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탄자 아래 드러난 철문은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물건처럼 보였다.표면에는 붉은 녹이 얼룩져 있었고, 손잡이 주변에는 석탄 가루가 기름때처럼 눌어붙어 있었다. 세레나는 촛대를 바닥에 내려놓은 뒤 손바닥으로 문 가장자리를 훑었다. 못을 박아 닫은 창문 밖에서는 경비의 등불이 일정한 간격으로 오갔고, 방문 앞에 자리한 시녀들이 의자를 끄는 소리도 간간이 들렸다.지금 문을 열다가 큰 소리가 나면, 별채 전체가 잠들기 전에 탈출 계획부터 끝날 수 있었다.에마가 붕대 감은 오른손을 몸 가까이 붙인 채 무릎을 굽혔다.“벤 아저씨는 손잡이를 두 번 들었다가 아래로 밀면 열린다고 했어요.”세레나는 손잡이 아래의 잠금 홈을 살폈다.“그분이 마지막으로 사용한 것이 언제입니까?”“십오 년 전쯤이라고 했어요. 석탄을 지하 저장고로 옮기던 길이었는데, 새 보일러실을 만든 뒤에는 막았다고요.”십오 년 동안 방치된 통로라면 지도대로 이어져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천장이 내려앉았거나, 물이 차 있거나, 반대쪽 출구가 벽으로 막혔을 가능성도 있었다.그러나 세레나에게 남은 시간은 내일 정오까지가 아니었다.헬레나가 창문에 못을 박고 경비를 늘린 순간부터, 다음 명령이 언제 떨어질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새벽까지 기다리다 방을 수색당하면 세리스 베인의 서류와 어머니의 연구서까지 빼앗길 수 있었다.“에마.”세레나는 손잡이를 잡기 전에 그녀를 불렀다.“지금이라도 방에 남아도 됩니다.”에마가 피곤한 얼굴로 웃었다.“철문을 열기 직전까지 오셔서 또 물으시네요.”“상황이 바뀌었으니까요. 통로 상태를 모릅니다.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지 못할 수도 있어요.”“그래도 저는 여기 남을 생각입니다.”세레나가 시선을 들었다.에마는 세레나를 따라 저택을 떠나겠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었다.“아가씨가 나가신 뒤에도 누군가는 이 방에 있어야 해요. 아침에 시녀들이 문을 열 때까지 시간을 벌고, 벤 아저씨와 미나가 의심받지 않도록 해야 하니까요.”“에마
Last Updated : 2026-07-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