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처형에 서명한 공작과 계약 결혼했다: Chapter 51 - Chapter 60

319 Chapters

51. 사람을 외면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에마가 잠시 눈을 깜빡였다.세레나는 책상 위의 문서들을 정리해 약제함 이중 바닥에 넣었다. 어머니의 연구서 원본은 가져가지 않고, 필요한 부분을 베껴 적은 종이와 은제 치료사 인장만 챙겼다.“별관이 불탔는데 추도 미사를 드리겠다는 딸을 막기는 어려울 겁니다. 성 루치아 구호원은 작은 예배당을 함께 운영하니, 그곳으로 가겠다고 하면 이유도 자연스럽고요.”“부인이 사람을 붙이실 거예요.”“붙이시겠지요.”“그런데 어떻게 기록을 확인해요?”세레나는 약제함 안의 빈 약병과 붕대, 작은 가위를 순서대로 정리했다.“감시하는 사람을 없앨 수 없다면, 그 사람이 보아도 이상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합니다.”에마가 침대에서 내려오려 하자 세레나가 손을 내밀어 막았다.“에마는 가지 않습니다.”“어젯밤에는 선택할 기회를 주신다고 했잖아요.”“오늘 부탁할 일은 따로 있습니다.”세레나는 작은 종이에 드레이크 후작저와 성 루치아 구호원에서 필요한 정보를 나누어 적었다.“세탁실의 미나가 후작저에 린넨을 납품한다고 했죠?”“네. 매주 두 번 가요.”“에마가 직접 움직이지 말고, 미나에게 후작저 사용인 출입구와 마차가 멈추는 위치만 물어봐 주세요. 질문한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불편해하면 더 묻지 마시고요.”에마는 종이를 받아 들면서도 입술을 조금 내밀었다.“아가씨는 위험한 곳에 직접 가시면서 저는 침대에 있으라고 하시네요.”“저는 오늘 기도하러 가는 백작 영애입니다. 에마는 봉합한 지 이틀도 되지 않은 환자고요.”“환자라는 말은 정말 편리하게 쓰세요.”“편리해서가 아니라 사실이라서 씁니다.”에마는 한동안 세레나를 노려보다가 결국 종이를 접었다.“돌아오시기 전까지 손을 쓰지 않겠습니다.”“그 약속이 더 중요합니다.”세레나는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조금 열었다.밤새 검게 타 버린 별관 너머로 본관의 아침 종이 울렸다. 헬레나가 움직이기 시작하기 전에 먼저 추도 미사를 요청해야 했다.그리고 오늘 안에 세리스 베인이 실제로 남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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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아픈 사람들을 밀어내지 않는다

“가문 깃발을 내리세요.”“그럴 수는 없습니다.”“환자들이 마차 때문에 줄을 옮기고 있습니다.”“귀족가의 마차가 도착하면 길을 비우는 것이 예법입니다.”세레나는 모리스의 대답을 듣고 직접 문을 열었다.“그럼 저는 여기서 내리겠습니다.”“영애께서는 정문 앞까지 마차로 들어가셔야 합니다.”“아픈 사람들을 밀어내면서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어요.”그녀는 시녀의 손을 잡지 않고 마차에서 내렸다. 치맛단이 젖은 돌바닥에 닿았지만 들어 올리지 않았고, 줄을 선 사람들 사이를 지나 예배당 입구로 걸어갔다.모리스는 마차를 그대로 세워 둘 수 없어 결국 깃발을 접고 뒤쪽 골목으로 이동시켰다.예배당 안은 바깥보다 어두웠다.낡은 색유리 창문을 통과한 빛이 긴 의자 위에 붉고 푸른 얼룩을 만들고 있었고, 제단 옆 작은 문에서는 삶은 천과 소독용 술 냄새가 흘러나왔다. 미사 준비를 하던 늙은 사제가 세레나를 알아보고 걸음을 멈췄다.“베일런 영애이십니까?”그는 오웬 신부였다.엘레노라가 구호원에서 봉사할 때 진료 기록을 맡았던 사람이지만, 세레나가 기억하는 것보다 등이 더 굽고 머리카락도 희어져 있었다.세레나는 어머니의 은제 인장을 꺼내 두 손으로 내밀었다.“엘레노라 베일런의 딸 세레나입니다. 어머니를 위한 미사를 부탁드리러 왔습니다.”오웬은 인장을 받지 않고 그 위에 손을 가볍게 얹었다.“이 물건이 남아 있었군요.”“어머니를 기억하십니까?”“잊을 수 있는 분은 아니셨습니다. 귀족 치료사가 이곳의 썩은 지붕부터 고치라고 성전 감독관과 며칠을 싸웠으니까요.”오웬의 입가에 잠깐 미소가 스쳤다가 사라졌다.“별관 화재 소식을 들었습니다.”“사고였다는 이야기를 들으셨겠지요.”세레나의 말에 오웬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은 긍정보다 오래된 경계에 가까웠다.미사는 작은 예배실에서 진행되었다. 모리스와 시녀들은 뒤쪽 의자에 앉았고, 세레나는 제단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어머니의 이름이 불리는 동안 두 손을 무릎 위에 얹었다.울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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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세리스 베인

세리스 베인.나이 열두 살.보호자 미라 베인.성 루치아 구호원 보조 치료사.추천인 엘레노라 베일런.세레나의 시선이 보호자 이름에서 멈췄다.“미라 베인은 누구입니까?”“구호원에 장작과 물을 공급하던 부부 중 아내였습니다. 아이를 잃은 뒤에도 이곳을 떠나지 않고 환자들을 돌봤지요.”“지금도 살아 계십니까?”오웬은 고개를 저었다.“남편과 함께 서부로 이주했다가 역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보호자를 확인할 사람은 없었지만, 기록 자체는 실제였다. 세레나가 이 이름으로 구호원에서 일했고, 엘레노라가 추천인으로 서명했다는 사실도 조작이 아니었다.“어머니께서는 왜 이런 기록을 만드셨습니까?”“처음에는 귀족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였습니다.”오웬은 장부 아래에 남은 엘레노라의 서명을 손끝으로 눌렀다.“하지만 나중에는 다른 이유가 생긴 듯했습니다. 혹시 자신에게 일이 생기면, 딸이 베일런이라는 이름 없이도 치료사의 길을 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세레나는 제단에 놓인 꺼진 촛불을 바라봤다.어머니는 생전에 이미 도망칠 길을 준비하고 있었다.그 길을 딸에게 직접 말하지 못했고, 세레나는 일곱 해가 지나 처형당한 뒤에야 찾아왔다.“신부님께서는 어머니가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아십니까?”오웬은 장부를 덮지 않았다.“엘레노라 님은 백휘석이 사람을 치료하는 데만 쓰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무슨 의미입니까?”“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던 광산 인부들의 피를 조사했고, 루멘 성전에서 보낸 검사관과 크게 다툰 뒤 연구 기록 일부를 옮겼지요.”“어디로 옮겼습니까?”오웬의 시선이 세레나의 목에 걸린 펜던트에 닿았다.“베일런 별관의 금고로 알고 있었습니다.”“그 기록의 마지막 장이 사라졌습니다.”오웬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세레나는 그의 반응을 지켜봤다.“신부님께서는 마지막 장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 알고 계십니까?”“읽은 적은 없습니다.”대답은 빨랐지만, 그의 손은 장부 끝을 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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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사람을 살리되 자신은 내주지 않는다.

“영애께서는 미사를 마치셨으니 돌아가셔야 합니다.”“잠시만 기다리세요.”“정식 치료사도 아니면서 환자에게 손대시면 문제가 됩니다.”세레나는 아이의 몸에 닿지 않은 채 가까이 앉았다.“오늘 무엇을 먹었습니까?”아이의 어머니는 귀족 영애가 말을 건 사실에 놀라 고개를 숙이려 했다.“인사는 나중에 하세요. 먹은 것부터 말씀해 주세요.”“아침에 빵과 우유를 조금 먹었어요. 어제부터 열이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숨을 못 쉬겠다고…….”세레나는 아이의 목과 눈 주변을 살폈다. 발진은 있었지만 혀나 입술이 붓지는 않았고, 호흡도 기도가 막혀서라기보다 고열과 통증 때문에 빨라진 것으로 보였다.“광산이나 정제소에서 일하는 가족이 있습니까?”여자의 얼굴이 굳었다.“남편이 백휘석 운반을 합니다.”“어제 입었던 옷을 집 안에 가져왔습니까?”“비에 젖어서 난로 옆에 말렸어요.”세레나는 아이의 손등에 떠오른 붉은 반점 사이에서 아주 희미한 은빛 선을 보았다.전생의 성전에서 백휘열 초기 환자들에게서 보았던 흔적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성력이 보인다는 사실을 드러낼 수 없었다. 원인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병명을 먼저 붙이는 것은 위험했다.“아이를 다른 환자들과 떨어진 침상으로 옮기세요.”세레나는 수녀에게 말했다.“옷을 전부 갈아입히고 미지근한 물로 피부를 씻어 주세요. 아버지가 입었던 작업복과 같은 공간에 있던 천은 따로 봉해 두시고요.”수녀가 망설였다.“전염병일까요?”“아직 모릅니다.”세레나는 아이의 손을 잡기 전 어머니에게 물었다.“맥을 확인해도 되겠습니까?”여자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세레나가 손목을 받치자 피부 아래의 성맥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열로 흐름이 빨라졌으나 장기 부전의 징후는 아직 없었다. 과도하게 성력을 넣으면 독성 물질의 순환까지 빨라질 수 있으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오염원에서 분리하고 열을 관리하는 일이었다.“성력 치료는 바로 하지 마세요.”세레나가 수녀에게 말했다.“고열이라고 무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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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제게 허락받을 일이 아닙니다

로이스가 물었다.테오도르의 손이 공작가 인장 위에 머물렀다가 떨어졌다.“칼베른의 이름으로 보내면 세레나가 개입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그럼 보내지 않으시겠습니까?”“구호원은 환자를 받고 있지, 세레나의 사유 시설이 아니다.”테오도르는 별도의 지원 명령서를 꺼냈다.“군 보급품 중 남는 깨끗한 천과 물통을 제도 공공 진료소 전체에 나눠 보내. 성 루치아만 지정하지 말고.”“백휘석은요?”“보내지 마.”테오도르가 즉시 답했다.“원인이 확인되기 전까지 치료용 광물을 추가로 들이지 않는다.”로이스는 명령을 받아 적다가 물었다.“베일런 영애께 구호원 환자 상태를 알려 드릴까요?”테오도르는 잠시 침묵했다.세레나는 필요한 자료가 생기면 자신이 요청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먼저 소식을 보내는 것도 그녀가 정한 선을 넘는 일이 될 수 있었다.“아니다.”그는 세레나가 보낸 짧은 회신을 다시 펼쳤다.추가 자료가 필요해지면 제가 요청드리겠습니다.“기다린다.”그 말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명령을 내리지 않고, 확인을 요구하지 않으며, 상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기다리는 일. 테오도르는 그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을 처음 배우고 있었다.로이스가 문을 나가려는 순간, 테오도르가 그를 불렀다.“드레이크 후작 무도회 초대장에 회신해.”“참석으로 보낼까요?”테오도르는 대답하기 전 창밖을 바라봤다.세레나가 혼담에 동의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자신에게 막아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무도회에 참석하는 것과 혼인을 방해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그곳에 가서 세레나가 무엇을 선택하는지 보는 것까지 권리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참석 여부는 비워 둬.”테오도르가 말했다.“공작저에서 축하 화환을 보내지 않겠다고만 전해.”혼담이 성립된 것처럼 행동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그 이상은 세레나의 선택이 확인된 뒤에 결정할 생각이었다.베일런 저택으로 돌아온 세레나는 추도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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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누구의 옆자리도 소유한 적이 없다

마리엘은 세레나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했다.“공작님께서 오시면 드레이크 후작과의 혼담을 막아 주실 수도 있어요.”“제가 부탁하지 않았습니다.”“부탁하지 않아도 언니를 위해 움직이실 수 있잖아요.”세레나는 물잔을 내려놓았다.“마리엘.”상대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는 순간 마리엘의 손끝이 미세하게 굳었다.“공작님께 무슨 말을 하셨습니까?”식탁 위의 공기가 달라졌다.헬레나가 차를 마시는 척 시선을 내렸고, 오르센은 다시 신문을 펼치려다 멈췄다.마리엘은 입가의 미소를 유지했다.“언니 대신 제가 공작님께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어요.”전생에서 마리엘과 테오도르의 혼인이 발표된 연회가 떠올랐다.검은 예복을 입은 테오도르와 흰 드레스의 마리엘, 축하를 받으며 나란히 서 있던 두 사람. 그 앞에서 세레나는 누구보다 먼저 미소 지어야 했다. 울지 않는 것만으로도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고 생각했지만, 밤이 되자 손에 묻은 약 냄새를 지우지 못한 채 한참을 토했다.세레나는 지금의 마리엘을 바라봤다.가슴 안쪽이 아주 오래된 흉터처럼 당겼지만, 손에 든 식기는 흔들리지 않았다.“공작님께서 뭐라고 답하셨습니까?”마리엘의 미소가 흐려졌다.“언니를 대신한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세레나의 손가락이 잔 표면에서 멈췄다.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전생의 테오도르는 마리엘을 선택했다. 현생의 그가 아직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과거를 지우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가슴 한가운데 오래 눌러 두었던 곳이 작게 흔들렸다.세레나는 잔에서 손을 뗐다.“그렇군요.”“그게 전부예요?”마리엘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부드러운 포장이 벗겨졌다.세레나는 냅킨을 접어 접시 옆에 놓았다.“마리엘이 어떤 대답을 기대했는지 모르겠습니다.”“공작님께서 언니를 특별하게 생각하신다는 뜻이잖아요.”“특별하게 생각하는 것과 제 선택을 존중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언니는 공작님을 원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다가가는 것도 싫은 건가요?”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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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내일 정오

루멘 성전의 기록 보관실에는 창문이 없었다.햇빛 대신 백휘석을 갈아 넣은 등잔이 천장마다 매달려 있었고,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서가 사이에는 오래된 양피지와 약품 냄새가 눅눅하게 엉겨 있었다. 치료사들의 출신과 서약, 파견지, 사망 기록까지 보관하는 장소였지만, 가장 안쪽의 철문 너머에는 일반 기록관조차 열람할 수 없는 봉인 문서가 따로 보관되어 있었다.그날 새벽, 일곱 해 동안 잠잠하던 봉인함 하나가 스스로 갈라졌다.나무가 부서진 것이 아니었다. 봉인함 뚜껑을 두르고 있던 백휘석 가루가 안쪽에서부터 검게 변했고, 그 위에 찍혀 있던 태양 문양이 절반으로 갈라지며 바닥에 떨어졌다.당직 기록관은 그것을 발견하자마자 손을 대지 않았다.백휘석 봉인은 열쇠로 여는 장치가 아니었다. 특정 이름이나 인장, 혈통과 연결된 문서가 성전의 공식 기록망에 다시 나타날 때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감찰 장치였다. 잘못 만지면 어떤 기록이 봉인을 깨웠는지 확인하기도 전에 흔적이 사라질 수 있었다.기록관은 흰 장갑을 끼고 봉인함 아래의 표시를 확인했다.엘레노라 베일런.그 아래에는 더 작은 글씨로 다른 이름이 적혀 있었다.세리스 베인.기록관의 안색이 굳었다.그는 당직 종을 울리지 않고, 책상 아래 숨겨진 검은 끈을 당겼다. 바깥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았지만 대신관의 개인 집무실에만 연결된 작은 방울이 세 번 울렸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회색 사제복을 입은 남자가 기록 보관실에 들어왔다.루멘 성전의 대신관, 마티아스 로벤이었다.그는 동행한 사제들에게 철문 밖에서 기다리라고 지시한 뒤 혼자 봉인함 앞에 섰다.백발이 섞인 머리카락과 온화한 눈매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은 그를 늙고 자비로운 성직자로 여기기 쉬웠으나, 기록관은 그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마티아스는 갈라진 태양 문양을 손수건으로 집어 들었다.“어떤 기록이 새로 만들어졌지?”“성 루치아 구호원에서 과거 봉사자 증명서 사본이 발급됐습니다.”기록관이 장부를 펼쳤다.“발급 대상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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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얼굴보다 습관이 오래 남는다 

세레나는 장식의 절반만 남기고 안쪽의 실을 다시 꿰었다.“걸을 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줄이겠습니다. 뒤에서 드레스를 들어 주는 시녀가 무게 변화를 알아차리지 않게 해야 하니까요.”“그 시녀가 제가 되면 안 될까요?”“헬레나 부인께서 에마를 붙이지 않으실 겁니다. 손을 다친 것도 있고, 저와 가까운 사람이라는 사실도 알고 계세요.”에마는 붕대 감은 손을 내려다봤다.“오른손만 멀쩡했어도 다른 시녀보다 잘할 수 있는데.”“손이 나은 뒤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으세요. 다치기 전의 역할을 억지로 유지하려 하면 회복이 늦어집니다.”세레나는 옆선 안쪽에 작은 주머니를 만들었다. 얇은 칼과 접은 평민용 덧치마, 신원 보증서 사본을 넣을 공간이었다. 치료 도구는 약제함에 담아야 했지만, 무도회장에서 약제함을 들고 사라지는 것은 눈에 띌 수 있었다.그때 세탁실로 이어진 문이 세 번, 잠시 쉬었다가 두 번 두드려졌다.에마가 문을 열자 세탁실 하녀 미나가 커다란 린넨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 평소에는 말이 빠르고 웃음이 많았지만, 오늘은 문을 닫은 뒤에도 복도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드레이크 후작저 뒷문을 알아봤어요.”미나는 바구니 아래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글을 거의 배우지 못한 그녀가 손으로 그린 약도였다. 선은 삐뚤고 건물의 크기도 제각각이었으나, 마차가 들어오는 정문과 세탁물이 오가는 서쪽 문, 부엌 뒤쪽의 하인 통로는 알아볼 수 있었다.“무도회 날에는 세탁 마차가 언제 나옵니까?”세레나가 물었다.“손님들이 도착하기 전 한 번, 식사가 시작된 뒤 한 번 나가요. 두 번째 마차는 더러워진 식탁보와 주방 수건을 싣고 남부 세탁장으로 갑니다.”“몇 시쯤이죠?”“큰 시계가 아홉 번 울리기 전이래요.”시험 접수처는 제도 남부 외곽에 있었다.밤 아홉 시에 출발한다면 그날 접수에는 늦는다. 무도회 당일을 탈출 시점으로 삼았던 계획은시험 일정이 유지된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했다.세레나는 약도를 접지 않은 채 물었다.“오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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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거짓말할 내용을 줄이는 법

세레나는 대신 답하지 않고 에마를 바라봤다.에마는 붕대 감은 손을 탁자 위에 올렸다.“제 손이 회복되는 동안은 여기 남을 생각이에요. 벤 아저씨와 미나가 괜찮은지도 봐야 하고요.”미나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세레나는 두 사람의 얼굴을 차례로 살폈다.“제가 떠난 뒤 헬레나 부인께서 추궁하시면 모른다고 하세요. 실제 출발 시간과 경로는 말하지 않을 겁니다.”“믿지 못해서 그러세요?”에마가 물었다.“거짓말해야 할 내용을 줄이려는 겁니다.”세레나는 납 조각이 담긴 접시를 천으로 덮었다.“알지 못하는 사실은 고문을 받아도 말할 수 없으니까요.”미나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세레나는 곧 말을 고쳤다.“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다만 저 때문에 위험을 감수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좋은 결과만 약속하지는 않겠습니다.”에마가 미나의 팔을 가볍게 건드렸다.“아가씨는 요즘 듣기 싫은 말까지 정확하게 하세요.”미나는 마른침을 삼킨 뒤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모르고 있다가 당하는 것보다는 나아요.”세레나는 미나가 가져온 공고를 다시 펼쳤다.이틀 뒤 정오.그 안에 저택을 빠져나가 성전 외곽 진료소에 도착해야 했다.무도회는 더 이상 탈출구가 아니었다.오히려 헬레나가 세레나를 붙잡기 위해 만들어 둔 늦은 덫에 가까웠다.테오도르는 집무실 소파에 앉아 옆구리의 붕대를 교체하고 있었다.공작가 의원은 더는 피가 배어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에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상처가 아문 것처럼 보여도 부러진 갈비뼈 주변의 조직은 아직 불안정하며, 말을 타거나 장시간 마차를 타면 다시 출혈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테오도르는 셔츠 단추를 채우며 물었다.“이틀 뒤 외출은 가능한가?”의원이 눈을 가늘게 떴다.“어디까지 가실 생각입니까?”“제도 남부.”“안 됩니다.”“마차로 움직인다.”“마차가 흔들리지 않는 도로가 제도에 새로 생겼습니까?”“얼마나 걸리지?”“상처가 완전히 안정되려면 최소 열흘입니다.또 베일런 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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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가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로이스가 말했다.테오도르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세레나는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자신이 요청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테오도르는 그 말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시험 일정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세레나가 모른다면, 선택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정보를 전하는 것과 결정을 대신하는 일은 같지 않았다.그는 빈 종이에 짧게 적었다.‘치료사 예비 시험 접수 마감이 이틀 뒤 정오로 변경됐습니다. 성전이 엘레노라 베일런과 관련된 과거 기록을 확인 중입니다. 가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판단에 필요한 사실만 전합니다.’서명란 아래에는 이름을 줄이지 않았다.테오도르 칼베른.종이를 접은 뒤에도 잠시 손에서 놓지 않았다.“공작가 전령으로 보내면 헬레나 부인이 먼저 확인할 수 있습니다.”로이스가 말했다.“지난번 경로를 사용해.”“세레나 영애의 방으로 직접 전달하라는 말씀이십니까?”“문을 열라고 요구하지 마라.”테오도르는 봉투를 로이스에게 건넸다.“답도 받지 않는다.”로이스는 봉투를 품에 넣었으나 바로 돌아서지 않았다.“각하께서는 시험장에 가실 겁니까?”“내가 가면 성전이 세레나에게 더 주목할 수 있다.”“가지 않으시겠군요.”테오도르는 창밖을 바라봤다.가지 않는 것이 옳았다. 세레나는 자신을 숨겨 시험을 치르려 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고, 칼베른 공작이 나타나는 순간 그 계획은 무너질 수 있었다.그런데도 낯선 이름으로 성전에 들어갈 세레나를 생각하자 손끝이 서늘해졌다.그녀가 사라지려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도, 어디로 가는지는 묻지 않아야 했다.“시험장에는 가지 않는다.”테오도르가 말했다.“다만 외곽 진료소 주변의 군 순찰을 평소대로 유지해.”“병력을 늘리지 않고요?”“늘리지 마라. 줄이지도 말고.”특별한 보호는 감시가 될 수 있었다.그는 세레나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위험을 전부 제거할 수 없었다.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길을 막는다면 헬레나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테오도르는 책상 위에 놓인 드레이크 후작의 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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