 황궁에서만큼은 약제 이동이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었다.그 때문에 빠진 열여섯 병의 행방도 금세 드러났다.세레나는 먼저 남은 백여든네 병 가운데 무작위로 다섯 병을 골랐다.“제가 고르지 않겠습니다.”황궁 약제관이 의아하게 물었다.“그럼 누가 고릅니까?”“서로 다른 위치에서 한 병씩 꺼내 주세요. 맨 앞, 가운데, 맨 뒤, 아래쪽 두 곳.”나디아가 없었다.그래서 황궁 약제사와 세레나가 함께 간이 반응을 진행했다.첫 번째 병의 액체는 겉보기에는 맑았다.세레나가 병을 바로 흔들지 않고 등잔 앞에서 천천히 기울이자 바닥에서 아주 미세한 잿빛 입자가 움직였다.황궁 약제사의 얼굴이 굳었다.두 번째 병도 마찬가지였다.세 번째는 더 선명했다.“백휘석 결정 침전이라고 보기에는 색이 너무 탁합니다.”세레나가 말했다.약제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재검사 완료 표시를 믿고 바로 배포했으면 몰랐을 겁니다.”“사용된 병은 있습니까?”“의료원 자체에서는 없습니다.”세레나는 기록지로 시선을 돌렸다.“그런데 열여섯 병은 나갔고요.”“네.”약제사가 반출 장부를 가져왔다.첫 번째 반출.여섯 병.황실 근위대 동부 초소.훈련 중 부상자용 예비 약품.두 번째.네 병.황태자궁 의료실.세 번째.두 병.황실 마구간 응급함.마지막.네 병.제2황자궁 의료실.세레나는 한 줄씩 확인했다.“각 장소에서 사용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아드리안이 바로 명령하려 했다.세레나가 먼저 말했다.“전하.”그가 멈췄다.“제품 회수부터 명령하면 이미 사용한 사람들이 숨길 수도 있습니다.”아드리안의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사용 여부와 증상을 먼저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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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왜 문을 닫았는지를 증거로 만드는 법

황실 근위대 동부 초소.여섯 병 모두 미사용.즉시 봉인.마구간 두 병.미사용.황태자궁 네 병.세 병 미사용.한 병 개봉.세레나가 기록에서 고개를 들었다.“사용했습니까?”황태자궁 의료관이 직접 달려와 답했다.“아닙니다. 오늘 오후 훈련 뒤 황태자 전하께서 어깨가 뻐근하다고 하셔서 준비하려다가 침전물을 보고 중단했습니다.”아드리안이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한 번 움직였다.“결국 사용하지 않았군.”“다행입니다.”세레나는 왕족이라서가 아니라 환자가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에 반응했다.“개봉한 병도 밀봉해서 보관해 주세요.”이제 남은 곳은 하나였다.제2황자궁.보고가 늦었다.황궁 의료원장이 시계를 확인했다.“연락병을 보낸 지 벌써 이십 분입니다.”테오도르는 창가에서 오래 서 있지 않았다. 세레나가 마차 안에서 말했던 것을 기억한 듯 벽 쪽 의자에 앉아 있었다.그 모습을 잠깐 본 세레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드리안이 물었다.“에드릭 쪽에 직접 가 보는 게 빠르지 않겠습니까?”세레나는 고개를 저었다.“황태자 전하께서 직접 움직이시면 의료 확인이 정치 문제로 보일 수 있습니다.”“그렇다면 누가 갑니까?”“황궁 의료원에서 가야 합니다.”황궁 의료원장이 직원을 보내려 했지만 세레나는 한 가지를 더 확인했다.“저는 가지 않겠습니다.”아드리안이 그녀를 봤다.“왜입니까?”“제가 제2황자궁에 들어가면 또 다른 이해관계가 생깁니다.”세레나는 자신이 최근 성전과 드레이크, 성기사단 조사에 관여한 기록을 생각했다.“의료원 직원이 사용 여부만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테오도르가 맞은편에서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다.세레나는 그에게도 같은 말을 했다.“공작님도 가지 마세요.”“그러겠습니다.”아드리안이 두 사람을 번갈아 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순간 밖에서 빠른 발소리가 들렸다.연락병이 돌아왔다.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전하.”아드리안이 일어섰다.“무슨 일이냐?”“제2황자궁에서 약품 반출 기록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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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사람이 아닌 경로를 의심합니다

제2황자궁에서 회신이 온 것은 해가 완전히 진 뒤였다.정식 문서였다.네 병 모두 미사용.세 병은 약품함 보관.한 병은 파손으로 폐기.세레나의 손이 멈췄다.“폐기한 병의 유리 조각과 내용물은요?”황궁 의료원장이 회신서를 다시 읽었다.“없습니다.”“왜요?”“청소 과정에서 처리했다고 적혀 있습니다.”“약품 사고인데도요?”의료원장의 표정이 굳었다.“황궁 의료 규정상 약품 파손물도 기록 후 폐기해야 합니다.”아드리안이 낮게 말했다.“규정을 어겼군.”세레나는 다음 줄을 읽었다.파손 시각.오후 세 시 이십 분.수령 직후였다.“누가 깨뜨렸습니까?”문서에는 적혀 있지 않았다.세레나는 황궁 의료원장에게 말했다.“세 병은 지금 바로 공동 봉인 요청하세요. 파손된 한 병은 폐기물 이동 기록을 찾고요.”“이미 청소됐다고 합니다.”“청소한 사람은 있을 겁니다.”아드리안이 물었다.“조사관을 보내지요?”“의료원 내부 감사가 먼저 가는 편이 낫습니다.”세레나는 끝까지 황태자와 공작의 힘을 먼저 쓰지 않았다.황궁 의료원장이 움직였다.그때 약제 창고 문이 다시 열렸다.이번에는 의료원이 아니라 황궁 세탁 관리소 직원이 들어왔다.“약품 파손 관련해서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세레나가 그를 봤다.“무엇을 알고 계십니까?”“제2황자궁 의료실에서 깨진 병을 닦은 천이 저희 쪽으로 왔습니다.”“버리지 않았습니까?”“피가 묻은 천은 아니었고 약품 냄새가 강해서 별도 통에 넣어 놨습니다.”세레나의 표정이 변했다.“지금도 있습니까?”“네.”“가져오지 마세요.”직원이 당황했다.“그럼요?”“제가 가는 게 아니라 약제사가 현장에서 봉인하게 하세요.”세레나는 황궁 약제사에게 물었다.“같이 가실 수 있습니까?”“물론입니다.”“장갑과 밀폐 용기를 가져가세요. 천을 흔들거나 다시 빨지 말고요.”약제사가 바로 나갔다.세레나는 기다리는 동안 제2황자궁의 다른 기록을 요구하지 않았다.한 병의 파손만 확인한다.다른 의혹과 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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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혼자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밤이 깊어져 황궁 의료원을 나설 때, 아드리안은 먼저 황태자궁으로 돌아갔다.황실 조사관들도 의료원에 남아 압수 목록을 정리했다.세레나와 테오도르는 남문으로 향하는 긴 회랑을 나란히 걸었다.나란히라고 해도 어깨가 닿을 거리는 아니었다.사람 하나가 지나갈 만큼의 간격이 있었다.테오도르는 의원의 말을 지켜 오래 서 있지 않았고, 이동 중간에도 황궁 시종이 놓아 둔 의자에서 잠깐씩 쉬었다. 세레나는 그걸 보고도 더 말하지 않았다.그가 스스로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남문 가까이에서 테오도르가 물었다.“오늘은 제가 필요했습니까?”갑작스러운 질문에 세레나는 걸음을 늦췄다.“왜 묻습니까?”“아침에 직접 와 달라고 하셨고, 조금 전에는 같이 가 달라고 하셨으니까요.”그의 목소리에 기대는 없었다.확인하고 싶은 사람의 질문이었다.세레나는 회랑 끝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밤빛을 잠시 봤다.“네.”이번에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오늘은 필요했습니다.”테오도르의 발걸음이 아주 잠깐 느려졌다.세레나는 그걸 보고 말을 덧붙였다.“황궁 문을 통과하는 데 공작님의 지위가 필요했고, 군 협약 확인에도 필요했습니다.”“알고 있습니다.”“그리고.”세레나가 멈췄다.테오도르도 따라 멈췄지만 가까이 오지는 않았다.“아까 성전에서 황궁으로 오는 길에도 혼자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테오도르의 눈빛이 변했다.세레나는 자신이 그 말을 해 놓고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그게 공작님께 계속 곁에 있어 달라는 뜻은 아닙니다.”“그렇게 해석하지 않겠습니다.”“왜 바로 대답하세요?”“그렇게 해석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세레나의 입가가 아주 희미하게 움직였다.“이제는 제법 배우셨네요.”“오늘 두 번째 칭찬입니까?”“세지 마세요.”테오도르의 입가에도 아주 옅은 웃음이 스쳤다.세레나는 그 웃음을 보고도 불편하지 않았다.그 사실이 더 낯설었다.남문을 나서자 두 대의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칼베른 공작가 마차와 황실 의료감찰원 마차.테오도르는 당연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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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깨진 유리 조각에 새겨진 다른 번호

“읽어 주세요.”통신병이 종이를 펼쳤다.“유리 조각에 손을 베었다던 의료 보조관이 한 시간 전 쓰러졌습니다. 고열과 구토, 은빛 혈관이 나타났고 현재 황궁 의료원으로 이송 중입니다.”세레나는 예상했던 범위라 고개만 끄덕였다.“그분은 황궁 의원이 먼저 보게 하세요. 오늘 확인한 기준을 전달하고요.”“이미 전달했습니다.”“다른 내용은요?”통신병이 다음 장을 넘겼다.“파손됐다고 보고된 병에 관한 폐기 기록을 다시 확인했습니다.”세레나의 시선이 달라졌다.“병이 실제로 깨진 게 아닙니까?”“깨진 유리 조각은 나왔습니다.”“그럼요?”“병 목 부분에 찍힌 제조 번호가 다릅니다.”마차 안이 조용해졌다.세레나는 손가락을 무릎 위에 놓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설명해 주세요.”“제2황자궁이 받았던 네 병 중 파손됐다고 기록한 병 번호와, 세탁 관리소에서 회수한 유리 조각의 번호가 일치하지 않습니다.”테오도르가 낮게 물었다.“그렇다면 원래 병은?”“없습니다.”세레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누군가 다른 병을 깨뜨리고, 문제의 한 병이 파손된 것처럼 기록했다.“원래 병의 번호는 무엇입니까?”통신병이 읽었다.세레나는 황궁 반출 장부에 있던 번호와 대조했다.맞았다.오염 가능성이 있는 이백 병 중 한 병.현재 위치 불명.통신병은 마지막 문장을 읽다가 잠시 멈췄다.“그리고 그 병을 마지막으로 가져간 사람이 확인됐습니다.”세레나가 물었다.“누구입니까?”“제2황자궁 의료 보조관이 아닙니다.”“그럼요?”“에드릭 황자 전하의 군무 특별보좌관입니다.”루카스가 보았던 퇴각 명령의 인장.성기사단 제2전투대에 들어간 오염 안정제.겨울 구호 사업의 군수 전용.그리고 황궁 안에서 사라진 한 병.같은 부서가 다시 나타났다.세레나는 바로 에드릭이라는 이름에 결론을 붙이지 않았다.“보좌관 이름은요?”통신병이 대답했다.“리오넬 카르트입니다.”그 순간 테오도르가 아주 천천히 세레나를 바라봤다.그 이름을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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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일곱 해 전의 운송 장부

성 루치아 구호원으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하던 마차는 북쪽 운하를 끼고 도는 지점에서 잠시 속도를 늦췄다. 밤새 지나간 짐수레가 진흙을 깊게 파 놓은 탓에 바퀴가 홈을 피해 움직일 때마다 차체가 옆으로 기울었고, 창밖에서는 이른 새벽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의 등불이 하나씩 켜지고 있었다. 세레나는 무릎 위에 펼쳐 둔 황궁 의료원 반출 기록을 덮지 않은 채 맞은편에 앉아 있는 테오도르를 바라봤다.조금 전 그가 꺼낸 이름이 자꾸 종이 위의 숫자 사이로 끼어들었다.리오넬 카르트.에드릭 황자의 군무 특별보좌관이자, 오염 가능성이 있는 안정제 한 병을 제2황자궁에서 마지막으로 가져간 사람. 그리고 일곱 해 전 베일런 영지에서 테오도르가 다쳤던 날, 백휘석 운송 장부를 회수하러 왔던 황실 파견관.세레나는 그 이름을 듣자마자 새로운 의미를 붙이지 않았다. 우연히 같은 사람이 두 사건에 등장한다는 사실과, 그가 두 사건을 직접 만들었다는 결론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테오도르의 기억 속 빈칸을 억지로 채우는 일이 아니라, 그가 실제로 보고 들은 부분과 뒤늦게 떠오른 추측을 분리하는 일이었다.“공작님, 조금 전 말씀하신 일곱 해 전 기억을 다시 확인해도 괜찮습니까?”테오도르는 창밖으로 향해 있던 시선을 그녀에게 돌렸다. “네. 다만 저도 어디까지가 정확한 기억인지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그 부분은 그대로 말씀해 주세요. 기억나지 않는 곳을 채우실 필요는 없습니다.”세레나가 황궁 서류를 한쪽에 놓고 빈 종이를 꺼내자 테오도르의 눈이 잠시 그 움직임을 따라왔다. 그는 기억을 되짚으려는 듯 손가락을 무릎 위에서 한 번 접었다가 천천히 폈다.“당시 저는 아버지 대신 북부군으로 들어오는 백휘석 공급 계약 일부를 확인하러 제도에서 서부로 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계약을 판단할 위치는 아니었고, 앞으로 맡게 될 군수 업무를 익히라는 의미에 가까웠습니다. 리오넬 카르트는 황실 군수조달국의 파견관 자격으로 동행했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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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하나가 다른 하나를 의무로 만들지는 않는다

세레나의 시선이 종이 위에서 천천히 올라왔다.일곱 해 전의 리오넬은 환자 기록과 운송 기록을 분리했다. 지금까지 성전이 했던 일은 정반대였다. 오염된 백휘석의 이동을 숨기기 위해 환자 기록을 지우거나 서로 다른 진단명으로 흩어 놓았고, 최근에는 치료 기록과 신원 기록까지 이용해 사람 자체를 이동시키고 있었다.그러나 그 연결도 아직은 가설이었다.“공작님께서는 그 뒤 장부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계십니까?”“황실 군수조달국으로 간다고 들었습니다.”“확인하셨습니까?”테오도르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 않았습니다.”그 말 뒤에는 핑계가 붙지 않았다.자신이 다쳤고 어려서 권한이 없었으며 그때는 중요성을 몰랐다는 설명도 하지 않았다.세레나는 그 사실을 그대로 적었다.“그날 일을 지금 기억해 냈다고 해서 공작님께서 당시 장부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뜻은 아닙니다.”“그렇다고 제가 아무 책임도 없다는 뜻도 아니겠지요.”세레나의 펜이 멈췄다.“그건 지금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알고 있습니다.”테오도르는 그녀에게 면죄를 요구하지 않았다. 세레나는 종이를 접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이 기억은 황실 조사관에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테오도르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느 범위까지 필요하십니까?”세레나는 그 질문을 듣고 손끝으로 종이 모서리를 한 번 눌렀다. 예전 같으면 ‘아는 것은 전부’라고 했을 것이다. 위험할수록 모든 걸 움켜쥐려 했고, 상대에게도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을 것이다.이번에는 필요한 범위를 먼저 골랐다.“리오넬 카르트가 일곱 해 전 황실 군수조달국 파견관으로 베일런 영지에 있었던 사실, 백휘석 운송 장부를 회수했다는 기억, 그리고 공작님께서 그 장부가 황실 군수조달국으로 간다고 들었다는 사실까지요. 제 어린 시절 치료 기록은 오늘 사건에 직접 필요하지 않습니다.”테오도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범위로 증언하겠습니다.”“기억이 불확실한 곳은 불확실하다고 말씀해 주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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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붉은 잉크로 취소된 칠십두 상자

그 대답에는 어떤 약속도 덧붙지 않았다.세레나는 그 점이 좋았다.황실 군수기록 보존소는 화려한 건물이 아니었다.제도 서쪽 운하 가까이에 세워진 회색 석조 건물로, 황궁보다 세관 창고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마당에는 폐기되지 않은 낡은 수레 축과 표준 무게추가 정렬되어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자 오래된 종이와 가죽 표지, 방습용 약초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아드리안 황태자가 전날 밤 긴급 열람 허가를 내려 둔 덕분에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세레나와 테오도르를 맞은 이는 군수기록 보존관 세실 노먼이었다. 쉰을 넘긴 남자는 테오도르에게도 필요 이상의 예를 갖추지 않았고, 세레나가 수습 치료사라는 사실에도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일곱 해 전 베일런 서부 광산 관련 황실 운송 자료라고 하셨습니까?”세레나가 대답했다.“정확히는 황실 군수조달국 파견관 리오넬 카르트가 회수했다는 운송 원장을 찾고 있습니다.”세실의 손이 멈췄다.“리오넬 카르트.”“아십니까?”“이름은 압니다. 당시 젊은 서기관이었지요. 지금은 꽤 높이 올라갔다고 들었습니다.”“자료가 남아 있습니까?”“원본은 몰라도 회수 목록은 남아 있어야 합니다.”세실은 두 사람을 좁은 서고 안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외부 열람자는 별도의 열람실에서 기다리게 한 뒤 직원 세 명을 보내 자료를 가져오게 했다.테오도르는 세레나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옆자리가 비어 있었지만 세레나는 그곳으로 움직이지 않았다.약 삼십 분 뒤 낡은 상자 세 개가 열람대 위에 올라왔다.일곱 해 전 서부 군수조달 임시 조사.베일런 서부 광산.드레이크 제련소.칼베른 북부군 납품.세레나는 마지막 표제에서 시선을 멈췄다.세실이 첫 번째 장부를 펼쳤다.“파견관 리오넬 카르트가 베일런 영지에서 회수한 자료 목록입니다.”목록에는 운송 원장 두 권이 있었다.테오도르의 기억과 맞았다.검은 가죽 표지.하나는 일반 운송 원장.다른 하나는 품질 재검사 장부.세레나가 물었다.“원본은 어디 있습니까?”세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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