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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내 아래 너를 두고: Capítulo 121 - Capítulo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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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화.

121화.부산, 프라이빗 리조트 수영장.물살을 시원하게 가르며 수영을 하던 문율은 돌연 움직임을 멈추고 하늘을 향해 몸을 띄웠다.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하늘은 파랗다 못해 검푸른색이었다.“X발, X 같네.”망중한 즐기는 사람에게서 나올 수 없는 욕설이 터져 나왔다.“하늘이 X같이 파래. 누구는 X 같이 뺑이치는데!”팍! 소리와 함께 그의 얼굴로 물이 강하게 튀었다.문율이 주먹으로 수면을 내리친 것이다.그가 이천에서 마주쳤던 차준석을 떠올렸다.‘발발거리고 다니게 그냥 놔두니까, 쥐약을 처먹었나. 주제를 모르고 감히 선을 넘지.’저를 내리깔아 보며 하찮게 쳐다보던 차준석을.“개XX! 내가 너 가만 안 둬.”이젠 제 스폰서의 아들이고 뭐고 없었다.“스폰서는 무슨. 제 정신 아닌 늙은 여우지.”문율의 얼굴이 험악하게 구겨지더니, 돌연 지겹다는 표정을 지었다.부산에 내려와서 차애란의 시중을 든 지 며칠이 지났다.이 미친 늙은 여자는 나이가 무색하게 욕정이 불타올랐다.서울에서보다 더 적극적으로 저와 붙어 있으려 했다.문율은 이제 성폭행 사건을 터트린 것이 차준석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내 인생 똥통에 처박아 놓고, 너만 잘 살려고? 어림없지.”“뭐가 어림없다는 거야?”“…!”문율은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목소리의 주인은 애란이었다.“바람 좀 쐰다길래 수영장을 통째로 빌려줬더니, 여기서 살 생각이야?”이십 대도 소화하기 힘든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애란이 첨벙! 소리와 함께 가볍게 수영해 문율에게 다가갔다.“누, 누나. 잔다고 하지 않았어? 난 누나 푹 자라고 일부러 늦게 들어가려고 했지. 근데 우리 누나, 너무 섹시한데?”문율은 제게 다가온 애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은근한 애교를 부렸다.“그래서 꼴리니?”“어? 어, 어. 당연히 꼴리지. 꼴려 죽겠지.”애란이 문율의 목에 두 팔을 걸고 그에게 몸을 붙였다.“그럼, 한번 해봐.”“…뭘?”“모른 척하기는. 넌, 갈수록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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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화.

122화.“대표님, 근무 시간이 끝나서 보고하려고요.”며칠 전에 고용한 베이비시터가 준석에게 별아의 성장 체크용 태블릿을 건넸다.“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요?”준석은 의자에서 몸을 바로 하며 시간을 확인했다.저녁 6시 30분.베이비시터의 퇴근 시간이자 간략한 보고를 받는 시간이었다.“오늘 별아는 어땠습니까?”준석이 태블릿에 시선을 두며 물었다.“보시는 바와 같이 오늘 별아 양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각각 200그램씩 이유식을 먹었습니다. 중간에 분유와 과일, 유기농 과자 및 치즈를 먹었고요. 낮잠은 총 3시간 잤습니다. 무릎으로 기다가 종종 스스로 앉기도 했지만, 오래 앉아 있지는 않았습니다.”태블릿에서 시선을 뗀 준석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런데 수유한 횟수는 적혀 있지 않네요.”“사모님께서 기록하는 걸 원하지 않으셨습니다.”“그래요? 흠, 알겠습니다. 수고 많았어요.”“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베이비시터는 깍듯하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준석은 별아의 성장 기록을 들여다보며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 대소변의 횟수, 낮잠 패턴 등을 확인했다.별아가 자신의 친딸인 것을 안 이상, 준석은 별아를 돌보는 것에 더욱더 심혈을 기울였다.베이비시터 또한 굉장히 까다롭게 구했다.별아를 돌볼 때 3개 국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채용했다.그래서 별아의 베이비시터는 유학파에 유명 간호대학교를 졸업한 인재였다.나이 또한 젊었다. 베이비시터의 이름은 김소혜, 나이는 27살.일 처리가 깔끔했고, 외모 또한 반듯해 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았다.별아가 이유식을 끼니마다 깨끗하게 비웠다는 기록이 유독 준석의 눈에 들어왔다.부모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나.아이가 밥을 잘 먹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렇게 흡족할 수가 있다니.준석의 입가가 호선을 그리며 저절로 올라갔다.그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말을 별아를 통해 실감했다.***서재를 나온 준석은 1층 거실로 향했다.계단을 내려오던 그의 눈에, 소파에 앉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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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화.

123화.별아와 한참을 놀아주던 준석은 보행기에서 별아를 꺼내 품에 안았다.아이는 꽃으로 변한 장난감을 손에 들고 넓고 단단한 아빠 품에 고개를 푹 기대었다.따스한 아이의 체온이 준석의 몸 전체로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며 스며들었다.따사로운 햇살 같은 내 아이의 체온.이것이 현재라는 사실을 실감하니, 준석은 감격스러움을 넘어 경이로웠다.준석은 앙증맞고 동그란 아이의 머리 위에 쪽, 뽀뽀했다.그러다 여전히 멍한 눈으로 앉아 있는 여진을 내려다봤다.여진은 서재에서 저와 키스한 후부터 내내 저 상태였다.감정을 잃은 사람처럼 그 앞에서는 무표정을 일관했다.여진의 심기가 저러니 준석은 당분간 그녀의 비위를 맞추기로 했다.여진을 어떻게든 달래서 마무리해야 할 일도 있었으니까.‘작은 사모님과 재결합한 증거를 가져오라 하셨습니다.’재결합.지금 저를 향한 여진의 감정 상태로는 쉽지 않아 보였다.준석은 생기 잃은 눈을 한 여진을 뚫어지라 응시했다.제 시선을 느꼈을 텐데도 그녀는 어떤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때, 주방에서 아주머니가 나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두 분, 저녁 식사하세요. 별아는 저한테 주시고요. 제가 식사하실 동안 보고 있을게요.”아주머니가 아이를 건네받을 생각으로 준석을 향해 손을 벌렸다.“아닙니다. 별아 제 옆에 앉혀 놓고 먹겠습니다. 아기 의자만 준비해 주세요.”“아, 네. 그럴게요, 대표님.”아주머니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손을 걷어 들이고 아기 의자를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돌아갔다.“여진아.”준석은 저녁을 먹으라는 말에도 반응이 없는 여자를 불렀다.“….”여진은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준석을 지나쳐 묵묵히 주방으로 향했다.준석은 연신 저를 피하는 여진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으나, 지금은 한 발짝 물러나 있을 때였다.***늦은 밤.철컥, 침실에 있는 욕실 문이 열렸다.잠옷 바지에 가운만 걸친 준석은 드라이한 머리를 한 손으로 가볍게 쓸어 넘기며 침대 쪽으로 향했다.은은한 수유 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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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화.

124화.그 손길에 깜짝 놀라며 눈을 번쩍 뜬 여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준석을 쳐다보았다.“손, 치워요.”“안 자고 있었어?”자못 부드러운 음성으로 준석이 물었다.“맘 편히 잘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자는 여자 건드릴 만큼 내가 그렇게 파렴치한 놈은 아닌데, 날 못 믿나?”준석은 여진과 한 침대를 쓴 첫날, 그녀의 허락 없이 함부로 만지지 않기로 합의했었다.합의하고 나서야, 여진은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을 마지못해 받아들였다.삼 년을 부부로 살았고, 애까지 낳은 사람들이 한 침대에서 말 그대로 잠만 잔다니.지나가던 개가 웃을 이야기였다.한데 날이 잔뜩 선 여진과 한 침대를 쓰려면 준석도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했다.여진과는 아직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었으니까.여진은 준석을 새초롬한 눈으로 바라봤다.날 못 믿냐니.어떻게 저런 말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할 수 있지?“날 못 믿었던 건, 오히려 준석 씨 아닌가요?”여진은 쏘아붙이며 말했다.아내를 의심했던 준석은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여진의 외도에 대해 속 시원하게 해결된 것도 없었다.단지 별아가 그의 아이라는 선명한 사실만 있을 뿐.그렇다고 지나간 일을 끄집어내어 다시 파해 칠 생각도 없었다.“시간이 늦었군. 자는 게 좋겠어.”준석은 여진은 향했던 몸을 반대편으로 돌렸다.그러곤 가슴께로 팔짱을 낀 채 애써 눈을 감고 오지 않은 잠을 청했다.몇분 지났을까.여진이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준석 씨.”등 뒤에서 들리는 부름에 준석이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늦었어. 다음에 이야기해.”“그런 거 아니에요. 우리 엄마… 소식이 궁금해서요.”“….”“요즘 통 소식을 말해주지 않아서. 엄마 어떻게 지내시는지 알고 싶어요. 잘 지내시겠죠?”사실 이천을 떠나면서부터 무척 궁금했었다.여진 또한 연희동으로 거처를 옮기고, 준석이 별아의 친아빠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면서 혼란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그러면서도 하루하루 커가는 별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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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

125화.다음날, 이천. HK 재활 병원.성훈은 보안실에서 보안실 직원과 함께 CCTV를 확인하고 있었다.이미 한차례 확인한 CCTV지만, 전혀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처음부터 다시 증거를 찾으려 했다.CCTV 화면에는 그날 엘리베이터 장면이 나왔다.그날은 성훈이 병원을 스스로 퇴원한 날이기도 했다.여러 경호원에 둘러싸인 베드 하나가 엘리베이터에 도착하는 것이 보였다.얼마 뒤, 성훈이 그 옆의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해 서 있는 영상이 나왔다.성훈은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들어갔다.베드에는 나이가 지긋한 여자 환자가 누워 있었다.제기랄! 그 환자가 형수님의 어머니였다니!그는 화면을 보면서 경호원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자세히 떠올리려 애썼다.특이할 만 한 사람이 있었나?그때, 성훈의 눈에 누군가 들어왔다.“잠깐! 여기서 멈추고 확대해 보세요.”보안 직원이 성훈의 말에 정지버튼을 누르고 화면을 확대했다.슬릭백 스타일의 머리를 한 남자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경호원 중에서도 키가 큰 남성이었다.두상이 다 드러날 정도 깎인 오른편 머리에 검은색 문신이 불명확하게 보였다.“저거, 뱀 문양 맞나요?”확신이 서지 않은 성훈은 보안 직원에게 물었다.보안 직원은 잠시 뚫어지라 화면을 보더니 성훈에게 확인시켜 줬다.“네, 뱀 모양 맞네요. 똬리를 틀고 있어서 얼핏 보면 뭉친 머리카락인 줄 알겠어요.”“이 화면 캡쳐 해서 제 번호로 지금 전송해 주세요.”“네, 알겠습니다.”보안 직원은 곧장 성훈에게 사진 파일을 전송했다.사진 파일을 확인한 성훈은 서둘러 보안실을 나왔다.***보안실을 나온 성훈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그가 뱀 문신을 한 남자의 사진을 흥신소 소장에게 전송하고 메시지를 남겼다.[사진 속 사람을 찾아주세요.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잠시 뒤, 소장으로부터 답신이 왔다.[화질이 선명하진 않네요. 3일은 주셔야 합니다.][급합니다. 가능한 한 더 빨리 알아봐 주세요.][최대한 빨리 연락드리겠습니다.]그때 엘리베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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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화.

126화.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성훈은 그날 정류장에서 호영과 나눴던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전, 삼촌 기다려요.’‘삼촌?’‘네, 저희 삼촌 택배 기사거든요.’택배 기사.윤여진이 살았던 마을의 택배 기사라….성훈은 여진의 집에 택배 기사가 자주 들락거렸다는 흥신소의 보고를 기억했다.보고서에는 이름과 나이도 적혀 있었으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기억에 담아두지 않았었다.“호영아, 왜 나와 있어? 병실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삼촌이라는 사람은 조금 전 자신과 똑같은 자세로 무릎을 구부린 채로 호영을 마주 보았다.“삼촌 빨리 보고 싶어서.”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아이가 성훈의 눈에 가득 들어찼다.샘물 같은 아이의 맑은 얼굴이었다.이준이 조카의 말에 감동한 듯 콧잔등을 찡그리더니, 호영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어트렸다.“이그, 하여튼 고집은 누굴 닮았나 몰라.”“삼촌 닮았지!”“하하. 못 말린다, 진짜.”“아, 삼촌. 지난번에 나 용돈 주셨다는 아저씨 있잖아.”“응? 아저씨?”“얼마 전에 버스 정류장에서 말이야.”“아아, 그래.”“여기 이 아저씨셔.”호영이 손을 들어 제 근처에 서 있는 성훈을 가리켰다.이준은 앉은 자리에서 고개만 올려 성훈을 바라봤다.각진 듯 딱 떨어진 맞춤형 정장을 입은 남자였다.큰 키에 안경을 쓴 이지적인 호남형.얼핏 봐도 범상치 않은 외형이었다.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었다.어디서 봤더라….이준은 성훈에게 눈을 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랑하는 조카에게 용돈을 챙겨준 사람에게 인사는 해야 했다.“안녕하세요, 호영이 삼촌 남이준이라고 합니다. 지난번에 용돈을 주셨다고요.”“아, 네…. 인사성이 좋아서 칭찬 겸 줬습니다. 아이가 아주 똘똘하네요.”성훈 또한 제게 인사하는 이준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며 대답했다.호영이를 보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삼촌이라는 남이준 또한 낯이 무척 익었다.“지나가는 아이까지 챙겨주시고, 감사합니다.”이준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성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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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화.

127화.준석에게 차 회장의 제안을 이미 전해 들은 성훈은 그의 말을 들으며 수저를 내려놓았다.“흥신소 소장, 실력 좋은 사람입니다. 전직 경찰청 간부로 있었던 사람이라 증거 수집도 정확하고, 정보력도 빠릅니다. 믿으셔도 됩니다.”“별아 유전자 검사도 그쪽을 통해서 했나?”“아, 네.”예고 없이 훅하고 들어오는 추궁에 성훈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기 위해 물잔을 들어 입을 축였다.그런 동생의 모습에 준석은 한쪽 입가를 올리며 싱겁게 웃었다.지난 일을 물고 늘어질 생각 따윈 없었다. 그저 던진 말에 저런 표정이라니.준석은 쓸데없이 동생을 구석으로 몬 것 같아 말을 돌렸다.“과정이야 어떻든 결과가 중요해. 내일 연락 없으면, 한 번 더 재촉해. 정보가 확실하면 보상도 아끼지 말고.”“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몸은 어때?”준석이 성훈의 건강을 물었다.병원에서 권했던 입원 기간보다 빨리 퇴원한 성훈이었다.퇴원하자마자 중요한 일을 처리하느라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을 게 뻔했다.“괜찮습니다. 저는 그렇고, 형수님과 별아는 잘 지내나요?”“뭐, 그럭저럭.”“별아, 보고 싶네요.”아직 만나 보지 못한 조카를 떠올리며 성훈이 엷게 미소 지었다.“장모님 일이 해결되면 연희동에서 한번 보자.”“네, 좋죠.”“식기 전에 마저 먹어.”준석이 턱을 들어 성훈이 먹던 갈비탕을 가리켰다.성훈은 대답 없이 빙긋 웃고는 다시 수저를 들었다.***준석이 연희동에 도착했을 때 이미 별아는 잠들어 있었다.여진은 준석이 씻고 나올 동안 자지 않고 침대에 앉아 기다렸다.오늘 준석이 성훈을 만나고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여진은 엄마의 소식을 들을 생각에 기대하면서도 긴장했다.그 사이 엄마에게 무슨 일은 생기지는 않았나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여진은 엄마의 몸 상태가 더 좋아졌다는 말을 들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랐다.철컥.욕실 문이 열렸다.그 소리에 여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기대감은 이렇게 사람의 몸을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했다.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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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화.

128화.그 표정에 여진은 제가 너무 귀찮게 했나 싶어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푹 숙였다.“미안해요, 너무 걱정돼서….”“우리 병원으로 옮긴 뒤로 재활 의지가 강하시다고 지난번에 원장이 말했었잖아. 여전히 그러시다고. 그러니 당연히 마비된 곳도 좋아지고 있고, 식사도 잘하신대.”준석의 말에 여진이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 너무 다행이에요. 고마워요, 준석 씨…!”고대하던 소식을 들은 여진의 눈가는 안도감에 금세 촉촉하게 젖어있었다.거짓말에 눈물짓는 여진을 보니, 준석의 마음은 한없이 불편했다.그가 제 감정을 숨기며 화제를 돌렸다.“내일부터 나 회사로 출근할 거야.”“아, 그래요?”잘됐네요, 라는 끝말은 삼키며 여진이 입술을 닫았다.준석이 회사로 출근한다는 소식은 여진에게 반가운 일이었다.그렇지 않아도 연희동에 온 뒤로 집 밖으로 출입할 수가 없어 답답했던 참이었다.베이비시터가 오면서 별아를 돌보는 일도 그녀의 손을 거의 떠난 상태이기에 하루하루가 무료했고, 그 무료함을 뚫고 근심과 걱정이 파고들었었다.그래서 엄마를 걱정하며 더 안절부절못했는지 지도 모른다.준석의 지시 아래 병원에서 어련히 알아서 잘 보살피고 있을 텐데 말이다.“그래서 말인데, 당분간 내 허락 없이 외출은 삼가도록 해.”“그게 무슨….”여진은 황당함에 눈동자를 키웠다.외출을 삼가하라니.지나치다 싶은 생각에 여진은 눈썹을 일그러뜨렸다.준석은 그녀의 반응을 일부러 외면하며 말을 이었다.“꼭 외출해야 할 일이 있다면, 나한테 먼저 말하고. 경호원 붙여 줄 테니.”“경호원, 아….”여진은 그제야 제 처지를 상기시켰다.처음부터 연희동에 온 이유가 별아를 차애란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며칠 안전한 요새에서 생활하다 보니, 그녀는 제가 처한 상황을 깜빡 잊고 있었다.“피곤한데, 이만 잘까?”준석은 관자놀이를 쓸며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그의 시야에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촉촉한 여자의 눈동자가 들어왔다.그 모습에 준석은 애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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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화.

129화.“차 대표, 우리 아들. 잘 지냈니?”넘치는 볼륨감을 굳이 감추고 싶지 않은 차애란은 가슴이 깊게 파인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곧 흘러내릴 것 같은 재킷을 어깨에 걸친 채 부러질 것 같은 높고 얇은 힐이 그녀의 몸을 위태롭게 지탱하고 있었다.준석은 그런 어머니를 차갑게 노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산에서 망중한을 즐기신다 들었는데, 그새 시시해지셨나 보네요.”애란은 아들의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그러면서 여유로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아무리 좋아 봤자 내 집만 할까. 나는 그렇고, 우리 아들 그사이 얼굴이 까칠해졌구나. 무슨 일 있었니?”준석이 애란의 건너편에 서서 제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고는 버석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어머니 덕분에요. 아주 정신없이 바빴거든요.”“고작 그런 일 가지고 얼굴까지 까칠해질 거 있니? 이 세상에 널린 게 여자야. 딴 놈이랑 붙어먹고 버젓이 아이까지 낳은 지저분하고 더러운 애를 왜 자꾸 챙기는지 모르겠구나.”애란은 여진을 떠올리며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말했다.그런 어머니를 삐뚜름히 쳐다보며 준석이 받아쳤다.“하긴 정기적으로 뱃속의 아이를 지웠던 어머니는 죽었다 깨나도 이해 못 하실 일이죠. 그래도 여진이는 생명은 지켰잖아요.”“차준석! 너 지금 누구랑, 누구를 비교하는 거야!”제 과거를 적나라하게 들춰내는 아들의 모습에 순간 화가 치밀어 온 애란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왜요, 기분 나쁘세요? 저도 상당히 기분 나쁩니다. 여진이를 어머니랑 비교선상에 올려놓아야 하는 이 상황이요. 그리고 제 말 중에 틀린 거 있습니까?”“천박한 핏덩이, 낳아 봤자 뭐하니?”“저도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습니다.”“넌, 달라! 네 친아빠는 얼굴뿐만 아니라 머리 또한 수재 중의 수재였어!”“아하, 그래서 저는 낳으셨군요. 유전자가 좋아서.”“당연한 거 아니니. 세상은 약육강식이야. 못나고 멍청하고 더러운 피 물려받아 봤자, 세상에서 낙오자밖에 더 되겠어?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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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

130화.메시지를 확인하는 준석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곧이어 의미심장한 얼굴로 차애란을 불렀다.“어머니.”“그래, 결정했니? 네가 여기서 회장 자리를 포기한다고 말하면, 당장 임시 주총을 열 생각이야. 주총 열리고 내가 회장으로 추대 되는 순간, 여진이 엄마도 해방이고.”“그렇게 번거롭게 나서실 필요 없습니다.”준석은 입가와 눈가를 동시에 올리며 웃어 보이더니, 몸을 구부려 바닥에 떨어진 애란의 재킷을 주워 들었다.그러곤 애란에게 다가가 그녀와 마주 본 채로 재킷을 펼쳐 그녀의 어깨를 덮었다.그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애란은 아들의 의중을 읽고자 애썼다.이렇게 살갑게 저를 챙길 아들이 아니었다.그것을 알기에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대체 무슨 메시지를 받았길래 이러지?준석은 재킷에 묻은 먼지를 무심하게 툭툭 털어냈다.이윽고 차애란의 어깨를 잡은 채로 몸을 숙여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그러곤 아주 여유만만한 표정으로.“차애란 전무님, 전무 타이틀 이상 욕심내지 마세요. 제가 회장 자리에 앉아도, 어머니 자리는 보존해 드릴 겁니다.”“차 대표! 회장 자리 내 거라고, 몇 번을 말해! 여진이 엄마가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져 봐야 네가 상황 파악을 할 거니?”“사람을 죽인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시네요.”“한번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쉬운 거야.”“어련하시겠습니까.”아들과 엄마의 대치가 끝이 보이지 않았다.준석은 그래도 저를 낳아 준 어머니, 차애란에게 기회를 주고 자 했다.제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거로 생각했지만, 도의상 물어본 말에 더 큰 협박이 뒤따랐다.준석은 이해의 범주를 한참 벗어난 차애란에게 이제 어떤 기회도 주지 않을 것이다.그는 성훈에게 받은 메시지를 떠올렸다.[대표님, 찾았습니다. 사설 경호원들과 함께 지금 파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위치 남기겠습니다.]여진이 어머니에 위치가 확인됐다.그렇다면 더는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준석은 그러쥐고 있던 차애란의 어깨에서 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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