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처형에 서명한 공작과 계약 결혼했다: Chapter 71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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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개인의 죄가 아닙니다

세레나는 약제함에서 얇은 장갑을 꺼내 다시 꼈다.“한 사람이 모두 하려 들면 기록이 빠지고, 기록이 없으면 상태가 나빠지는 순간을 놓칩니다.”환자의 작업복이 벗겨지자 팔과 어깨, 가슴에도 은빛 혈관이 희미하게 번져 있는 것이 드러났다. 보조 사제 한 명이 놀라 성수를 집으려 했으나 세레나가 손으로 막았다.“지금은 씻는 것부터 끝내세요.”“은빛 혈관은 성맥이 오염됐다는 뜻이다.”“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정화부터 하면 안 됩니다.”“악한 기운을 그대로 둘 셈인가?”세레나는 성수병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이 현상을 악한 기운이라고 부르면 작업장에 함께 있던 람들을 확인할 이유가 사라집니다.”중년 사제가 눈을 가늘게 떴다.“무슨 뜻이지?”“같은 광석을 자른 사람들이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 개인의 죄나 신앙 문제가 아닙니다. 작업 환경과 광석의 품질을 조사해야 합니다.”“성전의 정제소가 문제라는 말을 하는 건가?”“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자는 말입니다.”세레나는 환자의 손을 받치고 손톱 아래에 남은 가루를 작은 유리관에 긁어 넣었다. 작업복에서 나온 가루는 다른 관에 담았다. 탁자 위의 백휘석 조각도 별도로 봉인했다.세 가지 시료가 섞이지 않도록 라벨을 붙인 뒤 날짜와 채취 위치를 기록했다.격자벽 너머에서 낮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엘레노라와 같군.”세레나의 펜끝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중년 사제도 목소리를 들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세레나는 시료관의 마개를 끝까지 닫은 뒤 물었다.“그분을 알고 계십니까?”격자벽 너머의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중년 사제가 말했다.“시험 중 질문은 시험관이 한다.”“제 어머니의 이름을 말씀하셨습니다.”세레나가 그의 직책을 다시 정확히 불렀다.“시험관님, 방금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설명해 주십시오.”“당신은 세리스 베인이다.”“지원서에는 그렇게 적었습니다.”“그렇다면 엘레노라 베일런이 왜 당신의 어머니지?”방 안의 사람들 손이 동시에 멈췄다.세레나는 자신의 실수를 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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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환자는 답안이 아닙니다

세레나는 그의 눈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기다렸다.“성맥 흐름을 아주 조금 조정하겠습니다. 통증이 심해지거나 숨이 더 막히면 즉시 손을 뗄 겁니다. 동의하십니까?”남자의 손가락이 천 위에서 미세하게 움직였다.“해…… 주십시오.”세레나는 손목과 가슴 사이에 손을 올렸다.성력을 가느다란 실처럼 뽑아 막힌 성맥 옆에 놓았다. 강제로 밀지 않고, 흩어진 흐름이 지나갈 수 있는 방향만 잡았다. 뜨거운 기운이 손끝을 빠져나갔지만 몸 전체가 비는 느낌은 없었다.한 번.그리고 한 번 더.뭉쳤던 흐름이 두 갈래로 나뉘면서 환자의 거친 호흡이 조금 길어졌다.세레나는 더 사용하지 않았다.보조 사제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끝인가?”“네.”“성맥이 완전히 정화되지 않았다.”“정화하려는 게 아닙니다. 심장이 버틸 시간을 만든 겁니다.”“조금 더 사용하면 은빛 혈관도 사라질 수 있지 않나?”“겉으로 사라져 보일 수는 있겠죠.”세레나는 환자의 손목에서 손을 뗐다.“하지만 독성 물질은 몸 안에 남아 있습니다.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과 치료하는 것은 다릅니다.”중년 사제가 시계를 확인했다.“환자는 안정된 것 같군.”“아직 아닙니다.”세레나는 기록지 위에 시간을 적었다.“적어도 오늘 밤까지 소변량과 의식 변화를 확인해야 합니다. 간과 신장 손상이 진행되면 즉시 해독 처치가 필요하고, 같은 작업장 사람들도 검진해야 합니다.”“시험 답안으로는 충분하다.”“환자는 답안이 아닙니다.”세레나는 펜을 내려놓지 않았다.“시험이 끝났다고 관찰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기록을 남겨 주세요.”격자벽 너머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통과시켜라.”중년 사제의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떠올랐다.“아직 신원 검증이 남았습니다.”“실기 시험은 통과다.”보이지 않는 남자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명령을 되돌릴 여지는 없었다.“나머지는 안에서 확인하면 된다.”세레나는 격자벽을 바라봤다.“‘안’이 어디입니까?”이번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문이 열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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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이 조항에는 서명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장부 끝에 서명한 뒤 종이를 한 장 뜯어 세레나에게 건넸다.세레나는 날짜와 문서 수량을 확인한 후에야 외투 안쪽 주머니에 넣었다.복도 끝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다.오른쪽은 일반 지원자들이 모이는 대기실로 이어졌고, 왼쪽에는 ‘본당 임시 출입’이라는 금속판이 붙어 있었다.기록관은 왼쪽 문을 열었다.“세리스 베인 지원자는 특별 실기 합격자로 분류됐습니다. 오늘부터 본당 외곽 치료동에서 칠 일간의 수습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오늘부터요?”“긴급 선발입니다.”“거절하면 어떻게 됩니까?”기록관이 세레나를 돌아봤다.“합격을 포기한 것으로 처리됩니다.”일반 시험을 끝낸 뒤 구호원으로 돌아가 사흘 동안 신분 서류를 준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성전은 지원자를 바깥으로 내보낼 의도가 없었다. 세리스 베인의 이름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안에 머물게 할 준비를 해 둔 것이다.세레나는 열린 문 너머를 바라봤다.흰 회랑 끝에는 높은 담장과 검은 철문이 보였다. 철문 위에는 루멘 성전 본당의 황금 태양 문양이 걸려 있었고, 경비들이 출입자의 번호표를 하나씩 확인하고 있었다.“수습 규정과 거처 이용 조건을 먼저 읽겠습니다.”기록관은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세레나는 복도 한쪽 탁자에 앉아 첫 장부터 읽었다.수습 치료사는 성전 외곽 치료동에 배정되며, 정해진 시간 동안 환자 관찰과 기록 업무를 수행한다. 치료 행위는 정식 치료사의 감독 아래 이루어지고, 환자의 동의 없는 고위 성력 사용은 금지된다.앞부분은 예상보다 정상적이었다.문제는 마지막 장이었다.특별 선발자는 성력의 안정성과 신앙 적합성을 확인하기 위해 성전이 요구하는 신체 검사와 성맥 반응 검사를 거부할 수 없다.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특이 혈통과 인장은 성전의 보호 아래 관리된다.세레나는 마지막 문장을 두 번 읽었다.‘특이 혈통.’‘인장.’일반 수습 지원서에는 있을 이유가 없는 조항이었다.“이것이 모든 합격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됩니까?”기록관은 대답하기 전에 서류를 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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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알 수 없는 보호는 불편하다

마티아스 로벤.전생에서 세레나에게 성녀의 의무를 말했고, 그녀의 치료 기록을 빼앗았으며, 재판장에서는 성전의 명예를 위해 침묵했던 남자였다.그는 아직 세레나를 알아보지 못했다.마티아스는 탁자 위에 분리된 마지막 장을 내려다봤다.“문서를 꼼꼼히 읽는군요.”“서명하기 전에는 읽어야 하니까요.”“성전의 보호가 불편합니까?”“내용을 알 수 없는 보호는 불편합니다.”마티아스는 기분 나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흥미로운 환자를 살피듯 세레나의 손과 목, 외투 아래 감춰진 펜던트 위치를 차례로 바라봤다.“세리스 베인.”그가 이름을 천천히 발음했다.“엘레노라가 남긴 이름을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세레나는 의자에서 일어나되 먼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추천인을 알고 계십니까?”“아주 잘 알았습니다.”“그분의 연구서 마지막 장이 어디 있는지도 아십니까?”데미안의 얼굴이 굳었다.마티아스의 미소는 그대로였다.“연구서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그렇다면 제 질문은 기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세레나는 일반 수습 규정만 골라 서명했다.“특별 검사는 항목과 책임자를 확인한 뒤 결정하겠습니다.”마티아스는 그녀가 쓴 이름을 내려다봤다.세리스 베인.잉크가 마르는 동안 그의 손가락이 종이 가장자리를 한 번 눌렀다.“좋습니다.”데미안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마티아스는 분리된 마지막 장을 접어 자신의 소매 안에 넣었다.“일반 수습생으로 들이십시오.”“대신관님, 혈통 검사는”“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그의 시선이 세레나의 얼굴에 머물렀다.“문 안에 들어온 사람은 언젠가 검사를 받게 되니까요.”세레나가 본당 외곽 치료동으로 이동한 것은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이었다.출입 번호와 수습 치료사 회색 표식을 받았고, 약제함 안의 물품은 하나씩 검사받았다. 검은 늑대 문양을 가린 천을 벗기려는 사제가 있었지만, 세레나는 가죽 표면의 문양이 치료 도구의 기능과 관계없다는 이유로 상자를 열어 내용만 보여 주었다.어머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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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신원부터 다시 확인하게 될 겁니다

“냄새만 맡고도 압니까?”“환자가 같은 물질을 마셨습니다.”“그런데 시험관들은 병을 처음 본 것처럼 굴었겠죠.”나디아는 병마개를 천으로 감쌌다.“여긴 그런 곳이에요. 모르는 척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걸 알고 있죠.”세레나는 그녀를 바라봤다.“저에게 이걸 보여 주는 이유가 무엇입니까?”“오늘 저녁 전에 병들이 전부 회수될 예정이라서요. 검사하려면 하나쯤 남겨야 하잖아요.”“제가 믿을 만해 보였습니까?”“아니요.”나디아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성력부터 들이붓지 않은 치료사라면 적어도 환자를 죽인 뒤 신의 뜻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그녀는 약병을 세레나에게 넘기려 하지 않고 자신의 상자 아래에 숨겼다.“제가 분석하겠습니다. 결과는 알려 드리죠.”“대가로 무엇을 원합니까?”나디아의 입가가 조금 비틀렸다.“대가를 먼저 묻는 사람은 드물던데.”“아무 조건 없는 도움은 나중에 가장 비싸질 수 있으니까요.”“그럼 거래로 합시다.”나디아는 손을 내밀지 않고 검지로 약병 상자를 두드렸다.“제가 성분을 확인하고, 세리스 치료사님은 환자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기록해 주세요. 둘 중 한쪽이 자료를 숨기면 거래는 끝입니다.”세레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나디아가 치료사도 아니면서 성전 내부에서 불량 증폭제를 추적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역할과 중지 조건이 명확한 제안이었다.“원본 기록은 각자 보관하겠습니다.”“좋아요.”“환자 신원은 필요한 범위만 공유합니다.”“그것도 좋고요.”“제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 마세요.”나디아는 그제야 손을 내밀었다.“합의됐네요.”세레나는 맨손을 잡지 않았다.약제를 만진 손이었고, 어떤 물질이 묻어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대신 깨끗한 종이에 거래 조건을 적어 두 부로 나누었다.나디아는 황당한 얼굴로 보다가 끝내 웃었다.“정말 이상한 사람이 들어왔네요.”“서명하세요.”“알겠습니다, 세리스 치료사님.”“아직 수습생입니다.”“그럼 세리스 수습생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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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열린 문 안쪽

담장 너머로 스쳤던 검은 깃발은 곧 치료동 앞마당에 모습을 드러냈다.칼베른 공작가의 늑대 문양을 단 마차가 세 대, 군마를 탄 기사 여섯 명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맨 앞 마차에는 깨끗한 천과 물통이 실렸고, 두 번째에는 곡물과 말린 약초 상자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마지막 수레는 비어 있었는데,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다른 진료소로 옮길 때 사용할 용도인 듯 바닥에 고정 끈과 들것이 준비되어 있었다.세레나는 창틀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앞마당을 내려다봤다.테오도르가 직접 온 것은 아니었다.기사들을 지휘하는 남자는 은빛이 섞인 머리를 짧게 자른 중년의 군수관이었고, 옆구리에 찬 검에는 공작가 직속 기사단이 아니라 북부군 보급대의 표식이 달려 있었다. 그는 마차에서 내린 뒤 성전 사제에게 서류를 건넸다. 둘 사이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지만, 사제가 문서를 읽다가 치료동 쪽을 돌아보는 모습은 분명히 보였다.세레나는 커튼을 조금 더 닫았다.그때 방문이 열리고 나디아가 들어왔다. 밤새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얼굴이었지만 손에는 전날 맡아 둔 성력 증폭제 병과 얇은 기록철이 들려 있었다.“창밖 구경할 여유가 있으신가 봐요.”“칼베른 공작가의 보급대가 들어왔습니다.”나디아는 창가에 다가오지 않고 빈 침대에 기록철을 내려놓았다.“제도 공공 진료소 전체에 천과 물통을 돌린다더니 여기도 왔군요. 어제 고열 환자가 나온 뒤 성전이 뒤늦게 위생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모양새는 만들 수 있겠네요.”“성전이 요청한 물자인가요?”“공식적으로는 황실 의료 지원 사업의 일부라고 적혀 있습니다. 실제 물품은 칼베른 공작가에서 냈고요.”나디아는 증폭제 병의 마개를 천으로 감싼 채 탁자 위에 놓았다.“더 중요한 건 물건보다 저 군수관이 가져온 종이예요.”“어떤 내용입니까?”“북부군 의료 협약에 참여하는 진료소는 민간 치료사와 수습생을 본인 동의 없이 구금할 수 없다는 확인서랍니다. 치료동 출입구마다 붙이라고 했다더군요.”세레나는 닫힌 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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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시간을 잘못 정한 쪽

세레나가 말했다.“어제 실기 환자에게 사용하라고 준비했던 조각과 비슷한 불순물이 보여요.”“성전 앞 노점에서 우연히 같은 불량품을 팔았다는 이야기는 믿기 어렵겠네요.”나디아는 봉투를 다시 접었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누군가 성력 측정치를 올려 준다고 소문을 내고, 지원자들에게 일부러 팔았을 가능성이 있어요.”“쓰러진 지원자의 상태는 확인했습니까?”“밤사이 한 번 더 부정맥이 왔지만 지금은 의식이 돌아왔어요. 성전에서는 본인이 규정을 어기고 증폭제를 과용한 탓이라고 기록하려는 모양이고요.”“판매 경로와 제조자를 확인하지 않은 채요?”“그 기록은 제가 따로 남겨 두었습니다.”나디아는 자신의 기록철 안쪽을 가볍게 두드렸다.“약속대로 원본은 제게 있고, 사본은 만들어 드릴게요.”세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문밖에서 종이 울렸다.수습생들의 아침 배치를 알리는 소리였다.곧이어 회색 사제복을 입은 여성이 방에 들어왔다. 전날 검사 지시서를 전달했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세레나에게 인사하지 않고 봉투부터 내밀었다.“생명인장 혈통 반응 검사는 한 시간 뒤 동쪽 검사실에서 진행됩니다.”세레나는 봉투를 받지 않았다.“어제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거부로 처리되지는 않았습니다.”“제가 수락하지 않았으니 예약이 성립하지 않은 겁니다.”회색 사제의 시선이 탁자 위 문서로 내려갔다.“대신관께서 직접 입회하십니다.”“입회자가 누구인지보다 검사 내용이 먼저입니다. 사용 도구와 방법, 시료 보관 기간, 중지 조건을 적은 문서를 요청했습니다.”“성전의 보호를 받으려면 필요한 절차입니다.”나디아가 침대에 기대선 채 물었다.“오늘 아침 붙은 확인서를 아직 못 보셨나요?”사제의 얼굴이 굳었다.“외부 지원 문서가 성전 내부 규정을 바꾸지는 않습니다.”“지원 문서가 아니라 군 의료 협약이에요. 여기 치료동도 북부군 부상자를 받으니 적용 대상이죠.”나디아의 말이 끝나자 복도 쪽에서 여러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칼베른 보급대가 치료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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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스스로 선택한 남음

낮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칼베른의 군수관이 서 있었다.세레나를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그는 수습 번호표와 검은 장갑을 한 번 확인한 뒤 벽의 문서를 가리켰다.“오래 읽고 계셔서 물었습니다.”“내용을 확인했습니다.”“치료동에서 출입을 막거나 원하지 않는 검사를 요구받았다면 보급대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보급대가 치료사 선발 규정까지 관리합니까?”“그럴 권한은 없습니다.”군수관은 담담하게 답했다.“다만 북부군은 이곳에 환자와 물자를 보내고 있습니다.의료 협약을 어기는 기관에 계속 사람을 맡길 수는 없으니까요.”세레나는 그의 얼굴에서 테오도르의 개인적인 지시를 찾지 않았다.“모든 수습생에게 같은 보호가 적용됩니까?”“번호나 출신과 관계없이요.”그 대답에 세레나는 고개를 숙였다.“확인했습니다.”군수관은 더 묻지 않고 물자 목록을 들고 돌아갔다.그의 태도는 의도적으로 무심했다. 누구를 보호하러 왔는지 추측하게 만들지 않았고, 세레나가 도움을 청하라고 재촉하지도 않았다.세레나는 중앙 홀의 출입문을 바라봤다.경비가 서 있었지만 문은 열려 있었다.지금 나가면 성 루치아 구호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세리스 베인의 기록을 지키고, 어머니의 연구서를 바탕으로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었다. 성전은 이미 자신의 혈통을 의심하고 있었고, 대신관은 검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머무르는 것이 안전한 선택은 아니었다.그러나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남는다면, 그것은 성전이 세레나를 가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조사할 시간을 스스로 선택한 일이 된다.세레나는 열린 문에서 시선을 거두었다.“27번 수습생.”치료동 감독 사제가 그녀를 불렀다.“서부 병동으로 배정됐다. 오전 관찰 기록을 맡아라.”“환자 수는 몇 명입니까?”“열둘이다.”“함께 배정된 사람은요?”감독 사제는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은 얼굴이었다.“수습생이 또 필요한가?”“열두 명의 활력 상태와 투약 기록을 한 사람이 동시에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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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세리스 베인입니다

“정제소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고 했습니다.”세레나는 기록지의 별도 항목에 그 말을 적었다.성전은 이미 유사 증상을 보이는 노동자들을 따로 모으고 있었다. 병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 외부 치료동과 분리해 관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다섯 번째 침상으로 옮겼을 때 환자는 의식이 흐린 상태였다.스무 살도 되지 않은 젊은 여성이었고, 손목에는 성력 안정 패치가 두 장이나 붙어 있었다. 패치를 떼지 않은 채 주변 피부를 눌러 보자 뜨겁고 단단하게 부어 있었다.“언제부터 붙였습니까?”엘린이 기록을 확인했다.“새벽부터입니다.”“한 장이 아니라 두 장을 붙인 이유는요?”“첫 번째 패치로 안정되지 않아 추가했습니다.”세레나는 패치 모서리를 들어 냄새를 확인했다.달콤한 향 아래로 금속성 냄새가 났다. 전날 특별 실기실에 놓여 있던 불량 백휘석과 같았다.“제거해야 합니다.”엘린이 난처한 얼굴을 했다.“정식 치료사의 처방입니다.”“처방한 분을 불러 주세요.”“지금 대신관의 회의에 들어가셨습니다.”세레나는 환자의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호흡은 얕았고, 겨드랑이 아래까지 은빛 혈관이 번지고 있었다. 패치가 닿은 부위에서 독성 물질이 계속 흡수되고 있다면 담당 치료사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환자분.”세레나는 여성의 귀 가까이에서 천천히 불렀다.“제 목소리가 들리면 손가락을 한 번 움직여 주세요.”오른손 검지가 아주 조금 떨렸다.“손목에 붙은 패치를 제거하겠습니다. 피부가 벗겨질 수 있고 통증이 있을 겁니다. 괜찮으시면 다시 한 번 움직여 주세요.”검지가 두 번째로 움직였다.세레나는 엘린에게 깨끗한 물과 천, 폐기용 유리함을 준비하게 했다. 나디아는 패치를 떼는 즉시 오염 정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집게와 시료병을 꺼냈다.“하나씩 제거합니다.”세레나는 패치 주변을 물로 적셔 접착력을 줄였다. 억지로 당기면 부어오른 피부가 함께 벗겨질 수 있었다. 모서리부터 천천히 들어 올리자 환자의 손가락이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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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그 이름을 선택한 이유

이름을 숨기지 않았다.그 이름으로 한 처치라면 그 이름으로 책임질 생각이었다.같은 시각, 칼베른 공작저에서는 테오도르가 성전 의료 협약의 회신을 읽고 있었다.루멘 성전은 민간 수습생의 출입 자유를 인정하며, 본인 동의 없는 신체 검사를 강요하지 않겠다는 답을 보내왔다. 공식 문서만 보면 공작가가 요구한 내용이 모두 받아들여진 셈이었다.그러나 로이스는 별도의 보고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오늘 아침 치료동 내부에서 한 수습생에게 혈통 반응 검사가 통보됐습니다.”테오도르가 문서에서 눈을 들었다.“동의는 받았나?”“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상자가 검사 내용과 시료 보관 조건을 문서로 요구하며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고 합니다.”“성전은?”“검사를 보류한 상태입니다.”테오도르는 보고서를 넘겼다.대상자의 이름은 가려져 있었고 수습 번호만 남아 있었다.27번.어제 쓰러진 지원자를 치료한 사람과 같은 번호였다.“세레나와 관련된 정보인가?”로이스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알아보려 했나?”“각하께서 응시자 명단을 추적하지 말라고 하셔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테오도르는 보고서를 다시 내려다봤다.세레나가 가명을 사용했다면 명단을 요구하는 순간 그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다. 칼베른의 정보망이라면 성 루치아 구호원 기록과 시험 지원자를 연결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그는 질문을 더 하지 않았다.“계속 확인하지 마.”로이스의 눈이 아주 조금 커졌다.“성전이 혈통 검사를 강행할 수도 있습니다.”“그래서 모든 수습생에게 적용되는 협약을 보냈다.”“대상이 세레나 영애라면요?”테오도르의 손가락이 보고서 가장자리를 눌렀다.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환자에게 성력부터 넣지 않았고, 치료 과정을 기록했으며, 혼자 힘을 쓰는 대신 다른 사람에게 역할을 나누었다는 보고는 며칠 전 구호원에서 세레나가 보인 모습과 닮아 있었다.그러나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확인하러 가는 순간, 그녀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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