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재판이 열리는 날 아침, 세레나는 성전 동부 구금동의 창문을 가장 먼저 열었다.밤사이 비가 내렸는지 돌창틀에는 차가운 물기가 맺혀 있었고, 철창 너머로 보이는 성전 정원은 젖은 회색빛에 잠겨 있었다. 세레나는 손을 씻은 뒤 수건을 반듯하게 접어 세면대 옆에 놓았으며, 어젯밤 작성한 기록 한 장을 마지막으로 읽었다.오늘 자신이 요구할 것은 많지 않았다.치료사 자격과 법적 신원을 분리할 것.법적 신원과 베일런가의 가족 보호권을 분리할 것.세레나 베일런이라는 이름이 확인되더라도 베일런가로 돌아갈 의사는 없다고 직접 밝힐 것.세리스 베인이라는 활동명을 사용한 의료 기록과 실습 성과는 그 이름의 법적 완전성 여부와 별도로 판단할 것.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말할 수 있는 동안 누구도 자신의 의사를 대신하지 못하게 할 것.마지막 문장을 읽은 세레나는 종이를 접지 않았다. 오늘 이 기록은 구금실에 남길 물건이 아니라 황실 기록관에게 제출할 공식 의사 확인서였다.문밖에서 세 번 노크 소리가 들렸다.“세리스 베인. 이동 준비하십시오.”“황실 기록관이 왔습니까?”“와 있습니다.”세레나는 그제야 외투를 입었다.검은 장갑도 꼈다.치료를 할 수 없는 날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맨손으로 법정에 서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집어 들 때마다 손끝까지 드러나는 기분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문이 열리고 황실 기록관 두 명이 들어왔다. 세레나는 이동 전 구금 기록에 직접 시각을 확인하고, 자신의 건강 상태란에 ‘의식 명료, 시간·장소·상황 인지 이상 없음’이라고 적혀 있는 것도 살폈다.새로 추가된 ‘신원 혼란 여부’ 항목은 오늘도 남아 있었다.세레나는 그 아래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한 줄을 덧붙였다.‘현재 사용명 세리스 베인과 법적 신원 심리가 별도 절차임을 이해하고 있으며, 본인의 이름과 거주 의사를 스스로 진술할 수 있음.’관리 사제가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막지 않았다.“이동 중 손목 구속은 없습니다.”세레나는 고개를 끄
Last Updated : 2026-08-3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