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 의료감찰원 법률 열람실의 긴 탁자 위에는 책보다 상자에 가까운 법전들이 쌓여 있었다.세레나는 문 앞에 서서 한동안 그 광경을 바라봤다. 어제 테오도르에게 보낸 편지에는 혼인과 재산, 거주, 치료사 활동에 관련된 법률 원문을 전부 가져오라고 적었고, 공작가에서 이해하기 편하게 만든 요약본이나 주석은 필요 없다고 분명히 덧붙였다.테오도르는 그 말을 문자 그대로 지킨 모양이었다.귀족 혼인법 원문 세 권, 제국 재산분리법, 작위 상속법, 혼인 중 직업 수익 처리 규정, 귀족 여성의 거주권과 가족 보호에 관한 구법, 의료인 자격과 가문 귀속의 충돌 사례를 모은 판례집까지 테이블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별도의 서류함에는 칼베른 공작가에서 과거 체결했던 혼인계약 사례들이 봉인된 채 놓여 있었지만, 그 위에는 ‘요청 시에만 열람’이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세레나는 그 표시에서 잠시 시선을 멈췄다.테오도르는 창가 쪽에 서 있었다.“공작가의 과거 계약서까지 가져오셨습니까?”“비교가 필요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칼베른가 내부 문서라 제가 먼저 펼쳐 놓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 봉인해 두었습니다.”“제가 보겠다고 하면요?”“보여 드리겠습니다.”“안 보겠다고 하면요?”“다시 가져가겠습니다.”세레나는 자신의 자리를 골랐다. 테오도르 맞은편이 아니라 법률 자문관이 앉아 있는 탁자 측면이었다. 오늘은 둘이 사적으로 약혼 조건을 의논하기 위해 만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공개 선언이 어떤 법적 효과를 만들었는지 확인하고, 그 효과를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끝내기 위한 방법을 찾으러 왔다.그 구분부터 분명하게 해 둘 필요가 있었다.“공작님.”“네.”“오늘 제가 법률을 검토한다고 해서 혼인에 동의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약혼을 유지하고 싶어서 조건을 알아보는 것도 아닙니다.”“알고 있습니다.”세레나는 의자를 당기려다 그를 바라봤다.“대답이 너무 빠르시네요.”테오도르
Last Updated : 2026-09-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