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처형에 서명한 공작과 계약 결혼했다: Chapter 281 - Chapter 290

319 Chapters

281. 혼인을 논의 중인 사람입니다

세레나는 그 말을 듣고 테오도르를 바라봤다.약속했던 순간이었다.자신은 아직 말할 수 있다.하지만 말이 효력을 잃었다.거부가 기록되면서도 집행은 계속된다.테오도르는 그녀의 편지에서 정확히 이 상황을 물었다.‘제가 말할 수 없게 되면, 먼저 제게 다시 물어 주세요.’그는 움직이지 않았다.대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세리스 치료사.”대심리전 전체가 조용해졌다.세레나는 그를 바라봤다.“네.”“베일런가로 가기를 원하십니까?”“아니요.”“드레이크 후작가 별저는요?”“원하지 않습니다.”“성전이 정한 다른 보호 시설은요?”“원하지 않습니다.”테오도르는 잠시 눈을 감지 않았다.그녀의 답을 모두 들었다.그리고 다음 질문을 했다.“그럼 지금 제게 무엇을 해 달라고 하시겠습니까?”세레나의 손끝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이 순간에도 그는 자신이 결정하지 않았다.그런데 세레나에게도 답이 쉽지 않았다.황실 긴급 보류 명령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현재 법 아래에서는 베일런가가 집행 권한을 가진다.칼베른 공작가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그에게 보호권을 주장해 달라고도 하고 싶지 않았다.세레나는 천천히 말했다.“제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지워지지 않게 해 주세요.”어젯밤과 같은 요청이었다.테오도르의 눈빛이 깊어졌다.“그것만이면 됩니까?”세레나는 입을 열었다.그 순간 베르나르가 끼어들었다.“공작 각하, 더 이상의 개인 대화는 재판 집행 방해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테오도르의 시선이 베르나르에게 향했다.“당사자에게 물었다.”“답은 이미 충분히 들었습니다.”“나는 아직 듣지 못했다.”“공작 각하께서는 이 사건의 보호 당사자가 아닙니다.”그 문장이 떨어졌다.테오도르의 손가락이 천천히 굳었다.세레나는 그를 보았다.방금 전까지 그는 정확하게 선 안에 있었다.그런데 재판부는 세레나가 답을 끝내기도 전에 그 질문 자체를 끊었다.베르나르는 집행 사제들에게 말했다.“인도 절차를 진행하십시오.”세레나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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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세레나 베일런 영애는 제 약혼녀입니다

“과거 교섭은 이미 중단됐습니다!”“현재 다시 제기합니다.”테오도르가 말했다.세레나가 아주 낮게 불렀다.“공작님.”그의 시선이 흔들렸다.그러나 돌아가지 않았다.법무대리인이 물었다.“정확한 관계를 선언하십시오. 단순한 의향입니까, 공식 약혼 주장입니까?”그 질문이 대심리전 한가운데 놓였다.테오도르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세레나는 그 침묵 안에서 그의 갈등을 보았다.그는 안다.이 한마디가 그녀의 선택을 대신한다는 걸.그런데 베르나르의 손에는 이미 베일런가 인도 명령서가 있었고,헬레나 뒤에는 드레이크 후작가 별저 보증서가 놓여 있었다.황실 긴급 보류 명령은 아직 오지 않았다.테오도르는 결국 입을 열었다.“공식 약혼 주장입니다.”세레나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그리고 이어진 그의 목소리가 대심리전 전체를 갈랐다.“세레나 베일런 영애는 제 약혼녀입니다.”순간 수십 명의 말소리가 폭발하듯 번졌다.헬레나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마리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으며, 황실 법무관들은 즉시 오래된 혼인법 조항을 찾기 시작했다. 베일런가 법무대리인은 성립되지 않은 약혼이라고 항의했고, 성전 기록관은 테오도르의 발언을 되묻느라 목소리를 높였다.그 소란 속에서 세레나만 움직이지 않았다.테오도르 역시 그녀에게 오지 않았다.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이번에는 황실 기록관을 향해서였다.“그리고 바로 다음 문장도 기록하십시오.”대심리전이 다시 조금씩 조용해졌다.테오도르의 시선이 세레나에게 향했다.“이 선언에 세레나 베일런 영애의 동의는 아직 없습니다.”세레나의 눈빛이 싸늘하게 굳었다.“그분은 제게 약혼을 요청한 적도, 동의한 적도 없습니다. 제가 방금 선언한 것은 베일런가의 단독 신병 인도를 멈추기 위한 칼베른 공작의 법적 주장입니다.”베일런가 법무대리인이 어이없다는 듯 외쳤다.“동의 없는 약혼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무슨 효력이 있다는 겁니까?”황실 법무관이 이미 해당 조항을 찾아냈다.“약혼 성립의 효력과 별개로, 혼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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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약혼녀가 아니라고 말하는 여자

루멘 성전 대심리전의 문이 닫히기 전에 테오도르는 세레나를 따라가지 않았다.세레나가 먼저 나가겠다는 듯 등을 돌렸고, 방금 전까지 수십 명 앞에서 그녀를 자신의 약혼녀라고 선언했던 남자는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황실 법무감사관들이 긴급 보류 명령의 효력을 확인하느라 서류를 주고받고 있었고, 베일런가 측 법무대리인은 조금 전의 혼인 이해관계 주장이 실제 약혼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성전 기록관들은 한꺼번에 쏟아진 발언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그 모든 소란을 뒤에 둔 채 세레나는 대심리전 바깥의 긴 회랑을 걸었다.평소라면 장갑 끝을 정리하거나 서류 순서를 맞추면서 호흡을 가다듬었겠지만 지금은 손을 어디에도 대지 않았다. 검은 장갑을 낀 두 손을 몸 옆에 둔 채 걷고 있었고, 걸음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테오도르가 약혼을 선언했다.자신이 동의하지 않았다고 바로 덧붙였다.그 선언을 법적으로 완성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도 안다.그 한마디 때문에 베일런가의 단독 신병 인도가 멈췄고, 마침 도착한 황실 긴급 보류 명령과 맞물리면서 세레나는 드레이크 후작가의 별저로 끌려가지 않게 됐다.결과만 보면 자신에게 유리했다.그래서 더 쉽게 넘어갈 수 없었다.목적이 좋았다는 이유로 방법까지 정당해진다면, 이번 생에서 달라질 것은 거의 없었다.“세리스 치료사.”뒤에서 테오도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세레나는 돌아보지 않았다.그가 거리를 좁히지 않는다는 건 발소리만으로 알 수 있었다.“따라오지 마세요.”테오도르의 걸음이 바로 멈췄다.세레나는 세 걸음을 더 간 뒤 자신도 멈췄다.회랑 한쪽에는 황실 기록관들이 사용하는 공개 문서실이 있었고,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안에는 황실 서기관 둘과 귀족회의 의료감사관 한 명이 남아 있었다.세레나는 그쪽을 가리켰다.“저 방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문은 열어 두고요.”“알겠습니다.”그제야 테오도르가 따라왔다.세레나는 긴 탁자의 한쪽 끝에 앉았다. 테오도르는 맞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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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용서를 구하지 마세요

테오도르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세레나는 그가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할까 봐 기다렸다.그 말이 나오면 자리에서 바로 일어날 생각이었다.하지만 테오도르가 꺼낸 것은 다른 문장이었다.“제가 두려웠습니다.”세레나의 눈빛이 조금 움직였다.“무엇이요?”“제가 기다리는 동안 베일런가가 당신을 데려갈까 봐요.”테오도르는 자신의 의도를 아름답게 꾸미지 않았다.“황실 보류 명령이 오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시각은 몰랐고, 성전은 이미 인도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제게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하나 있다는 말을 전날 들었습니다.”“혼인 이해관계.”“네.”“그래서 사용하셨고요.”“그렇습니다.”세레나는 그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봤다.“결국 공작님의 두려움 때문에 제 관계가 바뀌었습니다.”테오도르의 손이 무릎 위에서 천천히 굳었다.“네.”“제가 싫다고 말했는데도요.”“네.”“제가 부탁한 건 거절을 남겨 달라는 일이었는데, 공작님은 그 거절 위에 약혼이라는 말을 덮었습니다.”테오도르는 이번에도 부인하지 않았다.세레나의 목소리가 조금 더 낮아졌다.“저는 이런 방식이 제일 싫습니다.”“알고 있습니다.”“아니요.”세레나가 처음으로 그의 말을 잘랐다.“오늘 하셨으니 모르셨던 겁니다.”테오도르의 입이 닫혔다.황실 기록관의 펜 긁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세레나는 그가 상처받았는지 확인하지 않았다.지금 필요한 건 그의 감정을 돌보는 일이 아니었다.“공작님은 예전에 제가 경계선을 말하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 선을 다시 정하셨습니다. 오늘도 결과만 다르지 방식은 같았습니다.”“그렇습니다.”“그렇게 쉽게 인정하지 마세요.”테오도르의 눈빛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그럼 어떻게 답해야 합니까?”세레나는 몇 초 동안 그를 바라봤다.“모르겠습니다.”그 대답은 화가 섞여 있었지만 솔직했다.“적어도 제가 덜 화내도록 맞는 말을 고르지는 마세요.”테오도르는 고개를 아주 조금 숙였다.“알겠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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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철회 시점은 내가 정하겠습니다

“다섯 번째. 저를 공작저로 데려가지 마세요.”“네.”“여섯 번째. 제 이름으로 들어오는 혼인 선물이나 축하 서신을 칼베른가에서 받지 말고 발신자에게 돌려보내세요.”테오도르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벌써 그런 물건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떠올린 모양이었다.“처리하겠습니다.”“세레나 영애가 사양했다고 쓰지 마세요.”테오도르가 그녀를 봤다.세레나는 차갑게 덧붙였다.“공작님이 동의 없이 선언해서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정확하게 적으세요.”“그렇게 하겠습니다.”황실 기록관이 적던 손을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세레나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항목을 적었다.“그리고 오늘 만든 혼인 이해관계는 황실의 가족 보호권 보류가 별도 근거로 확정되는 즉시 철회하세요.”테오도르가 처음으로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세레나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왜요?”“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닙니다.”“그럼요?”“황실 긴급 명령이 오늘은 임시 보류입니다. 귀족법 이의 심리가 끝나기 전에 제가 혼인 이해관계를 즉시 철회하면 베일런가가 다시 단독 보호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세레나는 황실 기록관을 봤다.기록관이 난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법적으로는 가능성이 있습니다.오늘 명령은 ‘혼인 이해관계 충돌’과 ‘당사자의 명시적 거부’를 함께 근거로 내려왔습니다. 혼인 이해관계가 사라져도 거부 의사는 남지만, 베일런가가 재심을 요청할 여지는 있습니다.”세레나의 표정이 굳었다.자신이 원하지 않은 선언인데, 당장 없애면 오히려 그 선언이 막아 둔 문이 다시 열린다.테오도르는 그 틈을 이용해 자신에게 맡기라고 하지 않았다.그저 기다렸다.세레나는 한참 뒤 펜을 다시 들었다.“그러면 철회 시점은 제가 정하겠습니다.”테오도르의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됐다.“알겠습니다.”“공작님이 ‘이제 안전하다’고 판단해서 먼저 없애지 마세요.”“네.”“유지하는 것도 공작님 마음대로 하지 마시고요.”“그렇게 하겠습니다.”세레나는 자신이 쓴 종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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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열쇠를 직접 쥐는 방

오후가 되자 세레나는 황실 의료감찰원 별관으로 이동했다.성전의 구금은 공개 재판 종료와 함께 해제됐고, 황실은 가족 보호권 별도 심리가 끝날 때까지 세레나가 스스로 거주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임시 독립 체류 허가를 내렸다. 베일런가도, 칼베른가도, 성전도 아닌 장소였다.세레나가 선택한 곳은 이전에 신원 심리 기간 동안 머물렀던 황실 의료감찰원 별관의 작은 숙소였다.방은 넓지 않았다.침대 하나, 책상 하나, 의자 두 개와 개인 약품을 보관할 수 있는 잠금장치가 전부였다.하지만 열쇠는 세레나가 가지고 있었다.그 사실 하나로 충분했다.나디아는 짐보다 먼저 음식 바구니를 들고 찾아왔다.“약혼녀님.”세레나는 문을 열자마자 그대로 닫으려 했다.나디아가 발끝으로 문을 막았다.“농담이에요.”“재미없습니다.”“알아요. 얼굴 보고 알았어요.”“들어오세요.”나디아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바구니를 내려놓았다.“진짜 아니죠?”세레나가 외투를 걸며 물었다.“뭐가요?”“약혼.”세레나가 돌아봤다.“아닙니다.”“공작님은 그렇게 공개적으로 말했는데?”“그래서 오늘 공개 정정도 했습니다.”세레나는 황실 기록관이 만든 사본을 내밀었다.나디아는 읽다가 눈을 크게 떴다.“이걸 공작님이 다 서명했다고요?”“네.”“수정도 없이?”세레나의 손이 잠시 멈췄다.아직은 조건 몇 줄이었다.완전한 계약이 아니었다.그런데 자신이 쓴 문장을 테오도르가 손대지 않고 서명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본인이 한 일에 대한 정정이니까요.”“그래도 보통 귀족들은 자기 체면 걸리면 단어 하나 가지고 세 시간 싸워요.”“그분 체면은 제가 관리할 일이 아닙니다.”“공작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나디아는 문서를 내려놓았다.“성전 앞에 기자들이 모였는데 칼베른 공작가 발표문이 먼저 왔어요. 세레나 베일런 영애의 사전 동의를 얻지 않은 선언이었다. 정말 그렇게 썼더라고요.”세레나의 손이 옷걸이에 잠시 머물렀다.“그게 사실이니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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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끝내는 시점을 내가 정하면 안 된다

세레나는 서류를 받아 확인했다.칼베른 제3야전 의료부대의 낡은 창고 번호가 적혀 있었다.하지만 같은 번호는 이미 위조된 군 의료 봉인에서 한 번 발견된 적이 있다.“내일 칼베른 쪽 기록과 대조해야겠습니다.”나디아가 씩 웃었다.“마침 약혼자”세레나가 시선을 들었다.“공작님께 공식 요청하면 되겠네요.”나디아는 즉시 고쳤다.세레나는 그제야 문서를 내려놓았다.“네. 공식으로요.”사적인 선언과 필요한 협력은 별개였다.화가 났다고 해서 환자에게 필요한 자료까지 거부할 생각은 없었다.그게 세레나가 테오도르와 자신 사이에 새로 세워야 할 선이었다.칼베른 공작가 제도 저택에는 저녁이 되기도 전에 약혼 축하 선물이 쌓이기 시작했다.꽃바구니.와인.보석상자의 견본.가문 문장이 박힌 은식기.로이스는 응접실 문 앞에 쌓인 물건들을 보며 몇 번이나 한숨을 삼켰지만, 테오도르는 하나도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전부 돌려보내.”“이미 스무 집이 넘습니다.”“다 돌려보내.”“사유는 오늘 발표문 그대로 적습니까?”테오도르는 책상 위에 놓인 황실 기록 사본을 봤다.세레나가 직접 적은 여섯 개의 조건.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의 서명.“그래.”로이스가 잠시 머뭇거렸다.“각하, 귀족회의에서는 오늘 선언이 실제 약혼으로 이어질 거라고 보는 쪽이 많습니다.”“이어지지 않는다.”“베일런가 보호권 문제가 끝날 때까지 혼인 이해관계 주장은 유지됩니다.”“그건 약혼이 아니다.”“사람들이 그렇게 구분해서 듣지는 않을 겁니다.”테오도르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그럼 알아들을 때까지 같은 말을 해.”로이스가 더는 반박하지 않았다.그때 칼베른가 법무관 에드윈 펠이 들어왔다.“각하,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테오도르가 고개를 들었다.“무슨 문제지?”“오늘 공개 선언 때문에 제국 혼인등록원이 자동 확인 절차를 시작했습니다.”테오도르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누가 등록을 신청했지?”“신청된 건 아닙니다. 공작급 귀족이 공개 법정에서 공식 약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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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언제, 어떤 조건으로 없앨지 내가 정하겠다

다음 날 아침, 세레나는 황실 의료감찰원 별관에서 혼인등록원의 확인서를 받았다.봉투 겉면에는 칼베른 공작가가 아닌 제국 혼인등록원의 금색 인장이 찍혀 있었다.나디아가 맞은편에서 차를 마시다 물었다.“또 뭐예요?”“어제 일의 뒤처리요.”세레나는 봉투를 열었다.서류 첫 장에는 공개 약혼 주장 확인 절차라고 적혀 있었다.‘테오도르 칼베른 공작의 공개 발언에 따라 혼인 이해관계가 신고됨.’그 아래에는 상대방 확인란이 있었다.동의.거부.판단 유보.세레나의 손이 멈췄다.단순히 거부에 표시하면 약혼 주장은 정리된다.그러나 바로 아래 설명을 읽자 표정이 굳었다.‘거부 확인 시 혼인 이해관계는 즉시 소멸하며, 관련된 임시 법적 효과 또한 종료된다.’가족 보호권 충돌도 함께 사라진다.황실의 별도 심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즉시 거부하면 베일런가가 다시 움직일 수 있다.나디아가 서류를 읽더니 욕 대신 차를 내려놓았다.“이거 되게 못됐네요.”“법이 못된 건지 상황이 못된 건지는 나중에 정하죠.”“그러면 판단 유보?”세레나는 해당 항목을 봤다.판단 유보를 선택하면 혼인 이해관계가 최대 열흘간 임시 유지된다.그 사이 당사자가 별도 법적 조건을 제출할 수 있다.“이걸 누가 만들었대요?”“오래된 귀족 혼인법이요.”“귀족들은 연애도 장부로 하나 봐요.”세레나는 무심코 답했다.“장부라면 차라리 낫죠.”“왜요?”“고칠 수 있으니까요.”말을 하고 난 뒤 세레나의 손이 멈췄다.나디아도 그녀를 봤다.세레나는 다시 확인서를 읽었다.판단 유보.열흘.양측이 별도 조건을 제출할 수 있음.조건이 합의되지 않으면 자동 소멸.합의되더라도 당사자 서명 전에는 약혼 성립 없음.세레나는 종이를 천천히 내려놓았다.테오도르의 선언을 당장 없애면 가족 보호권이 돌아온다.그렇다고 이 어정쩡한 약혼 주장을 그대로 방치하면 세상은 알아서 자신을 칼베른 공작의 여자로 기록할 것이다.둘 다 싫었다.그렇다면 세 번째 방법이 필요했다.자신이 만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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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조건은 제가 정합니다

황실 의료감찰원 법률 열람실의 긴 탁자 위에는 책보다 상자에 가까운 법전들이 쌓여 있었다.세레나는 문 앞에 서서 한동안 그 광경을 바라봤다. 어제 테오도르에게 보낸 편지에는 혼인과 재산, 거주, 치료사 활동에 관련된 법률 원문을 전부 가져오라고 적었고, 공작가에서 이해하기 편하게 만든 요약본이나 주석은 필요 없다고 분명히 덧붙였다.테오도르는 그 말을 문자 그대로 지킨 모양이었다.귀족 혼인법 원문 세 권, 제국 재산분리법, 작위 상속법, 혼인 중 직업 수익 처리 규정, 귀족 여성의 거주권과 가족 보호에 관한 구법, 의료인 자격과 가문 귀속의 충돌 사례를 모은 판례집까지 테이블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별도의 서류함에는 칼베른 공작가에서 과거 체결했던 혼인계약 사례들이 봉인된 채 놓여 있었지만, 그 위에는 ‘요청 시에만 열람’이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세레나는 그 표시에서 잠시 시선을 멈췄다.테오도르는 창가 쪽에 서 있었다.“공작가의 과거 계약서까지 가져오셨습니까?”“비교가 필요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칼베른가 내부 문서라 제가 먼저 펼쳐 놓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 봉인해 두었습니다.”“제가 보겠다고 하면요?”“보여 드리겠습니다.”“안 보겠다고 하면요?”“다시 가져가겠습니다.”세레나는 자신의 자리를 골랐다. 테오도르 맞은편이 아니라 법률 자문관이 앉아 있는 탁자 측면이었다. 오늘은 둘이 사적으로 약혼 조건을 의논하기 위해 만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공개 선언이 어떤 법적 효과를 만들었는지 확인하고, 그 효과를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끝내기 위한 방법을 찾으러 왔다.그 구분부터 분명하게 해 둘 필요가 있었다.“공작님.”“네.”“오늘 제가 법률을 검토한다고 해서 혼인에 동의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약혼을 유지하고 싶어서 조건을 알아보는 것도 아닙니다.”“알고 있습니다.”세레나는 의자를 당기려다 그를 바라봤다.“대답이 너무 빠르시네요.”테오도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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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세레나 베일런, 그리고 세리스 베인

“법적으로는 아닙니다. 다만 사교계와 귀족 명부에서 어떤 호칭을 사용할지는 별개 문제라, 공작 각하 측에서 계속 정정하지 않으면 관습적으로 그렇게 불릴 가능성은 있습니다.”세레나의 시선이 테오도르에게 돌아갔다.“그 문제는요?”테오도르는 준비해 온 서류 한 장을 직접 세레나에게 건네지 않고 로디언에게 넘겼다.“어제부터 칼베른 공작가에서 보낸 공식 회신 사본입니다.”로디언이 세레나 쪽으로 돌렸다.각 가문과 사교회, 혼인등록원, 귀족회의에 보낸 답변이 같은 형식으로 정리되어 있었다.‘세레나 베일런 영애의 사전 동의 없이 테오도르 칼베른 공작이 재판 중 제기한 일방적 법적 주장으로, 실제 약혼은 성립하지 않았음.’축하 선물은 모두 반송.약혼 명부 등록 신청 없음.혼인 준비 명령 없음.세레나에게 공작가 호칭을 부여한 기록 없음.세레나는 마지막 항목까지 읽고 종이를 내려놓았다.“‘제가 거절했다’고 적지는 않으셨네요.”“제가 잘못한 일을 영애의 거절로 정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세레나는 잠시 그를 보다가 다시 법전으로 시선을 돌렸다.잘했다고 칭찬할 일인지 아직은 판단하지 않았다.어제 자신이 요구한 일을 한 것뿐이었다.그러나 요구한 방식과 다르게 해 놓고 의도를 설명하는 사람보다, 요구한 그대로 처리하고 결과를 보여 주는 사람이 훨씬 상대하기 편하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했다.“판단 유보를 선택하겠습니다.”세레나가 말했다.테오도르의 시선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로디언이 되물었다.“열흘간 혼인 이해관계의 임시 효력을 유지하시겠다는 뜻입니까?”“아닙니다.”세레나는 혼인등록원 확인서를 자신 쪽으로 당겼다.“베일런가의 보호권 별도 심리가 끝날 때까지만 법적 충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판단을 유보하는 겁니다. 제가 약혼을 고민한다는 의미로 기록하지 마세요.”“그 취지를 부기할 수 있습니다.”“그렇게 해 주세요.”세레나는 ‘판단 유보’에 표시했다.그 밑에 직접 문장을 적었다.‘본 판단 유보는 가족 보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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