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루치아 구호원으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하던 마차는 북쪽 운하를 끼고 도는 지점에서 잠시 속도를 늦췄다. 밤새 지나간 짐수레가 진흙을 깊게 파 놓은 탓에 바퀴가 홈을 피해 움직일 때마다 차체가 옆으로 기울었고, 창밖에서는 이른 새벽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의 등불이 하나씩 켜지고 있었다. 세레나는 무릎 위에 펼쳐 둔 황궁 의료원 반출 기록을 덮지 않은 채 맞은편에 앉아 있는 테오도르를 바라봤다.조금 전 그가 꺼낸 이름이 자꾸 종이 위의 숫자 사이로 끼어들었다.리오넬 카르트.에드릭 황자의 군무 특별보좌관이자, 오염 가능성이 있는 안정제 한 병을 제2황자궁에서 마지막으로 가져간 사람. 그리고 일곱 해 전 베일런 영지에서 테오도르가 다쳤던 날, 백휘석 운송 장부를 회수하러 왔던 황실 파견관.세레나는 그 이름을 듣자마자 새로운 의미를 붙이지 않았다. 우연히 같은 사람이 두 사건에 등장한다는 사실과, 그가 두 사건을 직접 만들었다는 결론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테오도르의 기억 속 빈칸을 억지로 채우는 일이 아니라, 그가 실제로 보고 들은 부분과 뒤늦게 떠오른 추측을 분리하는 일이었다.“공작님, 조금 전 말씀하신 일곱 해 전 기억을 다시 확인해도 괜찮습니까?”테오도르는 창밖으로 향해 있던 시선을 그녀에게 돌렸다. “네. 다만 저도 어디까지가 정확한 기억인지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그 부분은 그대로 말씀해 주세요. 기억나지 않는 곳을 채우실 필요는 없습니다.”세레나가 황궁 서류를 한쪽에 놓고 빈 종이를 꺼내자 테오도르의 눈이 잠시 그 움직임을 따라왔다. 그는 기억을 되짚으려는 듯 손가락을 무릎 위에서 한 번 접었다가 천천히 폈다.“당시 저는 아버지 대신 북부군으로 들어오는 백휘석 공급 계약 일부를 확인하러 제도에서 서부로 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계약을 판단할 위치는 아니었고, 앞으로 맡게 될 군수 업무를 익히라는 의미에 가까웠습니다. 리오넬 카르트는 황실 군수조달국의 파견관 자격으로 동행했고
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